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여성 경찰관 ‘성희롱’…가해 남성 경찰관 16명 연루

입력 2021.06.23 (18:53) 수정 2021.06.23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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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신고 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부사관. 성추행 피해를 지속적으로 호소해왔지만, 되돌아오는 건 조직적인 회유뿐이었습니다. 이후에도 사건 은폐 의혹까지 일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이런 일은 경찰 조직에서도 있었습니다.

■ 강원 태백경찰서 성희롱 등 줄줄이 경고·징계…연루된 경찰관 16명

올들어 지난 3월, 강원 태백경찰서에서 근무했던 여성 경찰관이 신입 시절부터 동료와 직장상사들에게 성희롱과 성추행 피해를 봤다고 증언한 겁니다.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묵살당했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그 주장과 의혹들은 최근에서야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3개월에 걸친 경찰청 조사에서 이번 사건과 연관된 경찰관만 16명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2명에겐 징계를, 4명에겐 직권 경고를 지시했습니다. 또, 당시 태백경찰서장을 비롯해 10명에게는 문책성 인사 발령을 냈습니다.

도대체 태백경찰서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피해 경찰관은 “실습 시절부터 직장동료와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며, 경찰 생활이 악몽이었다”라고 밝혔다.피해 경찰관은 “실습 시절부터 직장동료와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며, 경찰 생활이 악몽이었다”라고 밝혔다.

■ 지속적인 성희롱에 불법 행위까지…"계급을 가리지 않았다"

발단은 2019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피해 여성 경찰관은 어린 시절부터 10년 넘게 간직해 온 '경찰'이란 꿈을 이뤘다는 기대감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꿈은 악몽이 됐습니다.

믿고 따를 동료와 상사들의 성희롱 때문이었습니다.

첫 번째 성희롱은 지구대에 근무했을 때 벌어졌습니다. 피해 여경은 "한 남성 경찰관이 여성 휴게실을 몰래 들어와 자신의 사물함 속옷 사이에 장미꽃을 놓고 간 사실을 알고 너무 깜짝 놀랐고, 수치스러웠다"라고 털어놓았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은 그 뒤에도 이어졌습니다.

당시 피해 여경과 사귀던 또 다른 경찰관이 동료들에게 성관계 횟수를 말하고 다니거나, 헛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 공무원증을 보여주며 숙박업소 CCTV를 열람하고, 차량 조회까지 했다는 겁니다. 이는 영장 없는 수사행위로 명백한 불법입니다.

성희롱은 계급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피해 여경을 향해 "얼굴도 풍속(유흥업소 등을 담당하는 경찰 업무)같이 생겼다"라는 발언을 하거나, 순찰차 안에서 안전띠를 대신 매달라고 요구한 간부 경찰관도 있었습니다.

피해 경찰관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했지만,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피해 경찰관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했지만,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조치 없어"…떠난 건 결국 피해자

피해 여경은 2019년 5월과 2020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태백경찰서 청문감사관실에 고충을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신고한 2020년 9월에도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조치는 없었습니다. 그 사이 말은 말을 낳았고, 온갖 험담과 소문에 피해 여경은 또 고통받아야 했습니다.

피해 여경은 정기 인사 기간인 올들어 지난 2월에서야 다른 지역 경찰서로 발령이 났습니다. 인사고충을 이유로 발령 신청을 통해서 이뤄졌습니다. 결국, 피해자가 자리를 피해야 했던 셈입니다.

태백경찰서와 강원경찰청 청문감사관실은 "피해자 보호와 배려 차원에서 내린 조치"라고 해명했습니다.

가해자를 대기 발령시키면 태백서 경무과로 출근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일하는 피해 여경과 마주칠 수 있어서 감안했다라는 겁니다. 피해 여경이 다른 지역으로 발령 난 것은 피해 여경이 원하는 방향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분리 조치가 없다 보니, 인사고충으로 발령 신청을 통해 피해자가 떠나야 했던 상황이 진정 피해자가 원하는 방향인지는 생각해볼 일입니다.

■ 태백경찰서 직장협의회가 '2차 가해' 논란

피해 여경은 KBS와 단독 인터뷰로 용기를 낸 뒤, 자신의 심경을 경찰 내부망 '폴넷'에도 올렸습니다. <살고 싶지 않습니다. 도와주세요>제목의 글입니다. A4용지 25장에 이르는 글에는 그동안의 고충이 상세히 담겼습니다.

이후 응원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경찰청도 엄중하게 조치하겠다는 글을 게시했습니다.

그런데 글 게시 이틀 뒤, 같은 통신망에 정반대의 글이 올라옵니다. '태백경찰서 직장협의회' 명의였습니다. 경찰관의 울타리가 돼줄 협의체인데, 직협에서 올린 글을 보면 피해 여경은 그 울타리 안에 없었습니다.

