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파이프에 BB탄까지…강아지가 무슨 죄?

입력 2021.06.20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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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봉투를 열어 보니 강아지가 널부려져 있었고, 울고 있었어요. 강아지를 밖으로 꺼내 보니 비명을 지르고 너무 아파해서..."

지난해 7월 대전에서 쓰레기봉투에 담겨 버려진 강아지를 발견한 주민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입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을 학대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돼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요?

대소변을 못 가린다는 이유로 생후 3개월 된 강아지를 둔기로 때린 뒤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는가 하면, 자신을 보고 짖는 개에게 BB탄을 수십 발 쏘는 등 잔혹하게 동물을 학대한 이들에 대한 법원 판결이 최근 잇따라 나왔습니다.

■ 쇠파이프로 때리고 쓰레기봉투에 담아 유기…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지난해 7월 대전 동구에 사는 45살 문 모 씨는 자택에서 기르던 강아지를 배수관 파이프로 5차례나 때렸습니다. 생후 3개월 된 치와와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다친 강아지를 쓰레기봉투에 집어넣어 집 근처 담벼락에 버렸습니다. 강아지는 다행히 지나가던 주민이 울음소리를 듣고 발견했지만, 두개골이 함몰된 상태였습니다.

다친 강아지는 치료를 받았지만, 뇌출혈 등의 증상이 나타났고 결국 신경 손상으로 시력과 청력을 잃게 됐습니다.

그러나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문 씨에게 1심 법원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범행 경위에 비춰 죄질이 불량하고 범행 방법이 잔혹하다면서도 문 씨가 반성하는 점이 참작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자기 보고 짖는다며 BB탄 수십 발 쏴…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지난해 5월 충남 금산에서도 이런 끔찍한 일이 있었습니다.

산길에서 사륜 오토바이를 타던 35살 오 모 씨와 오 씨의 친동생은 한 집 앞을 지나다가 자신들을 향해 짖는 개를 발견했습니다.

이에 오 씨 동생은 오토바이 안에 있던 M4A1-칼빈 모의 소총을 꺼내 BB탄 2발을 쐈고 이를 목격한 개 주인인 60대 여성이 "그냥 지나가면 되지 왜 개한테 총을 쏘느냐"고 항의하자 오 씨는 욕설과 함께 여성의 멱살을 잡았습니다.

만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오 씨는 자리를 떠나면서 분풀이로 또다시 개에게 BB탄 수십 발을 쏴 골반 옆 부분에 눈으로 보일 정도의 염증이 생기는 상처를 입혔습니다.

오 씨는 수사 초기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며 범행을 부인하다가 객관적 자료로 추궁한 끝에야 범행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상해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했습니다.


■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 가운데 실형 선고 0.3%…"처벌 강화해야"

"동물학대에 강력한 처벌을 촉구한다"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에서 동물학대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던 동물단체 회원들이 외친 구호입니다.

동물단체는 '고양이 n번방 사건', 두 눈이 파인 채 버려진 유기견 등 끔찍한 동물학대 범죄가 하루가 멀게 발생하고 있지만 대부분 몇십만 원의 벌금이나 집행유예, 불기소 처분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법무부가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3,398명 가운데 실형 선고는 12명으로 전체의 0.3%에 그쳤습니다.

쇠파이프로 때리고 모의 소총으로 쏘고...

이런 잔혹한 동물학대 사건에 잇따라 내려진 집행유예 처분, 과연 제대로 죗값을 받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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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쇠파이프에 BB탄까지…강아지가 무슨 죄?
    • 입력 2021-06-20 08:09:21
    취재K

"쓰레기봉투를 열어 보니 강아지가 널부려져 있었고, 울고 있었어요. 강아지를 밖으로 꺼내 보니 비명을 지르고 너무 아파해서..."

지난해 7월 대전에서 쓰레기봉투에 담겨 버려진 강아지를 발견한 주민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입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을 학대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돼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요?

대소변을 못 가린다는 이유로 생후 3개월 된 강아지를 둔기로 때린 뒤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는가 하면, 자신을 보고 짖는 개에게 BB탄을 수십 발 쏘는 등 잔혹하게 동물을 학대한 이들에 대한 법원 판결이 최근 잇따라 나왔습니다.

■ 쇠파이프로 때리고 쓰레기봉투에 담아 유기…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지난해 7월 대전 동구에 사는 45살 문 모 씨는 자택에서 기르던 강아지를 배수관 파이프로 5차례나 때렸습니다. 생후 3개월 된 치와와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다친 강아지를 쓰레기봉투에 집어넣어 집 근처 담벼락에 버렸습니다. 강아지는 다행히 지나가던 주민이 울음소리를 듣고 발견했지만, 두개골이 함몰된 상태였습니다.

다친 강아지는 치료를 받았지만, 뇌출혈 등의 증상이 나타났고 결국 신경 손상으로 시력과 청력을 잃게 됐습니다.

그러나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문 씨에게 1심 법원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범행 경위에 비춰 죄질이 불량하고 범행 방법이 잔혹하다면서도 문 씨가 반성하는 점이 참작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자기 보고 짖는다며 BB탄 수십 발 쏴…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지난해 5월 충남 금산에서도 이런 끔찍한 일이 있었습니다.

산길에서 사륜 오토바이를 타던 35살 오 모 씨와 오 씨의 친동생은 한 집 앞을 지나다가 자신들을 향해 짖는 개를 발견했습니다.

이에 오 씨 동생은 오토바이 안에 있던 M4A1-칼빈 모의 소총을 꺼내 BB탄 2발을 쐈고 이를 목격한 개 주인인 60대 여성이 "그냥 지나가면 되지 왜 개한테 총을 쏘느냐"고 항의하자 오 씨는 욕설과 함께 여성의 멱살을 잡았습니다.

만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오 씨는 자리를 떠나면서 분풀이로 또다시 개에게 BB탄 수십 발을 쏴 골반 옆 부분에 눈으로 보일 정도의 염증이 생기는 상처를 입혔습니다.

오 씨는 수사 초기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며 범행을 부인하다가 객관적 자료로 추궁한 끝에야 범행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상해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했습니다.


■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 가운데 실형 선고 0.3%…"처벌 강화해야"

"동물학대에 강력한 처벌을 촉구한다"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에서 동물학대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던 동물단체 회원들이 외친 구호입니다.

동물단체는 '고양이 n번방 사건', 두 눈이 파인 채 버려진 유기견 등 끔찍한 동물학대 범죄가 하루가 멀게 발생하고 있지만 대부분 몇십만 원의 벌금이나 집행유예, 불기소 처분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법무부가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3,398명 가운데 실형 선고는 12명으로 전체의 0.3%에 그쳤습니다.

쇠파이프로 때리고 모의 소총으로 쏘고...

이런 잔혹한 동물학대 사건에 잇따라 내려진 집행유예 처분, 과연 제대로 죗값을 받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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