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몰래 집에서 간통…‘주거침입’ 성립할까

입력 2021.06.1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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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자 몰래 집에서 간통…'주거침입' 성립할까

부부 가운데 한 명과 부정 행위를 저지를 목적으로 부부가 사는 집에 들어갔다면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요?

헌법재판소가 2015년 2월 형법상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형법 319조 주거침입죄는 이같은 형태의 간통 행위를 형사 처벌하는 대표적 법 조항이 되었습니다.

3년 이하 징역, 5백만 원 이하 벌금이라는 비교적 약한 처벌 수위에도, 부부 간 신뢰를 깬 간통 행위는 민사 소송에 앞서 형사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법 감정이 투영된 현상입니다.

하지만, 가정 내부의 갈등에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를 놓고 문제 제기가 계속 이어졌고, 최근에는 하급심 판결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에 대법원이 오늘(16일) 관련 사건의 상고심 선고를 앞두고 공개 변론을 열었습니다.


■ 대법원 "주거에 대한 공동 생활자 모두의 평온을 보호해야"

"형법상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주거권이라는 법적 개념이 아니고 사적 생활관계에 있어서의 사실상 주거의 자유와 평온으로서 그 주거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전원이 평온을 누릴 권리가 있다 할 것이나 복수의 주거권자가 있는 경우 한 사람의 승낙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직접ㆍ간접으로 반하는 경우에는 그에 의한 주거에의 출입은 그 의사에 반한 사람의 주거의 평온 즉 주거의 지배ㆍ관리의 평온을 해치는 결과가 되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

(대법원 1984. 6. 26. 선고 83도685 판결)

대법원 판례는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을 '공동생활을 하는 전원이 주거의 자유와 평온을 누릴 권리'라고 제시해왔습니다.

그러면서 한 사람의 출입 승낙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 다른 거주자의 평온을 해치는 결과가 되는 만큼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간통 행위를 저지르기 위해 다른 사람을 몰래 집에 들어오도록 한 것은 배우자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이므로 주거침입죄 처벌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 검찰 "민사상 불법행위 있거나 범죄행위 수반하면 처벌"

대법원 판례에 대해 검찰은 대체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나아가 오늘 공개변론에서는 주거침입 유형을 1) 민사상 불법행위가 있는 경우, 2) 범죄행위가 수반된 경우, 3) 그외의 경우로 세분화할것을 제안했습니다.

1)과 2) 유형의 경우 기존처럼 주거침입죄로 처벌하고 3)은 제외하자는 주장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른바 간통을 위해 집에 들어온 경우는 1) 유형에 따라, 자물쇠 등을 따고 강제로 집에 들어온 경우는 2) 유형에 따라 주거침입죄로 계속 처벌받게 됩니다.

가령, 남편이 아내가 싫어하는 자신의 친구들을 아내가 없을 때 집에 데려온 경우는 1)과 2) 유형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처벌 대상에서 빠지게 됩니다.

이런 검찰 측 의견에 대해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를 국민이 명확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사회 통념과 일반 국민의 추정적 의사로 판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변호인 "가족 내부의 문제…국가 형벌권 자제해야"

하지만, 변호인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변호인들은 궁극적으로 가족 중 한 명이 출입을 승낙했다면, 다른 가족의 출입을 배제하거나 범죄 목적이 아닌 경우에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가족 내부의 갈등은 당사자가 해결해야 한다며, 국가 형벌권은 최후의 수단으로 최대한 자제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헌재가 간통죄를 위헌으로 결정한 취지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배우자의 부정 행위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하는 것은 우회적으로 간통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대법원 올 하반기 중 판결…판례 변경할까?

가족이 공동 생활하는 집은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행복과 사랑이 가득한, 그럼으로써 온전히 내 평안이 유지될 수 있는 공간, 그게 모두가 꿈꾸는 집일 것입니다.

그런 공간에서 내가 결코 찬성할 수 없는 상황이 가족 누군가에 의해 벌어진다는 것은 견디기 힘든 일임에 틀림 없습니다.

하지만, 변호인들의 주장처럼 그런 행위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형사 처벌로 물어야 할 지는 다른 문제일 수 있습니다.

오늘 공개변론을 마친 대법원은 올 하반기 중에 관련 사건에 대해 상고심 선고를 내리게 됩니다.

