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직원 밥 갖고 트집이냐?” vs “이재용, 급식 마진까지 챙겨야 했나”

입력 2021.06.2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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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웰스토리 ‘밥 잘 나온 비결’은 계열사 지원
삼성전자 등 계열사, 경쟁사 견적 뽑지도 않고 수의계약
시장 1위 업체가 왜 비계열사 거래에선 저가수주 왜?

삼성전자 “속았다” vs. 웰스토리 “속인 적 없다”
공정위 심판정에서 계열사끼리 다툰 배경은?


지난 24일 삼성그룹의 급식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부당지원) 혐의에 대한 역대 최대 규모인 2,349억 원의 과징금을 물렸다는 소식에 대해 "왜 직원들 밥 주는 것 갖고 트집을 잡느냐?"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현재 삼성계열사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지금 구내식당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는데, 이게 그렇게 큰 잘못일 줄은 몰랐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일로 급식 일감을 개방해 중소 업체가 들어오면 급식 질이 나빠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있었습니다.

일감을 맡겼던 삼성전자 등 계열사도 공정위 심판정에서 "직원들 식사 질을 높이려 한 것"이라고 한결같이 주장했습니다. 삼성 일가의 상속세만 12조 원에 달하는데 한 끼니에 7천 원 안팎의 급식으로 총수일가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렸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공정위가 무리수를 둔 것인지, 과연 직원 밥은 어떻게 먹여야 올바른 것인지 보도 이후 나온 다양한 지적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 웰스토리가 시장 1위인데, 우선 고려하는 게 당연하다?

삼성웰스토리는 기업 급식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입니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삼성웰스토리 단체급식 매출은 1조 2,197억 원이었는데, 웰스토리를 제외한 상위 11개 업체 매출을 다 합쳐도 3조 원을 조금 넘은 수준이었습니다. 시장의 3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하루 수천 명분의 밥을 짓는 구내식당을 40여개 운영하고 있는데, 사업자 선정에서 1위 업체를 우선 고려했다는 얘기는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삼성웰스토리는 삼성에버랜드 단체급식 부문일 때부터 삼성전자 등 대규모 사업장을 맡아왔으니 다년간 쌓인 경험과 기술력을 무시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장 같은 대규모 공장의 구내식당은 한꺼번에 많은 인원의 밥을 제공해야 해서 중소 업체가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은 아닙니다.

식중독 같은 사고가 벌어지면 생산 설비를 멈춰세워야할 수도 있고, 사업장이 여러 개인 회사라면 각 사업장의 급식 품질을 동등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삼성웰스토리와 삼성전자의 2020년도 단체급식 계약 내역. 모두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삼성웰스토리와 삼성전자의 2020년도 단체급식 계약 내역. 모두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문제는 계약 방식입니다.

삼성전자 등 4개 회사는 다른 업체의 견적서를 받거나 하는 절차 없이 모두 수의계약 형태로 웰스토리와 계약했습니다. 이러한 일방적 계약 행태는 그룹 미래전략실의 지시로 일사분란 하게 움직인 결과라는 게 공정위 조사 결과입니다.


■ 탁월한 품질, 독보적 시장 1위 업체가 왜 저가수주 나섰나?

삼성웰스토리가 1위 업체로 품질이 다른 업체에 비해 월등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실제 삼성 계열사 직원들은 대체로 구내식당 품질에 만족한다는 반응이 다수입니다.

그런데 월등한 품질을 자랑하는 삼성웰스토리, 왜 외부 물량을 입찰할 때는 사실상 적자를 보면서 수주했을까요? 공정위는 웰스토리가 삼성 계열사가 아닌 외부 사업을 따낼 때 신규 수주는 영업이익률 0%, 재계약은 -3%를 기준으로 수주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웰스토리는 내부거래에서는 25% 안팎의 이윤을 남겼지만, 비계열사와의 거래에서는 반대로 손해 보는 장사를 한 것입니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비계열사 거래에서 총 103억 원의 영업적자를 봤는데 같은 기간 내부거래에서는 4,859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습니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와 비계열사 거래가 이렇게 수익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2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먼저 그룹 미래전략실이 웰스토리가 '최적의 이익'을 남길 수 있게 이익구조를 보장했고, 웰스토리는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기 위해 외부 일감은 사실상 이익을 남기지 않는 식의 거래를 한 것입니다.

