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끊이지 않는 학폭…피해자에게 해선 안될 말 3가지

입력 2021.06.16 (17:02) 수정 2021.09.0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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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 인터뷰

-20년간 학폭 피해자 치료한 정신과 전문의
-10대, 정서발달·자존감 형성되는 취약시기
-PTSD·우울·공황 등 후유증 평생 갈 수도
-“아무도 날 도와주지 않아” 성인기에도 무기력
-자책하는 피해자에게 ‘네 탓 아냐’ 말해줘야
-가해 이유 1위는 ‘장난’…피해자 고통 이해 못 해



■ 프로그램 : KBS NEWS D LIVE
■ 방송시간 : 6월 16일(수) 10:00~12:00 KB
S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
■ 진행 : 신지혜·조혜진 기자
■ 연결 :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정신과 전문의)


신지혜> 이어서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임명호 교수님 나와 있습니다. 임명호 교수님은 정신과 전문의예요. 지금은 심리학과에 재직하시면서 학교폭력 피해자들을 많이 만나보셨다고 합니다. 질문 드려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임명호> 네. 안녕하세요.

신지혜> 네. 교수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학교폭력 피해자들을 다수 진료하셨는데 일단은 주로 어떤 증상이나 질병을 호소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또 이게 성인기까지 영향을 미치는지도 궁금한데요.

임명호> 학교폭력에서 제일 많이 나타나는 증상은 이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PTSD)고 볼 수가 있는데요. 임상에서 제일 많은 PTSD 설명을 좀 드리자면, 괴롭힘을 당한 장면들이 계속적으로 떠오르는 것입니다. 꿈에서도 나오고 심하면 낮에 이렇게 막 환시, 플래시백처럼 나타나기도 하고요.

신지혜> 아이고.

임명호> 그렇게 되면 괴롭힘을 당했던 장소 근처에도 가지 않게 되고 피할 뿐만 아니라. 동창, 친구들도 피하게 됩니다. 이런 증상들이 계속 있으면 나중에 성인이 돼도 자존감도 떨어지고 대인 기피증이라든지 공황장애, 우울증, 더 심각하면 피해망상 같은 증상도 나타나게 됩니다. 제일 걱정이 되는 거는 자살시도인데요. 어떤 연구를 보면 학폭 피해자 중에서 12% 정도가 자살시도에 이르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보고가 있습니다.

신지혜> 12%요? 굉장히 높은 수치인데.

임명호> 사실 학폭 이후에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이 너무 심각하고 또 오랫동안 치료가 안 되니까, 의사 입장에서 이거 혹시 꾀병이 아닌가? 이렇게 의심한 적도 있어요. 치료를 열심히 해도 증상이 안 좋아지고 5년, 10년, 계속 더 심해지고 환자는 점점 더 동굴처럼 집안에서만 지내다가 사회생활도 포기하고 자살시도까지 이르는 경우를 종종 보거든요. 저는 (학교)폭력 후유증으로 한 사람 파탄에 이를 수도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신지혜> 치료 기간이 굉장히 길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렇게 후유증이 오래 이어지는 이유가 뭘까요? 성인기에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도 굉장히 좀 드문 것 같거든요. 그냥 억지로 참을 수는 있어도 그게 저절로 치유되지는 좀 않는 것 같아요.

임명호> 맞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은 자연스럽게 극복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거의 절반 이상은 여러 가지 증상이나 질병으로 진행이 되는데요. 저희가 판단하기로는 한 6개월 정도 이상이 되면 만성이라고 봅니다. 10년, 20년 등 지속적인 후유증을 보이는 경우도 왕왕 봤습니다.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하나는 지금 이 시기가 가장 취약한 시기 가장 힘든 시기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게 좀 굉장히 혹독한 고통이에요. 이 트라우마가. 그런 부분들을 말씀을 좀 드리려고 합니다.

신지혜> 네.

