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딸 가담한 ‘188차례 학대’…거제 어린이집 교사 2명 ‘징역형’

입력 2021.06.1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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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일람표]

[2019. 2. 13] 엉덩이를 움켜쥐어 강제추행하고, 25초간 손을 넣은 상태로 있다가…
[2019. 2. 14] 잠을 잘 때까지 눈을 뜨지 못하게 손가락으로 눈을 누르고…
[2019. 2. 15] 밥을 잘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발을 26회 강하게 꼬집는…
[2019. 2. 18] 죽을 먹이다 토하자 뱉은 것을 수저로 다시 받아 먹이는…
[2019. 2. 19] 불상의 이유로 피해자의 식판을 집어 4~5m 던지는…

아동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남 거제의 한 어린이집 교사 2명의 '범죄 일람표'입니다. 교사들의 정서적, 신체적, 성적 학대 횟수는 범죄 일람표에 적힌 것만 무려 188차례입니다. 2019년 1월부터 2월까지, 단 두 달의 짧은 기간에 발생한 사건입니다. 피해를 본 아동은 18명, 나이는 대부분 만 2~3살입니다.

■ 평가 'A등급' 어린이집에 무슨 일이?

교사들의 학대 행위가 알려진 건 2019년 초. 피해 아동 1명이 교사에게 맞았다고 부모에게 털어놓으면서부터입니다. 부모는 곧장 어린이집을 찾아가 CCTV를 열람했습니다. 영상에는 담임 교사가 한 행동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심한 학대 장면이 담겨 있었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교사 2명이 아동 18명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경남 거제의 한 어린이집.교사 2명이 아동 18명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경남 거제의 한 어린이집.

애초 1명인 줄 알았던 피해 아동은 10명으로, 수사가 막바지에 이를 무렵에는 18명까지 늘었습니다. 3살과 5살 자매 모두 학대 피해를 본 부모도 있었습니다. CCTV에 수백 건의 학대 의심 행위가 찍혔는데,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교사 각각의 범행과 공동 범행을 포함해 188건이었습니다.

피해 부모가 영상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한 것은 바로 교사 A 씨의 학대 장면이었습니다. 50여 차례에 걸쳐 원생을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는 A 씨, 다름 아닌 해당 어린이집 원장의 딸이었습니다. A 씨는 특정 아동을 골라 하루에 10여 차례에 걸쳐 학대를 반복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어린이집은 선생님들의 인성과 좋은 교육 프로그램으로 부모들 사이에서는 꽤 이름난 곳이었습니다. 한국보육진흥원의 어린이집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기도 했습니다. 보육환경과 건강, 안전 등 모든 평가 기준을 충족했다는 뜻입니다. 평가 등급을 철석같이 믿고 아이들을 보낸 부모들. 당장 어린이집에서 당한 학대가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 문제가 되지 않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1심 재판부, 검찰 공소사실 모두 인정

사건 뒤 2년 5개월이 흐른 지난 16일.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에서는 A 씨와 B 씨의 1심 재판이 열렸습니다. 재판부는 A 씨에게 징역 2년, B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3년 등을 명령했습니다. 또 A 씨에게는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을 받도록 했습니다. 앞서 검찰이 제기한 공소 사실 모두를 받아들인 겁니다.

지난 3월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피고인들이 법원에서 나오고 있다.지난 3월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피고인들이 법원에서 나오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교사들은 일부 학대 행위를 부인했는데,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교사들의 행동이 정상적인 훈육 과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고, 특히 피해 아동들이 보인 반응이 판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A 씨는 피해 아동을 밀쳐 B 씨에게 강제로 보낸 행위는 학대가 아니라고 주장했는데, 재판부는 이 역시 학대라고 봤습니다. 피해 아동이 학대 이후 곧장 A 씨에게 울면서 손을 비비는 장면이 CCTV에 고스란히 찍혔기 때문입니다.

또 A 씨는 또 다른 피해 아동의 바지 안에 손을 넣어 30초 동안 있었던 것도 학대가 아니라고 부인했는데, 재판부는 피해 아동이 돌아앉는 등 A 씨의 손을 피하려 했기 때문에 이 역시 성적 학대행위로 판단했습니다.

