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식탁에 올라갈 ‘고기 없는 고기’…배양육 상용화 가능할까?

입력 2021.06.20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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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1880 레스토랑에서 선보인 배양육 요리. 미국의 잇 저스트는 싱가포르 레스토랑에 인공 닭고기를 공급한다.싱가포르 1880 레스토랑에서 선보인 배양육 요리. 미국의 잇 저스트는 싱가포르 레스토랑에 인공 닭고기를 공급한다.

미래의 우리 식탁에는 어떤 음식이 올라갈지 상상해 보신 적 있나요?

지난해 12월 싱가포르에서는 특별한 고기의 판매를 허용했습니다. 바로 ‘고기 없는 고기’인데요.

무슨 말이냐고요? 조금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고기에서 떼어낸 줄기세포로 실험실에서 만든 ‘배양육(cultured meat)’을 말합니다.

싱가포르에서 처음 식품 판매 허가를 받은 곳은 미국의 스타트업 '잇 저스트(Eat Just)'인데요. 싱가포르에 있는 '1880'이라는 레스토랑에서 배양 닭고기로 만든 23달러짜리 요리를 선보였습니다.

건강과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축이 아닌 세포 배양을 통해 생산하는 배양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 늘어나는 고기 섭취·환경 파괴 이유로 '미래의 먹거리' 고민 늘어

인류의 늘어나는 육식을 감당하기에 지구 환경은 포화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연간 육류 소비량은 2011년 269만 톤에서 2050년 460톤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데요. 우리의 고기 수요가 기존의 축산 방식으로는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죠.

그걸 다 감당한다고 하더라도,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과 환경오염은 물론 동물 윤리 등의 문제도 외면 할 수 없습니다.

공장식 사육으로 동물에게 학대가 가해지고, 동물이 받은 스트레스와 그들의 몸속에 남아있는 약품들은 그대로 인간의 식탁에 오릅니다.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공해는 자연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식품 원료로 인정된 식용 곤충 갈색거저리 ‘고소애’(좌)와 콩으로 만든 고기(우). 출처-고소애 홈페이지, 게티이미지식품 원료로 인정된 식용 곤충 갈색거저리 ‘고소애’(좌)와 콩으로 만든 고기(우). 출처-고소애 홈페이지, 게티이미지

현재 직면한 여러 가지 육식의 문제들을 과학의 힘으로 해결하기 위해 식용곤충, 식물유래 대체육 등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5년 전 식품 원료로 인정된 식용 곤충 갈색거저리, 이른바 '고소애'는 절반 이상이 단백질로 되어있으며 몸에 좋은 불포화 지방산 함량도 높습니다. 이는 암 환자 면역력 증진에도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제는 마트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콩고기는 대표적인 대체육으로서, 채식주의자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대체육의 개발 가능성을 활짝 열어줬습니다.

이 가운데 단연 획기적인 것은 바로 앞서 언급한 ‘배양육’입니다.

친환경적인 미래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배양육은 기존 육류 시장을 점차 대체해 20년 뒤엔 전체 육류 소비의 35%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 가축의 줄기세포로 만든 배양육. 미래의 단백질 공급원이 될 수 있을까?

이미지 출처-MOSA MEAT이미지 출처-MOSA MEAT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지난 17일(목) ‘배양육, 미래의 먹거리일까?’를 주제로 한림원탁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한민구 원장은 “배양육은 많은 사람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는 먹거리의 영역이기 때문에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며, "전통적 방식의 축산업과 배양육 관련 분야가 동반 성장을 이뤄 상호 보완해 갈 수 있도록 각계 전문가들의 건설적인 논의의 장이 되길 바란다"며 토론회 개최 취지를 밝혔습니다.

서울대학교 식품·동물생명공학부 조철훈 교수는 배양육이 미래의 단백질 공급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조 교수는 "육류를 대체하는 식품으로 배양육은 유일한 동물성 기반 육류 대체소재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며 "세포와 조직공학 기반의 배양육 생산기술이 발전하며 인류의 미래 먹거리 해결을 위한 중요한 기술로 부각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고기와 같은 맛이 난다?…축산업계에 상당한 타격 예상돼


배양육은 소나 돼지, 닭 등 가축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로 만들어지는데요. 줄기세포는 실험실에서 6주 동안 영양액과 전기자극을 사용해 근육세포로 키워집니다. 그리고 육류 특유의 빛깔로 염색까지 하면 완성됩니다.

대체육을 만드는 궁극적인 목적은 두껍고 식감과 향이 좋고 마블링이 있는 신선육과 똑같은 상태의 고기를 만들어 내는 것일 텐데요.

