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던 ‘한미 워킹그룹’ 폐지…남북관계 영향은?

입력 2021.06.22 (17:20) 수정 2021.06.2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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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 정부가 남북관계 관련 사항을 협의해온 창구 격인 '워킹그룹'이 폐지됩니다. 외교부는 오늘(22일) 한미 워킹그룹을 종료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어제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에 따른 조치입니다.

워킹그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절인 2018년 11월, 한국 측 요청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우리 측에서는 외교부·통일부·청와대가, 미국 측에선 국무부·재무부·백악관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실무 협의단으로, 양국은 이 기구를 통해 남북협력 사업과 대북제재 면제를 수시로 논의해왔습니다.


■ "남북관계 발목" vs "원스톱 서비스"

그런데 워킹그룹을 두고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남북협력 사업을 추진할 때 워킹그룹이 대북제재를 너무 엄격하게 들이대 '남북교류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남북이 타미플루의 인도적 지원에 합의했지만, 워킹그룹에서 이를 운반할 트럭의 제재 위반 여부를 따지다 시간을 끌면서 결국 지원이 무산된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자산 점검 차원에서 개성공단을 방문하려던 기업인들의 방북도 워킹그룹에서 막혔습니다.

하지만 '원스톱 서비스'라는 순기능도 컸습니다. 기존에는 남북교류협력 사업이 대북제재 예외 조치를 받으려면 우리 외교부가 미 국무부, 재무부, 상무부 등을 다 접촉해야했는데 워킹그룹이 생긴 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꼭 남북교류를 가로막는 방향으로 작동한 것만도 아니었습니다. 미국 정부가 워킹그룹에서 먼저 북한 개별관광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며 함께 절차를 논의해보자고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 북한 "워킹그룹은 '친미사대 올가미'…북남관계 백악관에 바쳤다"

북한의 워킹그룹에 대한 시각은 분명했습니다. 같은 민족끼리 풀어야 할 문제에 외세를 끌어들인다는 겁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해 6월 워킹그룹에 대해 "남측이 스스로 제 목에 걸어놓은 친미사대의 올가미"라고 규정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북남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상전이 강박하는 '한미실무그룹'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 물고 사사건건 북남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 바쳐온 것이 오늘의 참혹한 후과로 되돌아왔다"고 비난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조선중앙통신 논평에도 비슷한 시각이 담겨있습니다. 통신은 "북과 남 사이 문제를 사사건건 외세에 일러바치며 승인이요, 청탁이요 구걸하면서 돌아친 역스러운 행적을 신물이 나도록 지켜봐 왔다"고 워킹그룹을 비난했습니다.


■ 워킹그룹 폐지…남북관계 영향은?

이런 맥락에서 한미가 워킹그룹을 폐지하기로 한 조치는 성 김 미 대북특별대표 방한을 계기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성의를 표시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단 워킹그룹 문을 닫는다는 것은 북한에도 일종의 신호가 될 수 있다"면서 "당장 대화를 추동할 만한 카드는 아니지만 불필요한 정치적 갈등은 없앨 수 있는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한미 간 남북교류와 대북제재를 협의하는 채널이 아예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한미 양국은 워킹그룹 대신 북핵 수석대표 간 협의와 국장급 협의를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새로운 협의체를 정례화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촘촘한 대북제재 자체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남북 교류협력에 미치는 당장의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취임 이후 처음 대북제재 행정명령의 효력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성 김 대북특별대표도 어제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을 계속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해 대북 압박 수단을 유지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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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22 17:20:05
    • 수정2021-06-22 17:29:45
    취재K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 정부가 남북관계 관련 사항을 협의해온 창구 격인 '워킹그룹'이 폐지됩니다. 외교부는 오늘(22일) 한미 워킹그룹을 종료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어제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에 따른 조치입니다.

워킹그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절인 2018년 11월, 한국 측 요청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우리 측에서는 외교부·통일부·청와대가, 미국 측에선 국무부·재무부·백악관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실무 협의단으로, 양국은 이 기구를 통해 남북협력 사업과 대북제재 면제를 수시로 논의해왔습니다.


■ "남북관계 발목" vs "원스톱 서비스"

그런데 워킹그룹을 두고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남북협력 사업을 추진할 때 워킹그룹이 대북제재를 너무 엄격하게 들이대 '남북교류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남북이 타미플루의 인도적 지원에 합의했지만, 워킹그룹에서 이를 운반할 트럭의 제재 위반 여부를 따지다 시간을 끌면서 결국 지원이 무산된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자산 점검 차원에서 개성공단을 방문하려던 기업인들의 방북도 워킹그룹에서 막혔습니다.

하지만 '원스톱 서비스'라는 순기능도 컸습니다. 기존에는 남북교류협력 사업이 대북제재 예외 조치를 받으려면 우리 외교부가 미 국무부, 재무부, 상무부 등을 다 접촉해야했는데 워킹그룹이 생긴 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꼭 남북교류를 가로막는 방향으로 작동한 것만도 아니었습니다. 미국 정부가 워킹그룹에서 먼저 북한 개별관광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며 함께 절차를 논의해보자고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 북한 "워킹그룹은 '친미사대 올가미'…북남관계 백악관에 바쳤다"

북한의 워킹그룹에 대한 시각은 분명했습니다. 같은 민족끼리 풀어야 할 문제에 외세를 끌어들인다는 겁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해 6월 워킹그룹에 대해 "남측이 스스로 제 목에 걸어놓은 친미사대의 올가미"라고 규정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북남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상전이 강박하는 '한미실무그룹'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 물고 사사건건 북남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 바쳐온 것이 오늘의 참혹한 후과로 되돌아왔다"고 비난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조선중앙통신 논평에도 비슷한 시각이 담겨있습니다. 통신은 "북과 남 사이 문제를 사사건건 외세에 일러바치며 승인이요, 청탁이요 구걸하면서 돌아친 역스러운 행적을 신물이 나도록 지켜봐 왔다"고 워킹그룹을 비난했습니다.


■ 워킹그룹 폐지…남북관계 영향은?

이런 맥락에서 한미가 워킹그룹을 폐지하기로 한 조치는 성 김 미 대북특별대표 방한을 계기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성의를 표시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단 워킹그룹 문을 닫는다는 것은 북한에도 일종의 신호가 될 수 있다"면서 "당장 대화를 추동할 만한 카드는 아니지만 불필요한 정치적 갈등은 없앨 수 있는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한미 간 남북교류와 대북제재를 협의하는 채널이 아예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한미 양국은 워킹그룹 대신 북핵 수석대표 간 협의와 국장급 협의를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새로운 협의체를 정례화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촘촘한 대북제재 자체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남북 교류협력에 미치는 당장의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취임 이후 처음 대북제재 행정명령의 효력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성 김 대북특별대표도 어제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을 계속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해 대북 압박 수단을 유지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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