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순방길마다 추기경 면담…‘교황 방북’ 군불 때나?

입력 2021.06.1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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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오스트리아와 스페인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순방길 마다 천주교 인사들을 만나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오스트리아를 국빈 방문하던 현지시간 15일, 판 데어 벨렌 대통령 내외와 함께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을 방문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막스밀리안 하임 수도원 원장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을 언급했습니다.

2018년 바티칸을 방문했을 때,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나의 방북 제안을 수락하시면서 한반도 평화의 가교 의지를 표명하신 바 있습니다. 아직 교황님의 방북이 성사되지는 못했으나 그날이 곧 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6월 15일(현지시간)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 방문 관련 서면브리핑에 소개된 문 대통령 발언>

문재인 대통령이 현지시간 5월 22일 미국의 월튼 그레고리 워싱턴 D.C. 대주교와 면담을 갖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이 현지시간 5월 22일 미국의 월튼 그레고리 워싱턴 D.C. 대주교와 면담을 갖고 있다.

■ 미국, 유럽…순방길마다 천주교 추기경 면담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18개월 만의 첫 해외 순방지였던 미국에서도, 미국 최초의 흑인 추기경인 월튼 그레고리 워싱턴 D.C. 대주교와 면담을 가졌습니다.

그레고리 추기경은 카톨릭 신자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2018년 10월 로마를 방문해 교황님을 뵈었는데, 여건이 되면 북한을 방문해 평화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 하루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인 최초로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된 유승식 대주교가 12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한국인 최초로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된 유승식 대주교가 12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유승식 대주교 임명…"교황 방북 적극 주선"

이런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지시간 11일,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한국 천주교 대전교구 교구장인 유흥식 라자로 주교를 임명했습니다. 교황청 역사상 한국인 성직자가 이 같은 수준의 고위직에 임명된 것은 처음입니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사상 최초의 한국인 교황청 장관 탄생 소식을 비중 있게 전했는데, 특히 유 대주교의 발탁이 아시아 지역 교회의 역할 확대를 모색하는 교황의 의중이 담긴 선택이라는 점을 짚었습니다.

또 유 대주교가 교황 방북의 가교 역할을 할 가능성에도 주목했습니다.

유 대주교는 그동안 교황청에 지속해서 남북 관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유 대주교는 임명 직후 기자회견에서 "교황님의 방북을 주선하는 역할이 맡겨진다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유 대주교는 " 교황님께서도 북한에 가고 싶다고 말씀하셨다"며 "국제적으로 고립되면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북한이 교황님을 초청한다면, 북한으로서는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2018년 10월 18일 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황청에서 면담을 하고 있다.2018년 10월 18일 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황청에서 면담을 하고 있다.

■ 2018년 김정은 초청 의사 전달…교황 "기꺼이 갈 것"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10월 18일 이탈리아 교황청을 공식 방문하고, 프란치스코 교황과 38분 동안 면담을 했습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교황 방북 초청 의사을 내비쳤단 사실을 전달했습니다.

이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김정은 위원장이 방북 초청장을 주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나는 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어 "한반도에서 평화프로세스를 추진중인 한국 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히고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고도 했습니다.

특히 교황이 가난한 국가들에 코로나19 백신 보급을 지원하기 위한 '백신 나눔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현지시간 1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오스트리아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백신 생산의 글로벌 허브 역할을 할 경우, 북한도 당연히 협력 대상이 된다"며 "북한이 동의한다면 북한에 백신 공급을 협력하는 것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이 오스트리아를 국빈 방문하던 현지시간 15일, 판 데어 벨렌 대통령 내외와 함께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을 방문했다문 대통령이 오스트리아를 국빈 방문하던 현지시간 15일, 판 데어 벨렌 대통령 내외와 함께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을 방문했다

■ 코로나19 상황과 북한 반응이 변수

교황청은 냉전이 해체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공식 행사에 북한 대사도 초청했고, 1988년 부활절 행사엔 북한 신도도 초청했습니다. 1988년 10월엔 교황청 대표단이 북한에 건립된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한 적도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나서고자 하는 교황청의 의지가 확고하고, 문 대통령이 여기에 군불을 때고 있는 상황인데, 관건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반응입니다.

