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배려석]② 비워두기냐, 비켜주기냐…배려하는 사람만 ‘바보’?

입력 2021.06.23 (15:29) 수정 2021.06.2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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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하루의 시작과 마무리를 함께 하는 게 있습니다. 버스와 지하철인데요. 마주하는 ‘임산부 배려석’에 대해 지난주부터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첫번째 시간에는 ‘임산부 배려석’ 누구를 위한 배려인가?라는 물음을 통해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배려받지 못하고 있는 임산부 배려석의 ‘불편한 진실’을 다뤘습니다.
이번에는 임산부 배려석을 둘러싼 뜨거운(?) 관심과 이유, 다양한 시선 등을 담아봤습니다.

① 임산부 배려석, 그 자리는 누구를 위한 ‘배려’인가?
② 비워두기냐·비켜주기냐...배려하는 사람만 ‘바보’?
③ 그렇다면 대안은 뭐니?

임산부 배려석이 비어 있습니다. 전동차는 사람들로 붐비고 주변에 임산부로 보이는 분은 없어 보입니다. 당신의 선택은?임산부 배려석이 비어 있습니다. 전동차는 사람들로 붐비고 주변에 임산부로 보이는 분은 없어 보입니다. 당신의 선택은?

가로 450mm × 세로 480mm

임산부 배려석의 크기입니다. 일반석과 같습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심과 반응은 일반석에 비해 다르고 다양한 시선도 존재합니다.

붐비는 전동차 안, 임산부 배려석은 비어 있습니다. 끝까지 비워두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앉아 있다가 임산부가 보이면 비켜주는 게 맞을까요? 물론 여러분은 임산부가 아닙니다.

2년 전 <전국 대학생 인구토론대회>가 열렸습니다.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은 비워둬야 한다?'는 논제로 열띤 공방이 벌어졌는데요

우선 <비워두기> 찬성 쪽 입장은 이랬습니다.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두는 것이 아닌 비켜주기는 사회 구성원 간의 개인적, 집단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배려석 비워두기는 작은 충격에도 민감한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임산부들의 특징이 반영된 효과적 정책이다

반대하는 쪽에선 임산부 배려석을 선택적으로 비켜주는 게 옳다고 맞섰습니다.

임산부 배려석을 항상 비워둬야 한다는 ‘의무감’은 양보를 전제로 실시하는 ‘자발적 배려심’과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양보를 통한 자발적 배려가 임산부 배려석의 진정한 목적이다

이에 대해 <비워두기> 쪽에선 임산부의 관점에 무게를 뒀습니다.

'비워두기’가 아닌 ‘비켜주기’의 기조로 임산부 배려석을 운영한다면 임산부들이 때마다 본인의 상태를 표현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런 반복적인 과정 자체가 임산부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

<비켜주기> 쪽에선 양보와 배려라는 게 좌석을 처음부터 비워둬야 한다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평소 양보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좌석을 처음부터 비워둬야 한다는 것에 공감을 하지 못한다면, 배려석이라는 것 자체에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올 수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전동차 한 칸에는 모두 54개의 좌석이 있으며, 임산부 배려석은 2개입니다. 그리고 현재 임산부 배려석의 기조는 '비워두기'입니다.

임산부 배려석과 ‘임산부 먼저’ 뱃지임산부 배려석과 ‘임산부 먼저’ 뱃지

배려하는 사람만 '바보'?

'비워두기냐 비켜주기냐'의 관점을 넘어 내가 '배려'한 자리를 무자격자(?)인 비임산부(남자든 여자든)가 차지해 버리는 황당한 상황도 빚어지는데요.

지친 퇴근길, 무게 중심은 아래로 쏠리고 있지만 임산부 배려석이라는 이유로 비워놓았는데, 전동차 문이 열리자마자 아무 스스럼 없이 그 자리를 점유해 버리는 몇몇 분들을 보면 자연스레 치솟는 그 기분 말입니다.

그래서 배려하는 사람만 바보가 되는 것 아니야, 공정성의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불만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게 '공정' 차원의 문제일까요?

