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이 말한다 “공정이란 껍데기…인생은 한강물 아니면 한강뷰?”

입력 2021.06.20 (07:05) 수정 2021.06.20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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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년생 임명묵 (mz세대) 작가가 mz세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94년생 임명묵 (mz세대) 작가가 mz세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해한다는 것...때로는 그것이 결국 오해였다는 것을 알기에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말 앞에, 쉼표를 찍고 물음표를 던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많은 분이 요즘 '세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인 것 분명하지만, 여의도 정치권 에서 불어온 바람과 그 영향으로 뒤늦게 '야단법석'인 것 같기도 합니다.

20, 30대의 생각과 주장은 늘 있었지만 과잉대표된 누군가에 의해 이들의 존재는 이념적으로 너무나 쉽게 재단되고 이해(?)되고 규정됐습니다.

하지만 달라졌습니다. 아니 달라졌다는 걸 지금에야 알았다라는 말이 맞을 수 있습니다.

분명 이들의 목소리는 무언가를 바꾸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과정과 결과까지도 이들은 느끼고 있습니다.

94년생 임명묵 작가를 만났습니다. 임 작가는 최근 '90년대생은 대한민국은 어떻게 바라보는가?'라는 주제로 'K-를 생각한다'라는 제목의 책을 냈는데요.

MZ세대의 한 명의 작가를 통해 그들의 생각과 고민 등을 다 알 수는 없지만, 30, 40대 그리고 50대 작가가 아닌 90년대생이 본인 세대를 그리고 이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우선 4, 50대 등 기성세대가 MZ세대에 대해 착각하고 있거나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 뭔가요?

=착각하거나 오인이라고 보다는 그냥 몰이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편하게 얘기한다면 미디어에 대한 이해가 없는 거죠. X세대들이 커뮤니티를 할 때 그들은 기본적으로 PC를 썼는데요. 그런데 90년대생의 경우 청소년기 때부터 스마트폰을 쥐게 되는 집단들이 등장하고 거기에서 만들어지는 커뮤니티 문화라든가 콘텐츠라든가 이런 게 굉장히 달라지게 되는 거죠. 이런 변화에 대한 부족한 이해에서 나오는 인식이 제일 큰 '괴리'라고 봅니다.

온라인, 미디어 그리고 커뮤니티 문화에서 나오는 여론의 확산과 어떤 집단 운동 방식 그리고 피해 서사의 축적물...

-피해 서사의 축적물이란 게 뭔가요?

=나는 피해자이고 사회로부터 버림받았고 우리를 억압하는 세력이 있다는 이런 식의 서사인데, 90년대생 사이에서는 이게 남녀로 굉장히 크게 갈려져 있고 비단 남녀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집단이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하면서 온라인에서 집단행동을 하고 그런 에너지를 발산하면 현실 사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거잖아요. 하지만 기성세대는 그런 걸 이해 못 하니깐...

-그럼 그게 제대로 된 현실 인식인가요? 아니면 잘못된 인식인가요?

=모든 인식은 객관적인 세계를 자신이 나름대로 해석을 하는 거니깐 제가 '제대로 됐다. 아니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는 거죠

-'맞다 그르다'를 따지기 전에 그들이 그런 인식을 하고 있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는 건가요?

=출발점이 되겠죠

임 작가는 < 'K-를 생각한다'>에서 "2010년대 펼쳐진 한국 사회의 논쟁을 훗날 돌이켜볼 때, 일베, 디씨인사이드, 트위터, '여초 카페'등을 아예 논하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온라인 커뮤니티의 위상은 이전과 비교해서 엄첨나게 커졌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2010년대에 발전한 콘텐츠 내용을 살펴보면서 "웹소설은 위계를 거슬러 오르는 사회적 상승, 적대적 세계 속의 투쟁, 경쟁이 야기하는 스트레스에 대한 이야기를 담으며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고 설명하기도 했는데요.


-그렇다면 90년대생을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소비하는 콘텐츠를 보면 되는데요. 90년대생 사이에서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강력한 문화 코드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한탕주의입니다.