■"피해 아동 상처, 추정조차 어려워"…법정 구속은 면해

피고인 측이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피고인 측이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

재판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불과 약 두 달 동안 일어난 일"이라며 "학대 행위들로 인해 피해 아동들이 얼마나 큰 피해나 상처를 입었을지 추정조차 어렵다"라고 판시했습니다. 또 피고인들은 매달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내부연수를 받아왔는데도, 학대행위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상급심 판단을 한 번 더 받아보라는 취지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습니다. 피고인 측은 재판 다음 날 곧바로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경남 거제시는 해당 어린이집에 대해 운영 정지 6개월과 보육교사 2명에 대해 자격정지 2년을 명령했습니다.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법원 판결과 별개로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자진 폐업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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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장 딸 가담한 ‘188차례 학대’…거제 어린이집 교사 2명 ‘징역형’
    • 입력 2021-06-18 11:32:01
    취재K

[범죄 일람표]

[2019. 2. 13] 엉덩이를 움켜쥐어 강제추행하고, 25초간 손을 넣은 상태로 있다가…
[2019. 2. 14] 잠을 잘 때까지 눈을 뜨지 못하게 손가락으로 눈을 누르고…
[2019. 2. 15] 밥을 잘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발을 26회 강하게 꼬집는…
[2019. 2. 18] 죽을 먹이다 토하자 뱉은 것을 수저로 다시 받아 먹이는…
[2019. 2. 19] 불상의 이유로 피해자의 식판을 집어 4~5m 던지는…

아동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남 거제의 한 어린이집 교사 2명의 '범죄 일람표'입니다. 교사들의 정서적, 신체적, 성적 학대 횟수는 범죄 일람표에 적힌 것만 무려 188차례입니다. 2019년 1월부터 2월까지, 단 두 달의 짧은 기간에 발생한 사건입니다. 피해를 본 아동은 18명, 나이는 대부분 만 2~3살입니다.

■ 평가 'A등급' 어린이집에 무슨 일이?

교사들의 학대 행위가 알려진 건 2019년 초. 피해 아동 1명이 교사에게 맞았다고 부모에게 털어놓으면서부터입니다. 부모는 곧장 어린이집을 찾아가 CCTV를 열람했습니다. 영상에는 담임 교사가 한 행동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심한 학대 장면이 담겨 있었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교사 2명이 아동 18명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경남 거제의 한 어린이집.
애초 1명인 줄 알았던 피해 아동은 10명으로, 수사가 막바지에 이를 무렵에는 18명까지 늘었습니다. 3살과 5살 자매 모두 학대 피해를 본 부모도 있었습니다. CCTV에 수백 건의 학대 의심 행위가 찍혔는데,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교사 각각의 범행과 공동 범행을 포함해 188건이었습니다.

피해 부모가 영상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한 것은 바로 교사 A 씨의 학대 장면이었습니다. 50여 차례에 걸쳐 원생을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는 A 씨, 다름 아닌 해당 어린이집 원장의 딸이었습니다. A 씨는 특정 아동을 골라 하루에 10여 차례에 걸쳐 학대를 반복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어린이집은 선생님들의 인성과 좋은 교육 프로그램으로 부모들 사이에서는 꽤 이름난 곳이었습니다. 한국보육진흥원의 어린이집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기도 했습니다. 보육환경과 건강, 안전 등 모든 평가 기준을 충족했다는 뜻입니다. 평가 등급을 철석같이 믿고 아이들을 보낸 부모들. 당장 어린이집에서 당한 학대가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 문제가 되지 않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1심 재판부, 검찰 공소사실 모두 인정

사건 뒤 2년 5개월이 흐른 지난 16일.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에서는 A 씨와 B 씨의 1심 재판이 열렸습니다. 재판부는 A 씨에게 징역 2년, B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3년 등을 명령했습니다. 또 A 씨에게는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을 받도록 했습니다. 앞서 검찰이 제기한 공소 사실 모두를 받아들인 겁니다.

지난 3월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피고인들이 법원에서 나오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교사들은 일부 학대 행위를 부인했는데,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교사들의 행동이 정상적인 훈육 과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고, 특히 피해 아동들이 보인 반응이 판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A 씨는 피해 아동을 밀쳐 B 씨에게 강제로 보낸 행위는 학대가 아니라고 주장했는데, 재판부는 이 역시 학대라고 봤습니다. 피해 아동이 학대 이후 곧장 A 씨에게 울면서 손을 비비는 장면이 CCTV에 고스란히 찍혔기 때문입니다.

또 A 씨는 또 다른 피해 아동의 바지 안에 손을 넣어 30초 동안 있었던 것도 학대가 아니라고 부인했는데, 재판부는 피해 아동이 돌아앉는 등 A 씨의 손을 피하려 했기 때문에 이 역시 성적 학대행위로 판단했습니다.

■"피해 아동 상처, 추정조차 어려워"…법정 구속은 면해

피고인 측이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
재판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불과 약 두 달 동안 일어난 일"이라며 "학대 행위들로 인해 피해 아동들이 얼마나 큰 피해나 상처를 입었을지 추정조차 어렵다"라고 판시했습니다. 또 피고인들은 매달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내부연수를 받아왔는데도, 학대행위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상급심 판단을 한 번 더 받아보라는 취지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습니다. 피고인 측은 재판 다음 날 곧바로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경남 거제시는 해당 어린이집에 대해 운영 정지 6개월과 보육교사 2명에 대해 자격정지 2년을 명령했습니다.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법원 판결과 별개로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자진 폐업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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