태백경찰서 직장협의회에서 알려드립니다.

내용이 과장되게 작성된 부분이 다수 있어 이를 바로잡고자 합니다.

유실물에 대한 사적 사용 등에 대한 감찰 조사가 중단된 상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숙박업소 CCTV 확인은 남녀가 사귀는 과정에서 일어난 부분에 대해 경찰관 직권 남용 등 불법에 대해 검찰에 사건 송치돼 처리 중에 있습니다.

글 작성자(피해 여경)의 주장을 반박한 진술과 증거자료는 많지만 상급관서의 정확한 조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도록 할 것입니다.

유실물 조사에 대한 회피를 위해 방송과 전국 동료들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현실에서 우리 모두가 같은 방법을 사용하지 않으려 했던 것뿐입니다.

이런 행위는 명백한 2차 가해입니다.

안경옥 원주가정폭력·성폭력상담소장은 "피해자에게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규정짓는 건 성희롱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행위"라며 "이는 성희롱 문제를 제기할 수 없게 만드는 분위기를 만든다"라고 말했습니다.

경찰 내부에서도 반발이 이어지자 글은 금세 삭제됐습니다. 하지만 피해 여경에겐 더 큰 상처였습니다.

■ 경찰청 조사와 검찰 수사로 성희롱·불법행위 속속 드러나

숙박업소 CCTV와 차적 조회를 했던 경찰관 2명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에서 벌금 8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들은 직위 해제됐고, 재판 결과에 따라 최종 징계가 내려질 예정입니다.

경찰청 조사에서는 간부를 포함한 경찰관 3명이 추가로 형사 고발됐습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모욕죄와 명예훼손, 위력에 의한 추행 등입니다.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검찰에 송치된 경찰관 2명은 구약식 처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가 있는 경찰관에 대해서는 아직 수사 중입니다.

이 밖에도 태백경찰서 안에 벌어진 성희롱과 부적절 발언, 2차 가해까지 드러났습니다.

차마 입에 올리기 힘든 말들이었습니다. 언급할수록 상처가 떠오를 수 있지만, 피해 여경의 동의 하에 성희롱 발언들을 공개합니다.

"가슴을 들이밀면서 일을 배우더라", "마음을 치유해주고 싶다", "남자들이 그렇게 말하는데 상상을 안 할 수가 없다" "안전띠를 대신 매달라" "소문이 안 좋던데 행동 처신 그따구로 하고 다니지?" "네가 커피도 안 타주잖아"

징계대상자에 대한 구체적인 징계 수위는 이르면 한 달 안에 열릴 강원경찰청 징계위원회를 통해 정해질 예정입니다.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차원에서 기관과 부서에도 경고가 내려졌습니다.

경찰청은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조직 문화, 악의적인 소문 차단 등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라며 태백경찰서에 기관 경고를 지시했습니다.

또, "강원경찰청 청문감사관실은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볼 수 있는 첩보 보고 등을 여러 차례 받았음에도 성 비위 관련성을 인지하지 못했고, 태백경찰서에 대한 성 비위 사건 처리 절차가 부재했으며, 신고센터 보고 지연에 대해 처리 과오를 인정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경찰청은 2018년 3월부터 조직 내 성희롱과 성폭력 사건을 직접 조사하고, 피해자 보호에 나서고 있다.경찰청은 2018년 3월부터 조직 내 성희롱과 성폭력 사건을 직접 조사하고, 피해자 보호에 나서고 있다.

■ "솜방망이 처벌로는 안 돼…가해자 엄벌" 촉구

정의당은 이달 23일 브리핑을 열고, 당시 경찰서장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철회하고 재심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은 "해당 사건은 태백경찰서에서 발생한 조직적 성폭력 사건이자 2차 가해 사건으로, 결국 경찰청은 태백경찰서에 기관경고를 내렸다"라며 "그런데도 정작 성희롱 사건 발생 이후 가해자 징계나 피해자와의 분리 조치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전임 경찰청장은 경고와 지휘 책임을 묻는 문책성 전보에 그친 전형적인 솜방망이 처벌이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전임 서장은 2019년 5월 경찰청장급 승진대상자 성평등 교육에 반발해 큰 물의를 일으켰던 인물 중 한 사람으로, 2020년 태백경찰서에 부임한 뒤 대형 사고를 일으킨 격이 됐다"라며 태백경찰서장에 대한 징계 여부를 재심의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피해자가 이미 받은 상처를 완벽하게 치유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상처는 아물어도 흉터는 남아, 그날의 악몽을 계속 떠올리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 흉터마저 희미하게 만들어주는 방법은 가해자를 엄벌하는 일입니다.

