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릇에 만 7천 원까지”…냉면값 뛰니 라면값도?

입력 2021.06.19 (07:00) 수정 2021.06.1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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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육수에 탱글한 면발로 여름철 입맛 돋우는 대표 음식, '냉면'입니다. 한낮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요즘 냉면집들엔 냉면맛 보려는 손님들로 북적이는데요.

한 그릇 가볍게 먹는 식사로 여겨 왔는데, 최근엔 냉면을 먹는 게 그리 가볍지만은 않게 됐습니다.

■ 한 그릇에 만 7천 원까지…"가볍지 못한 냉면 가격"

가격 때문인데요.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 중구의 냉면집 평양냉면은 한 그릇에 만 천 원, 45년 전통 서울 마포구의 냉면집은 만 3천 원입니다. 서울 송파구에 본점을 두고 있는 냉면집의 100% 메밀 순면은 한 그릇에 만 7천 원에 달합니다.


특히 몇몇 냉면집들이 올해 평양냉면 가격을 천 원씩 인상하면서, 일부 소비자들은 냉면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반응도 내놓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볼멘소리에도 냉면집들이 가격을 올린 데는 사정이 있습니다.

■ 원재료 가격 일제 상승…곡물·유지류 크게 올라

최근 크게 오른 원자재값 때문인데요. 냉면의 주원료인 메밀의 수입 도매가가 1kg 에 4,400원, 평년 대비 60% 가까이 높습니다. 국산 메밀은 이보다 비싼 5,000원대에 팔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2개월 연속 상승했습니다. 특히 지난달 곡물이 전월 대비 6%, 유지류가 7.8%로 크게 올랐는데요.

물론 최근 몇 년 사이 냉면 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꼭 가격 인상이 원자재 상승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지만, 한 부분을 차지하는 건 맞는 이야기인 듯합니다.

■ 원가 부담 커진 라면…가격 오르나?

이런 가운데 가격 인상 없이 꿋꿋이 버텨오던 라면업계마저 최근 흔들리고 있습니다.

밀(소맥)과 팜유가 주원료인 라면의 원가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농심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55% 가량 감소했는데, 주된 이유를 라면 제조의 원가가 높아진 것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라면업계의 올해 2분기 실적도 하락세가 예상되면서, 오뚜기, 삼양 등을 포함한 업계가 라면값 인상을 두고 고심에 빠진 겁니다.


농심은 2016년 12월, 삼양은 2017년 5월 이후로 가격 인상을 하지 않았고, 오뚜기는 2008년 4월 이후 13년 동안 가격을 유지해왔습니다.

인건비와 물류비 상승에도 꿈쩍 않던 라면값이 최근 가파르게 오른 원재료 가격을 감당하기에 버거워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신증권의 한유정 연구원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국제 곡물 가격은 통상적으로 3~6개월 시차를 두고 소재 업체 매입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라면업체들의 원가 상승 부담은 하반기에 더욱 가중될 전망"이라고 전했습니다.

■ 대표 서민음식 가격 오르면 반발도 불가피…업계는 눈치 싸움만

그런데 라면값 인상 결정은 말 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표적인 '서민음식'으로 장바구니에 빠질 수 없는 식품이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그만큼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물가지수에도 당장 영향을 끼칩니다. 늘 라면값 올리려면 정부와 조율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그때문입니다.


또, 라면값이 오르면 다른 식품 가격도 줄줄이 인상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주머니가 더 얇아질 소비자들의 반발 역시 불가피합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라면업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누가 먼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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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그릇에 만 7천 원까지”…냉면값 뛰니 라면값도?
    • 입력 2021-06-19 07:00:28
    • 수정2021-06-19 13:54:43
    취재K

시원한 육수에 탱글한 면발로 여름철 입맛 돋우는 대표 음식, '냉면'입니다. 한낮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요즘 냉면집들엔 냉면맛 보려는 손님들로 북적이는데요.

한 그릇 가볍게 먹는 식사로 여겨 왔는데, 최근엔 냉면을 먹는 게 그리 가볍지만은 않게 됐습니다.

■ 한 그릇에 만 7천 원까지…"가볍지 못한 냉면 가격"

가격 때문인데요.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 중구의 냉면집 평양냉면은 한 그릇에 만 천 원, 45년 전통 서울 마포구의 냉면집은 만 3천 원입니다. 서울 송파구에 본점을 두고 있는 냉면집의 100% 메밀 순면은 한 그릇에 만 7천 원에 달합니다.


특히 몇몇 냉면집들이 올해 평양냉면 가격을 천 원씩 인상하면서, 일부 소비자들은 냉면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반응도 내놓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볼멘소리에도 냉면집들이 가격을 올린 데는 사정이 있습니다.

■ 원재료 가격 일제 상승…곡물·유지류 크게 올라

최근 크게 오른 원자재값 때문인데요. 냉면의 주원료인 메밀의 수입 도매가가 1kg 에 4,400원, 평년 대비 60% 가까이 높습니다. 국산 메밀은 이보다 비싼 5,000원대에 팔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2개월 연속 상승했습니다. 특히 지난달 곡물이 전월 대비 6%, 유지류가 7.8%로 크게 올랐는데요.

물론 최근 몇 년 사이 냉면 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꼭 가격 인상이 원자재 상승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지만, 한 부분을 차지하는 건 맞는 이야기인 듯합니다.

■ 원가 부담 커진 라면…가격 오르나?

이런 가운데 가격 인상 없이 꿋꿋이 버텨오던 라면업계마저 최근 흔들리고 있습니다.

밀(소맥)과 팜유가 주원료인 라면의 원가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농심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55% 가량 감소했는데, 주된 이유를 라면 제조의 원가가 높아진 것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라면업계의 올해 2분기 실적도 하락세가 예상되면서, 오뚜기, 삼양 등을 포함한 업계가 라면값 인상을 두고 고심에 빠진 겁니다.


농심은 2016년 12월, 삼양은 2017년 5월 이후로 가격 인상을 하지 않았고, 오뚜기는 2008년 4월 이후 13년 동안 가격을 유지해왔습니다.

인건비와 물류비 상승에도 꿈쩍 않던 라면값이 최근 가파르게 오른 원재료 가격을 감당하기에 버거워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신증권의 한유정 연구원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국제 곡물 가격은 통상적으로 3~6개월 시차를 두고 소재 업체 매입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라면업체들의 원가 상승 부담은 하반기에 더욱 가중될 전망"이라고 전했습니다.

■ 대표 서민음식 가격 오르면 반발도 불가피…업계는 눈치 싸움만

그런데 라면값 인상 결정은 말 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표적인 '서민음식'으로 장바구니에 빠질 수 없는 식품이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그만큼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물가지수에도 당장 영향을 끼칩니다. 늘 라면값 올리려면 정부와 조율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그때문입니다.


또, 라면값이 오르면 다른 식품 가격도 줄줄이 인상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주머니가 더 얇아질 소비자들의 반발 역시 불가피합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라면업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누가 먼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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