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4년 만에 타임지 표지에…평화 위한 ‘마지막 제안’

입력 2021.06.24 (15:32) 수정 2021.06.2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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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타임지 아시아판 7월호 모델로 등장했습니다. 표지 제목은 '마지막 제안(Final Offer)'이고 부제는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의 평화를 위한 마지막 시도에 나서다(South Korea's MOON JAE-IN makes a last push for peace with the North)"입니다.

문 대통령이 타임지 모델로 등장한 건, 2017년 5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 '협상가(the negotiator)'란 제목으로 게재된 뒤 약 4년여 만입니다.

타임지 표지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협상가'로 대두됐던 문재인 대통령이, 4년 만에 북한에 '마지막 제안'을 던지는 셈입니다.


■ 美 바이든 대통령과 '평화 위한 마지막 시도'

기사는 2018년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능라도 5·1 종합경기장에서 평양시민 15만 명을 앞에 두고 한 연설에 대한 회고로 시작됩니다. 문 대통령은 "북한 사람들의 눈빛과 태도를 통해 그들 역시 평화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이 매우 달라졌으며, 발전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2019년 2월 이른바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 북미 관계가 부침을 겪었지만, 문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설득해 교착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고자 했다고 타임지는 설명했습니다.

타임지는 "문 대통령은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천천히, 조율되고(calibrated), 실용적인 방식으로 상황을 진전시켜 일을 마무리 짓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5월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남북 대화와 화해, 협력을 지지하고 있음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공동성명을 통해 양 정상은 "대북 접근을 긴밀히 조율"하기로 합의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을 '북한(North Korea)'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이란 정식 국호로 표현한 점, 싱가포르 선언을 계승한 점, 성김 대북특별대표를 임명한 점 등은 모두 전략적이었다고 타임지는 평가했습니다.

빈센트 K. 브룩스 전 주한 미군 사령관은 "북한이 기회의 창을 엿보고 있을 수도 있다"며 "한미 양국 모두 진보 정부가 집권한 상황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대화 테이블로 오게 할 방법은 '백신 외교'

문 대통령은 "지속적인 대화와 소통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상호 신뢰로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돌아오게 할 방법으로 '백신 외교'를 제안했습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지원은 '인도적 지원'이라 대북 제재와 무관하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앞서 문 대통령은 현지시간 14일 오스트리아 국빈 방문 때 "한국이 백신 생산의 글로벌 허브 역할을 할 경우, 북한도 당연히 협력 대상이 된다"며 "북한이 동의한다면 북한에 백신 공급을 협력하는 것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와 제재 완화의 지속적인 “순환”이 결국 핵탄두, ICBM과 같은 북한의 가장 치명적인 자산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내게 시간 많지 않은 것 알고 있다"

문제는 시간입니다. 타임지는 당장 내년 3월 한국에서 대선이 열리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다고 진단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문 대통령도 "내게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지금은 평화가 유지되고 있지만,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평화는 매우 깨지기 쉬운 평화이며,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2018년 9월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출처 : 타임지 인터넷판)2018년 9월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출처 : 타임지 인터넷판)

■ "김정은은 솔직하고 강한 결단력 가져"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묻자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매우 솔직하고 열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답했습니다.

또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자신에게 "우리 미래 세대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어야 하며 우리 아이들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할 수 없다"고 말했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타임지는 다만, 이러한 문 대통령의 설명에 대해, 전문가들의 분석을 빌어 "문 대통령의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변함없는 옹호는 '착각'에 가깝다"고 비판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고모부 장성택과 이복형 김정남을 잔인하게 살해했다는 점, 유엔 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고문, 강간, 기아 등으로 북한 인권 상황이 열악한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여전히 제재 완화와 대북 지원을 주장하고 있다고 타임지는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반발하는 대북전단도 금지했다고 적었습니다.

과거 '인권변호사'였던 문 대통령이 이처럼 김정은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국내적인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도 소개했습니다.

타임지는 "이제 문제는 더 이상 문 대통령 본인의 여러 원칙이 남북 화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희생되고 있느냐가 아니라, 성과의 일부가 의미를 상실했느냐다"고 설명했습니다.

출처 : 타임지 인터넷판출처 : 타임지 인터넷판

■ 전문가들, 대화 재개에 비관적…북한 호응이 관건

타임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에 대해 비관적인 전문가의 의견도 비중 있게 실었습니다.

션 오말리 동서대학교 교수는 "문 대통령이 임기 내 북한과의 상당한 외교적 승리를 성취하고 싶어하며, 그렇지 않으면 실패한 대통령으로 보여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 대통령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존 딜러리 연세대학교 교수는,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4월 재보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사실을 언급하며 "한국 유권자들은 국내적인 현안에 집중하고 있지만, 문 대통령은 북한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CIA 선임 애널리스트를 지낸 수미 테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이 문제에 관한 진정한 해결책은 없다"면서 "30년이 넘도록 이런 식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부 탈북자들은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에 김정은 위원장과 다시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고 타임은 전했습니다.