임명호> 첫 번째로 학폭은 주로 초등학교 때부터 나타나고, 가장 많은 경우가 초등 4~6학년에서 중학생입니다. 이때가 의학적으로는 신체발달 그리고 뇌 발달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시기고요. 심리적으로 볼 때는 이 시기가 정서적으로 안정감 그리고 자존감이 발달을 하는 시기예요. 그런데 이 시기에 친구들 그러니까 가장 믿었던 가장 믿었던 친구들로부터 폭력을 당하는 거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수치심이나 배신감이 정말 큽니다. 또 이제 하나 더 특성을 말씀을 드리자면 이 학폭 피해자들이 '학습된 무력감'이라고 하는 심리적 증상을 갖게 됩니다. 아기 야생코끼리를 말뚝에 묶어두면 벗어나려고 시도하다가 안 되니까 아예 시도를 안 하게 됩니다. 어른 코끼리가 되어도 벗어나려고 노력을 안 한다는 거죠. 취약한 시기인 어릴 때 학폭을 당하면 학습된 무기력이 생기게 되고 그러면 이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렇게 생각을 한다고 해요. "폭력을 당했을 때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잖아. 그러니까 앞으로도 나를 도와주지 않을 거야." 이렇게 이제 체념을 하고 포기를 한다고 합니다.

신지혜> 그러니까 세상에 대한 혹은 사람에 대한 불신이 굉장히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네요.

임명호> 그렇습니다.

자료 출처 : 교육부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2021)자료 출처 : 교육부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2021)

신지혜> 그러면 이렇게 치료를 통해서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어쨌든 이 후유증을 많이 극복을 하는지, 내 아이가 학폭을 당했다면 치료 기간을 적어도 어느 정도로 잡아야 되는지도 좀 궁금한데요.

임명호> 제 임상경험으로 보면 그 치료를 받는 경우랑 안 받는 경우가 예후가 엄청 다르거든요. 뭐 개개인마다 다 다르지만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그래도 70~80% 정도는 회복이 된다. 그리고 치료 기간은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6개월 이상은 받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신지혜> 6개월 정도로 기간을 두고 장기 치료를 해야 될 정도로 학교폭력이 피해자에게 남기는 상처가 굉장히 크다고 하셨는데 정신과 치료를 거부하거나 혹은 부모님께서 그 치료 필요성을 좀 못 느끼시는 경우도 있나요?

임명호> 있죠. 많아요. 많아요.

신지혜> 아무래도 아직은 인식이 또 뭐. 아휴, 그 정도는 이겨내. 이럴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임명호> 그럼요. 네. 맞습니다. 맞습니다. '정신과 문해력'이라고 하는데요. 최근 결과를 보더라도 많은 부모님들이 이게 우리 아이가 정신과 치료받아야 될만큼 심각한가? 이렇게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고요. 여전히 이제 정신과 치료에 대한 낙인효과가 있어요. 최근에 제가 이제 한 3년 전부터 교육청마다 이렇게 학교폭력 피해자를 학교로 직접 정신과 의사가 찾아가서 만나는 사업이 있어요. 제가 학교에 가보면 아직도 정신과 치료 싫어하고요. 의사 만나기 꺼려하는 경우가 많아요.

신지혜> 교수님, 이제 실제 당사자가 됐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를 좀 여쭤보고 싶은데요. 내 아이가 학교폭력 피해자라는 거를 알게 됐을 때 가장 먼저 해줘야 될 말이 뭘지, 반대로 이 얘기만은 절대 하지 말아야 된다는 말이 있다면 뭐일지 궁금합니다.

임명호> 굉장히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러니까 해야 할 말에 대해서 먼저 말씀을 좀 드리겠습니다. '굿 윌 헌팅'이라고 하는 유명한 영화가 있습니다. 거기 보면 심리 전문가가 실연당한 주인공한테 하는 말이 있어요. "너의 탓이 아니야. 너의 잘못이 아니야." 저는 이게 굉장히 중요한 말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많은 아이들이 자책을 해요. 그래서 너의 탓이 아니야.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렇게 얘기를 했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그다음에 이제 우리가 정말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얘기죠. 우리는 너에게 관심을 주지 못해서 미안해. 너를 사랑해주고 관심을 주는 사람이 있어. 이렇게 좀 이야기를 꼭 해줬으면 좋겠고요.

신지혜> 예.



임명호> 하지 말아야 할 말도 뭐 비슷합니다마는 이런 얘기는 좀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네가 똑바로 못해서 이렇게 된 게 아닐까?" 그리고 또 두 번째는 너 의지로 극복할 수 있어. 해서는 안 되고요. 또 셋째로 이것도 굉장히 중요한데 조금만 참아봐. 이게 폭력이라고 하는 건 내성이 있기 때문에요. 참으면 안 돼요. 참을수록 점점 가해자는 공격성이 심해집니다. 그래서 참으시면 안 돼요. 그러니까 이런 이야기들도 하시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신지혜> 그렇군요. 그러면 반대로 가해 학생도 만나보셨을 것 같아요. 그 가해 학생에게는 어떤 조치를 좀 해야 되는 거예요?