2012년 10월 23일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2팀의 ‘에버랜드 운영회의 결과’. 관계사 매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자료: 공정위)2012년 10월 23일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2팀의 ‘에버랜드 운영회의 결과’. 관계사 매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자료: 공정위)

삼성그룹은 이미 이 거래를 시작할 때부터 내부거래 비중에 대해 의식해왔는데 2012년 미래전략실 전략2팀에서 연 '에버랜드 운영회의' 자료에 이러한 고민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공정위가 확보한 회의자료에는 "(급식) 매출도 관계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 정산 방법 등을 변경해서 절대 금액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 같은 조건에서 경쟁사 써낸 가격 10% 이상 낮았다

앞서 언급했듯 삼성전자 구내식당 같은 대규모 단체급식을 중소 업체가 맡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삼성전자는 공정위 제재가 임박한 지난 2월 수원사업장과 기흥사업장 내 구내식당 2곳을 개방하기로 하고 공개 입찰했습니다. 2개 사업장은 각각 '신세계푸드'와 풀무원푸드앤컬처'로 운영사가 바뀌었습니다. 모두 10위권 안의 대형 업체입니다.

웰스토리가 아닌 다른 업체에서 급식을 제공했다면 단가를 낮출 수 있을까? 이번 입찰의 세부 내용은 밝혀지지 않아 단가를 알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8년 삼성전자가 급식 일감 개방을 시도했을 때 자료를 보면 같은 조건에 대해 다른 업체가 웰스토리보다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패밀리홀 입찰 관련 내부 이메일(2018년 5월 작성). 경쟁사에서 삼성웰스토리보다 낮은 가격에 견적을 낸 것으로 나와있다. 제안 식단가 추정치는 공정위 조사 결과 최저가를 제시한 업체의 가격은 더 낮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자료 : 공정위)삼성전자 수원사업장 패밀리홀 입찰 관련 내부 이메일(2018년 5월 작성). 경쟁사에서 삼성웰스토리보다 낮은 가격에 견적을 낸 것으로 나와있다. 제안 식단가 추정치는 공정위 조사 결과 최저가를 제시한 업체의 가격은 더 낮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자료 : 공정위)

삼성전자는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가 임박했던 시점인 2018년 4월 수원사업장 패밀리홀에 대한 경쟁입찰을 추진했습니다.

경쟁사 3곳의 제안서를 받아본 결과 웰스토리 단가(6,116원)가 다른 사업자(5,116~5,500원)에 비해 최대 15%가량 높다는 것을 파악했습니다. 당시 내부 이메일에는 "3개사 모두 웰스토리 대비 2~3년 전 단가를 제시했다"는 문구도 나옵니다.

수원사업장은 "관계사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압력은 불가피"하다면서 석 달 뒤 경쟁입찰을 열겠다는 계획까지 세웠지만,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인 정 모 사장의 지시로 결국 없던 일이 됐습니다.


■ 삼성전자도 "속았다"는 웰스토리의 사업 수완?

"삼성이 삼성 직원한테 밥 해주는데 뭐가 문제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엄밀히 얘기하자면 삼성물산 자회사(삼성웰스토리)가 삼성전자에 밥을 해먹인 것입니다. 그 과정에 삼성웰스토리가 업계 평균보다 5배 많은 이익을 남긴 건데, 이게 바가지를 씌워서가 아니라 조직적으로 몰아줘서 그렇다는 게 공정위 전원회의가 내린 결론입니다.

삼성물산의 주주라면 반길 수도 있는 일이지만, 반대로 삼성전자 등 다른 계열사의 주주라면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내도 시원치 않을 일입니다.

실제로 삼성웰스토리는 2015~2018년 당기순이익의 89%를 모기업인 삼성물산에 배당했고, 2017년에는 배당이 당기순이익을 초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공정위 위원들 앞에서 독특한 주장을 폈습니다. '삼성웰스토리가 고객사를 속이고 과도한 이익을 남겼는데 이를 몰랐다'는 주장을 공정위 심판정에서 꺼내 든 것입니다. 한 마디로 계열사한테 사기를 당했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에 삼성웰스토리 측 대리인은 "속이지 않았다"고 반박하면서 심판정에서는 계열사끼리 싸우는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이 주장 결국 인정되진 않았지만 꺼내든 배경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속았다는 건 곧 부당하게 지원할 의도가 없었다는 말과 같기 때문입니다.

만약 정말 속았다고 한다면 그건 그대로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닙니다. 38개 구내식당에서 하루 5천 명분의 식사를 제공한다고 했을 때 한 끼에 500원씩 비싼 값을 치렀다면 하루 9,500만 원의 돈이 허투루 빠져나간 셈인데,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담당 임원부터 실무자까지 모두 징계를 받아야 할 일입니다.

