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말기 관피아 부활?…세월호 참사 잊었나?

입력 2021.06.16 (11:15) 수정 2021.06.1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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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아 부활 ?...올해 임명된 기관장 4명 중 3명이 해수부 출신

해양수산부 산하 16개 공공기관 가운데 12곳 기관장이 올해 교체 대상입니다. 이미 교체된 4곳 가운데 이사장 3명이 해수부 관료 출신입니다.

올해 1월,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해양조사원 출신 황준 前 과장이 해양조사협회 이사장을 차지한 이후 3월에는 해양환경공단 이사장직에 한기준 前 해양수산부 기조실장이 임명됐고, 지난달에는 한국어촌어항공단 이사장직에 직전까지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을 지낸 박경철 前 청장이 자리를 꿰찼습니다. 한국해양환경안전공단 이사장에는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김경석 교수가 지난달 임명됐습니다.

김양수 (좌) 해양수산부 前 차관과 강준석(우) 해양수산부 前 차관김양수 (좌) 해양수산부 前 차관과 강준석(우) 해양수산부 前 차관

■ 前 해양수산부 차관 출신 2명 산하 기관장 응모 또는 준비 중

해운 금융 업무를 하는 자산 규모 8조 원 상당의 한국해양진흥공사에는 지난해 8월까지 해양수산부 차관을 지낸 김양수 씨가 응모했습니다. 면접까지 통과하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가능 심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취업 심사 대상 기관인 부산항만공사 새 사장 응모에는 강준석 前 해수부 차관이 준비 중입니다. 관료 생활 대부분을 수산 분야에서 일했고,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부산 남구 갑에 여당 후보로 출마해 낙하산 논란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대해 박신호 부산항만공사 노조위원장은 "부산항만공사 출범한 지 17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해수부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해수부 지시를 받는 부동산임대업자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또다시 해수부 관료가 사장으로 내정된다면 그건 공사 임직원을 무사히는 처사고, 우리 노조는 필사적으로 반대하고 저항할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박인호 부산항발전협의회 대표도 "더는 해수부 퇴직 관료가 부산의 공공기관에 와서는 안 된다 하는 게 대개 부산시민들 생각이고, 이렇게 한다면 정말 부산시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다."라고 강조했습니다.


■ 세월호 참사 재발 막자고 만든 공직자 윤리법 17조 개정안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게 해피아입니다. 해양수산부 관료와 마피아를 합친 합성어입니다. 해수부 관료 출신들이 산하 관계 기관 보직을 독식하면서 봐주기식 일 처리로 감시·감독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 해, 퇴직 공무원의 취업 제한 대상을 시장형 공기업과 안전 감독, 인허가 규제, 조달 관련 공직 유관단체까지 확대하고, 취업 제한 기간도 퇴직 후 2년에서 3년으로 늘렸습니다. 특히 2급 이상 공무원 등 고위공직자에 대해서는 업무 관련성의 범위를 퇴직 전 5년간 소속된 기관 업무로 확대하여 해석하게 했습니다. 이 개정안대로면 고위직일수록 산하 기관이나 유관단체에 취업하기가 어렵습니다.

2014년 당시 공직자 윤리법 개정 이유에는 "퇴직 공직자의 취업 제한과 업무 취급 제한을 강화함으로써 민관 유착의 부작용을 방지하고, 공무 수행의 공정성을 제고 하고자 한 것이다."라고 명시했습니다.


■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결과 공직자 윤리법 강화안 무색케 해...10명 중 8명은 취업 승인

2014년 공직자 윤리법 개정 당시 공직자윤리위원회가 퇴직 공직자의 취업 심사 결과를 공개하게 했습니다. 또 인사혁신처에서는 해마다 취업대상 심사기관을 고시하고 있습니다. 최근 고시한 퇴직 공직자 취업심사 대상 공직유관단체는 전체 공직유관단체의 15%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간의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취업을 제한하거나 승인하지 않은 건수는 전체 1,094건 가운데 197건에 불과했습니다. 제한이 167건, 불승인은 고작 30건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취업가능 판정은 728건, 승인은 169건에 달했습니다. 결국 심사대상자 가운데 82%는 심사를 통과해 무난히 취업한 겁니다. 공직자 윤리법 강화안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봐도 무방한 결과입니다.

이 때문에 관피아를 막기 위해서 취업제한 기관 수를 더 늘리고, 예외 기준을 더 엄격히 해 심사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 법은 제한 기간 3년, 정부 지침은 6개월?...정부가 앞장서 법 무시하고 관피아 부활?

2018년 3월 기획재정부는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에 관한 지침]을 만들었습니다. 이 지침 제45조에는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장이 퇴직공무원을 임원에 임명하고자 하는 경우, 퇴직일로부터 6개월 이상 경과한 이후 임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돼 있습니다. 공직자 윤리법 17조는 퇴직 후 3년 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보다 훨씬 느슨하게 만든 겁니다.

게다가 이 지침에는 예외조항까지 두고 있습니다. '공개 모집 등 경쟁 방식에 의하여 선임되는 경우, 정부 업무의 이관·위탁 업무, 기관 업무 특성 등으로 해당 분야 퇴직 공무원을 선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는 예외로 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즉 6개월 원칙조차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사실상 유관 부처 공무원을 임원으로 뽑으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유관 관 취업 제한 기간을 3년으로 늘리고 업무 제한을 강화한 공직자 윤리법 17조와 상충되는 모양새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세월호 같은 참사를 막겠다고 만들어 놓은 법을 현 정부에서 지침까지 만들어 무시하고, 관피아를 부활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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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권 말기 관피아 부활?…세월호 참사 잊었나?
    • 입력 2021-06-16 11:15:11
    • 수정2021-06-16 11:19:42
    취재K

■ 해피아 부활 ?...올해 임명된 기관장 4명 중 3명이 해수부 출신

해양수산부 산하 16개 공공기관 가운데 12곳 기관장이 올해 교체 대상입니다. 이미 교체된 4곳 가운데 이사장 3명이 해수부 관료 출신입니다.