임명호> 가해 학생들을 이제 많이 보고 있죠. 그런데 정말 대부분이 그렇게 이야기를 해요. 장난처럼 한 거다.
네. 대부분이 그렇게 얘기를 해요. 2020년 학교폭력 아까 실태조사를 보면 가장 많은 가해 이유, 28% 정도가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입니다. 그리고 그다음이 화풀이나 스트레스 때문에. 말하자면 이제 스트레스 푸는 거죠. 친구들한테. 그리고 또 강해 보이려고도 있습니다. 강해 보이려고. 이거는 이제 뭐 그냥 우월감을 얻으려고 하는 거죠. 이런 연구도 있다고 해요. 이제 가해자들한테 피해자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비디오로 보여주면 전혀 공감을 못한다라고 합니다. 거의 뭐 100%. 그래서 이 피해자들이 얼마나 좀 힘들어하고 있는지 이거를 좀 교육하고 공감하는 훈련, 교육이 정말 필요합니다.

신지혜> 피해 학생이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잖아요. 이런 경우는 좀 복합적일 거거든요. 피해에 대한 상처도 있는데 가해를 하면서 본인이 그거를 좀 해소해보려고 하는 그런 심리도 있는 것 같은데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결을 해야 되나요?

임명호> 그런 혼합형이 있는데요. 절반 정도가 과거에 피해자였던 경우가 있습니다. 가해자의 절반이 피해자로부터 시작을 하게 되죠. 그러니까 피해자였을 때 적극적으로 중재를 하고 치료를 해야 됩니다. 그렇게 되면 말하자면 2차적인 폭력을 예방하는 가장 큰 효과가 있겠죠.

신지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을 해 주셨어요. 요즘에 유명인한테 피해를 당했다고 폭로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잖아요. 그래서 지금 연예계가 학폭 미투로 아주 시끄러운데 그렇게 용기를 뒤늦게 낼 수 있게 되는 원인, 이유는 좀 뭘까요?

임명호> 이제 연예인 방송 매체에서 자주 등장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보면 이제 피해자가 자주 보기 때문에 노출효과라고 하죠. 그래서 자꾸 볼 때마다 과거 상처를 떠올리게 되니까 더 힘들어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저는 이제 요즘 공정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나 괴롭힌 사람이 아주 잘 먹고 잘살아요. 그리고 또 대중의 사랑도 받아요. 그러면 이건 공정하지 않죠. 정말 공정하지 않다라고 생각하니까 이분들이 이제 분노를 하시는 거고 그런 쪽에서 본인의 어떤 상처를 드러내시는 거니까 저는 이분들이 굉장히 용기가 엄청 용기를 내시는 분들이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신지혜 그런 거죠. 그렇군요.

임명호> 사실 한 번 용기를 다시 내는 거는 이제 다시 또 외상을 노출하는 거거든요. 그걸 감수를 하고 폭로를 하시는 거니까 정말 용기 있는 분들이다. 이렇게 또 폭로를 하면 본인의 감정, 분노 또는 서운함이든 이런 것들이 좀 정화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저는 권해드리고 싶어요.

신지혜> 마지막으로 지금 이 시간 학교폭력 피해를 보고 있는 학생도 있을 수 있고 과거 상처를 그냥 묻고 참고 사는 어른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분들에게 해 주실 말씀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임명호> 앞서 말씀드린 내용을 조금 더 강조를 하고 싶은데요. 어린 나이에 피해를 입기 때문에 알 수 없는 죄책감이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잘못해서 이런 일이 생겼나?' 이렇게 생각을 할 수가 있어요. 일종의 가스라이팅인데요. 그래서 죄책감을 좀 덜어내기 위해서, 제가 생각하는 거는, 좀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런 것들이 저는 도움이 된다라고 생각을 하고요. 본인에게 뭐든지 좀 위로하는 취미 생활이 좀 있었으면 좋겠어요.

신지혜> '소확행' 같은 게 좀 중요한가 보네요.

임명호> 그렇죠. 네. 그러니까 뭐 동영상이든 음악이든 먹방이든... 본인이 위로를 받으면서 '내가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구나.' 이런 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일들을 하면 좋겠습니다.

신지혜> 그렇군요. 외부에 도움도 청해야 하고 나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도 찾아봐야겠습니다. 교수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조언을 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임명호> 네.

