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훈련 덕에 신속 대피했다”더니…쿠팡 119 신고 내용은 달랐다

입력 2021.06.22 (19:29) 수정 2021.06.22 (21:0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정기적인 비상 대피훈련 덕분에 화재 발생 직후 근무자 248명 전원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다."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 (지난 20일)

쿠팡의 강한승 대표이사가 지난 20일, 이천 물류센터 화재와 관련해 낸 입장문 중 일부입니다. 비상 상황에 대비해 정기적으로 훈련을 했기 때문에 직원들이 신속히 대피할 수 있었고, 인명피해도 없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취재팀이 입수한 최초 화재 신고 내용을 보면 쿠팡 측이 직원들을 적극적으로 대피시킨 게 아니라, 화재가 났던 시점이 야근자들이 퇴근하던 시간대와 맞물리면서 직원 대부분이 스스로 화재 현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볼 정황이 나타납니다.


■ '대피했나?' 119근무자 질문에 쿠팡 신고자는 '퇴근했다' 되풀이

KBS 취재팀은 지난 17일 새벽 5시 36분, 119에 최초 화재를 신고한 쿠팡 직원의 녹취록을 이소영(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의원실을 통해 입수했습니다.

[119 근무자와 신고자의 녹취록] 지난 17일 새벽 5시 36분

- 119 근무자 : 대피하고 있는 거예요? 지금?
= 신고자 : 아 지금 사람 다 퇴근했고

- 119근무자 : (방송내용)[화재 예고방송입니다. 대형화재 대형화재 추정 마장면 양촌리 ○○ 덕평센터 지하 2층에 화재] / 잠시만요 신고자분 사람은 다 대피했다는 거예요 근데?
= 신고자 : 예, 지금 다섯 시 넘어서 퇴근했어요 근데 창고 안에 불 불...

(중략)

- 119근무자 : 사람은... 사람은 대피했고 불꽃도 보이고 연기도 보이는 거에요?
= 신고자 : 예 예 예 예 예 예

다급한 상황이 느껴집니다. 119 근무자는 계속 '사람들이 대피를 했는지'를 묻습니다. 신고 접수 도중에 화재 예고방송을 하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이 근무하는 물류센터이고,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니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쿠팡 직원은 '대피를 시켰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계속 '퇴근했다'는 답만 되풀이합니다.

직원들을 대피시키지는 않았지만, 야간 근무자 퇴근 시간인 새벽 5시 반이 넘었기 때문에 물류센터 내부에 남은 인원이 없다고 짐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입니다.


■ 현장 있던 직원 "어떤 대피방송도 없었다"

이 신고가 접수되기 전, 화재를 목격하고 관리자에게 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묵살당했다는 쿠팡 단기 사원 A 씨는 "그 어떠한 대피방송이나 그런 것은(경고 내용) 안 나오는 상황이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대피방송 뿐 아니라, 물류센터 내부의 관리직원에게 사람들을 대피하게 해달라고 요청까지 했지만 무시당했다고도 비난했습니다.

A 씨는 그동안 화재와 관련해 실질적인 안전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소방법, 안전법, 대처법 이런 것 또한 들어본 적도 없다."라며 "쿠팡이 모든 걸 솔직하게 다 밝혔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쿠팡물류센터노조도 화재 다음 날인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타 센터에 근무하시는 다수의 쿠팡 노동자들은 자신의 센터에 이 같은 재해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됐을까 상상해봤을 것"이라며 화재예방과 대응 관련 교육은 고사하고 산업안전관련 교육 한번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고 노동에 내몰렸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난다면 끔찍한 결과가 발생할 것은 자명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재난, 현장 안전 등에 관한 교육과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쿠팡 홍보팀은 "119 신고 전후로 대피방송을 확실히 했다."라며 "다만 정확한 시간은 밝힐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쿠팡 측은 또 법에서 정하고 있는 직원 대상 안전교육도 모두 실시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쿠팡 이천 물류센터에서 난 불은 발생 엿새째인 오늘(22일) 오후에서야 겨우 꺼졌습니다. 이 때문에 현장 감식도 늦어지고 있습니다.

