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취업하려면 휴대전화 4대 개통하라고? 취준생 두 번 울리는 “100% 사기”
입력 2021.06.21 (12:31) 취재K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밝힌 지난달 청년 실업률은 9.3%, 체감 실업률은 24.3%입니다. 현재의 고용시장은 취업하고자 하는 청년은 많지만, 일할 곳은 적은 전형적인 '수요자 우위' 상태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년들은 취업 앞에 '약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청년들의 이런 절박한 마음을 이용하는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취업을 대가로 명의 대여나 신용 보증을 요구하거나, 물품을 강매하도록 하는 범죄입니다.

기자(왼쪽)와 함께 이야기 나누고 있는 피해자 강 모 씨기자(왼쪽)와 함께 이야기 나누고 있는 피해자 강 모 씨

■ 취업하려면 휴대전화 4대 개통해야?...업체의 이상한 제안

경기도 화성에 사는 21살 강 모 씨는 지난해 12월 경기도 평택에 있는 '통신 요금 컨설팅 업체'에서 일을 하려고 했습니다. 이듬해 7월 군 입대를 앞두고 집에 손을 벌리고 싶지 않아, 입대 전까지 돈을 모으려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강 씨는 이 컨설팅 업체에서 '이상한 요구'를 받았다고 합니다. 취업하려면 업무용 휴대전화가 필요하다는 거였습니다. 휴대전화 기기 값과 요금은 모두 처리해줄테니, 명의만 빌려달라는 제안이었습니다.

이런 제안을 꺼려 하자, 업체 측은 '다 알아서 처리해준다'며 달랬다고 합니다. 또 이미 일하고 있던 다른 직원들한테도 물어보니 자신들도 휴대전화를 개통했고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합니다.

결국, 강 씨는 자신의 명의로 휴대전화 4대를 개통했습니다. 개통된 휴대전화들은 업체 측에서 모두 가져갔다고 강 씨는 말했습니다.

청구된 휴대전화 비용을 보고 있는 기자(좌), 강 씨(우)청구된 휴대전화 비용을 보고 있는 기자(좌), 강 씨(우)

■ 휴대전화 요금만 300만 원…"감당 안 돼, 해결 방법도 없어"

하지만 강 씨는 해당 업체에서 일할 기회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취업은커녕 6개월 동안 1대의 휴대전화 요금만 4개월 치 내주고, 나머지 3대의 휴대전화 요금 등은 '나 몰라라.' 했다고 합니다.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업체에 요구하면 '곧 처리해 준다'는 말만 반복했다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업체와) 연락이 끊기니깐 군대 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하루하루가 많이 불안하고 일이 하나도 손에 잡히는 게 없죠. 요금을 감당할 수 있는 경제력이 없으니깐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없는 거 같아요."

휴대전화 요금이 밀리자, 통신사에서는 독촉 요금 청구서를 강 씨에게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강 씨는 해당 업체가 자신의 명의로 된 휴대전화로 모바일 게임과 관련된 소액 결제까지 한 것을 알게 됐습니다. 소액 결제 금액만 지난해 12월부터 석 달간 모두 150만 원에 이릅니다.

강 씨는 "통신사에서 내라고 한 것만 300만 원 정도 된다"라면서 "(업체 측이) 개통을 가장 비싼 기기로 했기 때문에 기기 값까지 하면 몇백은 더 넘지 않을까"라고 말했습니다.

더 의심을 했어야 하는 건 아닌지 물었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업체 측에서 전혀 문제가 없다고 계속 말했고 몇 번이나 확인했었어요. 예전에 (연락이 되던) 번호는 계속 정지돼 있고, 꺼져있고 하니깐 연락을 하나도 할 수가 없어요"


■ 하루에 업체 측에 전화 100통씩...군대 월급으로 갚기도


윤  씨의 휴대전화 비용 내용(좌)과 해당 업체 측과 문자 내용(우)윤 씨의 휴대전화 비용 내용(좌)과 해당 업체 측과 문자 내용(우)

강 씨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현역 군인인 21살 윤 모 씨도 지난해 말 같은 업체에서 똑같은 수법으로 피해를 봤습니다.

윤 씨는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에서 "군대 가기 전에 돈을 벌고 싶었다"면서 "그쪽에서 아르바이트하면 월 300만 원씩 준다고 해가지고 1~2달만 하려고 했다"라고 말을 꺼냈습니다.

그 역시 강 씨처럼 업체 측의 요구에 따라 휴대전화 4대를 개통했지만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윤 씨는 "밀린 요금 200만 원은 부모님한테 빌려서 냈고 앞으로도 600만 원 정도 내야 하는데 이건 제가 군대에서 받은 월급을 조금씩 쪼개서 내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병 계급인 그가 군에서 받는 월급은 49만 원 정도입니다.