신지혜> 지금까지 단국대에서 학교폭력 피해자 치료를 하고 있는 임명호 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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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끊이지 않는 학폭…피해자에게 해선 안될 말 3가지
    • 입력 2021-06-16 17:02:53
    • 수정2021-09-09 10: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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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 인터뷰</strong><br /><br />-20년간 학폭 피해자 치료한 정신과 전문의<br />-10대, 정서발달·자존감 형성되는 취약시기<br />-PTSD·우울·공황 등 후유증 평생 갈 수도<br />-“아무도 날 도와주지 않아” 성인기에도 무기력<br />-자책하는 피해자에게 ‘네 탓 아냐’ 말해줘야<br />-가해 이유 1위는 ‘장난’…피해자 고통 이해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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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신지혜·조혜진 기자
■ 연결 :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정신과 전문의)


신지혜> 이어서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임명호 교수님 나와 있습니다. 임명호 교수님은 정신과 전문의예요. 지금은 심리학과에 재직하시면서 학교폭력 피해자들을 많이 만나보셨다고 합니다. 질문 드려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임명호> 네. 안녕하세요.

신지혜> 네. 교수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학교폭력 피해자들을 다수 진료하셨는데 일단은 주로 어떤 증상이나 질병을 호소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또 이게 성인기까지 영향을 미치는지도 궁금한데요.

임명호> 학교폭력에서 제일 많이 나타나는 증상은 이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PTSD)고 볼 수가 있는데요. 임상에서 제일 많은 PTSD 설명을 좀 드리자면, 괴롭힘을 당한 장면들이 계속적으로 떠오르는 것입니다. 꿈에서도 나오고 심하면 낮에 이렇게 막 환시, 플래시백처럼 나타나기도 하고요.

신지혜> 아이고.

임명호> 그렇게 되면 괴롭힘을 당했던 장소 근처에도 가지 않게 되고 피할 뿐만 아니라. 동창, 친구들도 피하게 됩니다. 이런 증상들이 계속 있으면 나중에 성인이 돼도 자존감도 떨어지고 대인 기피증이라든지 공황장애, 우울증, 더 심각하면 피해망상 같은 증상도 나타나게 됩니다. 제일 걱정이 되는 거는 자살시도인데요. 어떤 연구를 보면 학폭 피해자 중에서 12% 정도가 자살시도에 이르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보고가 있습니다.

신지혜> 12%요? 굉장히 높은 수치인데.

임명호> 사실 학폭 이후에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이 너무 심각하고 또 오랫동안 치료가 안 되니까, 의사 입장에서 이거 혹시 꾀병이 아닌가? 이렇게 의심한 적도 있어요. 치료를 열심히 해도 증상이 안 좋아지고 5년, 10년, 계속 더 심해지고 환자는 점점 더 동굴처럼 집안에서만 지내다가 사회생활도 포기하고 자살시도까지 이르는 경우를 종종 보거든요. 저는 (학교)폭력 후유증으로 한 사람 파탄에 이를 수도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신지혜> 치료 기간이 굉장히 길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렇게 후유증이 오래 이어지는 이유가 뭘까요? 성인기에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도 굉장히 좀 드문 것 같거든요. 그냥 억지로 참을 수는 있어도 그게 저절로 치유되지는 좀 않는 것 같아요.

임명호> 맞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은 자연스럽게 극복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거의 절반 이상은 여러 가지 증상이나 질병으로 진행이 되는데요. 저희가 판단하기로는 한 6개월 정도 이상이 되면 만성이라고 봅니다. 10년, 20년 등 지속적인 후유증을 보이는 경우도 왕왕 봤습니다.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하나는 지금 이 시기가 가장 취약한 시기 가장 힘든 시기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게 좀 굉장히 혹독한 고통이에요. 이 트라우마가. 그런 부분들을 말씀을 좀 드리려고 합니다.

신지혜> 네.

