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닭 물어죽인 사나운 유기견…어째야 하나요?”

입력 2021.06.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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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 헤집는 ‘맹수화 유기견’에 아끼는 닭 수십 마리를 잃은 신종록 씨.닭장 헤집는 ‘맹수화 유기견’에 아끼는 닭 수십 마리를 잃은 신종록 씨.

■ 피해 농민 "닭장 헤집는 맹수 같은 유기견"... 한숨만

대전시 유성구의 한 외곽지에서 고추와 감자 등의 농사를 짓고 있는 신종록 씨. 밭 한편에 아담한 닭장을 차려놓고, 토종닭 등을 키우는 일을 또다른 낙으로 삼아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신 씨는 생각지도 못한 끔찍한 장면을 마주하게 됩니다. 어디선가 나타난 유기견 3마리가 닭장 안에 들어가 닭 수십 마리를 처참하게 물어 죽인 겁니다.

시베리안 허스키 등 대형견인 이들은 신 씨가 소방서와 관할 구청 등에 신고한 사이, 닭장을 빠져나와 산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그물망을 철사로 꿰매고 통나무를 둘러봤지만, 이들 유기견들은 계속 나타났고, 결국 닭장을 드나드는 불편을 감수하고 아예 철조망을 둘러 쳐버렸습니다.

유기견 포획에 사용하는 뜰채와 포획틀, 산속에 사는 맹수화 유기견에게는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깝다.유기견 포획에 사용하는 뜰채와 포획틀, 산속에 사는 맹수화 유기견에게는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깝다.

■ '동물학대' 굴레에 속수무책

분한 마음에 직접 잡아볼까 생각도 했지만, 아무리 사나운 유기견이라도 개는 '동물보호법'상 보호대상이기 때문에 대응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관할 구청에 신고해봐도 사람 몇 명이 뜰채를 들고 덤비는 게 고작이어서, 사나워진 유기견을 포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한 전문 동물구조가는 "산에서 네발 달린 짐승을 잡는다는 건, 두 발 달린 사람으로서는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마취 말고는 산속에 사는 유기견을 잡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마약류관리법이 강화돼 동물 포획에 사용되던 마취약 사용이 금지되고, 그렇다고 유기견이 마취총을 쏠 수 있는 멧돼지나 들고양이처럼 '유해동물'로 지정된 것도 아니어서 그야말로 속수무책입니다.


■ 야생생물법상 '유해동물'지정해야 vs 동물보호법 내 포획방법 정비해야

유기견 관리의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사나워진 유기견 문제를 통감하면서도, 포획 등을 하기 위해서는 환경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현행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해주면 멧돼지나 들고양이처럼 마취총을 이용한 포획이 가능해진다는 겁니다.

제24조(야생화된 동물의 관리)
① 환경부장관은 버려지거나 달아나 야생화(野生化)된 가축이나 반려동물로 인하여 야생동물의 질병 감염이나 생물다양성의 감소 등 생태계 교란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그 가축이나 반려동물을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ㆍ고시하고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② 환경부장관은 야생화된 동물로 인한 생태계의 교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하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야생화된 동물의 포획 등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환경부 의견은 다릅니다.

환경부는 개는 기본적으로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에 해당되고, 축산법상 가축에 해당된다고 말합니다.
또 농림축산식품부 내에는 유기견을 관리할 수 있는 관련 부서와 관련 법령이 빼곡해 포획 관리 등의 법령만 추가하면 문제를 해소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 관련 부처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시민들의 피해만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 미안하다..생각해보니 너희한테 책임을 묻기에는... ㅠㅠ아! 미안하다..생각해보니 너희한테 책임을 묻기에는... ㅠㅠ

■ 모든 원인은 '사람'에게?... 유기견은 '죄가 없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무리 맹수처럼 변한 유기견이라고 해도 그들의 잘못은 없어 보입니다. 반려동물을 무책임하게 버려서 결국 사나운 유기견이 되도록 한 것은 '사람'... 이들이 사나운 유기견으로 변한 데는 사람의 잘못이 가장 큽니다.

