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보자 핵심 정보 노출해 온 감사원…‘3년간 704건’

입력 2021.06.16 (21:16) 수정 2021.08.0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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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감사원은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의 부패나 위법이 의심되는 행위를 제보받습니다.

제보자 가운데는 내부 고발자도 있어서 제보자 신원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감사원이 피감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제보자를 색출할 수 있도록 제보 접수 시스템을 부실하게 운영해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유호윤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공공기관 직원 A 씨는 2019년 9월 감사원에 제보를 접수했습니다.

자신이 속한 공공기관이 용역업무를 수행하던 특정 업체에 계약금을 수천만 원 올려 주면서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입니다.

[A 씨/제보자/음성변조 : "'이런 의혹이 있다'라는 관련 자료만 제가 증빙하고. 그에 대해서 이제 철저히 수사하는 건 감사원의 역할이니까 그렇게 해 주길 바랐었습니다."]

그런데 제보 후 약 1년이 지나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A 씨/제보자/음성변조 : "간부에게 복직 인사를 드리러 갔는데 얘기 나누다가 "뭐 감사원에 자료 넘겼었다며?" 이런 질문을 던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좀 당황했고, 당연히 저는 부정을 했습니다."]

제보 사실이 노출됐다는 생각에 불안에 떨기도 했습니다.

[A 씨/내부고발자 : "(저를) 이제 격리된 자리에 배치하는 걸 보고 이게 어떤 이유일까? 왜 여기에 나를 여기에 배치하셨을까?"]

그러던 중 A 씨는 우연히 사무실에서 감사원 공문을 발견했습니다.

과거 A 씨의 내부고발 제보와 관련해 감사원이 해당 기관에 보낸 자료 요청 공문인데, '제보 접수 번호'가 버젓이 공문 제목에 적혀 있었습니다.

[제보자 A 씨-감사원 감사관 통화/지난해 2월/음성변조 : "접수 번호를 알 수가 없죠, 다른 사람들이. 그게 담당자, 그 신고한 분한테만 문자가 가는데요."]

감사원 홈페이집니다.

'제보 접수 번호'와 이름만 넣으면 전화, 방문, 우편을 통한 제보는 인증 절차 없이 제보자 이름과 연락처 그리고 제보 내용까지 상세히 볼 수 있습니다.

피감기관 입장에선 감사원이 알려 준 '제보 접수 번호'를 넣고 제보자로 의심되는 내부 직원 이름을 차례대로 입력해 제보자를 색출할 수 있는 겁니다.

KBS 탐사보도부는 감사원이 최근 3년간 피감기관에 보낸 공문을 확인했습니다.

문서 제목에 '제보 접수 번호'를 표시한 경우가 704건에 달했습니다.

[이영기/호루라기재단 이사장 : "중요한 것이 공익제보자가 안심하고 공익제보를 할 수 있는 그러한 여건, 환경을 만드는 거거든요. 감사원에서 (제보 번호 보안) 제도를 챙기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심각한 문제다."]

감사원과 해당 피감기관 사이 주고받은 공문 내용에도 신원노출 정황이 눈에 띕니다.

감사원 공문에는 '제보자 인적사항을 비밀로 하고 이의제기 등을 하지 말라'는 주의 문구가 담겨 있습니다.

해당 피감 기관이 답신한 공문에는 향후 조치계획으로 '민원인에게 적극 해명하고 오해를 해소하겠다'고 적어 제보자를 이미 알고 있다고 해석되는 문구도 들어 있습니다.

감사원은 제보자 A 씨 신원을 피감기관에 전달하지 않았으며, '제보자 인적사항을 비밀로 해 달라는' 내용 등은 통상적으로 쓰는 기본 문구라고 해명했습니다.

아울러 KBS의 취재를 계기로 제3자가 제보 조회를 할 수 없도록 즉시 시스템을 보완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유호윤입니다.