피해 여경은 사건이 불거진 뒤 경찰청 조사 초기 단계만 해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싶을 만큼 괴롭다는 심경을 여러 차례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강한 의지를 갖고 이 난관을 헤쳐나가겠다며 의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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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23 18:53:00
    • 수정2021-06-23 18:53:25
    취재K

혼인신고 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부사관. 성추행 피해를 지속적으로 호소해왔지만, 되돌아오는 건 조직적인 회유뿐이었습니다. 이후에도 사건 은폐 의혹까지 일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이런 일은 경찰 조직에서도 있었습니다.

■ 강원 태백경찰서 성희롱 등 줄줄이 경고·징계…연루된 경찰관 16명

올들어 지난 3월, 강원 태백경찰서에서 근무했던 여성 경찰관이 신입 시절부터 동료와 직장상사들에게 성희롱과 성추행 피해를 봤다고 증언한 겁니다.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묵살당했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그 주장과 의혹들은 최근에서야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3개월에 걸친 경찰청 조사에서 이번 사건과 연관된 경찰관만 16명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2명에겐 징계를, 4명에겐 직권 경고를 지시했습니다. 또, 당시 태백경찰서장을 비롯해 10명에게는 문책성 인사 발령을 냈습니다.

도대체 태백경찰서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피해 경찰관은 “실습 시절부터 직장동료와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며, 경찰 생활이 악몽이었다”라고 밝혔다.
■ 지속적인 성희롱에 불법 행위까지…"계급을 가리지 않았다"

발단은 2019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피해 여성 경찰관은 어린 시절부터 10년 넘게 간직해 온 '경찰'이란 꿈을 이뤘다는 기대감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꿈은 악몽이 됐습니다.

믿고 따를 동료와 상사들의 성희롱 때문이었습니다.

첫 번째 성희롱은 지구대에 근무했을 때 벌어졌습니다. 피해 여경은 "한 남성 경찰관이 여성 휴게실을 몰래 들어와 자신의 사물함 속옷 사이에 장미꽃을 놓고 간 사실을 알고 너무 깜짝 놀랐고, 수치스러웠다"라고 털어놓았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은 그 뒤에도 이어졌습니다.

당시 피해 여경과 사귀던 또 다른 경찰관이 동료들에게 성관계 횟수를 말하고 다니거나, 헛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 공무원증을 보여주며 숙박업소 CCTV를 열람하고, 차량 조회까지 했다는 겁니다. 이는 영장 없는 수사행위로 명백한 불법입니다.

성희롱은 계급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피해 여경을 향해 "얼굴도 풍속(유흥업소 등을 담당하는 경찰 업무)같이 생겼다"라는 발언을 하거나, 순찰차 안에서 안전띠를 대신 매달라고 요구한 간부 경찰관도 있었습니다.

피해 경찰관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했지만,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조치 없어"…떠난 건 결국 피해자

피해 여경은 2019년 5월과 2020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태백경찰서 청문감사관실에 고충을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신고한 2020년 9월에도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조치는 없었습니다. 그 사이 말은 말을 낳았고, 온갖 험담과 소문에 피해 여경은 또 고통받아야 했습니다.

피해 여경은 정기 인사 기간인 올들어 지난 2월에서야 다른 지역 경찰서로 발령이 났습니다. 인사고충을 이유로 발령 신청을 통해서 이뤄졌습니다. 결국, 피해자가 자리를 피해야 했던 셈입니다.

태백경찰서와 강원경찰청 청문감사관실은 "피해자 보호와 배려 차원에서 내린 조치"라고 해명했습니다.

가해자를 대기 발령시키면 태백서 경무과로 출근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일하는 피해 여경과 마주칠 수 있어서 감안했다라는 겁니다. 피해 여경이 다른 지역으로 발령 난 것은 피해 여경이 원하는 방향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분리 조치가 없다 보니, 인사고충으로 발령 신청을 통해 피해자가 떠나야 했던 상황이 진정 피해자가 원하는 방향인지는 생각해볼 일입니다.

■ 태백경찰서 직장협의회가 '2차 가해' 논란

피해 여경은 KBS와 단독 인터뷰로 용기를 낸 뒤, 자신의 심경을 경찰 내부망 '폴넷'에도 올렸습니다. <살고 싶지 않습니다. 도와주세요>제목의 글입니다. A4용지 25장에 이르는 글에는 그동안의 고충이 상세히 담겼습니다.

이후 응원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경찰청도 엄중하게 조치하겠다는 글을 게시했습니다.

그런데 글 게시 이틀 뒤, 같은 통신망에 정반대의 글이 올라옵니다. '태백경찰서 직장협의회' 명의였습니다. 경찰관의 울타리가 돼줄 협의체인데, 직협에서 올린 글을 보면 피해 여경은 그 울타리 안에 없었습니다.