소의 세포 중에서도 지방세포를 배양하면 지방이 자랍니다. 근육세포를 키운 뒤 지방세포를 첨가하면 이론상 '마블링(근육 안에 섞인 지방층)'도 가능합니다.

이렇게 채취한 세포가 잘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알아서 풍미를 지닌 고기로 자라게 됩니다.

그러나 배양육을 바라보는 축산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승호 축산관련단체협의회 회장은 "고기는 엄연히 축산업을 통해 생산된 것만이 고기"라며, 배양육 세포를 증식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기술이 동원되므로 "배양육은 축산물을 대체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승호 회장은 배양육의 생산과정에 과도한 항생제를 투입해 배양하게 되므로 배양육의 안전성에도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배양육에 도입될 신기술에 대해서도 인체 유해성 검증이 미비해 GMO(유전자변형기술)식품과 같은 인체 유해성 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소비자 선호가 형성된 자연식품 시장을 배척하고, 소비자 선호가 없는 식품첨가물 시장 확대를 위해 정부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라고 경고했습니다.

■ 배양육 상용화를 위한 과제는?…가격 상용화, 안정성 문제 대두

출처-게티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

배양육은 생산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고 배양육의 섭취로 인해 건강상 이상에 대한 우려까지 고려하면 상용화하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아직 많이 있습니다.

배호재 건국대학교 줄기세포재생공학과 교수는 "낮은 가격으로 만들 수 있는 소재들을 개발하고, 소재의 정밀도를 높혀 가격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소비자 대부분은 가격, 맛, 편의성 순으로 구매에 중점을 둔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술적인 문제와 더불어 배양육 개발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안전관리 기준, 법률 및 제도적 개선 등을 풀어나가야 합니다.

이에 대해 노수현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배양육의 안전관리에 기반을 둔 연구 및 평가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며, "실험실에서 배양한 세포의 기원별로 모든 공정에 대해 안전관리 기준을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배양육 연구의 필요성과 선택의 문제에 있어 고민해봐야 할 여지가 충분히 있어 보입니다.

"언젠가 우리는 할아버지 세대가 고기를 먹기 위해 동물을 죽이던 모습을 돌아보며
옛날에는 그런 시절도 있었다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 빌 게이츠

과연 빌 게이츠 말처럼 미래 시대에는 도축을 하지 않고 배양해서 만든 고기로 요리한 스테이크만 먹을까요? 아니면 도축한 자연 소의 고기는 부자가 먹고 배양육은 가난한 사람이 먹는 빈부 격차가 생기지는 아닐까요? 이런 저의 걱정이 그냥 기우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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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 식탁에 올라갈 ‘고기 없는 고기’…배양육 상용화 가능할까?
    • 입력 2021-06-20 08:09:21
    취재K
싱가포르 1880 레스토랑에서 선보인 배양육 요리. 미국의 잇 저스트는 싱가포르 레스토랑에 인공 닭고기를 공급한다.
미래의 우리 식탁에는 어떤 음식이 올라갈지 상상해 보신 적 있나요?

지난해 12월 싱가포르에서는 특별한 고기의 판매를 허용했습니다. 바로 ‘고기 없는 고기’인데요.

무슨 말이냐고요? 조금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고기에서 떼어낸 줄기세포로 실험실에서 만든 ‘배양육(cultured meat)’을 말합니다.

싱가포르에서 처음 식품 판매 허가를 받은 곳은 미국의 스타트업 '잇 저스트(Eat Just)'인데요. 싱가포르에 있는 '1880'이라는 레스토랑에서 배양 닭고기로 만든 23달러짜리 요리를 선보였습니다.

건강과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축이 아닌 세포 배양을 통해 생산하는 배양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 늘어나는 고기 섭취·환경 파괴 이유로 '미래의 먹거리' 고민 늘어

인류의 늘어나는 육식을 감당하기에 지구 환경은 포화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연간 육류 소비량은 2011년 269만 톤에서 2050년 460톤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데요. 우리의 고기 수요가 기존의 축산 방식으로는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죠.

그걸 다 감당한다고 하더라도,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과 환경오염은 물론 동물 윤리 등의 문제도 외면 할 수 없습니다.

공장식 사육으로 동물에게 학대가 가해지고, 동물이 받은 스트레스와 그들의 몸속에 남아있는 약품들은 그대로 인간의 식탁에 오릅니다.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공해는 자연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식품 원료로 인정된 식용 곤충 갈색거저리 ‘고소애’(좌)와 콩으로 만든 고기(우). 출처-고소애 홈페이지, 게티이미지
현재 직면한 여러 가지 육식의 문제들을 과학의 힘으로 해결하기 위해 식용곤충, 식물유래 대체육 등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5년 전 식품 원료로 인정된 식용 곤충 갈색거저리, 이른바 '고소애'는 절반 이상이 단백질로 되어있으며 몸에 좋은 불포화 지방산 함량도 높습니다. 이는 암 환자 면역력 증진에도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제는 마트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콩고기는 대표적인 대체육으로서, 채식주의자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대체육의 개발 가능성을 활짝 열어줬습니다.