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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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자 몰래 집에서 간통…‘주거침입’ 성립할까
    • 입력 2021-06-16 18:05:49
    취재K

■ 배우자 몰래 집에서 간통…'주거침입' 성립할까

부부 가운데 한 명과 부정 행위를 저지를 목적으로 부부가 사는 집에 들어갔다면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요?

헌법재판소가 2015년 2월 형법상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형법 319조 주거침입죄는 이같은 형태의 간통 행위를 형사 처벌하는 대표적 법 조항이 되었습니다.

3년 이하 징역, 5백만 원 이하 벌금이라는 비교적 약한 처벌 수위에도, 부부 간 신뢰를 깬 간통 행위는 민사 소송에 앞서 형사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법 감정이 투영된 현상입니다.

하지만, 가정 내부의 갈등에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를 놓고 문제 제기가 계속 이어졌고, 최근에는 하급심 판결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에 대법원이 오늘(16일) 관련 사건의 상고심 선고를 앞두고 공개 변론을 열었습니다.


■ 대법원 "주거에 대한 공동 생활자 모두의 평온을 보호해야"

"형법상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주거권이라는 법적 개념이 아니고 사적 생활관계에 있어서의 사실상 주거의 자유와 평온으로서 그 주거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전원이 평온을 누릴 권리가 있다 할 것이나 복수의 주거권자가 있는 경우 한 사람의 승낙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직접ㆍ간접으로 반하는 경우에는 그에 의한 주거에의 출입은 그 의사에 반한 사람의 주거의 평온 즉 주거의 지배ㆍ관리의 평온을 해치는 결과가 되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

(대법원 1984. 6. 26. 선고 83도685 판결)

대법원 판례는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을 '공동생활을 하는 전원이 주거의 자유와 평온을 누릴 권리'라고 제시해왔습니다.

그러면서 한 사람의 출입 승낙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 다른 거주자의 평온을 해치는 결과가 되는 만큼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간통 행위를 저지르기 위해 다른 사람을 몰래 집에 들어오도록 한 것은 배우자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이므로 주거침입죄 처벌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 검찰 "민사상 불법행위 있거나 범죄행위 수반하면 처벌"

대법원 판례에 대해 검찰은 대체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나아가 오늘 공개변론에서는 주거침입 유형을 1) 민사상 불법행위가 있는 경우, 2) 범죄행위가 수반된 경우, 3) 그외의 경우로 세분화할것을 제안했습니다.

1)과 2) 유형의 경우 기존처럼 주거침입죄로 처벌하고 3)은 제외하자는 주장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른바 간통을 위해 집에 들어온 경우는 1) 유형에 따라, 자물쇠 등을 따고 강제로 집에 들어온 경우는 2) 유형에 따라 주거침입죄로 계속 처벌받게 됩니다.

가령, 남편이 아내가 싫어하는 자신의 친구들을 아내가 없을 때 집에 데려온 경우는 1)과 2) 유형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처벌 대상에서 빠지게 됩니다.

이런 검찰 측 의견에 대해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를 국민이 명확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사회 통념과 일반 국민의 추정적 의사로 판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변호인 "가족 내부의 문제…국가 형벌권 자제해야"

하지만, 변호인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변호인들은 궁극적으로 가족 중 한 명이 출입을 승낙했다면, 다른 가족의 출입을 배제하거나 범죄 목적이 아닌 경우에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가족 내부의 갈등은 당사자가 해결해야 한다며, 국가 형벌권은 최후의 수단으로 최대한 자제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헌재가 간통죄를 위헌으로 결정한 취지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배우자의 부정 행위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하는 것은 우회적으로 간통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대법원 올 하반기 중 판결…판례 변경할까?

가족이 공동 생활하는 집은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행복과 사랑이 가득한, 그럼으로써 온전히 내 평안이 유지될 수 있는 공간, 그게 모두가 꿈꾸는 집일 것입니다.

그런 공간에서 내가 결코 찬성할 수 없는 상황이 가족 누군가에 의해 벌어진다는 것은 견디기 힘든 일임에 틀림 없습니다.

하지만, 변호인들의 주장처럼 그런 행위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형사 처벌로 물어야 할 지는 다른 문제일 수 있습니다.

오늘 공개변론을 마친 대법원은 올 하반기 중에 관련 사건에 대해 상고심 선고를 내리게 됩니다.

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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