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미천 정비한다며 원형 훼손…피해 예방 효과도 의문

입력 2021.06.22 (21:40) 수정 2021.06.2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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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름 장마철을 앞두고 홍수 피해 예방을 위해 도내 곳곳에서 하천 정비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가장 긴 하천인 천미천에서도 대대적인 정비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하천의 원형이 훼손되면서 피해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신익환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제주 도내 143개 하천 가운데 가장 길고 복잡한 천미천.

하천 중류 지역인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중장비를 이용해 하천에 배수관을 연결하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예전 태풍 '나리' 때 물난리에 고생했던 주민들은 침수 피해를 막으려면 하천 정비가 불가피하다고 말합니다.

[김정임/제주시 조천읍 : "(하천) 공사하니까 태풍이 불어도 마음을 놓고 살지. 비가 많이 와도 물이 안 넘칠 거니까."]

하지만 정비가 완료된 곳은 사정이 다릅니다.

천미천 하류 쪽인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보시는 것처럼 하천의 양쪽 벽은 시멘트 석축으로 변했고, 하천 바닥은 평탄화 작업이 이뤄졌습니다.

사실상 하천의 원형이 사라진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의 하천 정비 공사가 오히려 홍수 피해를 증가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고병련/제주국제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 "자연적인 하천에서의 유속이 1이라고 하면 이런 식으로 만들면 1.2나 1.3(2~3배) 정도 빨라지거든요. 빨라진 만큼 하류 구간에서 그 전에 홍수 피해가 안 났던 곳에 홍수 피해가 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요."]

천미천 정비 사업은 2017년부터 13km 구간별로 나눠 진행하고 있는데 예산만 430억 원에 이릅니다.

제주도는 최근에는 바닥 평탄화 작업은 하지 않고 있다며 자연 친화적인 하천 정비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신익환입니다.

촬영기자:부수홍/그래픽: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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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미천 정비한다며 원형 훼손…피해 예방 효과도 의문
    • 입력 2021-06-22 21:40:15
    • 수정2021-06-23 11:51:07
    뉴스9(제주)
[앵커]

여름 장마철을 앞두고 홍수 피해 예방을 위해 도내 곳곳에서 하천 정비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가장 긴 하천인 천미천에서도 대대적인 정비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하천의 원형이 훼손되면서 피해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신익환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제주 도내 143개 하천 가운데 가장 길고 복잡한 천미천.

하천 중류 지역인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중장비를 이용해 하천에 배수관을 연결하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예전 태풍 '나리' 때 물난리에 고생했던 주민들은 침수 피해를 막으려면 하천 정비가 불가피하다고 말합니다.

[김정임/제주시 조천읍 : "(하천) 공사하니까 태풍이 불어도 마음을 놓고 살지. 비가 많이 와도 물이 안 넘칠 거니까."]

하지만 정비가 완료된 곳은 사정이 다릅니다.

천미천 하류 쪽인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보시는 것처럼 하천의 양쪽 벽은 시멘트 석축으로 변했고, 하천 바닥은 평탄화 작업이 이뤄졌습니다.

사실상 하천의 원형이 사라진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의 하천 정비 공사가 오히려 홍수 피해를 증가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고병련/제주국제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 "자연적인 하천에서의 유속이 1이라고 하면 이런 식으로 만들면 1.2나 1.3(2~3배) 정도 빨라지거든요. 빨라진 만큼 하류 구간에서 그 전에 홍수 피해가 안 났던 곳에 홍수 피해가 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요."]

천미천 정비 사업은 2017년부터 13km 구간별로 나눠 진행하고 있는데 예산만 430억 원에 이릅니다.

제주도는 최근에는 바닥 평탄화 작업은 하지 않고 있다며 자연 친화적인 하천 정비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신익환입니다.

촬영기자:부수홍/그래픽: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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