그는 "하루에 전화 50통, 100통씩 한 적도 있었지만, 전혀 연락을 안 받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문자메시지를 보면 계속 휴대전화 해지를 요청하지만, 업체와의 연락이 닿지 않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윤 씨는 현역 군인 신분이다 보니, 실제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너무 답답하다며 해결할 방법이 없는지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해당 컨설팅 업체를) 고소하고 싶어도 코로나19 때문에 휴가도 못 나가는 상황이고, 휴대전화 대리점을 돌면서 가입 내역 등 증빙 서류 등을 뽑아서 증거로 내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있어요. 7명이 저와 같은 피해자이고, 거의 다 사회초년생이나 군대 앞둔 애들이었습니다."

취재진은 해당 업체를 찾아갔지만, 영업을 안 한 지 꽤 오래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건물을 관리하고 있는 부동산 업자는 "2~3개월 전부터 그 상태로 방치돼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취재진은 해당 업체에 계속 연락을 취해 관련 사건에 대한 답변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텅 빈 해당 통신 요금 컨설팅 업체텅 빈 해당 통신 요금 컨설팅 업체

■피해 봤지만 동시에 위법자가 된 '피해자들'…신고 망설여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신고조차 못 하고 있습니다. 명의를 빌려줘서 휴대전화를 개통한 행위가 위법한 것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입니다.

전기통신사업법 30조에는 '누구든지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하여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거나 이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손해를 입었지만, 위법자가 돼 또 다른 불이익을 받을까 봐 도움을 청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평정 홍시우 변호사법무법인 평정 홍시우 변호사

■전문가들 "신용 보증·명의 요구하면 100% 비정상 업체"

참 답답한 상황이지만, 현재로선 이런 '취업 사기'에 속지 않는 것밖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취업을 원하는 사회초년생에게 신용 보증이나 명의, 물품 구매를 요구하는 회사는 의심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법무법인 평정의 홍시우 변호사는 "사회초년생에게 취업을 미끼로 이른바 대포폰 명의를 개설하게 유도한 사안"이라면서 "사업주가 피해자들 본인도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해 처벌되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취업 시 사업주가 신용보증이나 명의를 빌려 달라고 요구하면 거의 100%의 확률로 사기업체이거나, 정상적인 회사는 아니므로 취업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 취업하려면 휴대전화 4대 개통하라고? 취준생 두 번 울리는 “100% 사기”
    • 입력 2021-06-21 12:31:08
    취재K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밝힌 지난달 청년 실업률은 9.3%, 체감 실업률은 24.3%입니다. 현재의 고용시장은 취업하고자 하는 청년은 많지만, 일할 곳은 적은 전형적인 '수요자 우위' 상태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년들은 취업 앞에 '약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청년들의 이런 절박한 마음을 이용하는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취업을 대가로 명의 대여나 신용 보증을 요구하거나, 물품을 강매하도록 하는 범죄입니다.

기자(왼쪽)와 함께 이야기 나누고 있는 피해자 강 모 씨기자(왼쪽)와 함께 이야기 나누고 있는 피해자 강 모 씨

■ 취업하려면 휴대전화 4대 개통해야?...업체의 이상한 제안

경기도 화성에 사는 21살 강 모 씨는 지난해 12월 경기도 평택에 있는 '통신 요금 컨설팅 업체'에서 일을 하려고 했습니다. 이듬해 7월 군 입대를 앞두고 집에 손을 벌리고 싶지 않아, 입대 전까지 돈을 모으려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강 씨는 이 컨설팅 업체에서 '이상한 요구'를 받았다고 합니다. 취업하려면 업무용 휴대전화가 필요하다는 거였습니다. 휴대전화 기기 값과 요금은 모두 처리해줄테니, 명의만 빌려달라는 제안이었습니다.

이런 제안을 꺼려 하자, 업체 측은 '다 알아서 처리해준다'며 달랬다고 합니다. 또 이미 일하고 있던 다른 직원들한테도 물어보니 자신들도 휴대전화를 개통했고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합니다.

결국, 강 씨는 자신의 명의로 휴대전화 4대를 개통했습니다. 개통된 휴대전화들은 업체 측에서 모두 가져갔다고 강 씨는 말했습니다.

청구된 휴대전화 비용을 보고 있는 기자(좌), 강 씨(우)청구된 휴대전화 비용을 보고 있는 기자(좌), 강 씨(우)

■ 휴대전화 요금만 300만 원…"감당 안 돼, 해결 방법도 없어"

하지만 강 씨는 해당 업체에서 일할 기회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취업은커녕 6개월 동안 1대의 휴대전화 요금만 4개월 치 내주고, 나머지 3대의 휴대전화 요금 등은 '나 몰라라.' 했다고 합니다.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업체에 요구하면 '곧 처리해 준다'는 말만 반복했다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업체와) 연락이 끊기니깐 군대 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하루하루가 많이 불안하고 일이 하나도 손에 잡히는 게 없죠. 요금을 감당할 수 있는 경제력이 없으니깐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없는 거 같아요."