촬영기자:박준영/그래픽:최창준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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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16 21:16:31
    • 수정2021-08-04 14:37:49
    뉴스 9
[앵커]

감사원은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의 부패나 위법이 의심되는 행위를 제보받습니다.

제보자 가운데는 내부 고발자도 있어서 제보자 신원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감사원이 피감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제보자를 색출할 수 있도록 제보 접수 시스템을 부실하게 운영해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유호윤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공공기관 직원 A 씨는 2019년 9월 감사원에 제보를 접수했습니다.

자신이 속한 공공기관이 용역업무를 수행하던 특정 업체에 계약금을 수천만 원 올려 주면서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입니다.

[A 씨/제보자/음성변조 : "'이런 의혹이 있다'라는 관련 자료만 제가 증빙하고. 그에 대해서 이제 철저히 수사하는 건 감사원의 역할이니까 그렇게 해 주길 바랐었습니다."]

그런데 제보 후 약 1년이 지나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A 씨/제보자/음성변조 : "간부에게 복직 인사를 드리러 갔는데 얘기 나누다가 "뭐 감사원에 자료 넘겼었다며?" 이런 질문을 던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좀 당황했고, 당연히 저는 부정을 했습니다."]

제보 사실이 노출됐다는 생각에 불안에 떨기도 했습니다.

[A 씨/내부고발자 : "(저를) 이제 격리된 자리에 배치하는 걸 보고 이게 어떤 이유일까? 왜 여기에 나를 여기에 배치하셨을까?"]

그러던 중 A 씨는 우연히 사무실에서 감사원 공문을 발견했습니다.

과거 A 씨의 내부고발 제보와 관련해 감사원이 해당 기관에 보낸 자료 요청 공문인데, '제보 접수 번호'가 버젓이 공문 제목에 적혀 있었습니다.

[제보자 A 씨-감사원 감사관 통화/지난해 2월/음성변조 : "접수 번호를 알 수가 없죠, 다른 사람들이. 그게 담당자, 그 신고한 분한테만 문자가 가는데요."]

감사원 홈페이집니다.

'제보 접수 번호'와 이름만 넣으면 전화, 방문, 우편을 통한 제보는 인증 절차 없이 제보자 이름과 연락처 그리고 제보 내용까지 상세히 볼 수 있습니다.

피감기관 입장에선 감사원이 알려 준 '제보 접수 번호'를 넣고 제보자로 의심되는 내부 직원 이름을 차례대로 입력해 제보자를 색출할 수 있는 겁니다.

KBS 탐사보도부는 감사원이 최근 3년간 피감기관에 보낸 공문을 확인했습니다.

문서 제목에 '제보 접수 번호'를 표시한 경우가 704건에 달했습니다.

[이영기/호루라기재단 이사장 : "중요한 것이 공익제보자가 안심하고 공익제보를 할 수 있는 그러한 여건, 환경을 만드는 거거든요. 감사원에서 (제보 번호 보안) 제도를 챙기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심각한 문제다."]

감사원과 해당 피감기관 사이 주고받은 공문 내용에도 신원노출 정황이 눈에 띕니다.

감사원 공문에는 '제보자 인적사항을 비밀로 하고 이의제기 등을 하지 말라'는 주의 문구가 담겨 있습니다.

해당 피감 기관이 답신한 공문에는 향후 조치계획으로 '민원인에게 적극 해명하고 오해를 해소하겠다'고 적어 제보자를 이미 알고 있다고 해석되는 문구도 들어 있습니다.

감사원은 제보자 A 씨 신원을 피감기관에 전달하지 않았으며, '제보자 인적사항을 비밀로 해 달라는' 내용 등은 통상적으로 쓰는 기본 문구라고 해명했습니다.

아울러 KBS의 취재를 계기로 제3자가 제보 조회를 할 수 없도록 즉시 시스템을 보완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유호윤입니다.

촬영기자:박준영/그래픽:최창준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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