서울대생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나 한탕주의가 깔린 웹소설과 웹툰을 봅니다. 이걸 통해 일종의 신분 상승에 대한 대리 만족을 느끼는 건데, 그렇다 보니 사랑 얘기보다는 전생이나 시간 여행 등을 통해 미래 정보를 알고 몇 배의 돈을 버는 이야기가 주된 구조입니다.

한탕주의는 코인 열풍에서 잘 나타났는데 '코인'이라는 한탕의 꿈을 꾸거나 심하면 정말 목숨까지 걸었던 이유는 지금이 아니면 상위 계층으로 올라갈 수 없고, 성장 없는 노동과 고된 경쟁에서 해방되는 길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책에서 "인생은 한강물 아니면 한강뷰다" 이렇게 얘기했는데? 이런 맥락인가요?

=코인 투자가 한창일 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나왔던 말로 기억합니다. 즉 모든 걸 걸어서 한강물에 들어가든지, 실패하면요. 아니면 성공해서 한강뷰가 보이는 아파트를 사든지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있어 삶은 답답함 자체인 듯 보이는데 그런 만큼 '공정'에 대한 욕구도 클 것 같아 물었습니다.

-MZ세대에게도 '공정'이 중요한 화두겠네요?

=공정이란 말 자체가 좀 껍데기같은 말이죠. 공정론에 있어 정서적 반발감이 핵심이라고 보고요.

저는 젊은 사람들이 예측 가능성을 제일 높이 보고 있다고 봐요.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의 경우 청년 세대층에서 볼 때 이미 경쟁 풀(pool)이 주어져 이만큼 노력했는데 그걸 갑자기 바꾼다...이런 것들에 대한 반발이 심했던 거죠.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심리적 지지대가 국가시스템이었는데 그것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본 거죠. 즉 국가시스템, 예측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보여달라는 게 공정에 대한 얘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관념적이고 거창한 수사가 동원되는 '공정'이 아니라 우리가 노력은 할 테니 '예측 가능한 상황'만 만들어달라는 얘기로 해석되기도 하는데요.

이번에는 좀 민감한 문제인 남녀갈등에 관해 물었습니다.

-MZ세대는 오프라인에서는 안 싸우고 잘 지내는데 온라인에선 싸운다는 얘기가 있는데?

=오프라인에서, 실제 만나서는 안 싸우니깐 문제죠
온라인에서 싸우니깐 남초 커뮤니티와 여초 커뮤니티로 여론이 완전히 나뉘게 되고 거기서 피해 서사가 축적되고 상대방과의 소통 없이 자기들만의 공유하는 논리와 억압에 대한 분개 그런 게 누적이 되니깐 둘이서 그냥 계속 싸우는 거죠

특히 지금의 20대 남성 같은 경우에 일단은 남녀 간의 어떤 차이라는 게 크게 느껴지지 않았던 세대였고요. 어렸을 때부터 여자들이 공부도 잘하고 반장도 하고, 그런데 90년대생 남자에게 가부장제에 근거한 것들을 계속 요구했다는 거죠.

거기서 남성들이 어떤 피해 의식을 축적해 온 거죠. 왜 우리는 딱히 남자라서 이득을 보는 것도 없는데... 그런 가부장제에서 요구하는 것들이 꼴 보기 싫다는 거죠. 그런 것들을 왜 해야 하냐...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대표적인 게 군대이고요

이 지점에서 제1야당 당수가 된 이준석 대표에 대한 생각도 궁금했습니다.


-이 대표가 당대표 경선에서 남녀 문제를 갈등 양상으로 풀어갔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 대표가 물고 간 게 아니라 20대 남성들과 20대 여성들은 젠더 갈등에 대해 논의를 굉장히 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 대표를 20대 남성들이 이슈로 소환한 거죠.

-소환이요?

=그렇죠. 20대 남성들은 자신들의 어떤 요구와 열망과 기세, 그런 파도에 올라탈 사람을 갈구하고 있었는데, 이 대표 본인이 얼마나 의지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거기에 올라탄 거죠

-그렇다면 이런 상황이 남녀 간의 갈등을 푸는 데 도움이 될까요? 아니면 갈등이 양쪽으로 더 치닫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질까요?