휴대전화 요금이 밀리자, 통신사에서는 독촉 요금 청구서를 강 씨에게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강 씨는 해당 업체가 자신의 명의로 된 휴대전화로 모바일 게임과 관련된 소액 결제까지 한 것을 알게 됐습니다. 소액 결제 금액만 지난해 12월부터 석 달간 모두 150만 원에 이릅니다.

강 씨는 "통신사에서 내라고 한 것만 300만 원 정도 된다"라면서 "(업체 측이) 개통을 가장 비싼 기기로 했기 때문에 기기 값까지 하면 몇백은 더 넘지 않을까"라고 말했습니다.

더 의심을 했어야 하는 건 아닌지 물었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업체 측에서 전혀 문제가 없다고 계속 말했고 몇 번이나 확인했었어요. 예전에 (연락이 되던) 번호는 계속 정지돼 있고, 꺼져있고 하니깐 연락을 하나도 할 수가 없어요"


■ 하루에 업체 측에 전화 100통씩...군대 월급으로 갚기도


윤  씨의 휴대전화 비용 내용(좌)과 해당 업체 측과 문자 내용(우)윤 씨의 휴대전화 비용 내용(좌)과 해당 업체 측과 문자 내용(우)

강 씨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현역 군인인 21살 윤 모 씨도 지난해 말 같은 업체에서 똑같은 수법으로 피해를 봤습니다.

윤 씨는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에서 "군대 가기 전에 돈을 벌고 싶었다"면서 "그쪽에서 아르바이트하면 월 300만 원씩 준다고 해가지고 1~2달만 하려고 했다"라고 말을 꺼냈습니다.

그 역시 강 씨처럼 업체 측의 요구에 따라 휴대전화 4대를 개통했지만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윤 씨는 "밀린 요금 200만 원은 부모님한테 빌려서 냈고 앞으로도 600만 원 정도 내야 하는데 이건 제가 군대에서 받은 월급을 조금씩 쪼개서 내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병 계급인 그가 군에서 받는 월급은 49만 원 정도입니다.

그는 "하루에 전화 50통, 100통씩 한 적도 있었지만, 전혀 연락을 안 받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문자메시지를 보면 계속 휴대전화 해지를 요청하지만, 업체와의 연락이 닿지 않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윤 씨는 현역 군인 신분이다 보니, 실제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너무 답답하다며 해결할 방법이 없는지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해당 컨설팅 업체를) 고소하고 싶어도 코로나19 때문에 휴가도 못 나가는 상황이고, 휴대전화 대리점을 돌면서 가입 내역 등 증빙 서류 등을 뽑아서 증거로 내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있어요. 7명이 저와 같은 피해자이고, 거의 다 사회초년생이나 군대 앞둔 애들이었습니다."

취재진은 해당 업체를 찾아갔지만, 영업을 안 한 지 꽤 오래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건물을 관리하고 있는 부동산 업자는 "2~3개월 전부터 그 상태로 방치돼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취재진은 해당 업체에 계속 연락을 취해 관련 사건에 대한 답변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텅 빈 해당 통신 요금 컨설팅 업체텅 빈 해당 통신 요금 컨설팅 업체

■피해 봤지만 동시에 위법자가 된 '피해자들'…신고 망설여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신고조차 못 하고 있습니다. 명의를 빌려줘서 휴대전화를 개통한 행위가 위법한 것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입니다.

전기통신사업법 30조에는 '누구든지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하여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거나 이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손해를 입었지만, 위법자가 돼 또 다른 불이익을 받을까 봐 도움을 청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평정 홍시우 변호사법무법인 평정 홍시우 변호사

■전문가들 "신용 보증·명의 요구하면 100% 비정상 업체"

참 답답한 상황이지만, 현재로선 이런 '취업 사기'에 속지 않는 것밖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취업을 원하는 사회초년생에게 신용 보증이나 명의, 물품 구매를 요구하는 회사는 의심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법무법인 평정의 홍시우 변호사는 "사회초년생에게 취업을 미끼로 이른바 대포폰 명의를 개설하게 유도한 사안"이라면서 "사업주가 피해자들 본인도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해 처벌되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취업 시 사업주가 신용보증이나 명의를 빌려 달라고 요구하면 거의 100%의 확률로 사기업체이거나, 정상적인 회사는 아니므로 취업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 전화 : 02-781-123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뉴스홈페이지 : https://goo.gl/4bWbkG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