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피해 농민 "닭장 헤집는 맹수 같은 유기견"... 한숨만
대전시 유성구의 한 외곽지에서 고추와 감자 등의 농사를 짓고 있는 신종록 씨. 밭 한편에 아담한 닭장을 차려놓고, 토종닭 등을 키우는 일을 또다른 낙으로 삼아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신 씨는 생각지도 못한 끔찍한 장면을 마주하게 됩니다. 어디선가 나타난 유기견 3마리가 닭장 안에 들어가 닭 수십 마리를 처참하게 물어 죽인 겁니다.
시베리안 허스키 등 대형견인 이들은 신 씨가 소방서와 관할 구청 등에 신고한 사이, 닭장을 빠져나와 산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그물망을 철사로 꿰매고 통나무를 둘러봤지만, 이들 유기견들은 계속 나타났고, 결국 닭장을 드나드는 불편을 감수하고 아예 철조망을 둘러 쳐버렸습니다.

■ '동물학대' 굴레에 속수무책
분한 마음에 직접 잡아볼까 생각도 했지만, 아무리 사나운 유기견이라도 개는 '동물보호법'상 보호대상이기 때문에 대응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관할 구청에 신고해봐도 사람 몇 명이 뜰채를 들고 덤비는 게 고작이어서, 사나워진 유기견을 포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한 전문 동물구조가는 "산에서 네발 달린 짐승을 잡는다는 건, 두 발 달린 사람으로서는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마취 말고는 산속에 사는 유기견을 잡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마약류관리법이 강화돼 동물 포획에 사용되던 마취약 사용이 금지되고, 그렇다고 유기견이 마취총을 쏠 수 있는 멧돼지나 들고양이처럼 '유해동물'로 지정된 것도 아니어서 그야말로 속수무책입니다.
■ 야생생물법상 '유해동물'지정해야 vs 동물보호법 내 포획방법 정비해야
유기견 관리의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사나워진 유기견 문제를 통감하면서도, 포획 등을 하기 위해서는 환경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현행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해주면 멧돼지나 들고양이처럼 마취총을 이용한 포획이 가능해진다는 겁니다.
제24조(야생화된 동물의 관리) ① 환경부장관은 버려지거나 달아나 야생화(野生化)된 가축이나 반려동물로 인하여 야생동물의 질병 감염이나 생물다양성의 감소 등 생태계 교란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그 가축이나 반려동물을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ㆍ고시하고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② 환경부장관은 야생화된 동물로 인한 생태계의 교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하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야생화된 동물의 포획 등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
하지만 환경부 의견은 다릅니다.
환경부는 개는 기본적으로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에 해당되고, 축산법상 가축에 해당된다고 말합니다.
또 농림축산식품부 내에는 유기견을 관리할 수 있는 관련 부서와 관련 법령이 빼곡해 포획 관리 등의 법령만 추가하면 문제를 해소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 관련 부처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시민들의 피해만 늘어나고 있습니다.

■ 모든 원인은 '사람'에게?... 유기견은 '죄가 없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무리 맹수처럼 변한 유기견이라고 해도 그들의 잘못은 없어 보입니다. 반려동물을 무책임하게 버려서 결국 사나운 유기견이 되도록 한 것은 '사람'... 이들이 사나운 유기견으로 변한 데는 사람의 잘못이 가장 큽니다.
유기견들의 안전한 포획을 위해 두 부처의 빠른 합의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반려견들이 무심코 버려져 유기견이 되고, 또 사나워져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점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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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닭 물어죽인 사나운 유기견…어째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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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6-16 07:00:35

■ 피해 농민 "닭장 헤집는 맹수 같은 유기견"... 한숨만
대전시 유성구의 한 외곽지에서 고추와 감자 등의 농사를 짓고 있는 신종록 씨. 밭 한편에 아담한 닭장을 차려놓고, 토종닭 등을 키우는 일을 또다른 낙으로 삼아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신 씨는 생각지도 못한 끔찍한 장면을 마주하게 됩니다. 어디선가 나타난 유기견 3마리가 닭장 안에 들어가 닭 수십 마리를 처참하게 물어 죽인 겁니다.
시베리안 허스키 등 대형견인 이들은 신 씨가 소방서와 관할 구청 등에 신고한 사이, 닭장을 빠져나와 산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그물망을 철사로 꿰매고 통나무를 둘러봤지만, 이들 유기견들은 계속 나타났고, 결국 닭장을 드나드는 불편을 감수하고 아예 철조망을 둘러 쳐버렸습니다.

■ '동물학대' 굴레에 속수무책
분한 마음에 직접 잡아볼까 생각도 했지만, 아무리 사나운 유기견이라도 개는 '동물보호법'상 보호대상이기 때문에 대응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관할 구청에 신고해봐도 사람 몇 명이 뜰채를 들고 덤비는 게 고작이어서, 사나워진 유기견을 포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한 전문 동물구조가는 "산에서 네발 달린 짐승을 잡는다는 건, 두 발 달린 사람으로서는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마취 말고는 산속에 사는 유기견을 잡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마약류관리법이 강화돼 동물 포획에 사용되던 마취약 사용이 금지되고, 그렇다고 유기견이 마취총을 쏠 수 있는 멧돼지나 들고양이처럼 '유해동물'로 지정된 것도 아니어서 그야말로 속수무책입니다.
■ 야생생물법상 '유해동물'지정해야 vs 동물보호법 내 포획방법 정비해야
유기견 관리의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사나워진 유기견 문제를 통감하면서도, 포획 등을 하기 위해서는 환경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현행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해주면 멧돼지나 들고양이처럼 마취총을 이용한 포획이 가능해진다는 겁니다.
제24조(야생화된 동물의 관리) ① 환경부장관은 버려지거나 달아나 야생화(野生化)된 가축이나 반려동물로 인하여 야생동물의 질병 감염이나 생물다양성의 감소 등 생태계 교란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그 가축이나 반려동물을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ㆍ고시하고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② 환경부장관은 야생화된 동물로 인한 생태계의 교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하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야생화된 동물의 포획 등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
하지만 환경부 의견은 다릅니다.
환경부는 개는 기본적으로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에 해당되고, 축산법상 가축에 해당된다고 말합니다.
또 농림축산식품부 내에는 유기견을 관리할 수 있는 관련 부서와 관련 법령이 빼곡해 포획 관리 등의 법령만 추가하면 문제를 해소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 관련 부처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시민들의 피해만 늘어나고 있습니다.

■ 모든 원인은 '사람'에게?... 유기견은 '죄가 없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무리 맹수처럼 변한 유기견이라고 해도 그들의 잘못은 없어 보입니다. 반려동물을 무책임하게 버려서 결국 사나운 유기견이 되도록 한 것은 '사람'... 이들이 사나운 유기견으로 변한 데는 사람의 잘못이 가장 큽니다.
유기견들의 안전한 포획을 위해 두 부처의 빠른 합의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반려견들이 무심코 버려져 유기견이 되고, 또 사나워져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점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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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선 기자 zi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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