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 예약 땐 ‘고객님’, 하고 나면 ‘호갱님’?…불만 급증

입력 2021.06.22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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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무래도 코로나19 때문에 해외 여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국내 여행을 고려하는 분들 많으실텐데요.

특히 제주도 같은 섬이나 대중교통이 여의치 않은 지역을 여행하려면 렌터카 예약은 필수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 여행 수요가 늘면서, 렌터카 관련 소비자 피해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3년간 접수된 렌터카 관련 피해구제 신청 871건을 분석했더니, 신청 건수가 2년 연속 증가했고, 특히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에는 전년 대비 23.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코로나19 여파' 렌터카 예약금 피해 신고 급증

눈에 띄는 건 계약 관련 분쟁입니다. 피해구제 신청이 2019년 101건에서 2020년 150건으로 대폭 늘었습니다. 아래는 렌터카 계약과 관련해 소비자원에 접수된 실제 소비자 피해 사례입니다.

사례 1.
A 씨는 지난해 8월 18일, 렌터카 이용 예약을 하고 계약금으로 332,800원을 지불했다. 이용 예정일은 8월 28일부터 8월 31일까지였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자 A 씨는 8월 22일 해약을 요구했다. 하지만 렌터카 업체는 수수료 명목으로 50%를 공제했다. 결국, A 씨는 계약금 절반인 166,400원만 돌려받았다.

사례 2.
B 씨는 지난해 10월 3일, 인터넷으로 자동차 대여계약을 체결하고 예약금 528,000원을 계좌이체 했다. 이용 기간은 2021년 2월 12일부터 15일까지 3박 4일.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으로 렌터카 이용이 어려울 것 같아 지난해 12월 8일 계약을 취소했다. 사업자 측은 영업일 기준 5~7일 후 환급될 것이라고 안내했으나 12월이 지나도록 돌려받지 못했다.

먼저 사례 2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이용 예정일 약 2달 전에 렌터카 예약을 취소했으니 당연히 예약금 전액을 돌려줘야 합니다. 사업자 측도 영업일 기준 최대 일주일 이내 환급될 것이라고 안내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를 어기고 예약금을 한동안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업체 측 잘못이 명백합니다.

사례 1번은 소비자가 렌터카 이용 예정일 6일 전에 해약을 요구했더니 업체 측이 계약금 절반을 떼 간 상황입니다. 업체 측 입장에서는 비교적 성수기인 여름철에 이용 예정일 6일을 남겨두고 예약을 취소했으니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 24시간 전에 예약 취소하면 100% 환급이 원칙

사실 렌터카 예약과 관련해서는 확실한 지침이 있습니다. 소비자기본법 제16조 제2항 및 동법 시행령 제8조 제3항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합의 또는 권고 기준에 의해 마련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자동차대여업)'입니다.

이를 보면 소비자의 사정에 의한 대여예약 취소 시 사용개시 일시로부터 24시간 전에 통보하는 경우 예약금 전액을 환급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그리고 사용개시 일시로부터 24시간 이내 대여예약을 취소 통보할 경우에는 대여예정 요금의 10%를 공제한 뒤 환급하도록 지침을 마련했습니다.


소비자가 렌터카 예약을 한 뒤, 렌터카를 이용하기 24시간 전에만 업체 측에 취소 통보를 하면 예약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으며, 설령 이보다 늦게 예약을 취소하더라도 렌터카 이용 시간 전에만 알리면 예약금의 90%는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렌터카 예약과 관련한 공정위 지침이 있지만, 왜 예약금을 둘러싸고 소비자와 업체 간 분쟁이 발생하는 걸까요?

그 이유는 업체가 해당 지침을 지키지 않아도 처벌하거나 제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즉, 지침에 강제성이 없는 겁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른 계약금 환급 및 적정 위약금 청구 등을 렌터카 업계에 권고할 예정이지만, 강제성 없는 '가이드라인'이다 보니 일부 렌터카 업체가 자의적으로 위약금 기준을 산정해 소비자에게 부과해도 사실상 막을 길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 렌터카 사고 비용 과다 청구도 다반사

렌터카 예약을 마친 뒤에도 소비자가 '봉'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고가 났을 때입니다. 업체 측이 수리비나 렌터카 수리를 하는 동안 운행하지 못한 데 따른 영업 손실 배상 비용, 이른바 휴차료 등을 과다하게 요구하는 게 대표적입니다.

즉, 렌터카 사고가 나면 소비자에게 사고 비용을 바가지 씌우는 것인데, 최근 3년간 소비자원에 접수된 렌터카 관련 피해구제 신청 유형 871건 가운데 40.6%를 차지할 정도로 흔합니다.


뻥튀기된 사고 비용을 내지 않으려면 업체 측에 '차량 수리 견적서'나 '차량 정비명세서' 등을 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휴차료를 과도하게 청구할 경우에는 '자동차대여표준약관'에 규정된 대로 렌터카 '일일대여요금'을 기준으로 산정하라고 따져 물어야 합니다.

렌터카 업계에서도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일부 비양심 업체를 제외하고 대부분 업체는 양심적으로 영업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소비자를 '호갱'으로 보는 일부 업체가 있는 한 렌터카 업계를 향한 소비자 불신은 계속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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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렌터카 예약 땐 ‘고객님’, 하고 나면 ‘호갱님’?…불만 급증
    • 입력 2021-06-22 12:33:22
    취재K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무래도 코로나19 때문에 해외 여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국내 여행을 고려하는 분들 많으실텐데요.

