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제국의 무덤’ 아프간과 중국의 고민

입력 2021.06.24 (14:16) 수정 2021.06.2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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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자국민들에게 아프가니스탄에서 조속히 떠나라고 당부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6월 19일 통지문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내 충돌이 끊이질 않고 공습이 잦아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출국을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 간단히 손 털고 떠날 수만은 없는 것이 중국의 입장입니다. 오히려 이 지역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있습니다.

■ 미군 철수로 아프간에 '힘의 공백'...중국 정부 고민 커

중국이 자국민 철수를 권고할 정도로 아프가니스탄 정황이 악화된 직접적인 이유는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소속 군대의 철수 완료가 임박했기 때문입니다.

미군은 9월 11일까지 완전히 철수할 계획입니다. 미국은 9.11 테러를 계기로 2001년 아프간전을 시작해 오바마 행정부때 철수를 선언한 이후 서서히 발을 빼왔는데 이제 그 끝이 보이는 것입니다.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미군은 9월 11일까지 철수를 완료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미군은 9월 11일까지 철수를 완료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의 확장세가 거셉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정보 당국이 아프간에서 미군이 철수한 뒤 6개월 만에 아프간 정부가 붕괴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고 6월 23일 보도했습니다. 25일에는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국가화해최고위원회 의장과 함께 백악관을 찾아 조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입니다.

미군 철수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식적 입장은 5월 12일 중앙아시아 5개국 외교장관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왕이 외교부장이 정리한 바 있습니다. 왕 부장은 중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외국 군대의 철수를 지지하고 향후 안정과 발전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며칠 전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은 미국의 전격적인 철수 선언으로 아프가니스탄의 안전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책임있는 방식으로 철수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 세번째)이 5월 12일 산시성 시안에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외교장관과 만나 아프가니스탄 문제, 코로나19 대응 등을 논의했다.(사진 출처=중국 외교부)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 세번째)이 5월 12일 산시성 시안에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외교장관과 만나 아프가니스탄 문제, 코로나19 대응 등을 논의했다.(사진 출처=중국 외교부)

■ 아프간과 중국 신장이 국경 맞대..."중국, 잠재적 기회와 두려움 교차"

미국 CNN방송은 두 사람의 발언을 '대조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중국은 미군 철수에 따라 아프가니스탄에서 잠재적 기회를 포착할 수 있지만, 동시에 아프가니스탄의 내전과 혼란에 대한 두려움이 교차한다고 봤습니다.

특히 중국 정부가 과거에 테러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이른바 위구르 극단주의 단체가 탈레반과 연대해 중국 국경의 불안 요소가 되는 것을 두려움의 이유로 지목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에 대한 관여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해온 중국이지만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유엔 안보리 활동을 통해 지지했다는 점도 환기시켰습니다.

중국과 아프가니스탄은 약 76Km의 국경선을 맞대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측 국경 지역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입니다. 그렇습니다. 최근 인권 문제로 중국과 서방이 갈등을 빚고 있는 바로 그 '신장'입니다. 서방 국가들은 중국 정부가 위구르인들을 상대로 집단 수용소를 운영하는 등 인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하지만, 중국 정부는 직업훈련소일 뿐이고 제기되는 의혹들은 거짓이라며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단체가 있습니다. 바로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입니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무장단체입니다. 신장에 동투르키스탄이란 나라를 세워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이 같은 수니파 이슬람인 탈레반 등과 연대해 아프가니스탄을 근거로 신장 독립 활동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을 중국 정부는 경계할 수밖에 없습니다.

■ 중국, 아프가니스탄과 신장 분리주의 움직임 연대 가능성 촉각

지난 해 말 중국인 10명이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스파이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내 위구르 분리주의자들을 추적하다 꼬리가 밟힌 것으로 외신들은 분석했습니다.

올해 4월에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전직 법무부장과 전직 교육부장이 ETIM과 결탁한 혐의 등으로 법원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중국 정부가 얼마나 신장, 특히 이 지역 분리주의 동향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주는 방증들입니다.

그렇다면 미군이 떠난 빈자리는 어떻게 될까요?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이 다른 나라들과 협력해 아프가니스탄에 평화유지군을 보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신장의 평화를 주요 이유로 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자국민 철수를 권고한 것입니다.