강신업 변호사 /법무법인 하나

"일견 공정과 불공정의 문제로 보이나 사실 이 문제는 공정의 문제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지킨 사람은 응당 지켜야 할 것을 지킨 것이고 그로 인해 손해를 본 것이 없습니다. 또 지키지 않은 사람이 얻은 것은 부당이득일뿐 정당한 이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공정과 불공정은 같은 것을 다르게 취급하거나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해 누군가는 응당 얻을 이익을 얻지 못하는 데 반해 다른 누군가는 얻지 말아야 할 이익을 얻는 경우를 이릅니다.

따라서 임신부 배려석처럼 지킨 사람이 손해를 본 것이 없고, 지키지 않은 사람이 부당이득을 얻은 것을 두고 공정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는 겁니다.

즉,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두는 것은 일종의 당위적 차원 즉 사회적 배려 차원에서 생각해야 될 문제이지, 개인적 배려 차원에서 바라볼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임산부 배려석에 앉는 분들의 심리는 뭘까요?

황상민 심리상담소장

기회가 되면 내가 편한대로 세상을 살고 싶다는 분들이 그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분은 자기가 앉아 있는 곳이 '임산부 배려석인지 몰랐어요' 이렇게 말하는 분도 있는데요. 외부의 단서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자기 편한대로 사는 분들입니다.

황 소장은 그러면서도 임산부 배려석이라는 것을 통해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인간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행동하며, 또 그래야 된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런데 실제 우리의 삶이나 인간은 항상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진 않죠.

어떤 당위적으로 또는 규범적으로 정해진 것에 대해 그것을 지키면 손해고 그것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억울하다'는 그 마음이 '임산부 배려석'이라고 하는 그 자리를 통해서 표현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결국 평상시 지켜져야 할 무언가가 지켜지지 않는 것에 대해 '문제 아니냐· 억울하다'라는 감정이, 자주 접하게 되는 '임산부 배려석'이라는 것을 통해 드러났다는 겁니다.

임산부 배려석에 대해 다양한 얘기를 했습니다.

그 이야기 속에 여러분의 생각이 담겨 있을 수 있습니다. 아니면 여전히 다른 관점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임산부 배려석의 사용 실태에서 출발해 다양한 시선까지...다음 시간에는 임산부마저도 배려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이 배려석에 대해 대안은 없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임산부 배려석]① 그 자리는 누구를 위한 ‘배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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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산부 배려석]② 비워두기냐, 비켜주기냐…배려하는 사람만 ‘바보’?
    • 입력 2021-06-23 15:29:25
    • 수정2021-06-23 15:31:54
    취재K
하루의 시작과 마무리를 함께 하는 게 있습니다. 버스와 지하철인데요. 마주하는 ‘임산부 배려석’에 대해 지난주부터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첫번째 시간에는 ‘임산부 배려석’ 누구를 위한 배려인가?라는 물음을 통해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배려받지 못하고 있는 임산부 배려석의 ‘불편한 진실’을 다뤘습니다.<br />이번에는 임산부 배려석을 둘러싼 뜨거운(?) 관심과 이유, 다양한 시선 등을 담아봤습니다.<br /><br />① 임산부 배려석, 그 자리는 누구를 위한 ‘배려’인가?<br /><strong>② 비워두기냐·비켜주기냐...배려하는 사람만 ‘바보’? </strong><br />③ 그렇다면 대안은 뭐니?
임산부 배려석이 비어 있습니다. 전동차는 사람들로 붐비고 주변에 임산부로 보이는 분은 없어 보입니다. 당신의 선택은?
가로 450mm × 세로 480mm

임산부 배려석의 크기입니다. 일반석과 같습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심과 반응은 일반석에 비해 다르고 다양한 시선도 존재합니다.

붐비는 전동차 안, 임산부 배려석은 비어 있습니다. 끝까지 비워두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앉아 있다가 임산부가 보이면 비켜주는 게 맞을까요? 물론 여러분은 임산부가 아닙니다.

2년 전 <전국 대학생 인구토론대회>가 열렸습니다.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은 비워둬야 한다?'는 논제로 열띤 공방이 벌어졌는데요

우선 <비워두기> 찬성 쪽 입장은 이랬습니다.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두는 것이 아닌 비켜주기는 사회 구성원 간의 개인적, 집단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배려석 비워두기는 작은 충격에도 민감한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임산부들의 특징이 반영된 효과적 정책이다

반대하는 쪽에선 임산부 배려석을 선택적으로 비켜주는 게 옳다고 맞섰습니다.