특히 제주도 같은 섬이나 대중교통이 여의치 않은 지역을 여행하려면 렌터카 예약은 필수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 여행 수요가 늘면서, 렌터카 관련 소비자 피해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3년간 접수된 렌터카 관련 피해구제 신청 871건을 분석했더니, 신청 건수가 2년 연속 증가했고, 특히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에는 전년 대비 23.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코로나19 여파' 렌터카 예약금 피해 신고 급증

눈에 띄는 건 계약 관련 분쟁입니다. 피해구제 신청이 2019년 101건에서 2020년 150건으로 대폭 늘었습니다. 아래는 렌터카 계약과 관련해 소비자원에 접수된 실제 소비자 피해 사례입니다.

사례 1.
A 씨는 지난해 8월 18일, 렌터카 이용 예약을 하고 계약금으로 332,800원을 지불했다. 이용 예정일은 8월 28일부터 8월 31일까지였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자 A 씨는 8월 22일 해약을 요구했다. 하지만 렌터카 업체는 수수료 명목으로 50%를 공제했다. 결국, A 씨는 계약금 절반인 166,400원만 돌려받았다.

사례 2.
B 씨는 지난해 10월 3일, 인터넷으로 자동차 대여계약을 체결하고 예약금 528,000원을 계좌이체 했다. 이용 기간은 2021년 2월 12일부터 15일까지 3박 4일.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으로 렌터카 이용이 어려울 것 같아 지난해 12월 8일 계약을 취소했다. 사업자 측은 영업일 기준 5~7일 후 환급될 것이라고 안내했으나 12월이 지나도록 돌려받지 못했다.

먼저 사례 2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이용 예정일 약 2달 전에 렌터카 예약을 취소했으니 당연히 예약금 전액을 돌려줘야 합니다. 사업자 측도 영업일 기준 최대 일주일 이내 환급될 것이라고 안내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를 어기고 예약금을 한동안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업체 측 잘못이 명백합니다.

사례 1번은 소비자가 렌터카 이용 예정일 6일 전에 해약을 요구했더니 업체 측이 계약금 절반을 떼 간 상황입니다. 업체 측 입장에서는 비교적 성수기인 여름철에 이용 예정일 6일을 남겨두고 예약을 취소했으니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 24시간 전에 예약 취소하면 100% 환급이 원칙

사실 렌터카 예약과 관련해서는 확실한 지침이 있습니다. 소비자기본법 제16조 제2항 및 동법 시행령 제8조 제3항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합의 또는 권고 기준에 의해 마련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자동차대여업)'입니다.

이를 보면 소비자의 사정에 의한 대여예약 취소 시 사용개시 일시로부터 24시간 전에 통보하는 경우 예약금 전액을 환급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그리고 사용개시 일시로부터 24시간 이내 대여예약을 취소 통보할 경우에는 대여예정 요금의 10%를 공제한 뒤 환급하도록 지침을 마련했습니다.


소비자가 렌터카 예약을 한 뒤, 렌터카를 이용하기 24시간 전에만 업체 측에 취소 통보를 하면 예약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으며, 설령 이보다 늦게 예약을 취소하더라도 렌터카 이용 시간 전에만 알리면 예약금의 90%는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렌터카 예약과 관련한 공정위 지침이 있지만, 왜 예약금을 둘러싸고 소비자와 업체 간 분쟁이 발생하는 걸까요?

그 이유는 업체가 해당 지침을 지키지 않아도 처벌하거나 제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즉, 지침에 강제성이 없는 겁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른 계약금 환급 및 적정 위약금 청구 등을 렌터카 업계에 권고할 예정이지만, 강제성 없는 '가이드라인'이다 보니 일부 렌터카 업체가 자의적으로 위약금 기준을 산정해 소비자에게 부과해도 사실상 막을 길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 렌터카 사고 비용 과다 청구도 다반사

렌터카 예약을 마친 뒤에도 소비자가 '봉'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고가 났을 때입니다. 업체 측이 수리비나 렌터카 수리를 하는 동안 운행하지 못한 데 따른 영업 손실 배상 비용, 이른바 휴차료 등을 과다하게 요구하는 게 대표적입니다.

즉, 렌터카 사고가 나면 소비자에게 사고 비용을 바가지 씌우는 것인데, 최근 3년간 소비자원에 접수된 렌터카 관련 피해구제 신청 유형 871건 가운데 40.6%를 차지할 정도로 흔합니다.


뻥튀기된 사고 비용을 내지 않으려면 업체 측에 '차량 수리 견적서'나 '차량 정비명세서' 등을 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휴차료를 과도하게 청구할 경우에는 '자동차대여표준약관'에 규정된 대로 렌터카 '일일대여요금'을 기준으로 산정하라고 따져 물어야 합니다.

렌터카 업계에서도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일부 비양심 업체를 제외하고 대부분 업체는 양심적으로 영업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소비자를 '호갱'으로 보는 일부 업체가 있는 한 렌터카 업계를 향한 소비자 불신은 계속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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