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성김, 임명 한달 만에 방한…대북 메시지 공개할까

입력 2021.06.17 (14:36) 수정 2021.06.1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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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김(Sung Y. Kim)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오는 19일부터 방한합니다.

외교부는 김 특별대표가 오는 19일부터 23일까지 닷새 동안 한국을 방문한다고 오늘(17일) 밝혔습니다. 임명 한 달 만에 한국으로 첫 해외 출장을 오게 되는 겁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검토를 끝낸 지 2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 북한에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 특별대표의 이번 방한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 부시·오바마·트럼프·바이든이 모두 택했다 …성김은 누구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김 특별대표는 한국 태생입니다.

그는 1960년 여름 서울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3학년 때 주일대사관에서 공사로 근무하던 아버지를 따라 일본으로 갔습니다.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어와 일본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 대표는 중학생이던 만 13살에 가족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민을 갔습니다. 그는 2016년 미주한인위원회(CKA)가 주최한 행사에서 본인이 "영어를 전혀 못하는, 수줍음을 많이 타는 깡마른 아시아 소년"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로스쿨에 진학한 뒤 법학 석사학위까지 받은 그는 로스앤젤레스에서 검사로 일하다가, 20대 후반인 1988년 외교관으로 이직합니다.

진로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던 건데, 그는 2008년 6자회담 특사로 지명된 직후 미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검사로서의 경험이 어떤 면에서는 6자회담 협상 업무를 하는 데 유용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외교관이 된 김 특별대표는 홍콩 소재 영사관, 한국과 말레이시아 미 대사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국(동아태국)에서 근무하며 초기 경력을 쌓았고, 현재까지 주한 미 대사관에서만 서로 다른 직책으로 세 차례나 근무했습니다.


그는 특히 2006년 미 국무부 동아태국 한국과장에 취임한 이래 북핵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북미 뉴욕채널 미국 측 대표와 영변 핵시설 불능화 실무팀장을 맡으며 대북 협상업무 일선에 섰습니다.

2008년 8월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의해 6자회담 특사로 지명됐고, 이듬해 출범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로 일했습니다. 특사로 일할 당시에만 북한을 12번 방문했습니다.

이후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자 자신의 고국인 한국에서 대사를 지냈고, 오바마 행정부 2기인 2014년 미 대북정책특별대표로 발탁됩니다.

2012년 7월 KBS 뉴스라인에 출연한 성김 당시 주한 미국대사.2012년 7월 KBS 뉴스라인에 출연한 성김 당시 주한 미국대사.

2016년부터는 주필리핀 대사를 지내면서 외교관 가운데 최고위직인 경력대사(career ambassador)로 승진했고, 대사로 일하는 동안에도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상을 이끄는 등 북미대화에 기여했습니다.

이번에 바이든 행정부에서 또 다시 대북특별대표로 임명됨에 따라, 그는 내리 4명의 대통령 밑에서 대북 협상 업무를 이어가는 보기 드문 경력의 외교관이 됐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성김은 북핵 문제에 대해 협상 경험이 가장 풍부한 외교관 중 한 명"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기자회견 현장에서) 직접 그를 대북특별대표로 지명한 것은 그만큼 대통령의 신뢰가 높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임 교수는 나아가 김 특별대표의 임명 자체가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에 그만큼 관심과 진정성이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 특별대표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올 1월부터 이달 초까지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대행으로 일하면서 대북정책 검토에 깊이 관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바이든 재임기간 동안의 북미관계 수립과 전개 과정에서 꾸준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 특별대표는 현재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겸직하고 있는데, 북한의 호응으로 협상이 본격적으로 재개되기 전까지는 두 업무를 병행할 거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2018년 8월, 성김 당시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과 함께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폐막식을 지켜보고 있다.2018년 8월, 성김 당시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과 함께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폐막식을 지켜보고 있다.

■ 한미일 북핵대표 협의도 조율…성김, 대북 메시지 공개할까

김 특별대표의 이번 방한 목적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 정상회담 계기에 있었던 두 대통령의 합의 내용을 신속히 이행한다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한미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이라는 목표를 위해,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에 힘쓰겠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이에 따라 김 특별대표는 이번 기회에 카운터파트(외교 상대역)인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정식 상견례를 갖고, 한반도 비핵화를 실질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대북 전략을 조율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같은 기간 일본의 북핵 수석대표이기도 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도 방한해,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하는 한미일 3국 협의의 장이 북한·북핵 문제를 주제로 마련될 예정입니다.

판문점에서 북미 접촉에 나설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지만, 외교부 당국자는 "그런 일은 추진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외교가에서는 김 특별대표의 이번 방한이, 북한의 호응을 기다리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대화 의지를 다시금 발신하는 계기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김 특별대표가 공개 기자회견이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북한에 메시지를 보낼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같은 시각에 대해 임을출 교수는 "현재 성김의 가장 중요한 미션은 북한과 의미있는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라며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지를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그제(15일)부터 진행 중인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를 거쳐 북한이 미 대북정책 검토에 대한 판단 등 대미·대남 메시지를 제한적으로 내놓을 수도 있다는 게 여러 전문가의 분석이라, 김 특별대표의 방한 전후로 한반도 정세가 조금씩 움직이는 모양새입니다.