임산부 배려석을 항상 비워둬야 한다는 ‘의무감’은 양보를 전제로 실시하는 ‘자발적 배려심’과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양보를 통한 자발적 배려가 임산부 배려석의 진정한 목적이다

이에 대해 <비워두기> 쪽에선 임산부의 관점에 무게를 뒀습니다.

'비워두기’가 아닌 ‘비켜주기’의 기조로 임산부 배려석을 운영한다면 임산부들이 때마다 본인의 상태를 표현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런 반복적인 과정 자체가 임산부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

<비켜주기> 쪽에선 양보와 배려라는 게 좌석을 처음부터 비워둬야 한다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평소 양보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좌석을 처음부터 비워둬야 한다는 것에 공감을 하지 못한다면, 배려석이라는 것 자체에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올 수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전동차 한 칸에는 모두 54개의 좌석이 있으며, 임산부 배려석은 2개입니다. 그리고 현재 임산부 배려석의 기조는 '비워두기'입니다.

임산부 배려석과 ‘임산부 먼저’ 뱃지
배려하는 사람만 '바보'?

'비워두기냐 비켜주기냐'의 관점을 넘어 내가 '배려'한 자리를 무자격자(?)인 비임산부(남자든 여자든)가 차지해 버리는 황당한 상황도 빚어지는데요.

지친 퇴근길, 무게 중심은 아래로 쏠리고 있지만 임산부 배려석이라는 이유로 비워놓았는데, 전동차 문이 열리자마자 아무 스스럼 없이 그 자리를 점유해 버리는 몇몇 분들을 보면 자연스레 치솟는 그 기분 말입니다.

그래서 배려하는 사람만 바보가 되는 것 아니야, 공정성의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불만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게 '공정' 차원의 문제일까요?

강신업 변호사 /법무법인 하나

"일견 공정과 불공정의 문제로 보이나 사실 이 문제는 공정의 문제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지킨 사람은 응당 지켜야 할 것을 지킨 것이고 그로 인해 손해를 본 것이 없습니다. 또 지키지 않은 사람이 얻은 것은 부당이득일뿐 정당한 이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공정과 불공정은 같은 것을 다르게 취급하거나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해 누군가는 응당 얻을 이익을 얻지 못하는 데 반해 다른 누군가는 얻지 말아야 할 이익을 얻는 경우를 이릅니다.

따라서 임신부 배려석처럼 지킨 사람이 손해를 본 것이 없고, 지키지 않은 사람이 부당이득을 얻은 것을 두고 공정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는 겁니다.

즉,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두는 것은 일종의 당위적 차원 즉 사회적 배려 차원에서 생각해야 될 문제이지, 개인적 배려 차원에서 바라볼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임산부 배려석에 앉는 분들의 심리는 뭘까요?

황상민 심리상담소장

기회가 되면 내가 편한대로 세상을 살고 싶다는 분들이 그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분은 자기가 앉아 있는 곳이 '임산부 배려석인지 몰랐어요' 이렇게 말하는 분도 있는데요. 외부의 단서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자기 편한대로 사는 분들입니다.

황 소장은 그러면서도 임산부 배려석이라는 것을 통해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인간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행동하며, 또 그래야 된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런데 실제 우리의 삶이나 인간은 항상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진 않죠.

어떤 당위적으로 또는 규범적으로 정해진 것에 대해 그것을 지키면 손해고 그것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억울하다'는 그 마음이 '임산부 배려석'이라고 하는 그 자리를 통해서 표현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결국 평상시 지켜져야 할 무언가가 지켜지지 않는 것에 대해 '문제 아니냐· 억울하다'라는 감정이, 자주 접하게 되는 '임산부 배려석'이라는 것을 통해 드러났다는 겁니다.

임산부 배려석에 대해 다양한 얘기를 했습니다.

그 이야기 속에 여러분의 생각이 담겨 있을 수 있습니다. 아니면 여전히 다른 관점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임산부 배려석의 사용 실태에서 출발해 다양한 시선까지...다음 시간에는 임산부마저도 배려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이 배려석에 대해 대안은 없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임산부 배려석]① 그 자리는 누구를 위한 ‘배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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