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UP!] 장마철 ‘붕괴 위험’ 절개지 수두룩…“위험 기준 보완해야”

입력 2021.06.15 (19:35) 수정 2021.06.15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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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도로와 시설물을 짓기 위해 산을 깎아 만든 경사면을 '절개지'라고 하죠.

여름철 집중호우 때마다 이 절개지에서 붕괴 사고가 잇따르는데요.

최근에는 위험 지역으로 분류조차 안 된 절개지에서 붕괴 사고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대책은 없는지, 경남업그레이드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폭포수처럼 쏟아진 흙더미가 왕복 2차로 도로를 덮쳤습니다.

비탈면에 들어선 상가와 주택들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위태롭습니다.

지난해 여름 역대 최장인 54일의 집중호우 기간, 경남 곳곳이 잠기고 무너져 내렸습니다.

붕괴 사고 1년여를 앞둔 현장을 가봤습니다.

도로변 절개지 위쪽, 상가들은 여전히 땅 속에 푹 꺼진 채 위태롭게 방치돼 있습니다.

구조물을 떠받치던 토사가 지하수와 함께 흘러내렸기 때문입니다.

[조형규/산청군 금서면 주민 : "걱정이 많이 되죠. 지금 무너진 것 외에도 추가로 더 붕괴될까도 걱정이고, 만약의 경우 인명 피해도 있을 수 있고 또 이보다 더 심한 피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사고 직후 산청군은 절개지 위를 자갈로 덮고, 흙의 물 빠짐을 유도하기 위한 '유공관'을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을 둘러본 전문가는 추가 붕괴 위험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박재현/경상국립대 산림자원학과 교수 : "지하수가 빠져나오는 양쪽 두군데가 이렇게 하단부에 있거든요. 거기에 깊게 파서 물을 빨리 빼주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해야된다는 거죠. 안 그러고 이 상태로 두고 있다 보면 또 무너질 우려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추가 붕괴를 막을 복구공사는 이달 말쯤에야 시작돼, 내년 3월쯤 완공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여름 폭우에 무너져 내린 경사지입니다.

하지만 산사태 위험지역에도, 급경사지 붕괴 위험지역으로도 지정되어 있지 않았는데요.

관련법상 인공 비탈면의 경우 지면으로부터 높이가 5m 이상, 경사도 34도 이상, 길이 20m 이상일 때 급경사지로 분류됩니다.

'재해 위험도'에 따라 A부터 E까지 다섯 등급으로 분류하는데, D, E 등급과 C 등급 일부가 '붕괴 위험지역'으로 지정됩니다.

동의보감촌이 포함된 경사지의 상단부는 산청군 관광과가, 도로와 인접한 하단부는 도로과가 관리 중입니다.

붕괴 위험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다 보니, 1년에 최대 2차례 이상 해야 하는 점검대상에서도 빠져 있었습니다.

결국 붕괴 사고가 일어나고 나서야 해당 급경사지는 뒤늦게 ‘붕괴 위험지역’으로 지정됐습니다.

[산청군 관계자/음성변조 : "매년 풀을 심고 꽃을 심어서 사면이 안정화되게끔 계속 관리를 하고 있었어요. 급경사지 붕괴위험지구로 지정만 안 했을 뿐이지 방치해놓은 그냥 자연 사면 같은 곳은 아니었어요."]

뿌리 채 뽑힌 나무들과 흘러내린 토사가 아파트 현관까지 들어찼습니다.

지난해 9월, 태풍 '하이선' 상륙 당시 460여 세대가 사는 아파트 뒤편 절개지가 무너져 내렸습니다.

10개월여가 흘러 다시 찾은 현장, 아파트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합니다.

[거제 문동동 ○○아파트 주민 : "담벼락이 높으니까 무서웠어요. 비만 오면 물이 너무 많이 샜거든요. (흙이랑) 흘러내려오니까 무섭긴 했어요."]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경사지 위에 석축을 쌓았습니다.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도시계획도로와 접한 사면으로 우기가 임박한 최근에야 공사가 마무리됐습니다.

[이수명/거제시청 자연재난팀장 : "개인사유지 사면에 피해가 났을 때는 개인이 해야 하고,이번 경우를 보면 (사면과 접한) 도시계획도로는 거제시 소유입니다. 시 소유물 관리 차원에서 (복구는) 시에서 하는 걸로…."]

이곳 역시 아파트 전체가 산비탈에 지어졌지만, '급경사지 붕괴 위험지역'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급경사지 붕괴 사고는 208건, 기록적인 폭우에 강원과 경북, 광주 등 전국에서 경사지 붕괴가 잇따랐습니다.

이 가운데 53곳, 약 25% 이상이 재해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으로 분류되는 A, B 등급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해식/더불어민주당 의원/지난해 10월 경기도 국정감사 : "이거 역시 행안부 질의를 했더니 지금 재해 위험도 평가 기준 자체가 문제다. B등급 이상에서 발생하는 걸 좀 각별하게 챙겨서, 기준을 좀 바꾸는 작업을 정부와 협력해서 해주시기 바랍니다."]

각종 개발로 산 곳곳에 건물이 들어서면서 붕괴 위험에 놓인 절개지들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해위험도 평가 대상이 되는 급경사지는 전국 만 5천여 곳에 불과한 상황, 기후 변화로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재해위험도 평가 대상을 늘리고 기준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경남 업그레이드 윤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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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15 19:35:05
    • 수정2021-06-15 20:02:28
    뉴스7(창원)
[앵커]

도로와 시설물을 짓기 위해 산을 깎아 만든 경사면을 '절개지'라고 하죠.