=저는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거라고 보는 게 20대 남성들의 어떤 그런 피해 서사라는 걸 그동안 대변해 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커진 거거든요.

이제는 정치권에서 건전하게 논의가 시작됐고요. 중간에 적절한 방향으로 해소가 됐다면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텐데 그냥 꾹꾹 눌러...있는 것을 그냥 애써 무시한 거죠. 20대 남성이라는 집단이 만들어내는 어떤 흐름에 대해 '이준석에게 선동당한 거야' 이런 식으로 해석만 하면 그 다음에는 더 큰 문제가 생길 겁니다.

그렇다면 30대 이준석의 제1야당 대표. 어떤 의미인가요? 우선 정치적 의미를 듣고 싶었습니다.

=가장 큰 것은 일단은 산업화 서사를 공유하는 있는 노년층과 민주화 서사를 공유하는 중년층을 전부 다 거부하고 자신들 얘기를 들어주겠다는 사람을 밀어 올린 거죠

-이게 세대교체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두번 째는 수단으로서 '온라인 엔터테인먼트'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이준석 대표가 소위 뜨는 과정을 보면요. SNS에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설전이라든가, 토론회에서 신지혜 씨와의 격론, 당 대표 토론회에서 주호영·나경원 전 원내대표와의 토론 등이 중요한 어떤 결정적인 분기점이 됐는데요.

그것들이 소비되는 방식을 보면 인터넷 방송이라든가 커뮤니티에서 여론전쟁을 지켜보는 그런 식의 소비 방식이 많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보고, 그것을 실시간 채팅을 통해 참여하고, 그것을 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하이라이트 부분을 정리해서 커뮤니티에 올리고 그걸 통해서 여론 지지세가 더 크게 올라가는 그게 바로 전형적인 인터넷 방송의 문법이거든요. 이미 젊은 세대들의 방식이죠. 온라인에서 여론을 결집하고 세를 모으는 것은 그들에게 이미 익숙한 방식이죠. 온라인 엔터테인먼트인데 그걸 정치에다가 가져가 쓴 건데 그 효과가 엄청났던 거죠

그렇다면 지난 4월의 재보궐 선거와 최근의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서 나타난 현상을 정치영역에서의 MZ세대들의 전면적인 등장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요?

첫번째로는 이준석 대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는 이준석 대표의 성공 실패 여부와 무관하게 어쨌든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내년 대선도 궁금했습니다. 2022년 3월 '시대 정신'은 뭘지 말입니다.

질서 회복, 유연성 확보 이런 것 같은데...

하나 더 있다면, 더 중요한 것은 한국 사회의 의제가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양대 서사(산업화·민주화 서사)가 좀 많이 흔들렸다고 보거든요

새로운 의제와 서사를 누가 만들어낼 수 있는 지 그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성세대에 대해서도 물어봤습니다.

-MZ세대들이 586세대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라고 할까요?

=전히 젊은 척하는 게 제일 짜증 나게 하는 것 같은데요. 이건 X세대까지도 포함되는 건데 아직도 자기들이 '나 정도면 그래도 세련되고 젊지.'라고 하는 게 그게 좀 열 받아 하는 것 같아요.

-제가 X세대인데 그래도 젊게 사는 게 좋지 않나요? 젊다고 생각하는데...

=40대 진보 대학생이라는 좋은 말이 있습니다.

-40대 진보 대학생이요?

=아직도 나이 40 먹고도 진보 대학생인 것처럼 활동한다는 어떤 '조롱'의 의미인데 좀 뭐랄까?
어른에게 기대하는 책임 의식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런 게 부족하다고 젊은 세대들은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한 시간 남짓 이어진 대화 끝에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합니다.

그래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관점'과 '다름'이 있었습니다.


한 사람의 의견일 수 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지나친 '일반화'라는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받아들일지는 전적으로 이 글을 읽는 분의 몫입니다.