경찰은 조만간 감식을 통해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화재 초기에 스프링클러가 8분 동안 지연 작동했다는 의혹 등을 수사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쿠팡 측이 안전 조치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 등도 함께 조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단독] “훈련 덕에 신속 대피했다”더니…쿠팡 119 신고 내용은 달랐다
    • 입력 2021-06-22 19:29:35
    • 수정2021-06-22 21:07:27
    취재K

"정기적인 비상 대피훈련 덕분에 화재 발생 직후 근무자 248명 전원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다."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 (지난 20일)

쿠팡의 강한승 대표이사가 지난 20일, 이천 물류센터 화재와 관련해 낸 입장문 중 일부입니다. 비상 상황에 대비해 정기적으로 훈련을 했기 때문에 직원들이 신속히 대피할 수 있었고, 인명피해도 없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취재팀이 입수한 최초 화재 신고 내용을 보면 쿠팡 측이 직원들을 적극적으로 대피시킨 게 아니라, 화재가 났던 시점이 야근자들이 퇴근하던 시간대와 맞물리면서 직원 대부분이 스스로 화재 현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볼 정황이 나타납니다.


■ '대피했나?' 119근무자 질문에 쿠팡 신고자는 '퇴근했다' 되풀이

KBS 취재팀은 지난 17일 새벽 5시 36분, 119에 최초 화재를 신고한 쿠팡 직원의 녹취록을 이소영(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의원실을 통해 입수했습니다.

[119 근무자와 신고자의 녹취록] 지난 17일 새벽 5시 36분

- 119 근무자 : 대피하고 있는 거예요? 지금?
= 신고자 : 아 지금 사람 다 퇴근했고

- 119근무자 : (방송내용)[화재 예고방송입니다. 대형화재 대형화재 추정 마장면 양촌리 ○○ 덕평센터 지하 2층에 화재] / 잠시만요 신고자분 사람은 다 대피했다는 거예요 근데?
= 신고자 : 예, 지금 다섯 시 넘어서 퇴근했어요 근데 창고 안에 불 불...

(중략)

- 119근무자 : 사람은... 사람은 대피했고 불꽃도 보이고 연기도 보이는 거에요?
= 신고자 : 예 예 예 예 예 예

다급한 상황이 느껴집니다. 119 근무자는 계속 '사람들이 대피를 했는지'를 묻습니다. 신고 접수 도중에 화재 예고방송을 하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이 근무하는 물류센터이고,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니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쿠팡 직원은 '대피를 시켰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계속 '퇴근했다'는 답만 되풀이합니다.

직원들을 대피시키지는 않았지만, 야간 근무자 퇴근 시간인 새벽 5시 반이 넘었기 때문에 물류센터 내부에 남은 인원이 없다고 짐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입니다.


■ 현장 있던 직원 "어떤 대피방송도 없었다"

이 신고가 접수되기 전, 화재를 목격하고 관리자에게 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묵살당했다는 쿠팡 단기 사원 A 씨는 "그 어떠한 대피방송이나 그런 것은(경고 내용) 안 나오는 상황이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대피방송 뿐 아니라, 물류센터 내부의 관리직원에게 사람들을 대피하게 해달라고 요청까지 했지만 무시당했다고도 비난했습니다.

A 씨는 그동안 화재와 관련해 실질적인 안전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소방법, 안전법, 대처법 이런 것 또한 들어본 적도 없다."라며 "쿠팡이 모든 걸 솔직하게 다 밝혔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쿠팡물류센터노조도 화재 다음 날인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타 센터에 근무하시는 다수의 쿠팡 노동자들은 자신의 센터에 이 같은 재해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됐을까 상상해봤을 것"이라며 화재예방과 대응 관련 교육은 고사하고 산업안전관련 교육 한번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고 노동에 내몰렸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난다면 끔찍한 결과가 발생할 것은 자명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재난, 현장 안전 등에 관한 교육과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쿠팡 홍보팀은 "119 신고 전후로 대피방송을 확실히 했다."라며 "다만 정확한 시간은 밝힐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쿠팡 측은 또 법에서 정하고 있는 직원 대상 안전교육도 모두 실시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쿠팡 이천 물류센터에서 난 불은 발생 엿새째인 오늘(22일) 오후에서야 겨우 꺼졌습니다. 이 때문에 현장 감식도 늦어지고 있습니다.

경찰은 조만간 감식을 통해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화재 초기에 스프링클러가 8분 동안 지연 작동했다는 의혹 등을 수사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쿠팡 측이 안전 조치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 등도 함께 조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