그런데 아프가니스탄은 '제국의 무덤'으로 불리는 곳입니다. '그레이트 게임'의 승리를 꿈꾸며 이곳에 들어갔던 소련과 미국 모두 결국 철수를 선언했습니다. 미국은 2조 달러 전비를 낭비하고 2천명 이상의 희생자를 냈습니다.

■ 중국, '제국의 무덤' 아프간에 군사 개입할까?

그래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중국을 겨냥한 '공성계(空城計)'가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손자병법 36계 가운데 하나로 일부러 성을 비워 적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전술입니다.

무주공산으로 보여서, 자국 요충지 신장을 지키려는 절박함에, 파키스탄까지 연결하는 일대일로 경제회랑을 보호하기 위해... 이런저런 이유로 섣불리 들어갔다가 중국이 수렁에 빠지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반면 미국은 자국이 철수해도 중국은 골치만 앓을 뿐 쉽사리 군사 개입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삼국지연의>에서 제갈량이 성문을 열어놓자 위나라 대군이 매복을 우려해 퇴각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11월 홈페이지를 통해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astern Turkistan Islamic Movement, 동투르키스탄 이슬람당이고도 부름)’을 테러리스트 명단에서 삭제한다고 밝혔다.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11월 홈페이지를 통해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astern Turkistan Islamic Movement, 동투르키스탄 이슬람당이고도 부름)’을 테러리스트 명단에서 삭제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지난해 11월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을 테러리스트 명단에서 제외시킨 점도 주목 받습니다.

어떻게든 ETIM을 통제해야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불쾌한 소식입니다. 왕이 부장이 지난 달 중앙아시아 5개국 장관들과 만나 협력의 기틀을 다진 것도 이런 지정학적 고민을 염두에둔 측면이 있습니다.

중국이 실제 평화유지군 구성 등 직접 개입에 나설지는 미지수입니다. 중국은 새로운 권력 체계를 완성하는 내년 가을 당 대회 때까지 대내외적 안정이 필요합니다.

미얀마 상황은 애써 외면하는 중국 관영매체가 아프가니스탄 정황은 지속적으로 보도하는 것을 보면 중국 정부가 현재 상황을 대단히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히 감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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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제국의 무덤’ 아프간과 중국의 고민
    • 입력 2021-06-24 14:16:40
    • 수정2021-06-24 14:34:59
    특파원 리포트

중국 정부가 자국민들에게 아프가니스탄에서 조속히 떠나라고 당부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6월 19일 통지문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내 충돌이 끊이질 않고 공습이 잦아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출국을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 간단히 손 털고 떠날 수만은 없는 것이 중국의 입장입니다. 오히려 이 지역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있습니다.

■ 미군 철수로 아프간에 '힘의 공백'...중국 정부 고민 커

중국이 자국민 철수를 권고할 정도로 아프가니스탄 정황이 악화된 직접적인 이유는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소속 군대의 철수 완료가 임박했기 때문입니다.

미군은 9월 11일까지 완전히 철수할 계획입니다. 미국은 9.11 테러를 계기로 2001년 아프간전을 시작해 오바마 행정부때 철수를 선언한 이후 서서히 발을 빼왔는데 이제 그 끝이 보이는 것입니다.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미군은 9월 11일까지 철수를 완료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의 확장세가 거셉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정보 당국이 아프간에서 미군이 철수한 뒤 6개월 만에 아프간 정부가 붕괴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고 6월 23일 보도했습니다. 25일에는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국가화해최고위원회 의장과 함께 백악관을 찾아 조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입니다.

미군 철수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식적 입장은 5월 12일 중앙아시아 5개국 외교장관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왕이 외교부장이 정리한 바 있습니다. 왕 부장은 중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외국 군대의 철수를 지지하고 향후 안정과 발전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며칠 전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은 미국의 전격적인 철수 선언으로 아프가니스탄의 안전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책임있는 방식으로 철수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 세번째)이 5월 12일 산시성 시안에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외교장관과 만나 아프가니스탄 문제, 코로나19 대응 등을 논의했다.(사진 출처=중국 외교부)
■ 아프간과 중국 신장이 국경 맞대..."중국, 잠재적 기회와 두려움 교차"

미국 CNN방송은 두 사람의 발언을 '대조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중국은 미군 철수에 따라 아프가니스탄에서 잠재적 기회를 포착할 수 있지만, 동시에 아프가니스탄의 내전과 혼란에 대한 두려움이 교차한다고 봤습니다.

