상임위로 가는 ‘10만’ 차별금지법…거대 양당, ‘15년 표류’에 답할까

입력 2021.06.1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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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에 차별금지법이 발의된 지 오는 29일이면 만 1년입니다. 하지만 논의는 전혀 진척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10만 명이 동의해 법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습니다. 드디어 상임위 심사를 받게 된 겁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30일 안에 10만 명 동의를 얻은 청원을 국회에 공식 접수해 심사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정식으로 넘겨져 입법 심사가 진행되는데, 해당 상임위는 90일 이내 심사를 마쳐야 하는 구속력 있는 청원 제도입니다.

한 안건에 대해 공인 인증서 등 본인 인증이 필수이고 1회 동의만 가능한 걸 감안하면, 포털 사이트 계정 하나로 여러 안건의 동의가 가능한 청와대 국민청원보다 요건이 까다롭습니다.

이번 청원은 지난해 11월 한 기업의 신입사원 면접이 계기가 됐습니다. 동아제약 신입사원 면접에서 '여성은 군대에 가지 않으니 남성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에 동의하느냐'는 등의 성차별적 질문을 받은 지원자가 청원글을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21일 만에 청원 요건을 달성했습니다.


■정의당, 민주·국민의힘 압박…"차별이 공정과 공존인가"

정의당은 본격적으로 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 양당에 대한 설득에 나섰습니다.

정의당 여영국 대표는 오늘(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당 지도부와 이재명 지사, 윤석열 전 총장 등 유력 대선 후보들을 향해 "차별금지가 전제되지 않은 기본과 공정, 공존과 불평등 해소는 허구이며 차별금지가 전제되지 않는 민주주의는 허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배진교 원내대표는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는 것을 국회가 나중으로 미뤘을 때 수많은 소수자와 약자들은 혐오 앞에 쓰러져 갔다"며 "거대 양당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밝히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동안 양당이 국민에게 강조해 온 '공정'과 '공존'을 재차 언급하며 입법 협조를 호소한 이유는, 두 교섭단체가 차별금지법안 가운데 '성적 지향성' 조항이 포함된 데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실제 기독교 단체들은 지속적으로 차별금지법에 반대 성명을 내고, '성적 지향성'을 이유로 사람을 차별할 수 없는 법안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동성애를 장려한다는 주장을 하며 국회를 압박해 왔습니다.

민주당 김회재 의원은 차별금지법에 반대한다며 국회 토론을 예고하기도 했고, 국민의힘 기독인 연합단체 소속 50여 명의 의원은 소통관에서 "어디에 차별이 있느냐, 직접 데려와 보라"며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 2007년부터 15년간 표류…민주 "아직 때가 아냐"·국민의힘 "당론 미정"

차별금지법은 17대 국회 시절이던 2007년 노무현 정부의 '정부 입법'으로 처음 발의됐습니다. 이듬해 당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등 지금까지 모두 8차례 국회에 발의됐지만, 대부분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임기만료로 폐기됐습니다.

2013년 민주당 김한길 의원이 51명의 의원의 동의 서명을 받아 제출했을 때에는 기독교 단체의 강력한 항의로 인해 김 의원 스스로 두 달 만에 법안을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1대 국회.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법안 발의 요건인 의원 10명 서명을 겨우 채워 지난해 6월 차별금지법을 발의했습니다. 석 달 뒤 법사위 소위로 넘어갔지만, 지금까지 한 차례도 논의된 적이 없습니다.

오늘 정의당의 압박에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모두 즉답을 피했습니다.

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간담회에서 "법을 처리할 것에는 순서가 있는데, 지금 당장은 때가 아닌 것 같다. 정책위 의견을 준비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는 "그 법에 대해 아직 당론을 정한 것 없다"고 했습니다.



■ 민주당 이상민, 이번 달 '평등법' 발의…"모든 영역에서 차별 금지"

양당 지도부의 미온적인 태도에도, 21대 국회에선 또 하나의 '차별금지' 관련 입법이 발의될 예정입니다.

여당인 민주당에서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이 '평등법' 대표 발의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상민 의원이 준비 중인 '평등법'은 국가인권위가 제시한 시안을 참고해, '모든 영역에서의 차별 금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정의당의 차별금지법은 고용, 용역과 재화, 행정 서비스 등 4개의 공적 영역에서의 차별 금지를 담고 있지만, 이상민 의원의 법안은 적용 범위가 더 넓습니다. 또한, 온라인상의 혐오와 차별도 금지 대상입니다.

다만, 법적 다툼보다 사회, 문화적 의식 제고를 위한 법안인 만큼 직접적인 처벌 조항은 제외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인권위에 피해를 호소한 진정인에게 조직에서 인사 불이익을 가할 때만 처벌이 가능합니다.

