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남] ‘살사댄스 카페’ 회장 놓고 법정까지…최후의 승자는?

입력 2021.06.19 (09:01) 수정 2021.06.1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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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포털사이트에는 같은 주제를 갖고 사람들이 모여 활동하는 카페가 활성화돼 있습니다. 그런데 살사댄스 강습을 주제로 한 카페에서 회장 선거를 두고 법정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온라인 카페 모임의 성격 △모임 집행부가 회칙과 다르게 해석한 의사결정의 효력 △대표자의 임기가 끝났더라도 회장 자격을 다투는 소송의 가부 등이 쟁점이 됐던 최신 판례를 소개해 드립니다.


■ 동호회장 선거 공고 다음날 전임 회장이 회칙 변경…소송 번져

한 대형 포털사이트의 살사댄스 카페. 수천 명의 회원이 가입한 이곳의 운영진들은 2019년 8월 차기 회장을 뽑겠다는 선거 공고를 냈습니다.

이 카페는 후보가 단수일 경우 바로 회장으로 선출되지만, 후보자가 복수일 경우 '우수회원' 이상 회원을 대상으로 3일간 투표를 진행해 회장을 선출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회장 선거에는 전임 회장이던 A 씨와 회원 B 씨가 입후보했습니다.

그런데 전임 회장 A 씨는 회장 선거 공고 바로 다음날, 카페 회칙을 개정했다고 공고했습니다. 기존 회칙상 회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선 '운영진을 6개월 이상 거친 자'여야 했는데, '운영진 1년 이상인 자'로 출마 요건을 강화한 겁니다.


이후 카페 선거대책위원회는 "회원 B 씨의 운영진 임기 기간이 두 차례에 걸쳐 1년을 채우는 부분에서 일관성을 충족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심사숙고 끝에 자격 미달로 판단, 이에 A 씨가 단독 후보로 확정돼 투표 없이 제19대 회장으로 확정됐다"고 공고했습니다.

B 씨가 운영진 활동을 한 기간을 합치면 1년 이상은 맞지만, '연속해서' 1년 이상 운영진 활동을 한 건 아니기 때문에 자격요건을 채우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 "회칙 변경은 부당·무효" Vs "회장 임기 이미 만료…소송 자격 없어"

카페 회원들과 운영진 사이에선 선거의 불공정 여부를 두고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급기야 일부 회원들은 'A 씨가 회장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해 달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소송을 낸 회원들은 재판에서 "A 씨가 이 사건 선거공고 이후 회장 자격요건인 운영진 경력을 '6개월 이상'에서 '1년 이상'으로 변경하였는 바, 이와 같은 회칙 변경은 B 씨의 회장 후보자격을 박탈하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회원들은 이어 "심지어 1년 이상 경력을 요구하는 회칙에 의하더라도 B 씨가 회장 후보자격을 충족함에도, 카페 선거대책위원회는 위 자격요건을 운영진으로 '계속하여' 1년 이상 근무한 것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함으로써 후보 자격을 부당하게 박탈했다"면서,

"위와 같은 선거 하자는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쳤으므로 이 사건 선거는 무효"라며 2019년 10월 서울중앙지법에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냈습니다.

법원은 회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A 씨는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피고의 회장 직무를 집행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결정했습니다. 카페는 그해 11월부터 회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됐습니다.

A 씨 측은 "A 씨의 회장 임기가 2020년 8월 만료돼 더 이상 카페 회장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소송에서 이익이 없다"고 맞섰습니다. 또 "회원들이 공익을 위해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이 아니므로 회원들에게 원고가 될 자격이 없다며 소송이 각하되어야 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 법원 "회장 임기 끝났어도 지위 무효 다툴 이익 있어"…원고 승소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42민사부(부장판사 마은혁)는 지난달 "A 씨가 카페 회장 지위에 있지 아니함을 확인한다"고 판단, 원고 승소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우선 과거의 법률관계를 다투는 것이어서 소송이 각하되어야 한다는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해당 카페는 살사댄스 동호회의 회원들로 구성돼 고유의 목적을 가지고, 피고의 회칙에 근거해 의사결정기관 및 집행기관인 대표자를 두는 등 조직을 갖추고 있으며, 그 구성원의 가입이나 탈퇴와 관련없이 단체 그 자체로서 존속하는 ' 비법인사단'이라 할 것"이라며,