다른 시각에서 이 문제를 들여다 보는 분들과의 만남도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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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0년대생이 말한다 “공정이란 껍데기…인생은 한강물 아니면 한강뷰?”
    • 입력 2021-06-20 07:05:49
    • 수정2021-06-20 08:24:08
    취재K
94년생 임명묵 (mz세대) 작가가 mz세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해한다는 것...때로는 그것이 결국 오해였다는 것을 알기에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말 앞에, 쉼표를 찍고 물음표를 던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많은 분이 요즘 '세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인 것 분명하지만, 여의도 정치권 에서 불어온 바람과 그 영향으로 뒤늦게 '야단법석'인 것 같기도 합니다.

20, 30대의 생각과 주장은 늘 있었지만 과잉대표된 누군가에 의해 이들의 존재는 이념적으로 너무나 쉽게 재단되고 이해(?)되고 규정됐습니다.

하지만 달라졌습니다. 아니 달라졌다는 걸 지금에야 알았다라는 말이 맞을 수 있습니다.

분명 이들의 목소리는 무언가를 바꾸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과정과 결과까지도 이들은 느끼고 있습니다.

94년생 임명묵 작가를 만났습니다. 임 작가는 최근 '90년대생은 대한민국은 어떻게 바라보는가?'라는 주제로 'K-를 생각한다'라는 제목의 책을 냈는데요.

MZ세대의 한 명의 작가를 통해 그들의 생각과 고민 등을 다 알 수는 없지만, 30, 40대 그리고 50대 작가가 아닌 90년대생이 본인 세대를 그리고 이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우선 4, 50대 등 기성세대가 MZ세대에 대해 착각하고 있거나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 뭔가요?

=착각하거나 오인이라고 보다는 그냥 몰이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편하게 얘기한다면 미디어에 대한 이해가 없는 거죠. X세대들이 커뮤니티를 할 때 그들은 기본적으로 PC를 썼는데요. 그런데 90년대생의 경우 청소년기 때부터 스마트폰을 쥐게 되는 집단들이 등장하고 거기에서 만들어지는 커뮤니티 문화라든가 콘텐츠라든가 이런 게 굉장히 달라지게 되는 거죠. 이런 변화에 대한 부족한 이해에서 나오는 인식이 제일 큰 '괴리'라고 봅니다.

온라인, 미디어 그리고 커뮤니티 문화에서 나오는 여론의 확산과 어떤 집단 운동 방식 그리고 피해 서사의 축적물...

-피해 서사의 축적물이란 게 뭔가요?

=나는 피해자이고 사회로부터 버림받았고 우리를 억압하는 세력이 있다는 이런 식의 서사인데, 90년대생 사이에서는 이게 남녀로 굉장히 크게 갈려져 있고 비단 남녀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집단이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하면서 온라인에서 집단행동을 하고 그런 에너지를 발산하면 현실 사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거잖아요. 하지만 기성세대는 그런 걸 이해 못 하니깐...

-그럼 그게 제대로 된 현실 인식인가요? 아니면 잘못된 인식인가요?

=모든 인식은 객관적인 세계를 자신이 나름대로 해석을 하는 거니깐 제가 '제대로 됐다. 아니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는 거죠

-'맞다 그르다'를 따지기 전에 그들이 그런 인식을 하고 있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는 건가요?

=출발점이 되겠죠

임 작가는 < 'K-를 생각한다'>에서 "2010년대 펼쳐진 한국 사회의 논쟁을 훗날 돌이켜볼 때, 일베, 디씨인사이드, 트위터, '여초 카페'등을 아예 논하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온라인 커뮤니티의 위상은 이전과 비교해서 엄첨나게 커졌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2010년대에 발전한 콘텐츠 내용을 살펴보면서 "웹소설은 위계를 거슬러 오르는 사회적 상승, 적대적 세계 속의 투쟁, 경쟁이 야기하는 스트레스에 대한 이야기를 담으며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고 설명하기도 했는데요.


-그렇다면 90년대생을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소비하는 콘텐츠를 보면 되는데요. 90년대생 사이에서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강력한 문화 코드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한탕주의입니다.