유기견들의 안전한 포획을 위해 두 부처의 빠른 합의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반려견들이 무심코 버려져 유기견이 되고, 또 사나워져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점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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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닭 물어죽인 사나운 유기견…어째야 하나요?”
    • 입력 2021-06-16 07:00:35
    취재K
닭장 헤집는 ‘맹수화 유기견’에 아끼는 닭 수십 마리를 잃은 신종록 씨.
■ 피해 농민 "닭장 헤집는 맹수 같은 유기견"... 한숨만

대전시 유성구의 한 외곽지에서 고추와 감자 등의 농사를 짓고 있는 신종록 씨. 밭 한편에 아담한 닭장을 차려놓고, 토종닭 등을 키우는 일을 또다른 낙으로 삼아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신 씨는 생각지도 못한 끔찍한 장면을 마주하게 됩니다. 어디선가 나타난 유기견 3마리가 닭장 안에 들어가 닭 수십 마리를 처참하게 물어 죽인 겁니다.

시베리안 허스키 등 대형견인 이들은 신 씨가 소방서와 관할 구청 등에 신고한 사이, 닭장을 빠져나와 산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그물망을 철사로 꿰매고 통나무를 둘러봤지만, 이들 유기견들은 계속 나타났고, 결국 닭장을 드나드는 불편을 감수하고 아예 철조망을 둘러 쳐버렸습니다.

유기견 포획에 사용하는 뜰채와 포획틀, 산속에 사는 맹수화 유기견에게는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깝다.
■ '동물학대' 굴레에 속수무책

분한 마음에 직접 잡아볼까 생각도 했지만, 아무리 사나운 유기견이라도 개는 '동물보호법'상 보호대상이기 때문에 대응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관할 구청에 신고해봐도 사람 몇 명이 뜰채를 들고 덤비는 게 고작이어서, 사나워진 유기견을 포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한 전문 동물구조가는 "산에서 네발 달린 짐승을 잡는다는 건, 두 발 달린 사람으로서는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마취 말고는 산속에 사는 유기견을 잡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마약류관리법이 강화돼 동물 포획에 사용되던 마취약 사용이 금지되고, 그렇다고 유기견이 마취총을 쏠 수 있는 멧돼지나 들고양이처럼 '유해동물'로 지정된 것도 아니어서 그야말로 속수무책입니다.


■ 야생생물법상 '유해동물'지정해야 vs 동물보호법 내 포획방법 정비해야

유기견 관리의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사나워진 유기견 문제를 통감하면서도, 포획 등을 하기 위해서는 환경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현행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해주면 멧돼지나 들고양이처럼 마취총을 이용한 포획이 가능해진다는 겁니다.

제24조(야생화된 동물의 관리)
① 환경부장관은 버려지거나 달아나 야생화(野生化)된 가축이나 반려동물로 인하여 야생동물의 질병 감염이나 생물다양성의 감소 등 생태계 교란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그 가축이나 반려동물을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ㆍ고시하고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② 환경부장관은 야생화된 동물로 인한 생태계의 교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하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야생화된 동물의 포획 등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환경부 의견은 다릅니다.

환경부는 개는 기본적으로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에 해당되고, 축산법상 가축에 해당된다고 말합니다.
또 농림축산식품부 내에는 유기견을 관리할 수 있는 관련 부서와 관련 법령이 빼곡해 포획 관리 등의 법령만 추가하면 문제를 해소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 관련 부처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시민들의 피해만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 미안하다..생각해보니 너희한테 책임을 묻기에는... ㅠㅠ
■ 모든 원인은 '사람'에게?... 유기견은 '죄가 없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무리 맹수처럼 변한 유기견이라고 해도 그들의 잘못은 없어 보입니다. 반려동물을 무책임하게 버려서 결국 사나운 유기견이 되도록 한 것은 '사람'... 이들이 사나운 유기견으로 변한 데는 사람의 잘못이 가장 큽니다.

유기견들의 안전한 포획을 위해 두 부처의 빠른 합의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반려견들이 무심코 버려져 유기견이 되고, 또 사나워져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점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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