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밥 주기’도 가사노동…돈으로 따지면?

입력 2021.06.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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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주중에 밀린 빨래와 청소 같은 걸 하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해도 티도 안 나고, 돈을 받는 것도 아니지만, 집안일을 하다 보면 주말은 어느새 '순삭'입니다.

그래서 이른바 '그림자 노동'이라고 부르기까지 하는데, 그림자의 가치를 누가 알아줄까 했더니, 나라에서 알아준다고 합니다.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를 돈으로 따져보는 겁니다. 국민총생산(GDP)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중요한 생산 활동인 가사노동을 제대로 평가해보자는 취지입니다.

■무급인데 어떻게 돈으로?…'고양이 밥 주기'도 포함

나라에서 집안일의 가치를 얼마나 쳐줬는지 보기 전에, 어떻게 계산했는지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노동의 가치를 따지려면 먼저 얼마나 일했는지를 알아야 하는데요. 여기에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라는 게 쓰입니다. 생활시간조사는 하루에 먹고, 자고, 일하고, 청소하고, 노는 시간 등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한 자료입니다.

이런 활동 중에서 제3자가 대신해줄 수 없는 것들, 이를 테면 식사, 잠, 운동 등은 무급 가사노동에서 빠집니다. 돈 받고 하는 일과 학습, 사적 여가활동도 제외됩니다.

이렇게 해서 청소, 빨래, 설거지 등 61개 행동이 무급 가사노동에 포함됩니다. 눈에 띄는 건 개·고양이 같은 반려동물 돌보기나 식물 키우기도 가사노동에 포함된다는 겁니다.

이 행동들을 하루에 얼마나 했나 따진 후에 그 가치는 '대체임금'이란 개념으로 계산합니다. 대체임금은 집안일을 돈을 주고 사람을 시켰을 때 줘야 하는 돈입니다.


■1인당 연간 949만 원…33.3% 증가

통계청이 이렇게 계산해서 오늘(21일) 발표한 '2019년 가계생산 위성계정 (무급 가사노동가치 평가)' 자료를 보면, 2019년 기준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는 490조 9천억 원으로 5년 전보다 35.8% 늘었습니다.

국민 1인당으로 환산해보면 949만 원으로 5년 전보다 33.3% 증가했습니다. 통계청 관계자는 "5년 전보다 인구 수가 늘었고 대체임금도 높아져서 가치가 커졌다"고 설명했습니다.

1인당 무급 가사노동 가치를 성별로 보면, 남자는 521만 원으로 5년 전보다 49.6% 늘었습니다. 여자는 1천380만 원으로 27.9% 증가했습니다.

무급 가사노동 가치에서 남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22.8%에서 계속 늘어 2019년에는 27.5%까지 높아졌습니다. 같은 기간 여자는 77.2%에서 72.5%로 낮아졌습니다.

남자의 무급 가사노동 시간은 2004년 하루 45분에서 지속적으로 늘어 2019년에는 64분으로 조사됐습니다. 반면 여자는 같은 기간 하루 226분에서 205분으로 줄었습니다.

통계청은 남자는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로 가사노동 비중이 증가했고, 여자는 음식 준비와 미성년자 돌보기 등에서 비중이 줄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성인 돌보기 감소…반려 동식물 돌보기는 증가

가사노동의 종류별로 보면, 주요 노동 가운데 유일하게 줄어든 부문이 있습니다. '성인 돌보기'입니다.

성인 돌보기의 평가액은 2004년 7조 5천110억 원이었습니다. 2009년에는 8조 8천60억 원으로 늘었다가 2014년에는 8조 7천830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2019년에는 7조 8천260억 원으로 더 낮아졌습니다. 2014년 대비 감소율이 10.9%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3대가 함께 사는 집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점이 감소 원인으로 꼽힙니다.

반면 가사노동의 가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부문도 있습니다. 반려동물 및 식물 돌보기입니다. 이 부문의 평가액은 2004년에는 2조 5천930억 원이었는데, 2009년 4조 4천930억 원, 2014년 6조 8천470억 원, 2019년 14조 4천600억 원으로 계속 늘고 있습니다.

특히 2014년에서 2019년 사이 증가율이 111.2%나 됩니다. 반려 동식물을 돌보는 데 쓰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가치도 증가한 겁니다. 반려 동식물을 키우는 인구가 얼마나 많이 증가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통계청은 생활시간 조사 결과를 조사연도 이듬해에 발표하고, 무급 가사노동 가치는 그다음 해에 발표합니다. 다음 생활시간 조사가 2024년에 있으니, 그 결과는 2025년에 발표되고, 무급 가사노동 가치는 2026년에 발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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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려동물 밥 주기’도 가사노동…돈으로 따지면?
    • 입력 2021-06-21 12:00:49
    취재K

지난 주말, 주중에 밀린 빨래와 청소 같은 걸 하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해도 티도 안 나고, 돈을 받는 것도 아니지만, 집안일을 하다 보면 주말은 어느새 '순삭'입니다.