공정위의 조치에는 부당지원 행위에 대한 시정명령도 포함됐는데, 삼성그룹이 이를 이행한다면 더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삼성웰스토리와 계약할 수 없을 거로 보입니다. 삼성전자는 24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현재 진행 중인 급식 개방은 계획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일로 삼성 구내식당의 품질이 급격히 떨어질 지 오히려 좋아질 지 지금 예상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시장의 상식은 독점 체제보다는 여러 회사가 경쟁할 때 가격은 떨어지고 품질은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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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직원 밥 갖고 트집이냐?” vs “이재용, 급식 마진까지 챙겨야 했나”
    • 입력 2021-06-26 07:01:39
    취재K
<strong>웰스토리 ‘밥 잘 나온 비결’은 계열사 지원</strong><br /><strong>삼성전자 등 계열사, 경쟁사 견적 뽑지도 않고 수의계약<br />시장 1위 업체가 왜 비계열사 거래에선 저가수주 왜?</strong><br /><strong>삼성전자 “속았다” vs. 웰스토리 “속인 적 없다”</strong><br /><strong>공정위 심판정에서 계열사끼리 다툰 배경은?</strong>

지난 24일 삼성그룹의 급식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부당지원) 혐의에 대한 역대 최대 규모인 2,349억 원의 과징금을 물렸다는 소식에 대해 "왜 직원들 밥 주는 것 갖고 트집을 잡느냐?"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현재 삼성계열사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지금 구내식당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는데, 이게 그렇게 큰 잘못일 줄은 몰랐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일로 급식 일감을 개방해 중소 업체가 들어오면 급식 질이 나빠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있었습니다.

일감을 맡겼던 삼성전자 등 계열사도 공정위 심판정에서 "직원들 식사 질을 높이려 한 것"이라고 한결같이 주장했습니다. 삼성 일가의 상속세만 12조 원에 달하는데 한 끼니에 7천 원 안팎의 급식으로 총수일가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렸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공정위가 무리수를 둔 것인지, 과연 직원 밥은 어떻게 먹여야 올바른 것인지 보도 이후 나온 다양한 지적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 웰스토리가 시장 1위인데, 우선 고려하는 게 당연하다?

삼성웰스토리는 기업 급식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입니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삼성웰스토리 단체급식 매출은 1조 2,197억 원이었는데, 웰스토리를 제외한 상위 11개 업체 매출을 다 합쳐도 3조 원을 조금 넘은 수준이었습니다. 시장의 3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하루 수천 명분의 밥을 짓는 구내식당을 40여개 운영하고 있는데, 사업자 선정에서 1위 업체를 우선 고려했다는 얘기는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삼성웰스토리는 삼성에버랜드 단체급식 부문일 때부터 삼성전자 등 대규모 사업장을 맡아왔으니 다년간 쌓인 경험과 기술력을 무시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장 같은 대규모 공장의 구내식당은 한꺼번에 많은 인원의 밥을 제공해야 해서 중소 업체가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은 아닙니다.

식중독 같은 사고가 벌어지면 생산 설비를 멈춰세워야할 수도 있고, 사업장이 여러 개인 회사라면 각 사업장의 급식 품질을 동등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삼성웰스토리와 삼성전자의 2020년도 단체급식 계약 내역. 모두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문제는 계약 방식입니다.

삼성전자 등 4개 회사는 다른 업체의 견적서를 받거나 하는 절차 없이 모두 수의계약 형태로 웰스토리와 계약했습니다. 이러한 일방적 계약 행태는 그룹 미래전략실의 지시로 일사분란 하게 움직인 결과라는 게 공정위 조사 결과입니다.


■ 탁월한 품질, 독보적 시장 1위 업체가 왜 저가수주 나섰나?

삼성웰스토리가 1위 업체로 품질이 다른 업체에 비해 월등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실제 삼성 계열사 직원들은 대체로 구내식당 품질에 만족한다는 반응이 다수입니다.

그런데 월등한 품질을 자랑하는 삼성웰스토리, 왜 외부 물량을 입찰할 때는 사실상 적자를 보면서 수주했을까요? 공정위는 웰스토리가 삼성 계열사가 아닌 외부 사업을 따낼 때 신규 수주는 영업이익률 0%, 재계약은 -3%를 기준으로 수주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웰스토리는 내부거래에서는 25% 안팎의 이윤을 남겼지만, 비계열사와의 거래에서는 반대로 손해 보는 장사를 한 것입니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비계열사 거래에서 총 103억 원의 영업적자를 봤는데 같은 기간 내부거래에서는 4,859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습니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와 비계열사 거래가 이렇게 수익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2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먼저 그룹 미래전략실이 웰스토리가 '최적의 이익'을 남길 수 있게 이익구조를 보장했고, 웰스토리는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기 위해 외부 일감은 사실상 이익을 남기지 않는 식의 거래를 한 것입니다.