서울대생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나 한탕주의가 깔린 웹소설과 웹툰을 봅니다. 이걸 통해 일종의 신분 상승에 대한 대리 만족을 느끼는 건데, 그렇다 보니 사랑 얘기보다는 전생이나 시간 여행 등을 통해 미래 정보를 알고 몇 배의 돈을 버는 이야기가 주된 구조입니다.

한탕주의는 코인 열풍에서 잘 나타났는데 '코인'이라는 한탕의 꿈을 꾸거나 심하면 정말 목숨까지 걸었던 이유는 지금이 아니면 상위 계층으로 올라갈 수 없고, 성장 없는 노동과 고된 경쟁에서 해방되는 길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책에서 "인생은 한강물 아니면 한강뷰다" 이렇게 얘기했는데? 이런 맥락인가요?

=코인 투자가 한창일 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나왔던 말로 기억합니다. 즉 모든 걸 걸어서 한강물에 들어가든지, 실패하면요. 아니면 성공해서 한강뷰가 보이는 아파트를 사든지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있어 삶은 답답함 자체인 듯 보이는데 그런 만큼 '공정'에 대한 욕구도 클 것 같아 물었습니다.

-MZ세대에게도 '공정'이 중요한 화두겠네요?

=공정이란 말 자체가 좀 껍데기같은 말이죠. 공정론에 있어 정서적 반발감이 핵심이라고 보고요.

저는 젊은 사람들이 예측 가능성을 제일 높이 보고 있다고 봐요.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의 경우 청년 세대층에서 볼 때 이미 경쟁 풀(pool)이 주어져 이만큼 노력했는데 그걸 갑자기 바꾼다...이런 것들에 대한 반발이 심했던 거죠.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심리적 지지대가 국가시스템이었는데 그것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본 거죠. 즉 국가시스템, 예측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보여달라는 게 공정에 대한 얘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관념적이고 거창한 수사가 동원되는 '공정'이 아니라 우리가 노력은 할 테니 '예측 가능한 상황'만 만들어달라는 얘기로 해석되기도 하는데요.

이번에는 좀 민감한 문제인 남녀갈등에 관해 물었습니다.

-MZ세대는 오프라인에서는 안 싸우고 잘 지내는데 온라인에선 싸운다는 얘기가 있는데?

=오프라인에서, 실제 만나서는 안 싸우니깐 문제죠
온라인에서 싸우니깐 남초 커뮤니티와 여초 커뮤니티로 여론이 완전히 나뉘게 되고 거기서 피해 서사가 축적되고 상대방과의 소통 없이 자기들만의 공유하는 논리와 억압에 대한 분개 그런 게 누적이 되니깐 둘이서 그냥 계속 싸우는 거죠

특히 지금의 20대 남성 같은 경우에 일단은 남녀 간의 어떤 차이라는 게 크게 느껴지지 않았던 세대였고요. 어렸을 때부터 여자들이 공부도 잘하고 반장도 하고, 그런데 90년대생 남자에게 가부장제에 근거한 것들을 계속 요구했다는 거죠.

거기서 남성들이 어떤 피해 의식을 축적해 온 거죠. 왜 우리는 딱히 남자라서 이득을 보는 것도 없는데... 그런 가부장제에서 요구하는 것들이 꼴 보기 싫다는 거죠. 그런 것들을 왜 해야 하냐...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대표적인 게 군대이고요

이 지점에서 제1야당 당수가 된 이준석 대표에 대한 생각도 궁금했습니다.


-이 대표가 당대표 경선에서 남녀 문제를 갈등 양상으로 풀어갔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 대표가 물고 간 게 아니라 20대 남성들과 20대 여성들은 젠더 갈등에 대해 논의를 굉장히 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 대표를 20대 남성들이 이슈로 소환한 거죠.

-소환이요?

=그렇죠. 20대 남성들은 자신들의 어떤 요구와 열망과 기세, 그런 파도에 올라탈 사람을 갈구하고 있었는데, 이 대표 본인이 얼마나 의지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거기에 올라탄 거죠

-그렇다면 이런 상황이 남녀 간의 갈등을 푸는 데 도움이 될까요? 아니면 갈등이 양쪽으로 더 치닫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질까요?