그래서 이른바 '그림자 노동'이라고 부르기까지 하는데, 그림자의 가치를 누가 알아줄까 했더니, 나라에서 알아준다고 합니다.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를 돈으로 따져보는 겁니다. 국민총생산(GDP)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중요한 생산 활동인 가사노동을 제대로 평가해보자는 취지입니다.

■무급인데 어떻게 돈으로?…'고양이 밥 주기'도 포함

나라에서 집안일의 가치를 얼마나 쳐줬는지 보기 전에, 어떻게 계산했는지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노동의 가치를 따지려면 먼저 얼마나 일했는지를 알아야 하는데요. 여기에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라는 게 쓰입니다. 생활시간조사는 하루에 먹고, 자고, 일하고, 청소하고, 노는 시간 등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한 자료입니다.

이런 활동 중에서 제3자가 대신해줄 수 없는 것들, 이를 테면 식사, 잠, 운동 등은 무급 가사노동에서 빠집니다. 돈 받고 하는 일과 학습, 사적 여가활동도 제외됩니다.

이렇게 해서 청소, 빨래, 설거지 등 61개 행동이 무급 가사노동에 포함됩니다. 눈에 띄는 건 개·고양이 같은 반려동물 돌보기나 식물 키우기도 가사노동에 포함된다는 겁니다.

이 행동들을 하루에 얼마나 했나 따진 후에 그 가치는 '대체임금'이란 개념으로 계산합니다. 대체임금은 집안일을 돈을 주고 사람을 시켰을 때 줘야 하는 돈입니다.


■1인당 연간 949만 원…33.3% 증가

통계청이 이렇게 계산해서 오늘(21일) 발표한 '2019년 가계생산 위성계정 (무급 가사노동가치 평가)' 자료를 보면, 2019년 기준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는 490조 9천억 원으로 5년 전보다 35.8% 늘었습니다.

국민 1인당으로 환산해보면 949만 원으로 5년 전보다 33.3% 증가했습니다. 통계청 관계자는 "5년 전보다 인구 수가 늘었고 대체임금도 높아져서 가치가 커졌다"고 설명했습니다.

1인당 무급 가사노동 가치를 성별로 보면, 남자는 521만 원으로 5년 전보다 49.6% 늘었습니다. 여자는 1천380만 원으로 27.9% 증가했습니다.

무급 가사노동 가치에서 남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22.8%에서 계속 늘어 2019년에는 27.5%까지 높아졌습니다. 같은 기간 여자는 77.2%에서 72.5%로 낮아졌습니다.

남자의 무급 가사노동 시간은 2004년 하루 45분에서 지속적으로 늘어 2019년에는 64분으로 조사됐습니다. 반면 여자는 같은 기간 하루 226분에서 205분으로 줄었습니다.

통계청은 남자는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로 가사노동 비중이 증가했고, 여자는 음식 준비와 미성년자 돌보기 등에서 비중이 줄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성인 돌보기 감소…반려 동식물 돌보기는 증가

가사노동의 종류별로 보면, 주요 노동 가운데 유일하게 줄어든 부문이 있습니다. '성인 돌보기'입니다.

성인 돌보기의 평가액은 2004년 7조 5천110억 원이었습니다. 2009년에는 8조 8천60억 원으로 늘었다가 2014년에는 8조 7천830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2019년에는 7조 8천260억 원으로 더 낮아졌습니다. 2014년 대비 감소율이 10.9%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3대가 함께 사는 집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점이 감소 원인으로 꼽힙니다.

반면 가사노동의 가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부문도 있습니다. 반려동물 및 식물 돌보기입니다. 이 부문의 평가액은 2004년에는 2조 5천930억 원이었는데, 2009년 4조 4천930억 원, 2014년 6조 8천470억 원, 2019년 14조 4천600억 원으로 계속 늘고 있습니다.

특히 2014년에서 2019년 사이 증가율이 111.2%나 됩니다. 반려 동식물을 돌보는 데 쓰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가치도 증가한 겁니다. 반려 동식물을 키우는 인구가 얼마나 많이 증가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통계청은 생활시간 조사 결과를 조사연도 이듬해에 발표하고, 무급 가사노동 가치는 그다음 해에 발표합니다. 다음 생활시간 조사가 2024년에 있으니, 그 결과는 2025년에 발표되고, 무급 가사노동 가치는 2026년에 발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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