"후임자로 새로운 회장이 선출되지 않고 있으므로 A 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새로운 대표자가 선임될 때까지 카페 대표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으므로, 원고들은 이를 배제하기 위해 A 씨가 회장이 아니라는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또 "회칙에 의하면 피고 회장은 피고 정회원 중 우수회원과 특별회원 자격을 부여하고, 감사의 자격을 갖는 고문을 임명할 수 있으며, 정회원 이상 등급의 회원 중 일정 임원을 운영진으로 선임하고, 운영비의 사용 및 관리감독에 대한 권한 등을 보유하게 된다"며,

"이런 권한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카페 구성원으로서 보유하는 권리에 위험이나 불안이 초래될 수 있는 바, 원고들로서는 그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해 A 씨의 회장 지위 존부를 판결로 즉시 확정할 필요가 있다"며 원고들의 소송 제기가 적법하다고 봤습니다.

법원은 카페 회칙 해석과 관련된 회원들의 주장도 옳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은 "카페 회칙 제11조 제1항은 회장의 자격요건으로 '운영진 1년 이상인 자'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위 기간이 반드시 계속하여 1년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며,

"이와 같은 이 사건 회칙의 문언 및 규정에 의하면, 회칙 조항에서 말하는 '운영진 1년 이상인 자'에는 운영진으로 활동한 모든 기간을 합산해 1년 이상 운영진으로 근무한 자도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법원은 "B 씨가 통산하여 적어도 1년 이상 카페 운영진으로 근무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해당 자격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라며,

"B 씨가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회장 출마 후보자격을 부당하게 박탈하고, A 씨를 단독 후보로 결정해 회장으로 선출한 이 사건 선거는 무효"라며 원고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이 사건은 1심에서 확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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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결남] ‘살사댄스 카페’ 회장 놓고 법정까지…최후의 승자는?
    • 입력 2021-06-19 09:01:11
    • 수정2021-06-19 13:54:14
    취재K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포털사이트에는 같은 주제를 갖고 사람들이 모여 활동하는 카페가 활성화돼 있습니다. 그런데 살사댄스 강습을 주제로 한 카페에서 회장 선거를 두고 법정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온라인 카페 모임의 성격 △모임 집행부가 회칙과 다르게 해석한 의사결정의 효력 △대표자의 임기가 끝났더라도 회장 자격을 다투는 소송의 가부 등이 쟁점이 됐던 최신 판례를 소개해 드립니다.


■ 동호회장 선거 공고 다음날 전임 회장이 회칙 변경…소송 번져

한 대형 포털사이트의 살사댄스 카페. 수천 명의 회원이 가입한 이곳의 운영진들은 2019년 8월 차기 회장을 뽑겠다는 선거 공고를 냈습니다.

이 카페는 후보가 단수일 경우 바로 회장으로 선출되지만, 후보자가 복수일 경우 '우수회원' 이상 회원을 대상으로 3일간 투표를 진행해 회장을 선출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회장 선거에는 전임 회장이던 A 씨와 회원 B 씨가 입후보했습니다.

그런데 전임 회장 A 씨는 회장 선거 공고 바로 다음날, 카페 회칙을 개정했다고 공고했습니다. 기존 회칙상 회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선 '운영진을 6개월 이상 거친 자'여야 했는데, '운영진 1년 이상인 자'로 출마 요건을 강화한 겁니다.


이후 카페 선거대책위원회는 "회원 B 씨의 운영진 임기 기간이 두 차례에 걸쳐 1년을 채우는 부분에서 일관성을 충족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심사숙고 끝에 자격 미달로 판단, 이에 A 씨가 단독 후보로 확정돼 투표 없이 제19대 회장으로 확정됐다"고 공고했습니다.

