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기자들Q] 포털 ‘알고리즘’ 사라지면 ‘해외토픽’도 사라질까?
입력 2021.06.19 (10:00)
수정 2021.06.1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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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습니다. 정부 여당은 포털의 뉴스 편집권을 폐기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이와 함께 포털의 ‘알고리즘’을 문제 삼기도 했습니다.
또, 일각에선 포털이 어떤 기준으로 뉴스를 추천하는지 알고리즘 소스코드 자체를 공개하라는 지적이 제기되는가 하면 정부 주도의 새로운 뉴스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더 나아가 아예 포털이 뉴스 서비스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포털이 출범한 지 20년이 지난 현재, 대부분 종이 신문이나 TV, 각 언론사 홈페이지가 아닌 네이버와 다음 같은 포털을 통해 뉴스를 보고 있습니다. 대체 포털 뉴스가 무엇이 문제길래 이렇게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일까요, 질문하는기자들Q 취재진이 들여다봤습니다.
■ ‘많이 본 기사’가 좋은 기사?...선정성에 함몰된 포털 뉴스
취재진은 포털에서 어떤 기사가 주로 소비되는지 알기 위해 가장 점유율이 높은 네이버에서 구독자 3백만이 넘는 언론사 19곳을 대상으로 기사를 분석했습니다. 5월 1일~31일까지 한 달간 오후 가장 트래픽이 몰리는 저녁 6시 기준, 많이 본 기사를 매일 50개씩 뽑았습니다.
취재진이 분석한 기사에서 많이 사용된 단어들. ‘친구’가 124회로 가장 많이 언급됐다.
많이 본 기사 1,550개를 대상으로 키워드 분석을 한 결과, 기사 제목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친구’(124회)였습니다. 고(故) 손정민 군의 친구 A 씨를 언급한 기사입니다.
빈도수가 높은 상위 10개 단어를 뽑아보니, 친구 외에도 ‘한강, 손정민, 실종, 정민, 대학생’ 등 관련 뉴스가 대부분 차지했습니다.
또, 분야별로 보면 사회 분야가 762건으로 전체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고, 이어 국제 뉴스가 276건으로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정치나 경제 분야보다 많은 건데 대부분 ‘해외 토픽’성 뉴스가 상당수 차지했습니다.
이외에도 성범죄 행위를 강조한 기사, 유명 연예인의 이름이 거론된 기사 등 각 언론사가 공들여 준비한 심층 탐사보도보다 자극적인 사건·사고, 가십성 뉴스들이 많이 읽혔습니다.
한 신문사 기자는 "조회 수 싸움만으로 모든 게 전락하다 보니까 언론이 사라져버렸다”며 ”조회 수 경쟁을 더욱더 심화시키는 게 지금 현재 포털 구조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에 대해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포털이 아니라 이것은 거의 가두리 양식이다. 질 나쁜 뉴스들이 포털 안에 갇힌 상태에서 이용자들에게 제공되는 것”이라며 “황폐화되 저널리즘 사막에서 이용자들이 계속 저질 뉴스를 섭취하며 살아가야 하는 시스템을 포털이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 언론의 ‘포털 독립’...성공할 수 있을까?
이처럼 언론사들이 포털에서 선정적인 기사를 앞다퉈 내놓는 이유는 수익과 직결돼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와 다음 모두 광고 수익을 언론사와 나누고 있는데 가장 큰 기준이 되는 것은 기사의 ‘조회 수’입니다.
결국, 가십성 기사를 생산하고 이런 기사들 위주로 소비되는 포털 뉴스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으로 포털에 의존하지 않고 언론사가 생존할 수 있는 자생력을 길러야 합니다. 특히 지금처럼 포털에서 모든 뉴스가 ‘공짜’로 소비되는 상황이 유지된다면 언론사들은 조회 수에 따른 광고 수익에만 연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몇몇 언론사들은 새로운 수익 구조를 찾는 실험에 나섰습니다.
지난달 시작한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의 경우 월 구독료를 받는 식인데 경향신문, 머니투데이, 조선일보 등이 참여 중입니다. 또 한겨레의 경우 신문사 중 처음으로 후원회원을 모집 중입니다.
류이근 한겨레 미디어전략실장은 “한겨레 뉴스 이용자들이 조금 더 손쉽게 뉴스를 볼 수 있도록 사용자 편의성을 강화한 방식의 서비스 개편을 진행했다”며 “'좀 더 저널리즘에 충실한 깊이 있는 기사, 포털에서 읽기 힘든 그런 기사들을 더 많이 쓰겠습니다. 더 많이 쓸 테니 저희들을 후원해 주십시오' 라는 약속”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유료로 지불했을 경우에 언론사들은 이용자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느냐는 게 중요하다”며 “언론사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우선권을 준다든가 아니면 콘텐츠 이외에 다른 서비스들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360도 사진 등 현재 포털 뉴스판에서는 구현할 수 없는 언론사 콘텐츠들이 많다”며 “가격 협상만 하는 게 아니라 언론사 실무 인력들과 포털 사업자가 만나서 기술 변화라든가 서비스의 변화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질문하는기자들Q는 10번째 순서로 '포털 뉴스'를 둘러싼 여러 논란과 문제점을 짚고, 대안을 고민해 봅니다.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질문하는기자들Q> 10회는 <포털 뉴스 20년...저널리즘은 어떻게 황폐화됐나?> 주제로 20일(일요일) 밤 10시 35분에 KBS1TV에서 방영됩니다.
김솔희 KBS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 이세중 KBS 기자가 출연합니다.