특히 북한이 현재 코로나19로 국경을 완전히 봉쇄하고 외부의 출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변수입니다.

일단 북한이 노동당 전원회의를 열고 '국제정세에 대한 분석과 대응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는데, 교황 방북에 대한 내용도 검토될 지 관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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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17 15:55:05
    취재K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오스트리아와 스페인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순방길 마다 천주교 인사들을 만나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오스트리아를 국빈 방문하던 현지시간 15일, 판 데어 벨렌 대통령 내외와 함께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을 방문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막스밀리안 하임 수도원 원장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을 언급했습니다.

2018년 바티칸을 방문했을 때,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나의 방북 제안을 수락하시면서 한반도 평화의 가교 의지를 표명하신 바 있습니다. 아직 교황님의 방북이 성사되지는 못했으나 그날이 곧 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6월 15일(현지시간)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 방문 관련 서면브리핑에 소개된 문 대통령 발언>

문재인 대통령이 현지시간 5월 22일 미국의 월튼 그레고리 워싱턴 D.C. 대주교와 면담을 갖고 있다.
■ 미국, 유럽…순방길마다 천주교 추기경 면담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18개월 만의 첫 해외 순방지였던 미국에서도, 미국 최초의 흑인 추기경인 월튼 그레고리 워싱턴 D.C. 대주교와 면담을 가졌습니다.

그레고리 추기경은 카톨릭 신자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2018년 10월 로마를 방문해 교황님을 뵈었는데, 여건이 되면 북한을 방문해 평화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 하루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인 최초로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된 유승식 대주교가 12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유승식 대주교 임명…"교황 방북 적극 주선"

이런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지시간 11일,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한국 천주교 대전교구 교구장인 유흥식 라자로 주교를 임명했습니다. 교황청 역사상 한국인 성직자가 이 같은 수준의 고위직에 임명된 것은 처음입니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사상 최초의 한국인 교황청 장관 탄생 소식을 비중 있게 전했는데, 특히 유 대주교의 발탁이 아시아 지역 교회의 역할 확대를 모색하는 교황의 의중이 담긴 선택이라는 점을 짚었습니다.

또 유 대주교가 교황 방북의 가교 역할을 할 가능성에도 주목했습니다.

유 대주교는 그동안 교황청에 지속해서 남북 관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유 대주교는 임명 직후 기자회견에서 "교황님의 방북을 주선하는 역할이 맡겨진다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유 대주교는 " 교황님께서도 북한에 가고 싶다고 말씀하셨다"며 "국제적으로 고립되면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북한이 교황님을 초청한다면, 북한으로서는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2018년 10월 18일 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황청에서 면담을 하고 있다.
■ 2018년 김정은 초청 의사 전달…교황 "기꺼이 갈 것"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10월 18일 이탈리아 교황청을 공식 방문하고, 프란치스코 교황과 38분 동안 면담을 했습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교황 방북 초청 의사을 내비쳤단 사실을 전달했습니다.

이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김정은 위원장이 방북 초청장을 주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나는 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어 "한반도에서 평화프로세스를 추진중인 한국 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히고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고도 했습니다.

특히 교황이 가난한 국가들에 코로나19 백신 보급을 지원하기 위한 '백신 나눔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현지시간 1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오스트리아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백신 생산의 글로벌 허브 역할을 할 경우, 북한도 당연히 협력 대상이 된다"며 "북한이 동의한다면 북한에 백신 공급을 협력하는 것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이 오스트리아를 국빈 방문하던 현지시간 15일, 판 데어 벨렌 대통령 내외와 함께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을 방문했다
■ 코로나19 상황과 북한 반응이 변수

교황청은 냉전이 해체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공식 행사에 북한 대사도 초청했고, 1988년 부활절 행사엔 북한 신도도 초청했습니다. 1988년 10월엔 교황청 대표단이 북한에 건립된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한 적도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나서고자 하는 교황청의 의지가 확고하고, 문 대통령이 여기에 군불을 때고 있는 상황인데, 관건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반응입니다.

특히 북한이 현재 코로나19로 국경을 완전히 봉쇄하고 외부의 출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변수입니다.

일단 북한이 노동당 전원회의를 열고 '국제정세에 대한 분석과 대응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는데, 교황 방북에 대한 내용도 검토될 지 관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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