태백경찰서 직장협의회에서 알려드립니다.

내용이 과장되게 작성된 부분이 다수 있어 이를 바로잡고자 합니다.

유실물에 대한 사적 사용 등에 대한 감찰 조사가 중단된 상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숙박업소 CCTV 확인은 남녀가 사귀는 과정에서 일어난 부분에 대해 경찰관 직권 남용 등 불법에 대해 검찰에 사건 송치돼 처리 중에 있습니다.

글 작성자(피해 여경)의 주장을 반박한 진술과 증거자료는 많지만 상급관서의 정확한 조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도록 할 것입니다.

유실물 조사에 대한 회피를 위해 방송과 전국 동료들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현실에서 우리 모두가 같은 방법을 사용하지 않으려 했던 것뿐입니다.

이런 행위는 명백한 2차 가해입니다.

안경옥 원주가정폭력·성폭력상담소장은 "피해자에게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규정짓는 건 성희롱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행위"라며 "이는 성희롱 문제를 제기할 수 없게 만드는 분위기를 만든다"라고 말했습니다.

경찰 내부에서도 반발이 이어지자 글은 금세 삭제됐습니다. 하지만 피해 여경에겐 더 큰 상처였습니다.

■ 경찰청 조사와 검찰 수사로 성희롱·불법행위 속속 드러나

숙박업소 CCTV와 차적 조회를 했던 경찰관 2명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에서 벌금 8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들은 직위 해제됐고, 재판 결과에 따라 최종 징계가 내려질 예정입니다.

경찰청 조사에서는 간부를 포함한 경찰관 3명이 추가로 형사 고발됐습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모욕죄와 명예훼손, 위력에 의한 추행 등입니다.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검찰에 송치된 경찰관 2명은 구약식 처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가 있는 경찰관에 대해서는 아직 수사 중입니다.

이 밖에도 태백경찰서 안에 벌어진 성희롱과 부적절 발언, 2차 가해까지 드러났습니다.

차마 입에 올리기 힘든 말들이었습니다. 언급할수록 상처가 떠오를 수 있지만, 피해 여경의 동의 하에 성희롱 발언들을 공개합니다.

"가슴을 들이밀면서 일을 배우더라", "마음을 치유해주고 싶다", "남자들이 그렇게 말하는데 상상을 안 할 수가 없다" "안전띠를 대신 매달라" "소문이 안 좋던데 행동 처신 그따구로 하고 다니지?" "네가 커피도 안 타주잖아"

징계대상자에 대한 구체적인 징계 수위는 이르면 한 달 안에 열릴 강원경찰청 징계위원회를 통해 정해질 예정입니다.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차원에서 기관과 부서에도 경고가 내려졌습니다.

경찰청은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조직 문화, 악의적인 소문 차단 등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라며 태백경찰서에 기관 경고를 지시했습니다.

또, "강원경찰청 청문감사관실은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볼 수 있는 첩보 보고 등을 여러 차례 받았음에도 성 비위 관련성을 인지하지 못했고, 태백경찰서에 대한 성 비위 사건 처리 절차가 부재했으며, 신고센터 보고 지연에 대해 처리 과오를 인정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경찰청은 2018년 3월부터 조직 내 성희롱과 성폭력 사건을 직접 조사하고, 피해자 보호에 나서고 있다.
■ "솜방망이 처벌로는 안 돼…가해자 엄벌" 촉구

정의당은 이달 23일 브리핑을 열고, 당시 경찰서장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철회하고 재심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은 "해당 사건은 태백경찰서에서 발생한 조직적 성폭력 사건이자 2차 가해 사건으로, 결국 경찰청은 태백경찰서에 기관경고를 내렸다"라며 "그런데도 정작 성희롱 사건 발생 이후 가해자 징계나 피해자와의 분리 조치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전임 경찰청장은 경고와 지휘 책임을 묻는 문책성 전보에 그친 전형적인 솜방망이 처벌이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전임 서장은 2019년 5월 경찰청장급 승진대상자 성평등 교육에 반발해 큰 물의를 일으켰던 인물 중 한 사람으로, 2020년 태백경찰서에 부임한 뒤 대형 사고를 일으킨 격이 됐다"라며 태백경찰서장에 대한 징계 여부를 재심의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피해자가 이미 받은 상처를 완벽하게 치유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상처는 아물어도 흉터는 남아, 그날의 악몽을 계속 떠올리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 흉터마저 희미하게 만들어주는 방법은 가해자를 엄벌하는 일입니다.

피해 여경은 사건이 불거진 뒤 경찰청 조사 초기 단계만 해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싶을 만큼 괴롭다는 심경을 여러 차례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강한 의지를 갖고 이 난관을 헤쳐나가겠다며 의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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