올해 1월,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해양조사원 출신 황준 前 과장이 해양조사협회 이사장을 차지한 이후 3월에는 해양환경공단 이사장직에 한기준 前 해양수산부 기조실장이 임명됐고, 지난달에는 한국어촌어항공단 이사장직에 직전까지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을 지낸 박경철 前 청장이 자리를 꿰찼습니다. 한국해양환경안전공단 이사장에는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김경석 교수가 지난달 임명됐습니다.

김양수 (좌) 해양수산부 前 차관과 강준석(우) 해양수산부 前 차관
■ 前 해양수산부 차관 출신 2명 산하 기관장 응모 또는 준비 중

해운 금융 업무를 하는 자산 규모 8조 원 상당의 한국해양진흥공사에는 지난해 8월까지 해양수산부 차관을 지낸 김양수 씨가 응모했습니다. 면접까지 통과하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가능 심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취업 심사 대상 기관인 부산항만공사 새 사장 응모에는 강준석 前 해수부 차관이 준비 중입니다. 관료 생활 대부분을 수산 분야에서 일했고,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부산 남구 갑에 여당 후보로 출마해 낙하산 논란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대해 박신호 부산항만공사 노조위원장은 "부산항만공사 출범한 지 17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해수부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해수부 지시를 받는 부동산임대업자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또다시 해수부 관료가 사장으로 내정된다면 그건 공사 임직원을 무사히는 처사고, 우리 노조는 필사적으로 반대하고 저항할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박인호 부산항발전협의회 대표도 "더는 해수부 퇴직 관료가 부산의 공공기관에 와서는 안 된다 하는 게 대개 부산시민들 생각이고, 이렇게 한다면 정말 부산시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다."라고 강조했습니다.


■ 세월호 참사 재발 막자고 만든 공직자 윤리법 17조 개정안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게 해피아입니다. 해양수산부 관료와 마피아를 합친 합성어입니다. 해수부 관료 출신들이 산하 관계 기관 보직을 독식하면서 봐주기식 일 처리로 감시·감독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 해, 퇴직 공무원의 취업 제한 대상을 시장형 공기업과 안전 감독, 인허가 규제, 조달 관련 공직 유관단체까지 확대하고, 취업 제한 기간도 퇴직 후 2년에서 3년으로 늘렸습니다. 특히 2급 이상 공무원 등 고위공직자에 대해서는 업무 관련성의 범위를 퇴직 전 5년간 소속된 기관 업무로 확대하여 해석하게 했습니다. 이 개정안대로면 고위직일수록 산하 기관이나 유관단체에 취업하기가 어렵습니다.

2014년 당시 공직자 윤리법 개정 이유에는 "퇴직 공직자의 취업 제한과 업무 취급 제한을 강화함으로써 민관 유착의 부작용을 방지하고, 공무 수행의 공정성을 제고 하고자 한 것이다."라고 명시했습니다.


■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결과 공직자 윤리법 강화안 무색케 해...10명 중 8명은 취업 승인

2014년 공직자 윤리법 개정 당시 공직자윤리위원회가 퇴직 공직자의 취업 심사 결과를 공개하게 했습니다. 또 인사혁신처에서는 해마다 취업대상 심사기관을 고시하고 있습니다. 최근 고시한 퇴직 공직자 취업심사 대상 공직유관단체는 전체 공직유관단체의 15%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간의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취업을 제한하거나 승인하지 않은 건수는 전체 1,094건 가운데 197건에 불과했습니다. 제한이 167건, 불승인은 고작 30건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취업가능 판정은 728건, 승인은 169건에 달했습니다. 결국 심사대상자 가운데 82%는 심사를 통과해 무난히 취업한 겁니다. 공직자 윤리법 강화안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봐도 무방한 결과입니다.

이 때문에 관피아를 막기 위해서 취업제한 기관 수를 더 늘리고, 예외 기준을 더 엄격히 해 심사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 법은 제한 기간 3년, 정부 지침은 6개월?...정부가 앞장서 법 무시하고 관피아 부활?

2018년 3월 기획재정부는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에 관한 지침]을 만들었습니다. 이 지침 제45조에는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장이 퇴직공무원을 임원에 임명하고자 하는 경우, 퇴직일로부터 6개월 이상 경과한 이후 임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돼 있습니다. 공직자 윤리법 17조는 퇴직 후 3년 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보다 훨씬 느슨하게 만든 겁니다.

게다가 이 지침에는 예외조항까지 두고 있습니다. '공개 모집 등 경쟁 방식에 의하여 선임되는 경우, 정부 업무의 이관·위탁 업무, 기관 업무 특성 등으로 해당 분야 퇴직 공무원을 선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는 예외로 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즉 6개월 원칙조차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사실상 유관 부처 공무원을 임원으로 뽑으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유관 관 취업 제한 기간을 3년으로 늘리고 업무 제한을 강화한 공직자 윤리법 17조와 상충되는 모양새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세월호 같은 참사를 막겠다고 만들어 놓은 법을 현 정부에서 지침까지 만들어 무시하고, 관피아를 부활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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