타임지는 "결국 이것이 문 대통령의 진정한 유산일 수 있다"며 "문 대통령 스스로가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아무도 그럴 수 없다는 암울한 사실을 깨닫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기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인권 문제와 국내 정치 상황, 여기에 얼마 남지 않은 시간으로, 상황은 녹록지 않은 가운데, 문 대통령의 임기 내 마지막 제안에 북한이 어떻게 호응할지가 관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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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 4년 만에 타임지 표지에…평화 위한 ‘마지막 제안’
    • 입력 2021-06-24 15:32:09
    • 수정2021-06-24 15:33:25
    취재K

문재인 대통령이 타임지 아시아판 7월호 모델로 등장했습니다. 표지 제목은 '마지막 제안(Final Offer)'이고 부제는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의 평화를 위한 마지막 시도에 나서다(South Korea's MOON JAE-IN makes a last push for peace with the North)"입니다.

문 대통령이 타임지 모델로 등장한 건, 2017년 5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 '협상가(the negotiator)'란 제목으로 게재된 뒤 약 4년여 만입니다.

타임지 표지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협상가'로 대두됐던 문재인 대통령이, 4년 만에 북한에 '마지막 제안'을 던지는 셈입니다.


■ 美 바이든 대통령과 '평화 위한 마지막 시도'

기사는 2018년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능라도 5·1 종합경기장에서 평양시민 15만 명을 앞에 두고 한 연설에 대한 회고로 시작됩니다. 문 대통령은 "북한 사람들의 눈빛과 태도를 통해 그들 역시 평화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이 매우 달라졌으며, 발전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2019년 2월 이른바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 북미 관계가 부침을 겪었지만, 문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설득해 교착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고자 했다고 타임지는 설명했습니다.

타임지는 "문 대통령은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천천히, 조율되고(calibrated), 실용적인 방식으로 상황을 진전시켜 일을 마무리 짓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5월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남북 대화와 화해, 협력을 지지하고 있음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공동성명을 통해 양 정상은 "대북 접근을 긴밀히 조율"하기로 합의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을 '북한(North Korea)'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이란 정식 국호로 표현한 점, 싱가포르 선언을 계승한 점, 성김 대북특별대표를 임명한 점 등은 모두 전략적이었다고 타임지는 평가했습니다.

빈센트 K. 브룩스 전 주한 미군 사령관은 "북한이 기회의 창을 엿보고 있을 수도 있다"며 "한미 양국 모두 진보 정부가 집권한 상황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대화 테이블로 오게 할 방법은 '백신 외교'

문 대통령은 "지속적인 대화와 소통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상호 신뢰로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돌아오게 할 방법으로 '백신 외교'를 제안했습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지원은 '인도적 지원'이라 대북 제재와 무관하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앞서 문 대통령은 현지시간 14일 오스트리아 국빈 방문 때 "한국이 백신 생산의 글로벌 허브 역할을 할 경우, 북한도 당연히 협력 대상이 된다"며 "북한이 동의한다면 북한에 백신 공급을 협력하는 것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와 제재 완화의 지속적인 “순환”이 결국 핵탄두, ICBM과 같은 북한의 가장 치명적인 자산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내게 시간 많지 않은 것 알고 있다"

문제는 시간입니다. 타임지는 당장 내년 3월 한국에서 대선이 열리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다고 진단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문 대통령도 "내게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지금은 평화가 유지되고 있지만,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평화는 매우 깨지기 쉬운 평화이며,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2018년 9월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출처 : 타임지 인터넷판)
■ "김정은은 솔직하고 강한 결단력 가져"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묻자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매우 솔직하고 열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답했습니다.

또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자신에게 "우리 미래 세대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어야 하며 우리 아이들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할 수 없다"고 말했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타임지는 다만, 이러한 문 대통령의 설명에 대해, 전문가들의 분석을 빌어 "문 대통령의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변함없는 옹호는 '착각'에 가깝다"고 비판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고모부 장성택과 이복형 김정남을 잔인하게 살해했다는 점, 유엔 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고문, 강간, 기아 등으로 북한 인권 상황이 열악한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여전히 제재 완화와 대북 지원을 주장하고 있다고 타임지는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반발하는 대북전단도 금지했다고 적었습니다.

과거 '인권변호사'였던 문 대통령이 이처럼 김정은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국내적인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도 소개했습니다.

타임지는 "이제 문제는 더 이상 문 대통령 본인의 여러 원칙이 남북 화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희생되고 있느냐가 아니라, 성과의 일부가 의미를 상실했느냐다"고 설명했습니다.

출처 : 타임지 인터넷판
■ 전문가들, 대화 재개에 비관적…북한 호응이 관건

타임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에 대해 비관적인 전문가의 의견도 비중 있게 실었습니다.

션 오말리 동서대학교 교수는 "문 대통령이 임기 내 북한과의 상당한 외교적 승리를 성취하고 싶어하며, 그렇지 않으면 실패한 대통령으로 보여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 대통령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존 딜러리 연세대학교 교수는,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4월 재보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사실을 언급하며 "한국 유권자들은 국내적인 현안에 집중하고 있지만, 문 대통령은 북한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CIA 선임 애널리스트를 지낸 수미 테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이 문제에 관한 진정한 해결책은 없다"면서 "30년이 넘도록 이런 식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부 탈북자들은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에 김정은 위원장과 다시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고 타임은 전했습니다.

타임지는 "결국 이것이 문 대통령의 진정한 유산일 수 있다"며 "문 대통령 스스로가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아무도 그럴 수 없다는 암울한 사실을 깨닫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기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인권 문제와 국내 정치 상황, 여기에 얼마 남지 않은 시간으로, 상황은 녹록지 않은 가운데, 문 대통령의 임기 내 마지막 제안에 북한이 어떻게 호응할지가 관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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