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경영평가 오류 왜?…“가중치 잘못 적용”

입력 2021.06.2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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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정주의를 엄격히 배격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2020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에 이끌리지 않고 엄격하게 평가했다는 점을 강조한 건데, 이 엄격했던 평가에서 치명적 실수가 발견됐다. 점수 계산을 잘못한 것이다.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도입된 1984년 이후 37년 만에 처음 있는 초유의 일이다.

기재부와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은 평가 결과를 다시 계산해서 오류를 바로잡을 계획인데, 일부 기관의 등급이 변경되는 등 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점수표 받자마자 이상한 점 발견"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크게 공기업 36개와 준정부기관 95개로 나눠서 진행된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평가단이 각각 꾸려지는데, 이번에 문제가 된 쪽은 준정부기관이다.

점수를 잘못 받은 준정부기관인 A 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은 지난 18일 평가 결과를 브리핑했고, 지난 21일 점수표를 각 기관에 보냈다.

A 기관에서는 점수표를 받자마자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상한 점은 가중치였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가중치와 점수표에 있는 가중치가 달랐던 것이다. A 기관 관계자는 "다른 기관도 혹시 잘못됐는지 확인을 해보니 여러 기관이 잘못된 게 확인이 됐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종합평가에서 가중치가 6점인 B라는 평가 항목이 있고, 이 항목에서 100점 만점에 50점을 맞았다면 종합평가엔 6점의 60%인 3점이 반영돼야 한다. 그런데 가중치를 4점으로 반영해서 4점의 50%인 2점이 반영된 것이다.


■"기관별 가중치 다른데 일괄 적용했을 수도"

가중치가 잘못 적용된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지금으로선 기관별로 각각 가중치가 다른 평가항목에서 같은 가중치를 일괄 적용해 계산했다가 오류가 났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A 기관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과거에는 모든 기관이 가중치가 다 똑같았는데 최근에는 기관별로 가중치가 달라졌다. 예를 들어 중대 재해가 중요한 기관이면 안전 항목에 가중치를 높게 둬서 평가하고 대신 다른 항목 가중치를 낮춰주는 식이다.

A 기관 관계자는 "누군가 실수를 한 것 같다"며 "가중치가 다 다른데 모든 기관이 다 가중치가 똑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상대평가도 반영돼 등급 조정 있을 듯

기재부는 가중치 반영이 잘못된 부분을 수정해서 수정 점수표를 이미 각 기관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종합등급은 아직 수정치를 통보하지 않았다. 종합평가에는 상대평가도 반영되기 때문이다.

잘못된 가중치를 수정해서 점수를 다시 매기면 각 기관의 등수가 바뀔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상대평가 결과가 달라지고 종합등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운영위원회 의결을 거쳐 수정된 종합등급을 각 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A 기관 관계자는 "우리한테 주는 배점만 잘못됐을 거라 생각했고 등급 계산까지 영향을 미치리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며 "등급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으니까 좀 화가 난다"고 말했다. 등급은 기관장의 거취와 직원들의 성과급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사안이다.

박수정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총장은 "경영평가 제도가 가지고 있는 무게에 비하면 어처구없는 결과"라며 "국민들이 보기에는 '그렇다면 이전에 했던 경영평가는 제대로 된 거냐'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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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기관 경영평가 오류 왜?…“가중치 잘못 적용”
    • 입력 2021-06-24 15:35:20
    취재K

"온정주의를 엄격히 배격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2020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에 이끌리지 않고 엄격하게 평가했다는 점을 강조한 건데, 이 엄격했던 평가에서 치명적 실수가 발견됐다. 점수 계산을 잘못한 것이다.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도입된 1984년 이후 37년 만에 처음 있는 초유의 일이다.

기재부와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은 평가 결과를 다시 계산해서 오류를 바로잡을 계획인데, 일부 기관의 등급이 변경되는 등 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점수표 받자마자 이상한 점 발견"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크게 공기업 36개와 준정부기관 95개로 나눠서 진행된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평가단이 각각 꾸려지는데, 이번에 문제가 된 쪽은 준정부기관이다.

점수를 잘못 받은 준정부기관인 A 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은 지난 18일 평가 결과를 브리핑했고, 지난 21일 점수표를 각 기관에 보냈다.

A 기관에서는 점수표를 받자마자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상한 점은 가중치였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가중치와 점수표에 있는 가중치가 달랐던 것이다. A 기관 관계자는 "다른 기관도 혹시 잘못됐는지 확인을 해보니 여러 기관이 잘못된 게 확인이 됐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종합평가에서 가중치가 6점인 B라는 평가 항목이 있고, 이 항목에서 100점 만점에 50점을 맞았다면 종합평가엔 6점의 60%인 3점이 반영돼야 한다. 그런데 가중치를 4점으로 반영해서 4점의 50%인 2점이 반영된 것이다.


■"기관별 가중치 다른데 일괄 적용했을 수도"

가중치가 잘못 적용된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지금으로선 기관별로 각각 가중치가 다른 평가항목에서 같은 가중치를 일괄 적용해 계산했다가 오류가 났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A 기관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과거에는 모든 기관이 가중치가 다 똑같았는데 최근에는 기관별로 가중치가 달라졌다. 예를 들어 중대 재해가 중요한 기관이면 안전 항목에 가중치를 높게 둬서 평가하고 대신 다른 항목 가중치를 낮춰주는 식이다.

A 기관 관계자는 "누군가 실수를 한 것 같다"며 "가중치가 다 다른데 모든 기관이 다 가중치가 똑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상대평가도 반영돼 등급 조정 있을 듯

기재부는 가중치 반영이 잘못된 부분을 수정해서 수정 점수표를 이미 각 기관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종합등급은 아직 수정치를 통보하지 않았다. 종합평가에는 상대평가도 반영되기 때문이다.

잘못된 가중치를 수정해서 점수를 다시 매기면 각 기관의 등수가 바뀔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상대평가 결과가 달라지고 종합등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운영위원회 의결을 거쳐 수정된 종합등급을 각 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A 기관 관계자는 "우리한테 주는 배점만 잘못됐을 거라 생각했고 등급 계산까지 영향을 미치리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며 "등급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으니까 좀 화가 난다"고 말했다. 등급은 기관장의 거취와 직원들의 성과급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사안이다.

박수정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총장은 "경영평가 제도가 가지고 있는 무게에 비하면 어처구없는 결과"라며 "국민들이 보기에는 '그렇다면 이전에 했던 경영평가는 제대로 된 거냐'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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