임명호> 첫 번째로 학폭은 주로 초등학교 때부터 나타나고, 가장 많은 경우가 초등 4~6학년에서 중학생입니다. 이때가 의학적으로는 신체발달 그리고 뇌 발달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시기고요. 심리적으로 볼 때는 이 시기가 정서적으로 안정감 그리고 자존감이 발달을 하는 시기예요. 그런데 이 시기에 친구들 그러니까 가장 믿었던 가장 믿었던 친구들로부터 폭력을 당하는 거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수치심이나 배신감이 정말 큽니다. 또 이제 하나 더 특성을 말씀을 드리자면 이 학폭 피해자들이 '학습된 무력감'이라고 하는 심리적 증상을 갖게 됩니다. 아기 야생코끼리를 말뚝에 묶어두면 벗어나려고 시도하다가 안 되니까 아예 시도를 안 하게 됩니다. 어른 코끼리가 되어도 벗어나려고 노력을 안 한다는 거죠. 취약한 시기인 어릴 때 학폭을 당하면 학습된 무기력이 생기게 되고 그러면 이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렇게 생각을 한다고 해요. "폭력을 당했을 때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잖아. 그러니까 앞으로도 나를 도와주지 않을 거야." 이렇게 이제 체념을 하고 포기를 한다고 합니다.

신지혜> 그러니까 세상에 대한 혹은 사람에 대한 불신이 굉장히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네요.

임명호> 그렇습니다.

자료 출처 : 교육부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2021)
신지혜> 그러면 이렇게 치료를 통해서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어쨌든 이 후유증을 많이 극복을 하는지, 내 아이가 학폭을 당했다면 치료 기간을 적어도 어느 정도로 잡아야 되는지도 좀 궁금한데요.

임명호> 제 임상경험으로 보면 그 치료를 받는 경우랑 안 받는 경우가 예후가 엄청 다르거든요. 뭐 개개인마다 다 다르지만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그래도 70~80% 정도는 회복이 된다. 그리고 치료 기간은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6개월 이상은 받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신지혜> 6개월 정도로 기간을 두고 장기 치료를 해야 될 정도로 학교폭력이 피해자에게 남기는 상처가 굉장히 크다고 하셨는데 정신과 치료를 거부하거나 혹은 부모님께서 그 치료 필요성을 좀 못 느끼시는 경우도 있나요?

임명호> 있죠. 많아요. 많아요.

신지혜> 아무래도 아직은 인식이 또 뭐. 아휴, 그 정도는 이겨내. 이럴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임명호> 그럼요. 네. 맞습니다. 맞습니다. '정신과 문해력'이라고 하는데요. 최근 결과를 보더라도 많은 부모님들이 이게 우리 아이가 정신과 치료받아야 될만큼 심각한가? 이렇게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고요. 여전히 이제 정신과 치료에 대한 낙인효과가 있어요. 최근에 제가 이제 한 3년 전부터 교육청마다 이렇게 학교폭력 피해자를 학교로 직접 정신과 의사가 찾아가서 만나는 사업이 있어요. 제가 학교에 가보면 아직도 정신과 치료 싫어하고요. 의사 만나기 꺼려하는 경우가 많아요.

신지혜> 교수님, 이제 실제 당사자가 됐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를 좀 여쭤보고 싶은데요. 내 아이가 학교폭력 피해자라는 거를 알게 됐을 때 가장 먼저 해줘야 될 말이 뭘지, 반대로 이 얘기만은 절대 하지 말아야 된다는 말이 있다면 뭐일지 궁금합니다.

임명호> 굉장히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러니까 해야 할 말에 대해서 먼저 말씀을 좀 드리겠습니다. '굿 윌 헌팅'이라고 하는 유명한 영화가 있습니다. 거기 보면 심리 전문가가 실연당한 주인공한테 하는 말이 있어요. "너의 탓이 아니야. 너의 잘못이 아니야." 저는 이게 굉장히 중요한 말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많은 아이들이 자책을 해요. 그래서 너의 탓이 아니야.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렇게 얘기를 했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그다음에 이제 우리가 정말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얘기죠. 우리는 너에게 관심을 주지 못해서 미안해. 너를 사랑해주고 관심을 주는 사람이 있어. 이렇게 좀 이야기를 꼭 해줬으면 좋겠고요.

신지혜> 예.



임명호> 하지 말아야 할 말도 뭐 비슷합니다마는 이런 얘기는 좀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네가 똑바로 못해서 이렇게 된 게 아닐까?" 그리고 또 두 번째는 너 의지로 극복할 수 있어. 해서는 안 되고요. 또 셋째로 이것도 굉장히 중요한데 조금만 참아봐. 이게 폭력이라고 하는 건 내성이 있기 때문에요. 참으면 안 돼요. 참을수록 점점 가해자는 공격성이 심해집니다. 그래서 참으시면 안 돼요. 그러니까 이런 이야기들도 하시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신지혜> 그렇군요. 그러면 반대로 가해 학생도 만나보셨을 것 같아요. 그 가해 학생에게는 어떤 조치를 좀 해야 되는 거예요?