특히 중국 정부가 과거에 테러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이른바 위구르 극단주의 단체가 탈레반과 연대해 중국 국경의 불안 요소가 되는 것을 두려움의 이유로 지목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에 대한 관여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해온 중국이지만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유엔 안보리 활동을 통해 지지했다는 점도 환기시켰습니다.

중국과 아프가니스탄은 약 76Km의 국경선을 맞대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측 국경 지역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입니다. 그렇습니다. 최근 인권 문제로 중국과 서방이 갈등을 빚고 있는 바로 그 '신장'입니다. 서방 국가들은 중국 정부가 위구르인들을 상대로 집단 수용소를 운영하는 등 인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하지만, 중국 정부는 직업훈련소일 뿐이고 제기되는 의혹들은 거짓이라며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단체가 있습니다. 바로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입니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무장단체입니다. 신장에 동투르키스탄이란 나라를 세워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이 같은 수니파 이슬람인 탈레반 등과 연대해 아프가니스탄을 근거로 신장 독립 활동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을 중국 정부는 경계할 수밖에 없습니다.

■ 중국, 아프가니스탄과 신장 분리주의 움직임 연대 가능성 촉각

지난 해 말 중국인 10명이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스파이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내 위구르 분리주의자들을 추적하다 꼬리가 밟힌 것으로 외신들은 분석했습니다.

올해 4월에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전직 법무부장과 전직 교육부장이 ETIM과 결탁한 혐의 등으로 법원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중국 정부가 얼마나 신장, 특히 이 지역 분리주의 동향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주는 방증들입니다.

그렇다면 미군이 떠난 빈자리는 어떻게 될까요?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이 다른 나라들과 협력해 아프가니스탄에 평화유지군을 보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신장의 평화를 주요 이유로 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자국민 철수를 권고한 것입니다.

그런데 아프가니스탄은 '제국의 무덤'으로 불리는 곳입니다. '그레이트 게임'의 승리를 꿈꾸며 이곳에 들어갔던 소련과 미국 모두 결국 철수를 선언했습니다. 미국은 2조 달러 전비를 낭비하고 2천명 이상의 희생자를 냈습니다.

■ 중국, '제국의 무덤' 아프간에 군사 개입할까?

그래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중국을 겨냥한 '공성계(空城計)'가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손자병법 36계 가운데 하나로 일부러 성을 비워 적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전술입니다.

무주공산으로 보여서, 자국 요충지 신장을 지키려는 절박함에, 파키스탄까지 연결하는 일대일로 경제회랑을 보호하기 위해... 이런저런 이유로 섣불리 들어갔다가 중국이 수렁에 빠지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반면 미국은 자국이 철수해도 중국은 골치만 앓을 뿐 쉽사리 군사 개입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삼국지연의>에서 제갈량이 성문을 열어놓자 위나라 대군이 매복을 우려해 퇴각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11월 홈페이지를 통해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astern Turkistan Islamic Movement, 동투르키스탄 이슬람당이고도 부름)’을 테러리스트 명단에서 삭제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지난해 11월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을 테러리스트 명단에서 제외시킨 점도 주목 받습니다.

어떻게든 ETIM을 통제해야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불쾌한 소식입니다. 왕이 부장이 지난 달 중앙아시아 5개국 장관들과 만나 협력의 기틀을 다진 것도 이런 지정학적 고민을 염두에둔 측면이 있습니다.

중국이 실제 평화유지군 구성 등 직접 개입에 나설지는 미지수입니다. 중국은 새로운 권력 체계를 완성하는 내년 가을 당 대회 때까지 대내외적 안정이 필요합니다.

미얀마 상황은 애써 외면하는 중국 관영매체가 아프가니스탄 정황은 지속적으로 보도하는 것을 보면 중국 정부가 현재 상황을 대단히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히 감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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