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신고에 담겼던 ‘범죄 시그널’…하지만 흘려 넘긴 경찰

입력 2021.06.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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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오피스텔 살인'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아버지가 실종 신고를 하면서 '아들 휴대전화가 3대 개통돼 통신사에서 확인 전화가 왔다'고 하는 등 범죄 피해의 가능성을 경찰에 알렸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또, 과거 아들을 폭행했던 친구가 아들과 같이 있을 수 있다고도 얘기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러나 실종 신고를 접수한 대구 달성경찰서는 피해자와 연락이 닿는다는 이유로 범죄 가능성을 염두에 두진 않았습니다. 경찰은 살인 사건뿐 아니라, 당시 실종 사건 처리가 적절했는지도 조사 중입니다.


■ '휴대전화 3대 개통' '대부업체 전화'…범죄 가능성 알렸지만

대구 달성경찰서는 피해자가 숨지기 두 달여 전인 지난 4월 30일, 피해자 아버지로부터 실종 신고를 접수했습니다.

다섯 달 전 실종 신고에 이어, 두 번째 실종 신고였습니다.

당시 피해자의 아버지는 '아들이 서울 영등포구의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휴대전화 3대를 개통해 통신사에서 확인 전화가 왔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대부업체에서 아들이 돈을 빌렸으니 갚으라는 연락이 왔다'고도 경찰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들이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하자, 이를 이상하게 여기고 범죄에 노출됐을 가능성을 언급한 겁니다.

아버지는 또 과거 아들을 폭행했던 피의자 김 씨가 아들과 같이 있을 것 같다며, 김 씨의 이름과 전화 번호도 경찰에 넘겼습니다. 아버지는 지난해 11월 아들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로 이미 김 씨 등 피의자 2명을 같은 경찰서에 고소한 상태였습니다.


■ '경찰 못 믿겠다' 문자에도 범죄 의심 못해

신고를 받은 대구 달성경찰서는 이후 피해자와 5차례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첫 통화는 4월 30일이었습니다.

달성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피해자가 '친구와 있다, 누구와 있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재를 파악하려 했지만 알려주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피해자는 이미 자유롭게 전화 통화를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는 사실이 경찰 수사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13일 피해자가 숨진 뒤 사건을 맡은 서울 마포경찰서는 피해자가 3월 31일부터 피의자들과 함께 살며, 강압 상태에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이 피해자와 마지막 전화 통화를 한 건 피해자가 숨지기 9일 전인 6월 4일이었습니다.

대구 달성경찰서 관계자는 당일 전화 통화가 순탄하지 않았다며, 음질이 안 좋아 문자 메시지로 연락했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에게 현재 무슨 일을 하는지 알려달라고 했는데, 피해자는 '경찰을 못 믿겠다'는 답장을 보내왔다고 했습니다. 이날 전화 통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후 위치 추적 등의 조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피해자는 이달 13일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현재 경찰은 해당 문자 메시지를 피의자들이 대신 보낸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습니다.


■ 성인 실종자도 영장 발부받아 위치 추적 가능

대구 달성경찰서는 피해자 본인이 전화 통화에서 문제가 없다고 말해 범죄를 의심하기 어려웠고, 실종자가 성인 남성이어서 위치 추적을 할 권한도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성인 실종자에 대해 위치 추적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닙니다.

범죄 피해 가능성 등을 명시해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으면 위치 추적이 가능합니다.

다만, 현행 실종아동법은 18살 미만 아동과 지적 장애인, 치매 노인 등에 대해서만 영장 없이 위치 추적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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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종 신고에 담겼던 ‘범죄 시그널’…하지만 흘려 넘긴 경찰
    • 입력 2021-06-18 07:00:33
    취재K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 살인'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아버지가 실종 신고를 하면서 '아들 휴대전화가 3대 개통돼 통신사에서 확인 전화가 왔다'고 하는 등 범죄 피해의 가능성을 경찰에 알렸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또, 과거 아들을 폭행했던 친구가 아들과 같이 있을 수 있다고도 얘기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러나 실종 신고를 접수한 대구 달성경찰서는 피해자와 연락이 닿는다는 이유로 범죄 가능성을 염두에 두진 않았습니다. 경찰은 살인 사건뿐 아니라, 당시 실종 사건 처리가 적절했는지도 조사 중입니다.


■ '휴대전화 3대 개통' '대부업체 전화'…범죄 가능성 알렸지만

대구 달성경찰서는 피해자가 숨지기 두 달여 전인 지난 4월 30일, 피해자 아버지로부터 실종 신고를 접수했습니다.

다섯 달 전 실종 신고에 이어, 두 번째 실종 신고였습니다.

당시 피해자의 아버지는 '아들이 서울 영등포구의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휴대전화 3대를 개통해 통신사에서 확인 전화가 왔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대부업체에서 아들이 돈을 빌렸으니 갚으라는 연락이 왔다'고도 경찰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들이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하자, 이를 이상하게 여기고 범죄에 노출됐을 가능성을 언급한 겁니다.

아버지는 또 과거 아들을 폭행했던 피의자 김 씨가 아들과 같이 있을 것 같다며, 김 씨의 이름과 전화 번호도 경찰에 넘겼습니다. 아버지는 지난해 11월 아들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로 이미 김 씨 등 피의자 2명을 같은 경찰서에 고소한 상태였습니다.


■ '경찰 못 믿겠다' 문자에도 범죄 의심 못해

신고를 받은 대구 달성경찰서는 이후 피해자와 5차례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첫 통화는 4월 30일이었습니다.

달성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피해자가 '친구와 있다, 누구와 있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재를 파악하려 했지만 알려주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피해자는 이미 자유롭게 전화 통화를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는 사실이 경찰 수사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13일 피해자가 숨진 뒤 사건을 맡은 서울 마포경찰서는 피해자가 3월 31일부터 피의자들과 함께 살며, 강압 상태에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이 피해자와 마지막 전화 통화를 한 건 피해자가 숨지기 9일 전인 6월 4일이었습니다.

대구 달성경찰서 관계자는 당일 전화 통화가 순탄하지 않았다며, 음질이 안 좋아 문자 메시지로 연락했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에게 현재 무슨 일을 하는지 알려달라고 했는데, 피해자는 '경찰을 못 믿겠다'는 답장을 보내왔다고 했습니다. 이날 전화 통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후 위치 추적 등의 조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피해자는 이달 13일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현재 경찰은 해당 문자 메시지를 피의자들이 대신 보낸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습니다.


■ 성인 실종자도 영장 발부받아 위치 추적 가능

대구 달성경찰서는 피해자 본인이 전화 통화에서 문제가 없다고 말해 범죄를 의심하기 어려웠고, 실종자가 성인 남성이어서 위치 추적을 할 권한도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성인 실종자에 대해 위치 추적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닙니다.

범죄 피해 가능성 등을 명시해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으면 위치 추적이 가능합니다.

다만, 현행 실종아동법은 18살 미만 아동과 지적 장애인, 치매 노인 등에 대해서만 영장 없이 위치 추적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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