"북한 문제를 다룰 때는 절제력(discipline)과 창의력(creativity) 모두가 필요하다"(2016년 CKA 행사)고 말했던 김 특별대표. 어려운 국면에서 또 하나의 계기를 만드는 데 어떤 역할을 할지, 일단 이번 방한을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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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온 성김, 임명 한달 만에 방한…대북 메시지 공개할까
    • 입력 2021-06-17 14:36:21
    • 수정2021-06-17 15:33:44
    취재K

성김(Sung Y. Kim)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오는 19일부터 방한합니다.

외교부는 김 특별대표가 오는 19일부터 23일까지 닷새 동안 한국을 방문한다고 오늘(17일) 밝혔습니다. 임명 한 달 만에 한국으로 첫 해외 출장을 오게 되는 겁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검토를 끝낸 지 2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 북한에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 특별대표의 이번 방한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 부시·오바마·트럼프·바이든이 모두 택했다 …성김은 누구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김 특별대표는 한국 태생입니다.

그는 1960년 여름 서울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3학년 때 주일대사관에서 공사로 근무하던 아버지를 따라 일본으로 갔습니다.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어와 일본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 대표는 중학생이던 만 13살에 가족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민을 갔습니다. 그는 2016년 미주한인위원회(CKA)가 주최한 행사에서 본인이 "영어를 전혀 못하는, 수줍음을 많이 타는 깡마른 아시아 소년"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로스쿨에 진학한 뒤 법학 석사학위까지 받은 그는 로스앤젤레스에서 검사로 일하다가, 20대 후반인 1988년 외교관으로 이직합니다.

진로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던 건데, 그는 2008년 6자회담 특사로 지명된 직후 미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검사로서의 경험이 어떤 면에서는 6자회담 협상 업무를 하는 데 유용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외교관이 된 김 특별대표는 홍콩 소재 영사관, 한국과 말레이시아 미 대사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국(동아태국)에서 근무하며 초기 경력을 쌓았고, 현재까지 주한 미 대사관에서만 서로 다른 직책으로 세 차례나 근무했습니다.


그는 특히 2006년 미 국무부 동아태국 한국과장에 취임한 이래 북핵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북미 뉴욕채널 미국 측 대표와 영변 핵시설 불능화 실무팀장을 맡으며 대북 협상업무 일선에 섰습니다.

2008년 8월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의해 6자회담 특사로 지명됐고, 이듬해 출범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로 일했습니다. 특사로 일할 당시에만 북한을 12번 방문했습니다.

이후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자 자신의 고국인 한국에서 대사를 지냈고, 오바마 행정부 2기인 2014년 미 대북정책특별대표로 발탁됩니다.

2012년 7월 KBS 뉴스라인에 출연한 성김 당시 주한 미국대사.
2016년부터는 주필리핀 대사를 지내면서 외교관 가운데 최고위직인 경력대사(career ambassador)로 승진했고, 대사로 일하는 동안에도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상을 이끄는 등 북미대화에 기여했습니다.

이번에 바이든 행정부에서 또 다시 대북특별대표로 임명됨에 따라, 그는 내리 4명의 대통령 밑에서 대북 협상 업무를 이어가는 보기 드문 경력의 외교관이 됐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성김은 북핵 문제에 대해 협상 경험이 가장 풍부한 외교관 중 한 명"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기자회견 현장에서) 직접 그를 대북특별대표로 지명한 것은 그만큼 대통령의 신뢰가 높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임 교수는 나아가 김 특별대표의 임명 자체가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에 그만큼 관심과 진정성이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 특별대표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올 1월부터 이달 초까지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대행으로 일하면서 대북정책 검토에 깊이 관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바이든 재임기간 동안의 북미관계 수립과 전개 과정에서 꾸준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 특별대표는 현재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겸직하고 있는데, 북한의 호응으로 협상이 본격적으로 재개되기 전까지는 두 업무를 병행할 거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2018년 8월, 성김 당시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과 함께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폐막식을 지켜보고 있다.
■ 한미일 북핵대표 협의도 조율…성김, 대북 메시지 공개할까

김 특별대표의 이번 방한 목적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 정상회담 계기에 있었던 두 대통령의 합의 내용을 신속히 이행한다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한미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이라는 목표를 위해,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에 힘쓰겠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이에 따라 김 특별대표는 이번 기회에 카운터파트(외교 상대역)인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정식 상견례를 갖고, 한반도 비핵화를 실질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대북 전략을 조율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같은 기간 일본의 북핵 수석대표이기도 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도 방한해,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하는 한미일 3국 협의의 장이 북한·북핵 문제를 주제로 마련될 예정입니다.

판문점에서 북미 접촉에 나설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지만, 외교부 당국자는 "그런 일은 추진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외교가에서는 김 특별대표의 이번 방한이, 북한의 호응을 기다리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대화 의지를 다시금 발신하는 계기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김 특별대표가 공개 기자회견이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북한에 메시지를 보낼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같은 시각에 대해 임을출 교수는 "현재 성김의 가장 중요한 미션은 북한과 의미있는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라며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지를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그제(15일)부터 진행 중인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를 거쳐 북한이 미 대북정책 검토에 대한 판단 등 대미·대남 메시지를 제한적으로 내놓을 수도 있다는 게 여러 전문가의 분석이라, 김 특별대표의 방한 전후로 한반도 정세가 조금씩 움직이는 모양새입니다.

"북한 문제를 다룰 때는 절제력(discipline)과 창의력(creativity) 모두가 필요하다"(2016년 CKA 행사)고 말했던 김 특별대표. 어려운 국면에서 또 하나의 계기를 만드는 데 어떤 역할을 할지, 일단 이번 방한을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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