방송은 <질문하는기자들Q> KBS 홈페이지와 유튜브 계정을 통해 다시 볼 수 있습니다.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193
https://www.youtube.com/c/질문하는기자들Q/featu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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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습니다. 정부 여당은 포털의 뉴스 편집권을 폐기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이와 함께 포털의 ‘알고리즘’을 문제 삼기도 했습니다.
또, 일각에선 포털이 어떤 기준으로 뉴스를 추천하는지 알고리즘 소스코드 자체를 공개하라는 지적이 제기되는가 하면 정부 주도의 새로운 뉴스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더 나아가 아예 포털이 뉴스 서비스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포털이 출범한 지 20년이 지난 현재, 대부분 종이 신문이나 TV, 각 언론사 홈페이지가 아닌 네이버와 다음 같은 포털을 통해 뉴스를 보고 있습니다. 대체 포털 뉴스가 무엇이 문제길래 이렇게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일까요, 질문하는기자들Q 취재진이 들여다봤습니다.
■ ‘많이 본 기사’가 좋은 기사?...선정성에 함몰된 포털 뉴스
취재진은 포털에서 어떤 기사가 주로 소비되는지 알기 위해 가장 점유율이 높은 네이버에서 구독자 3백만이 넘는 언론사 19곳을 대상으로 기사를 분석했습니다. 5월 1일~31일까지 한 달간 오후 가장 트래픽이 몰리는 저녁 6시 기준, 많이 본 기사를 매일 50개씩 뽑았습니다.
많이 본 기사 1,550개를 대상으로 키워드 분석을 한 결과, 기사 제목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친구’(124회)였습니다. 고(故) 손정민 군의 친구 A 씨를 언급한 기사입니다.
빈도수가 높은 상위 10개 단어를 뽑아보니, 친구 외에도 ‘한강, 손정민, 실종, 정민, 대학생’ 등 관련 뉴스가 대부분 차지했습니다.
또, 분야별로 보면 사회 분야가 762건으로 전체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고, 이어 국제 뉴스가 276건으로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정치나 경제 분야보다 많은 건데 대부분 ‘해외 토픽’성 뉴스가 상당수 차지했습니다.
이외에도 성범죄 행위를 강조한 기사, 유명 연예인의 이름이 거론된 기사 등 각 언론사가 공들여 준비한 심층 탐사보도보다 자극적인 사건·사고, 가십성 뉴스들이 많이 읽혔습니다.
한 신문사 기자는 "조회 수 싸움만으로 모든 게 전락하다 보니까 언론이 사라져버렸다”며 ”조회 수 경쟁을 더욱더 심화시키는 게 지금 현재 포털 구조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에 대해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포털이 아니라 이것은 거의 가두리 양식이다. 질 나쁜 뉴스들이 포털 안에 갇힌 상태에서 이용자들에게 제공되는 것”이라며 “황폐화되 저널리즘 사막에서 이용자들이 계속 저질 뉴스를 섭취하며 살아가야 하는 시스템을 포털이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 언론의 ‘포털 독립’...성공할 수 있을까?
이처럼 언론사들이 포털에서 선정적인 기사를 앞다퉈 내놓는 이유는 수익과 직결돼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와 다음 모두 광고 수익을 언론사와 나누고 있는데 가장 큰 기준이 되는 것은 기사의 ‘조회 수’입니다.
결국, 가십성 기사를 생산하고 이런 기사들 위주로 소비되는 포털 뉴스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으로 포털에 의존하지 않고 언론사가 생존할 수 있는 자생력을 길러야 합니다. 특히 지금처럼 포털에서 모든 뉴스가 ‘공짜’로 소비되는 상황이 유지된다면 언론사들은 조회 수에 따른 광고 수익에만 연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몇몇 언론사들은 새로운 수익 구조를 찾는 실험에 나섰습니다.
지난달 시작한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의 경우 월 구독료를 받는 식인데 경향신문, 머니투데이, 조선일보 등이 참여 중입니다. 또 한겨레의 경우 신문사 중 처음으로 후원회원을 모집 중입니다.
류이근 한겨레 미디어전략실장은 “한겨레 뉴스 이용자들이 조금 더 손쉽게 뉴스를 볼 수 있도록 사용자 편의성을 강화한 방식의 서비스 개편을 진행했다”며 “'좀 더 저널리즘에 충실한 깊이 있는 기사, 포털에서 읽기 힘든 그런 기사들을 더 많이 쓰겠습니다. 더 많이 쓸 테니 저희들을 후원해 주십시오' 라는 약속”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유료로 지불했을 경우에 언론사들은 이용자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느냐는 게 중요하다”며 “언론사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우선권을 준다든가 아니면 콘텐츠 이외에 다른 서비스들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360도 사진 등 현재 포털 뉴스판에서는 구현할 수 없는 언론사 콘텐츠들이 많다”며 “가격 협상만 하는 게 아니라 언론사 실무 인력들과 포털 사업자가 만나서 기술 변화라든가 서비스의 변화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질문하는기자들Q는 10번째 순서로 '포털 뉴스'를 둘러싼 여러 논란과 문제점을 짚고, 대안을 고민해 봅니다.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질문하는기자들Q> 10회는 <포털 뉴스 20년...저널리즘은 어떻게 황폐화됐나?> 주제로 20일(일요일) 밤 10시 35분에 KBS1TV에서 방영됩니다.
김솔희 KBS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 이세중 KBS 기자가 출연합니다.
방송은 <질문하는기자들Q> KBS 홈페이지와 유튜브 계정을 통해 다시 볼 수 있습니다.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193
https://www.youtube.com/c/질문하는기자들Q/featu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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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중 기자 cen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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