임명호> 가해 학생들을 이제 많이 보고 있죠. 그런데 정말 대부분이 그렇게 이야기를 해요. 장난처럼 한 거다.
네. 대부분이 그렇게 얘기를 해요. 2020년 학교폭력 아까 실태조사를 보면 가장 많은 가해 이유, 28% 정도가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입니다. 그리고 그다음이 화풀이나 스트레스 때문에. 말하자면 이제 스트레스 푸는 거죠. 친구들한테. 그리고 또 강해 보이려고도 있습니다. 강해 보이려고. 이거는 이제 뭐 그냥 우월감을 얻으려고 하는 거죠. 이런 연구도 있다고 해요. 이제 가해자들한테 피해자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비디오로 보여주면 전혀 공감을 못한다라고 합니다. 거의 뭐 100%. 그래서 이 피해자들이 얼마나 좀 힘들어하고 있는지 이거를 좀 교육하고 공감하는 훈련, 교육이 정말 필요합니다.

신지혜> 피해 학생이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잖아요. 이런 경우는 좀 복합적일 거거든요. 피해에 대한 상처도 있는데 가해를 하면서 본인이 그거를 좀 해소해보려고 하는 그런 심리도 있는 것 같은데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결을 해야 되나요?

임명호> 그런 혼합형이 있는데요. 절반 정도가 과거에 피해자였던 경우가 있습니다. 가해자의 절반이 피해자로부터 시작을 하게 되죠. 그러니까 피해자였을 때 적극적으로 중재를 하고 치료를 해야 됩니다. 그렇게 되면 말하자면 2차적인 폭력을 예방하는 가장 큰 효과가 있겠죠.

신지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을 해 주셨어요. 요즘에 유명인한테 피해를 당했다고 폭로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잖아요. 그래서 지금 연예계가 학폭 미투로 아주 시끄러운데 그렇게 용기를 뒤늦게 낼 수 있게 되는 원인, 이유는 좀 뭘까요?

임명호> 이제 연예인 방송 매체에서 자주 등장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보면 이제 피해자가 자주 보기 때문에 노출효과라고 하죠. 그래서 자꾸 볼 때마다 과거 상처를 떠올리게 되니까 더 힘들어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저는 이제 요즘 공정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나 괴롭힌 사람이 아주 잘 먹고 잘살아요. 그리고 또 대중의 사랑도 받아요. 그러면 이건 공정하지 않죠. 정말 공정하지 않다라고 생각하니까 이분들이 이제 분노를 하시는 거고 그런 쪽에서 본인의 어떤 상처를 드러내시는 거니까 저는 이분들이 굉장히 용기가 엄청 용기를 내시는 분들이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신지혜 그런 거죠. 그렇군요.

임명호> 사실 한 번 용기를 다시 내는 거는 이제 다시 또 외상을 노출하는 거거든요. 그걸 감수를 하고 폭로를 하시는 거니까 정말 용기 있는 분들이다. 이렇게 또 폭로를 하면 본인의 감정, 분노 또는 서운함이든 이런 것들이 좀 정화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저는 권해드리고 싶어요.

신지혜> 마지막으로 지금 이 시간 학교폭력 피해를 보고 있는 학생도 있을 수 있고 과거 상처를 그냥 묻고 참고 사는 어른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분들에게 해 주실 말씀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임명호> 앞서 말씀드린 내용을 조금 더 강조를 하고 싶은데요. 어린 나이에 피해를 입기 때문에 알 수 없는 죄책감이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잘못해서 이런 일이 생겼나?' 이렇게 생각을 할 수가 있어요. 일종의 가스라이팅인데요. 그래서 죄책감을 좀 덜어내기 위해서, 제가 생각하는 거는, 좀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런 것들이 저는 도움이 된다라고 생각을 하고요. 본인에게 뭐든지 좀 위로하는 취미 생활이 좀 있었으면 좋겠어요.

신지혜> '소확행' 같은 게 좀 중요한가 보네요.

임명호> 그렇죠. 네. 그러니까 뭐 동영상이든 음악이든 먹방이든... 본인이 위로를 받으면서 '내가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구나.' 이런 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일들을 하면 좋겠습니다.

신지혜> 그렇군요. 외부에 도움도 청해야 하고 나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도 찾아봐야겠습니다. 교수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조언을 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임명호> 네.

신지혜> 지금까지 단국대에서 학교폭력 피해자 치료를 하고 있는 임명호 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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