=저는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거라고 보는 게 20대 남성들의 어떤 그런 피해 서사라는 걸 그동안 대변해 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커진 거거든요.

이제는 정치권에서 건전하게 논의가 시작됐고요. 중간에 적절한 방향으로 해소가 됐다면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텐데 그냥 꾹꾹 눌러...있는 것을 그냥 애써 무시한 거죠. 20대 남성이라는 집단이 만들어내는 어떤 흐름에 대해 '이준석에게 선동당한 거야' 이런 식으로 해석만 하면 그 다음에는 더 큰 문제가 생길 겁니다.

그렇다면 30대 이준석의 제1야당 대표. 어떤 의미인가요? 우선 정치적 의미를 듣고 싶었습니다.

=가장 큰 것은 일단은 산업화 서사를 공유하는 있는 노년층과 민주화 서사를 공유하는 중년층을 전부 다 거부하고 자신들 얘기를 들어주겠다는 사람을 밀어 올린 거죠

-이게 세대교체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두번 째는 수단으로서 '온라인 엔터테인먼트'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이준석 대표가 소위 뜨는 과정을 보면요. SNS에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설전이라든가, 토론회에서 신지혜 씨와의 격론, 당 대표 토론회에서 주호영·나경원 전 원내대표와의 토론 등이 중요한 어떤 결정적인 분기점이 됐는데요.

그것들이 소비되는 방식을 보면 인터넷 방송이라든가 커뮤니티에서 여론전쟁을 지켜보는 그런 식의 소비 방식이 많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보고, 그것을 실시간 채팅을 통해 참여하고, 그것을 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하이라이트 부분을 정리해서 커뮤니티에 올리고 그걸 통해서 여론 지지세가 더 크게 올라가는 그게 바로 전형적인 인터넷 방송의 문법이거든요. 이미 젊은 세대들의 방식이죠. 온라인에서 여론을 결집하고 세를 모으는 것은 그들에게 이미 익숙한 방식이죠. 온라인 엔터테인먼트인데 그걸 정치에다가 가져가 쓴 건데 그 효과가 엄청났던 거죠

그렇다면 지난 4월의 재보궐 선거와 최근의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서 나타난 현상을 정치영역에서의 MZ세대들의 전면적인 등장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요?

첫번째로는 이준석 대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는 이준석 대표의 성공 실패 여부와 무관하게 어쨌든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내년 대선도 궁금했습니다. 2022년 3월 '시대 정신'은 뭘지 말입니다.

질서 회복, 유연성 확보 이런 것 같은데...

하나 더 있다면, 더 중요한 것은 한국 사회의 의제가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양대 서사(산업화·민주화 서사)가 좀 많이 흔들렸다고 보거든요

새로운 의제와 서사를 누가 만들어낼 수 있는 지 그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성세대에 대해서도 물어봤습니다.

-MZ세대들이 586세대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라고 할까요?

=전히 젊은 척하는 게 제일 짜증 나게 하는 것 같은데요. 이건 X세대까지도 포함되는 건데 아직도 자기들이 '나 정도면 그래도 세련되고 젊지.'라고 하는 게 그게 좀 열 받아 하는 것 같아요.

-제가 X세대인데 그래도 젊게 사는 게 좋지 않나요? 젊다고 생각하는데...

=40대 진보 대학생이라는 좋은 말이 있습니다.

-40대 진보 대학생이요?

=아직도 나이 40 먹고도 진보 대학생인 것처럼 활동한다는 어떤 '조롱'의 의미인데 좀 뭐랄까?
어른에게 기대하는 책임 의식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런 게 부족하다고 젊은 세대들은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한 시간 남짓 이어진 대화 끝에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합니다.

그래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관점'과 '다름'이 있었습니다.


한 사람의 의견일 수 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지나친 '일반화'라는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받아들일지는 전적으로 이 글을 읽는 분의 몫입니다.

다른 시각에서 이 문제를 들여다 보는 분들과의 만남도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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