여름철 집중호우 때마다 이 절개지에서 붕괴 사고가 잇따르는데요.

최근에는 위험 지역으로 분류조차 안 된 절개지에서 붕괴 사고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대책은 없는지, 경남업그레이드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폭포수처럼 쏟아진 흙더미가 왕복 2차로 도로를 덮쳤습니다.

비탈면에 들어선 상가와 주택들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위태롭습니다.

지난해 여름 역대 최장인 54일의 집중호우 기간, 경남 곳곳이 잠기고 무너져 내렸습니다.

붕괴 사고 1년여를 앞둔 현장을 가봤습니다.

도로변 절개지 위쪽, 상가들은 여전히 땅 속에 푹 꺼진 채 위태롭게 방치돼 있습니다.

구조물을 떠받치던 토사가 지하수와 함께 흘러내렸기 때문입니다.

[조형규/산청군 금서면 주민 : "걱정이 많이 되죠. 지금 무너진 것 외에도 추가로 더 붕괴될까도 걱정이고, 만약의 경우 인명 피해도 있을 수 있고 또 이보다 더 심한 피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사고 직후 산청군은 절개지 위를 자갈로 덮고, 흙의 물 빠짐을 유도하기 위한 '유공관'을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을 둘러본 전문가는 추가 붕괴 위험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박재현/경상국립대 산림자원학과 교수 : "지하수가 빠져나오는 양쪽 두군데가 이렇게 하단부에 있거든요. 거기에 깊게 파서 물을 빨리 빼주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해야된다는 거죠. 안 그러고 이 상태로 두고 있다 보면 또 무너질 우려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추가 붕괴를 막을 복구공사는 이달 말쯤에야 시작돼, 내년 3월쯤 완공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여름 폭우에 무너져 내린 경사지입니다.

하지만 산사태 위험지역에도, 급경사지 붕괴 위험지역으로도 지정되어 있지 않았는데요.

관련법상 인공 비탈면의 경우 지면으로부터 높이가 5m 이상, 경사도 34도 이상, 길이 20m 이상일 때 급경사지로 분류됩니다.

'재해 위험도'에 따라 A부터 E까지 다섯 등급으로 분류하는데, D, E 등급과 C 등급 일부가 '붕괴 위험지역'으로 지정됩니다.

동의보감촌이 포함된 경사지의 상단부는 산청군 관광과가, 도로와 인접한 하단부는 도로과가 관리 중입니다.

붕괴 위험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다 보니, 1년에 최대 2차례 이상 해야 하는 점검대상에서도 빠져 있었습니다.

결국 붕괴 사고가 일어나고 나서야 해당 급경사지는 뒤늦게 ‘붕괴 위험지역’으로 지정됐습니다.

[산청군 관계자/음성변조 : "매년 풀을 심고 꽃을 심어서 사면이 안정화되게끔 계속 관리를 하고 있었어요. 급경사지 붕괴위험지구로 지정만 안 했을 뿐이지 방치해놓은 그냥 자연 사면 같은 곳은 아니었어요."]

뿌리 채 뽑힌 나무들과 흘러내린 토사가 아파트 현관까지 들어찼습니다.

지난해 9월, 태풍 '하이선' 상륙 당시 460여 세대가 사는 아파트 뒤편 절개지가 무너져 내렸습니다.

10개월여가 흘러 다시 찾은 현장, 아파트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합니다.

[거제 문동동 ○○아파트 주민 : "담벼락이 높으니까 무서웠어요. 비만 오면 물이 너무 많이 샜거든요. (흙이랑) 흘러내려오니까 무섭긴 했어요."]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경사지 위에 석축을 쌓았습니다.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도시계획도로와 접한 사면으로 우기가 임박한 최근에야 공사가 마무리됐습니다.

[이수명/거제시청 자연재난팀장 : "개인사유지 사면에 피해가 났을 때는 개인이 해야 하고,이번 경우를 보면 (사면과 접한) 도시계획도로는 거제시 소유입니다. 시 소유물 관리 차원에서 (복구는) 시에서 하는 걸로…."]

이곳 역시 아파트 전체가 산비탈에 지어졌지만, '급경사지 붕괴 위험지역'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급경사지 붕괴 사고는 208건, 기록적인 폭우에 강원과 경북, 광주 등 전국에서 경사지 붕괴가 잇따랐습니다.

이 가운데 53곳, 약 25% 이상이 재해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으로 분류되는 A, B 등급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해식/더불어민주당 의원/지난해 10월 경기도 국정감사 : "이거 역시 행안부 질의를 했더니 지금 재해 위험도 평가 기준 자체가 문제다. B등급 이상에서 발생하는 걸 좀 각별하게 챙겨서, 기준을 좀 바꾸는 작업을 정부와 협력해서 해주시기 바랍니다."]

각종 개발로 산 곳곳에 건물이 들어서면서 붕괴 위험에 놓인 절개지들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해위험도 평가 대상이 되는 급경사지는 전국 만 5천여 곳에 불과한 상황, 기후 변화로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재해위험도 평가 대상을 늘리고 기준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경남 업그레이드 윤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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