이상민 의원은 KBS와 만나 "처음에 보수 단체의 반발을 고려해 종교 단체를 법안에서 제외하려고 했지만, 차별과 혐오 근절에 예외는 없다고 생각해 원안을 유지했다"며 "의원들을 설득해 이번 달 안에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기독 단체의 비판 문자와 전화가 많이 오지만 다 답하고 설득하려고 한다"며 "법안 논의가 순탄치는 않겠지만, 정치는 차별받는 국민들을 위해 힘을 쓰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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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임위로 가는 ‘10만’ 차별금지법…거대 양당, ‘15년 표류’에 답할까
    • 입력 2021-06-15 16:51:49
    취재K

21대 국회에 차별금지법이 발의된 지 오는 29일이면 만 1년입니다. 하지만 논의는 전혀 진척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10만 명이 동의해 법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습니다. 드디어 상임위 심사를 받게 된 겁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30일 안에 10만 명 동의를 얻은 청원을 국회에 공식 접수해 심사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정식으로 넘겨져 입법 심사가 진행되는데, 해당 상임위는 90일 이내 심사를 마쳐야 하는 구속력 있는 청원 제도입니다.

한 안건에 대해 공인 인증서 등 본인 인증이 필수이고 1회 동의만 가능한 걸 감안하면, 포털 사이트 계정 하나로 여러 안건의 동의가 가능한 청와대 국민청원보다 요건이 까다롭습니다.

이번 청원은 지난해 11월 한 기업의 신입사원 면접이 계기가 됐습니다. 동아제약 신입사원 면접에서 '여성은 군대에 가지 않으니 남성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에 동의하느냐'는 등의 성차별적 질문을 받은 지원자가 청원글을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21일 만에 청원 요건을 달성했습니다.


■정의당, 민주·국민의힘 압박…"차별이 공정과 공존인가"

정의당은 본격적으로 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 양당에 대한 설득에 나섰습니다.

정의당 여영국 대표는 오늘(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당 지도부와 이재명 지사, 윤석열 전 총장 등 유력 대선 후보들을 향해 "차별금지가 전제되지 않은 기본과 공정, 공존과 불평등 해소는 허구이며 차별금지가 전제되지 않는 민주주의는 허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배진교 원내대표는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는 것을 국회가 나중으로 미뤘을 때 수많은 소수자와 약자들은 혐오 앞에 쓰러져 갔다"며 "거대 양당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밝히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동안 양당이 국민에게 강조해 온 '공정'과 '공존'을 재차 언급하며 입법 협조를 호소한 이유는, 두 교섭단체가 차별금지법안 가운데 '성적 지향성' 조항이 포함된 데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실제 기독교 단체들은 지속적으로 차별금지법에 반대 성명을 내고, '성적 지향성'을 이유로 사람을 차별할 수 없는 법안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동성애를 장려한다는 주장을 하며 국회를 압박해 왔습니다.

민주당 김회재 의원은 차별금지법에 반대한다며 국회 토론을 예고하기도 했고, 국민의힘 기독인 연합단체 소속 50여 명의 의원은 소통관에서 "어디에 차별이 있느냐, 직접 데려와 보라"며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 2007년부터 15년간 표류…민주 "아직 때가 아냐"·국민의힘 "당론 미정"

차별금지법은 17대 국회 시절이던 2007년 노무현 정부의 '정부 입법'으로 처음 발의됐습니다. 이듬해 당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등 지금까지 모두 8차례 국회에 발의됐지만, 대부분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임기만료로 폐기됐습니다.

2013년 민주당 김한길 의원이 51명의 의원의 동의 서명을 받아 제출했을 때에는 기독교 단체의 강력한 항의로 인해 김 의원 스스로 두 달 만에 법안을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1대 국회.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법안 발의 요건인 의원 10명 서명을 겨우 채워 지난해 6월 차별금지법을 발의했습니다. 석 달 뒤 법사위 소위로 넘어갔지만, 지금까지 한 차례도 논의된 적이 없습니다.

오늘 정의당의 압박에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모두 즉답을 피했습니다.

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간담회에서 "법을 처리할 것에는 순서가 있는데, 지금 당장은 때가 아닌 것 같다. 정책위 의견을 준비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는 "그 법에 대해 아직 당론을 정한 것 없다"고 했습니다.



■ 민주당 이상민, 이번 달 '평등법' 발의…"모든 영역에서 차별 금지"

양당 지도부의 미온적인 태도에도, 21대 국회에선 또 하나의 '차별금지' 관련 입법이 발의될 예정입니다.

여당인 민주당에서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이 '평등법' 대표 발의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상민 의원이 준비 중인 '평등법'은 국가인권위가 제시한 시안을 참고해, '모든 영역에서의 차별 금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정의당의 차별금지법은 고용, 용역과 재화, 행정 서비스 등 4개의 공적 영역에서의 차별 금지를 담고 있지만, 이상민 의원의 법안은 적용 범위가 더 넓습니다. 또한, 온라인상의 혐오와 차별도 금지 대상입니다.

다만, 법적 다툼보다 사회, 문화적 의식 제고를 위한 법안인 만큼 직접적인 처벌 조항은 제외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인권위에 피해를 호소한 진정인에게 조직에서 인사 불이익을 가할 때만 처벌이 가능합니다.

이상민 의원은 KBS와 만나 "처음에 보수 단체의 반발을 고려해 종교 단체를 법안에서 제외하려고 했지만, 차별과 혐오 근절에 예외는 없다고 생각해 원안을 유지했다"며 "의원들을 설득해 이번 달 안에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기독 단체의 비판 문자와 전화가 많이 오지만 다 답하고 설득하려고 한다"며 "법안 논의가 순탄치는 않겠지만, 정치는 차별받는 국민들을 위해 힘을 쓰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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