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비수도권 ‘클럽 원정’…“영업 제한 피하려고”

입력 2021.06.23 (07:01) 수정 2021.06.23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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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충북 청주의 한 클럽 전경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충북 청주의 한 클럽 전경

■ 충북 청주 ○○클럽 방문자, 120명 중 100명이 '외지인'

지난 12일 오후, 충북 청주의 한 클럽이 문을 열었습니다. 당시 이 클럽엔 120명가량이 함께 있었습니다. 이튿날 새벽, 서울에 사는 A 씨 등 지인 관계의 20대 4명이 이 클럽을 방문했는데요. 닷새 뒤, 4명 모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충북 청주시는 부랴부랴 클럽 방문객에 대한 코로나19 긴급 진단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클럽에 있던 120여 명 가운데 18명만 검사를 받았습니다. 나머지 방문객들은 모두 서울 등 외지에서 온, 이른바 '클럽 원정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충북 청주의 한 클럽 방문객들이 춤을 추는 모습충북 청주의 한 클럽 방문객들이 춤을 추는 모습

■ "걔들은 여기가 천국이래요, 천국"

"외지에서 놀러 온 청년들은 여기가 천국이래요."

충북 청주의 한 택시 기사가 취재진에게 전한 말입니다. 최근, 수도권에서 온 청년들이 택시 안에서 주고 받은 말이라고 했습니다.

충북 청주는 지난 3월 중순부터 유흥시설 영업 시간 제한이 해제된 상태인데요. 택시 기사들은 취재진에게 이 시기를 기점으로, 금요일 밤부터 주말 사이에 KTX 오송역과 버스터미널에서 유흥가를 오가는 외지 청년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다른 지역에서 충북 청주의 클럽을 방문한 한 30대는 "클럽에서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수도권에서 온 사람이 대부분"이라면서 "거의 인터넷과 SNS를 통해 전국의 클럽 개장 일정을 확인하고 방문한 사람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클럽 원정자'들이 충북 청주 등 비수도권 클럽을 방문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수도권과 달리, 충북 청주 등 일부 지방 클럽은 영업 시간 제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클럽 관련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원정 클럽 모집 게시글클럽 관련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원정 클럽 모집 게시글

■ "○○ 클럽 조각 모집합니다"

클럽 관련 온라인 카페에는 '○○ 클럽 조각 모집합니다'란 제목의 글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조각'이란 뜻은 클럽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나눠 낼 인원이라는 은어입니다.

유흥을 즐기기 위해 비용을 나눠서 부담하는 건 문제 될 게 없겠지만, '조각'의 목적지가 대부분 '비수도권'을 향하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충북 청주시 클럽의 사례처럼 외지 방문객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가면, 전국 각 지역으로 코로나19가 연쇄 감염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조각' 모집 게시물에는 '코로나19 의심 증상자 거부'와 같은 참여 제한 조건도 없습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로 만나 한 테이블에 앉는데도 말이죠. 밀폐된 공간에서 접촉이 많은 클럽의 특성상 감염의 우려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방역 당국은 클럽 내부에서 춤을 추거나 서로 좌석을 옮겨가며 앉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클럽 원정자들의 후기 사진에는 여러 명이 몰려있는 상태에서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좌석을 이동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다음 달 수도권 영업시간 확대…"풍선효과 계속될 듯"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다음 달부터 수도권 유흥 시설의 영업 제한을 해제해 자정까지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서울 강남의 한 클럽 관계자는 "클럽은 자정이 넘어서야 분위기가 오르는 경우가 많다"며 "평일엔 비수도권 클럽 원정자들이 줄어들 수도 있겠지만, 금요일 밤부터 주말은 여전히 비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방역 당국은 "지난달 경남 양산 유흥시설 원정 방문을 고리로, 양산과 부산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했던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클럽 등 유흥업소의 방역 수칙 점검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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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비수도권 ‘클럽 원정’…“영업 제한 피하려고”
    • 입력 2021-06-23 07:01:55
    • 수정2021-06-23 07:03:26
    취재K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충북 청주의 한 클럽 전경
■ 충북 청주 ○○클럽 방문자, 120명 중 100명이 '외지인'

지난 12일 오후, 충북 청주의 한 클럽이 문을 열었습니다. 당시 이 클럽엔 120명가량이 함께 있었습니다. 이튿날 새벽, 서울에 사는 A 씨 등 지인 관계의 20대 4명이 이 클럽을 방문했는데요. 닷새 뒤, 4명 모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충북 청주시는 부랴부랴 클럽 방문객에 대한 코로나19 긴급 진단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클럽에 있던 120여 명 가운데 18명만 검사를 받았습니다. 나머지 방문객들은 모두 서울 등 외지에서 온, 이른바 '클럽 원정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충북 청주의 한 클럽 방문객들이 춤을 추는 모습
■ "걔들은 여기가 천국이래요, 천국"

"외지에서 놀러 온 청년들은 여기가 천국이래요."

충북 청주의 한 택시 기사가 취재진에게 전한 말입니다. 최근, 수도권에서 온 청년들이 택시 안에서 주고 받은 말이라고 했습니다.

충북 청주는 지난 3월 중순부터 유흥시설 영업 시간 제한이 해제된 상태인데요. 택시 기사들은 취재진에게 이 시기를 기점으로, 금요일 밤부터 주말 사이에 KTX 오송역과 버스터미널에서 유흥가를 오가는 외지 청년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다른 지역에서 충북 청주의 클럽을 방문한 한 30대는 "클럽에서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수도권에서 온 사람이 대부분"이라면서 "거의 인터넷과 SNS를 통해 전국의 클럽 개장 일정을 확인하고 방문한 사람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클럽 원정자'들이 충북 청주 등 비수도권 클럽을 방문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수도권과 달리, 충북 청주 등 일부 지방 클럽은 영업 시간 제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클럽 관련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원정 클럽 모집 게시글
■ "○○ 클럽 조각 모집합니다"

클럽 관련 온라인 카페에는 '○○ 클럽 조각 모집합니다'란 제목의 글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조각'이란 뜻은 클럽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나눠 낼 인원이라는 은어입니다.

유흥을 즐기기 위해 비용을 나눠서 부담하는 건 문제 될 게 없겠지만, '조각'의 목적지가 대부분 '비수도권'을 향하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충북 청주시 클럽의 사례처럼 외지 방문객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가면, 전국 각 지역으로 코로나19가 연쇄 감염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조각' 모집 게시물에는 '코로나19 의심 증상자 거부'와 같은 참여 제한 조건도 없습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로 만나 한 테이블에 앉는데도 말이죠. 밀폐된 공간에서 접촉이 많은 클럽의 특성상 감염의 우려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방역 당국은 클럽 내부에서 춤을 추거나 서로 좌석을 옮겨가며 앉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클럽 원정자들의 후기 사진에는 여러 명이 몰려있는 상태에서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좌석을 이동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다음 달 수도권 영업시간 확대…"풍선효과 계속될 듯"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다음 달부터 수도권 유흥 시설의 영업 제한을 해제해 자정까지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서울 강남의 한 클럽 관계자는 "클럽은 자정이 넘어서야 분위기가 오르는 경우가 많다"며 "평일엔 비수도권 클럽 원정자들이 줄어들 수도 있겠지만, 금요일 밤부터 주말은 여전히 비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방역 당국은 "지난달 경남 양산 유흥시설 원정 방문을 고리로, 양산과 부산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했던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클럽 등 유흥업소의 방역 수칙 점검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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