B 씨가 운영진 활동을 한 기간을 합치면 1년 이상은 맞지만, '연속해서' 1년 이상 운영진 활동을 한 건 아니기 때문에 자격요건을 채우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 "회칙 변경은 부당·무효" Vs "회장 임기 이미 만료…소송 자격 없어"

카페 회원들과 운영진 사이에선 선거의 불공정 여부를 두고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급기야 일부 회원들은 'A 씨가 회장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해 달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소송을 낸 회원들은 재판에서 "A 씨가 이 사건 선거공고 이후 회장 자격요건인 운영진 경력을 '6개월 이상'에서 '1년 이상'으로 변경하였는 바, 이와 같은 회칙 변경은 B 씨의 회장 후보자격을 박탈하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회원들은 이어 "심지어 1년 이상 경력을 요구하는 회칙에 의하더라도 B 씨가 회장 후보자격을 충족함에도, 카페 선거대책위원회는 위 자격요건을 운영진으로 '계속하여' 1년 이상 근무한 것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함으로써 후보 자격을 부당하게 박탈했다"면서,

"위와 같은 선거 하자는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쳤으므로 이 사건 선거는 무효"라며 2019년 10월 서울중앙지법에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냈습니다.

법원은 회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A 씨는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피고의 회장 직무를 집행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결정했습니다. 카페는 그해 11월부터 회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됐습니다.

A 씨 측은 "A 씨의 회장 임기가 2020년 8월 만료돼 더 이상 카페 회장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소송에서 이익이 없다"고 맞섰습니다. 또 "회원들이 공익을 위해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이 아니므로 회원들에게 원고가 될 자격이 없다며 소송이 각하되어야 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 법원 "회장 임기 끝났어도 지위 무효 다툴 이익 있어"…원고 승소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42민사부(부장판사 마은혁)는 지난달 "A 씨가 카페 회장 지위에 있지 아니함을 확인한다"고 판단, 원고 승소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우선 과거의 법률관계를 다투는 것이어서 소송이 각하되어야 한다는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해당 카페는 살사댄스 동호회의 회원들로 구성돼 고유의 목적을 가지고, 피고의 회칙에 근거해 의사결정기관 및 집행기관인 대표자를 두는 등 조직을 갖추고 있으며, 그 구성원의 가입이나 탈퇴와 관련없이 단체 그 자체로서 존속하는 ' 비법인사단'이라 할 것"이라며,

"후임자로 새로운 회장이 선출되지 않고 있으므로 A 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새로운 대표자가 선임될 때까지 카페 대표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으므로, 원고들은 이를 배제하기 위해 A 씨가 회장이 아니라는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또 "회칙에 의하면 피고 회장은 피고 정회원 중 우수회원과 특별회원 자격을 부여하고, 감사의 자격을 갖는 고문을 임명할 수 있으며, 정회원 이상 등급의 회원 중 일정 임원을 운영진으로 선임하고, 운영비의 사용 및 관리감독에 대한 권한 등을 보유하게 된다"며,

"이런 권한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카페 구성원으로서 보유하는 권리에 위험이나 불안이 초래될 수 있는 바, 원고들로서는 그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해 A 씨의 회장 지위 존부를 판결로 즉시 확정할 필요가 있다"며 원고들의 소송 제기가 적법하다고 봤습니다.

법원은 카페 회칙 해석과 관련된 회원들의 주장도 옳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은 "카페 회칙 제11조 제1항은 회장의 자격요건으로 '운영진 1년 이상인 자'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위 기간이 반드시 계속하여 1년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며,

"이와 같은 이 사건 회칙의 문언 및 규정에 의하면, 회칙 조항에서 말하는 '운영진 1년 이상인 자'에는 운영진으로 활동한 모든 기간을 합산해 1년 이상 운영진으로 근무한 자도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법원은 "B 씨가 통산하여 적어도 1년 이상 카페 운영진으로 근무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해당 자격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라며,

"B 씨가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회장 출마 후보자격을 부당하게 박탈하고, A 씨를 단독 후보로 결정해 회장으로 선출한 이 사건 선거는 무효"라며 원고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이 사건은 1심에서 확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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