이 가운데 단연 획기적인 것은 바로 앞서 언급한 ‘배양육’입니다.

친환경적인 미래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배양육은 기존 육류 시장을 점차 대체해 20년 뒤엔 전체 육류 소비의 35%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 가축의 줄기세포로 만든 배양육. 미래의 단백질 공급원이 될 수 있을까?

이미지 출처-MOSA MEAT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지난 17일(목) ‘배양육, 미래의 먹거리일까?’를 주제로 한림원탁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한민구 원장은 “배양육은 많은 사람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는 먹거리의 영역이기 때문에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며, "전통적 방식의 축산업과 배양육 관련 분야가 동반 성장을 이뤄 상호 보완해 갈 수 있도록 각계 전문가들의 건설적인 논의의 장이 되길 바란다"며 토론회 개최 취지를 밝혔습니다.

서울대학교 식품·동물생명공학부 조철훈 교수는 배양육이 미래의 단백질 공급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조 교수는 "육류를 대체하는 식품으로 배양육은 유일한 동물성 기반 육류 대체소재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며 "세포와 조직공학 기반의 배양육 생산기술이 발전하며 인류의 미래 먹거리 해결을 위한 중요한 기술로 부각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고기와 같은 맛이 난다?…축산업계에 상당한 타격 예상돼


배양육은 소나 돼지, 닭 등 가축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로 만들어지는데요. 줄기세포는 실험실에서 6주 동안 영양액과 전기자극을 사용해 근육세포로 키워집니다. 그리고 육류 특유의 빛깔로 염색까지 하면 완성됩니다.

대체육을 만드는 궁극적인 목적은 두껍고 식감과 향이 좋고 마블링이 있는 신선육과 똑같은 상태의 고기를 만들어 내는 것일 텐데요.

소의 세포 중에서도 지방세포를 배양하면 지방이 자랍니다. 근육세포를 키운 뒤 지방세포를 첨가하면 이론상 '마블링(근육 안에 섞인 지방층)'도 가능합니다.

이렇게 채취한 세포가 잘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알아서 풍미를 지닌 고기로 자라게 됩니다.

그러나 배양육을 바라보는 축산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승호 축산관련단체협의회 회장은 "고기는 엄연히 축산업을 통해 생산된 것만이 고기"라며, 배양육 세포를 증식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기술이 동원되므로 "배양육은 축산물을 대체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승호 회장은 배양육의 생산과정에 과도한 항생제를 투입해 배양하게 되므로 배양육의 안전성에도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배양육에 도입될 신기술에 대해서도 인체 유해성 검증이 미비해 GMO(유전자변형기술)식품과 같은 인체 유해성 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소비자 선호가 형성된 자연식품 시장을 배척하고, 소비자 선호가 없는 식품첨가물 시장 확대를 위해 정부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라고 경고했습니다.

■ 배양육 상용화를 위한 과제는?…가격 상용화, 안정성 문제 대두

출처-게티이미지
배양육은 생산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고 배양육의 섭취로 인해 건강상 이상에 대한 우려까지 고려하면 상용화하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아직 많이 있습니다.

배호재 건국대학교 줄기세포재생공학과 교수는 "낮은 가격으로 만들 수 있는 소재들을 개발하고, 소재의 정밀도를 높혀 가격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소비자 대부분은 가격, 맛, 편의성 순으로 구매에 중점을 둔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술적인 문제와 더불어 배양육 개발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안전관리 기준, 법률 및 제도적 개선 등을 풀어나가야 합니다.

이에 대해 노수현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배양육의 안전관리에 기반을 둔 연구 및 평가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며, "실험실에서 배양한 세포의 기원별로 모든 공정에 대해 안전관리 기준을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배양육 연구의 필요성과 선택의 문제에 있어 고민해봐야 할 여지가 충분히 있어 보입니다.

"언젠가 우리는 할아버지 세대가 고기를 먹기 위해 동물을 죽이던 모습을 돌아보며
옛날에는 그런 시절도 있었다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 빌 게이츠

과연 빌 게이츠 말처럼 미래 시대에는 도축을 하지 않고 배양해서 만든 고기로 요리한 스테이크만 먹을까요? 아니면 도축한 자연 소의 고기는 부자가 먹고 배양육은 가난한 사람이 먹는 빈부 격차가 생기지는 아닐까요? 이런 저의 걱정이 그냥 기우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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