2012년 10월 23일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2팀의 ‘에버랜드 운영회의 결과’. 관계사 매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자료: 공정위)
삼성그룹은 이미 이 거래를 시작할 때부터 내부거래 비중에 대해 의식해왔는데 2012년 미래전략실 전략2팀에서 연 '에버랜드 운영회의' 자료에 이러한 고민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공정위가 확보한 회의자료에는 "(급식) 매출도 관계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 정산 방법 등을 변경해서 절대 금액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 같은 조건에서 경쟁사 써낸 가격 10% 이상 낮았다

앞서 언급했듯 삼성전자 구내식당 같은 대규모 단체급식을 중소 업체가 맡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삼성전자는 공정위 제재가 임박한 지난 2월 수원사업장과 기흥사업장 내 구내식당 2곳을 개방하기로 하고 공개 입찰했습니다. 2개 사업장은 각각 '신세계푸드'와 풀무원푸드앤컬처'로 운영사가 바뀌었습니다. 모두 10위권 안의 대형 업체입니다.

웰스토리가 아닌 다른 업체에서 급식을 제공했다면 단가를 낮출 수 있을까? 이번 입찰의 세부 내용은 밝혀지지 않아 단가를 알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8년 삼성전자가 급식 일감 개방을 시도했을 때 자료를 보면 같은 조건에 대해 다른 업체가 웰스토리보다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패밀리홀 입찰 관련 내부 이메일(2018년 5월 작성). 경쟁사에서 삼성웰스토리보다 낮은 가격에 견적을 낸 것으로 나와있다. 제안 식단가 추정치는 공정위 조사 결과 최저가를 제시한 업체의 가격은 더 낮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자료 : 공정위)
삼성전자는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가 임박했던 시점인 2018년 4월 수원사업장 패밀리홀에 대한 경쟁입찰을 추진했습니다.

경쟁사 3곳의 제안서를 받아본 결과 웰스토리 단가(6,116원)가 다른 사업자(5,116~5,500원)에 비해 최대 15%가량 높다는 것을 파악했습니다. 당시 내부 이메일에는 "3개사 모두 웰스토리 대비 2~3년 전 단가를 제시했다"는 문구도 나옵니다.

수원사업장은 "관계사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압력은 불가피"하다면서 석 달 뒤 경쟁입찰을 열겠다는 계획까지 세웠지만,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인 정 모 사장의 지시로 결국 없던 일이 됐습니다.


■ 삼성전자도 "속았다"는 웰스토리의 사업 수완?

"삼성이 삼성 직원한테 밥 해주는데 뭐가 문제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엄밀히 얘기하자면 삼성물산 자회사(삼성웰스토리)가 삼성전자에 밥을 해먹인 것입니다. 그 과정에 삼성웰스토리가 업계 평균보다 5배 많은 이익을 남긴 건데, 이게 바가지를 씌워서가 아니라 조직적으로 몰아줘서 그렇다는 게 공정위 전원회의가 내린 결론입니다.

삼성물산의 주주라면 반길 수도 있는 일이지만, 반대로 삼성전자 등 다른 계열사의 주주라면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내도 시원치 않을 일입니다.

실제로 삼성웰스토리는 2015~2018년 당기순이익의 89%를 모기업인 삼성물산에 배당했고, 2017년에는 배당이 당기순이익을 초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공정위 위원들 앞에서 독특한 주장을 폈습니다. '삼성웰스토리가 고객사를 속이고 과도한 이익을 남겼는데 이를 몰랐다'는 주장을 공정위 심판정에서 꺼내 든 것입니다. 한 마디로 계열사한테 사기를 당했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에 삼성웰스토리 측 대리인은 "속이지 않았다"고 반박하면서 심판정에서는 계열사끼리 싸우는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이 주장 결국 인정되진 않았지만 꺼내든 배경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속았다는 건 곧 부당하게 지원할 의도가 없었다는 말과 같기 때문입니다.

만약 정말 속았다고 한다면 그건 그대로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닙니다. 38개 구내식당에서 하루 5천 명분의 식사를 제공한다고 했을 때 한 끼에 500원씩 비싼 값을 치렀다면 하루 9,500만 원의 돈이 허투루 빠져나간 셈인데,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담당 임원부터 실무자까지 모두 징계를 받아야 할 일입니다.

공정위의 조치에는 부당지원 행위에 대한 시정명령도 포함됐는데, 삼성그룹이 이를 이행한다면 더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삼성웰스토리와 계약할 수 없을 거로 보입니다. 삼성전자는 24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현재 진행 중인 급식 개방은 계획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일로 삼성 구내식당의 품질이 급격히 떨어질 지 오히려 좋아질 지 지금 예상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시장의 상식은 독점 체제보다는 여러 회사가 경쟁할 때 가격은 떨어지고 품질은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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