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고층에서 ‘환풍구 덮개’ 떨어지면?…주민들 “전수조사 필요”

입력 2021.06.17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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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한 아파트에서 잇따라 떨어지고 있는 ‘환풍구 덮개’세종의 한 아파트에서 잇따라 떨어지고 있는 ‘환풍구 덮개’

■ 아파트 주방 환풍구에서 '새 소리'가?

어느 날 주방에서 새 소리가 났습니다. 말 그대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였습니다. 새 소리가 나는 곳은 주방 가스레인지 위 환풍구 쪽이었습니다. 집주인 A 씨는 황당했습니다. 세종시의 한 아파트에서 있던 일입니다.

A 씨는 동영상을 찍어 새 소리를 녹음해뒀습니다.


A 씨는 관리사무소에 문의한 뒤에야 이유를 알았습니다. 환풍구와 연결된 배관 끝 덮개가 떨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덮개가 떨어지며 노출된 배관 안으로 새가 들어간 겁니다.

새 소리는 곧 멈췄지만, A 씨는 멀쩡하던 덮개가 갑자기 떨어진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알고 보니 환풍구 덮개가 떨어진 건 A 씨 집만이 아니었습니다. 해당 아파트에서 지난 1월 처음으로 환풍구 덮개 추락 신고가 접수된 뒤 지금까지 모두 9곳에서 같은 추락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수십 미터 높이에서 환풍구 덮개가 떨어지는 일이 잇따르고 있는 겁니다.

일부 환풍구 덮개 아래쪽에는 통행로가 있습니다. 여기에 해당 아파트는 최고층이 20층을 훌쩍 넘는 초고층 아파트입니다. 추가 추락 시 주민들이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이유입니다.

해당 아파트에서는 이미 추락한 덮개 말고도 상당수 덮개에서 부착 면과 ‘틈’이 발견되고 있다.해당 아파트에서는 이미 추락한 덮개 말고도 상당수 덮개에서 부착 면과 ‘틈’이 발견되고 있다.

■ 부착 면과 '틈' 생긴 덮개 더 있어…페인트 위에 실리콘 바른 게 원인?

이미 추락한 덮개 말고 다른 덮개 부착 면에서도 상당수 틈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덮개가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취재팀은 실제 추락한 덮개를 살펴봤습니다. 덮개는 알루미늄과 플라스틱 혼합물로 만들어져 두드려봤을 때 단단했습니다. 키 높이에서만 떨어뜨려 봐도 충격이 컸습니다.

아파트 건설사는 중흥건설입니다. 2년 전에도 이 건설사가 세종시에 지은 다른 아파트에서 환풍구 덮개가 떨어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중흥건설 측은 페인트가 벗겨지며 실리콘으로 고정한 덮개가 함께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떨어진 덮개를 고정하던 실리콘에는 벗겨진 페인트가 그대로 묻어있습니다.

실제 아파트에서 추락한 환풍구 덮개. 덮개를 고정하던 실리콘에 페인트가 그대로 묻어있는 게 보인다.실제 아파트에서 추락한 환풍구 덮개. 덮개를 고정하던 실리콘에 페인트가 그대로 묻어있는 게 보인다.

중흥건설은 또 실리콘 시공 자체의 문제 그리고 온도 차이에 따른 결로 등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리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요청은 거절해왔습니다. "하자 보수 기간인 3년이 지났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건설사와 직접 연락한 주민들은 하자 문제가 아니라 안전 문제라고 맞섰습니다. 중흥건설은 최근에서야 덮개가 떨어진 세대만 수리를 해주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됐고 추가 낙하 위험도 크기 때문입니다.

다가오는 장마철 집중호우가 내리기 전에 추락 원인 조사와 수리가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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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 고층에서 ‘환풍구 덮개’ 떨어지면?…주민들 “전수조사 필요”
    • 입력 2021-06-17 06:04:15
    취재K
세종의 한 아파트에서 잇따라 떨어지고 있는 ‘환풍구 덮개’
■ 아파트 주방 환풍구에서 '새 소리'가?

어느 날 주방에서 새 소리가 났습니다. 말 그대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였습니다. 새 소리가 나는 곳은 주방 가스레인지 위 환풍구 쪽이었습니다. 집주인 A 씨는 황당했습니다. 세종시의 한 아파트에서 있던 일입니다.

A 씨는 동영상을 찍어 새 소리를 녹음해뒀습니다.


A 씨는 관리사무소에 문의한 뒤에야 이유를 알았습니다. 환풍구와 연결된 배관 끝 덮개가 떨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덮개가 떨어지며 노출된 배관 안으로 새가 들어간 겁니다.

새 소리는 곧 멈췄지만, A 씨는 멀쩡하던 덮개가 갑자기 떨어진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알고 보니 환풍구 덮개가 떨어진 건 A 씨 집만이 아니었습니다. 해당 아파트에서 지난 1월 처음으로 환풍구 덮개 추락 신고가 접수된 뒤 지금까지 모두 9곳에서 같은 추락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수십 미터 높이에서 환풍구 덮개가 떨어지는 일이 잇따르고 있는 겁니다.

일부 환풍구 덮개 아래쪽에는 통행로가 있습니다. 여기에 해당 아파트는 최고층이 20층을 훌쩍 넘는 초고층 아파트입니다. 추가 추락 시 주민들이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이유입니다.

해당 아파트에서는 이미 추락한 덮개 말고도 상당수 덮개에서 부착 면과 ‘틈’이 발견되고 있다.
■ 부착 면과 '틈' 생긴 덮개 더 있어…페인트 위에 실리콘 바른 게 원인?

이미 추락한 덮개 말고 다른 덮개 부착 면에서도 상당수 틈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덮개가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취재팀은 실제 추락한 덮개를 살펴봤습니다. 덮개는 알루미늄과 플라스틱 혼합물로 만들어져 두드려봤을 때 단단했습니다. 키 높이에서만 떨어뜨려 봐도 충격이 컸습니다.

아파트 건설사는 중흥건설입니다. 2년 전에도 이 건설사가 세종시에 지은 다른 아파트에서 환풍구 덮개가 떨어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중흥건설 측은 페인트가 벗겨지며 실리콘으로 고정한 덮개가 함께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떨어진 덮개를 고정하던 실리콘에는 벗겨진 페인트가 그대로 묻어있습니다.

실제 아파트에서 추락한 환풍구 덮개. 덮개를 고정하던 실리콘에 페인트가 그대로 묻어있는 게 보인다.
중흥건설은 또 실리콘 시공 자체의 문제 그리고 온도 차이에 따른 결로 등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리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요청은 거절해왔습니다. "하자 보수 기간인 3년이 지났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건설사와 직접 연락한 주민들은 하자 문제가 아니라 안전 문제라고 맞섰습니다. 중흥건설은 최근에서야 덮개가 떨어진 세대만 수리를 해주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됐고 추가 낙하 위험도 크기 때문입니다.

다가오는 장마철 집중호우가 내리기 전에 추락 원인 조사와 수리가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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