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말·양 맥주’…펀슈머 마케팅 인기라는데

입력 2021.06.1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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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편의점을 돌며 특별한 맥주만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원래 맥주를 만드는 회사가 아닌 곳의 상표를 그대로 달고 있는 특이한 맥주들이죠. 해당 상품들은 연일 매진되며 품귀현상까지 빚고 있습니다. SNS에도 관련 인증 사진이 넘쳐납니다.

한정 생산된 특이한 상품들에 열광하는 소비자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재미'입니다.

'가격 대비 재미의 비율, 가잼비'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습니다.

소비자들이 어떤 물건을 사거나 음식을 먹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즐거움'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 연일 완판, 매진 … "없어서 못 팔아요."

사실,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몇 년 전부터 재미있고 특별한, 즐거운 경험을 주는 물건을 사는데 소비자들은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습니다.

유통업계도 각종 이색 제품을 줄줄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불 회사와 라면 회사, 트레이닝복 회사와 아이스크림 회사가 협업하기도 하고 식품회사가 아닌 생활용품 회사의 제품을 그대로 본 따 만든 먹거리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지난해 라면 봉지, 스프 봉지를 그대로 본 따 만든 침구 550세트는 두 차례에 걸쳐 판매됐는데, 각각 이틀, 12일 만에 모두 다 팔렸습니다. 판매가 종료된 뒤에도 소비자들의 추가 판매 요청이 계속되자, 올 가을 재판매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시작 부분만 들어도 자연스럽게 따라부를 수 있을 만큼 유명한 광고 음악으로도 널리 알려진 비빔면의 포장지를 그대로 따온 슬리퍼 역시, 최근 1차 판매 물량으로 준비됐던 3천 개가 이틀 만에 모두 판매됐습니다.

하얀 곰이 상징인 밀가루 회사의 상표를 그대로 따온 밀맥주는 출시 일주일 만에 30만 개가 판매됐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이미 150만 개의 누적판매량을 기록했고 그 인기는 아직도 식을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 "비슷한 디자인 탓에 아이들이 먹거리로 착각할 수 있어" … "재구매로 이어지는지 지켜봐야"

한편, 이색 협업 제품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방향제나 세안 제품, 구두약, 접착제 같은 제품과 비슷한 디자인을 사용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절대 먹어선 안 되는 생활화학제품'을 먹거리로 착각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최근 국회에서는 '식품이 아닌 상표나 포장과 비슷한 디자인을 사용해서 먹는 것과 먹으면 안 되는 것을 헷갈리게 할 가능성이 있는 표시나 광고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고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관련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아이들의 안전에 대한 경계는 절대 늦춰선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생산자는 협업제품이 빠르고 쉽게 '새로운 즐거움'을 줄 강력한 수단이 되어서, 소비자는 하나의 '놀이'로 소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른들이 아닌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디자인에 차이를 둬야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이홍주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도 "소비 과정에서 즐거운 경험을 원하는 요즘 소비자들의 입맛에 매우 잘 맞는 상품들"이라면서도 "자칫 위험한 마케팅이 될 수 있다"고 신중한 의견을 밝혔습니다.

"비슷한 모양 탓에 아이들이 잘못해 먹을 수 있다는 위험성 때문에 생산자가 상품 디자인부터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물건을 살 때 소비자에게는 품질과 가격 역시 유행과 재미만큼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에, 반짝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을 반복적으로 재구매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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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곰·말·양 맥주’…펀슈머 마케팅 인기라는데
    • 입력 2021-06-18 06:02:04
    취재K

최근 편의점을 돌며 특별한 맥주만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원래 맥주를 만드는 회사가 아닌 곳의 상표를 그대로 달고 있는 특이한 맥주들이죠. 해당 상품들은 연일 매진되며 품귀현상까지 빚고 있습니다. SNS에도 관련 인증 사진이 넘쳐납니다.

한정 생산된 특이한 상품들에 열광하는 소비자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재미'입니다.

'가격 대비 재미의 비율, 가잼비'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습니다.

소비자들이 어떤 물건을 사거나 음식을 먹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즐거움'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 연일 완판, 매진 … "없어서 못 팔아요."

사실,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몇 년 전부터 재미있고 특별한, 즐거운 경험을 주는 물건을 사는데 소비자들은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습니다.

유통업계도 각종 이색 제품을 줄줄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불 회사와 라면 회사, 트레이닝복 회사와 아이스크림 회사가 협업하기도 하고 식품회사가 아닌 생활용품 회사의 제품을 그대로 본 따 만든 먹거리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지난해 라면 봉지, 스프 봉지를 그대로 본 따 만든 침구 550세트는 두 차례에 걸쳐 판매됐는데, 각각 이틀, 12일 만에 모두 다 팔렸습니다. 판매가 종료된 뒤에도 소비자들의 추가 판매 요청이 계속되자, 올 가을 재판매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시작 부분만 들어도 자연스럽게 따라부를 수 있을 만큼 유명한 광고 음악으로도 널리 알려진 비빔면의 포장지를 그대로 따온 슬리퍼 역시, 최근 1차 판매 물량으로 준비됐던 3천 개가 이틀 만에 모두 판매됐습니다.

하얀 곰이 상징인 밀가루 회사의 상표를 그대로 따온 밀맥주는 출시 일주일 만에 30만 개가 판매됐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이미 150만 개의 누적판매량을 기록했고 그 인기는 아직도 식을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 "비슷한 디자인 탓에 아이들이 먹거리로 착각할 수 있어" … "재구매로 이어지는지 지켜봐야"

한편, 이색 협업 제품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방향제나 세안 제품, 구두약, 접착제 같은 제품과 비슷한 디자인을 사용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절대 먹어선 안 되는 생활화학제품'을 먹거리로 착각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최근 국회에서는 '식품이 아닌 상표나 포장과 비슷한 디자인을 사용해서 먹는 것과 먹으면 안 되는 것을 헷갈리게 할 가능성이 있는 표시나 광고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고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관련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아이들의 안전에 대한 경계는 절대 늦춰선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생산자는 협업제품이 빠르고 쉽게 '새로운 즐거움'을 줄 강력한 수단이 되어서, 소비자는 하나의 '놀이'로 소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른들이 아닌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디자인에 차이를 둬야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이홍주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도 "소비 과정에서 즐거운 경험을 원하는 요즘 소비자들의 입맛에 매우 잘 맞는 상품들"이라면서도 "자칫 위험한 마케팅이 될 수 있다"고 신중한 의견을 밝혔습니다.

"비슷한 모양 탓에 아이들이 잘못해 먹을 수 있다는 위험성 때문에 생산자가 상품 디자인부터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물건을 살 때 소비자에게는 품질과 가격 역시 유행과 재미만큼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에, 반짝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을 반복적으로 재구매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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