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박수 받으며 석방된 프랑스 남편 살해범…“딸을 위해”

입력 2021.06.26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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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24년간 성폭행·학대한 계부 살해한 프랑스 여성, 재판 끝 석방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사온에루아르 지방법원 앞에는 많은 시민이 재판 결과를 기다리며 모여 있었다. 남편을 살해하고 수감 중이었던 발레리 바코(40)에 대한 선고가 내려지는 날이기 때문이다. 지난달까지 모두 54만 명이 넘는 프랑스인이 그녀의 석방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자신의 계부이자 남편, 25살 연상의 다니엘 폴레트를 2016년 총으로 살해하고 시체까지 유기한 살해범. 재판부는 발레리에게 징역 4년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고, 이미 1년간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바코씨는 이날 즉시 석방됐다. 시민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모두 알고 있었다’ 발레리 바코 회고록, 2021년 5월 출간‘모두 알고 있었다’ 발레리 바코 회고록, 2021년 5월 출간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 발레리 바코는 이미 유명인이 돼 있었다. 자신이 남편을 살해한 일들을 적은 회고록 '모두 알고 있었다'(Tout le Monde Savait)'가 지난달 출간됐고 곧바로 프랑스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책과 재판 과정에서 알려진 그녀의 비참한 삶은 많은 시민의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바코는 12살에 계부 다니엘 폴레트를 만났고, 곧바로 성폭행과 학대에 시달렸다. 코뼈가 부러지고 둔기에 머리를 맞았으며, 강제로 다른 여성과 성행위를 하는 모습이 촬영되기도 했다. 폴레트는 1995년 근친상간 혐의로 구속돼 3년간 옥살이를 했지만, 출소한 이후로도 바코에 대한 성폭행을 계속 했다.

바코는 계부의 아이를 네 번이나 가지게 됐고, 결국 그의 아내가 되었다. 폴레트는 바코를 성매매업자에게 넘기기도 했으며, 자기 말을 따르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권총으로 협박하기도 했다. 계부에서 남편으로 역할을 바꿔가며 24년을 성폭행하고 학대한 폴레트. 바코는 그의 성폭행이 자신의 딸에게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에 사로잡혔고 2016년 3월 폴레트를 권총으로 쏴 살해했다.


재판부는 바코가 오랜 세월 겪어온 두려움을 인정한다고 했고, 앞서 검사 측도 논고에서 바코를 감옥으로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판사의 선고에 방청석에서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오자 바코는 자신이 석방된다는 것을 알고 잠시 실신하기도 했다.

바코는 이날 법원을 나오면서는 여성단체 활동가를 비롯한 시민들로부터 환호와 박수를 받고 "이제는 다른 모든 여성과 부당한 대우에 맞서 새롭게 싸울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아이들과 어린 딸을 위해 돌아가겠다"며 감사를 표했다.

'모두 알고 있었다'는 제목의 회고록에서 바코는 근친상간 혐의로 옥살이하고 돌아온 "폴레트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집으로 돌아와 함께 사는 것을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썼다. 프랑스 사회가 살해자인 바코를 환호와 박수로 품은, 또는 품어야 할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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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박수 받으며 석방된 프랑스 남편 살해범…“딸을 위해”
    • 입력 2021-06-26 19:34:50
    특파원 리포트
24년간 성폭행·학대한 계부 살해한 프랑스 여성, 재판 끝 석방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사온에루아르 지방법원 앞에는 많은 시민이 재판 결과를 기다리며 모여 있었다. 남편을 살해하고 수감 중이었던 발레리 바코(40)에 대한 선고가 내려지는 날이기 때문이다. 지난달까지 모두 54만 명이 넘는 프랑스인이 그녀의 석방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자신의 계부이자 남편, 25살 연상의 다니엘 폴레트를 2016년 총으로 살해하고 시체까지 유기한 살해범. 재판부는 발레리에게 징역 4년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고, 이미 1년간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바코씨는 이날 즉시 석방됐다. 시민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모두 알고 있었다’ 발레리 바코 회고록, 2021년 5월 출간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 발레리 바코는 이미 유명인이 돼 있었다. 자신이 남편을 살해한 일들을 적은 회고록 '모두 알고 있었다'(Tout le Monde Savait)'가 지난달 출간됐고 곧바로 프랑스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책과 재판 과정에서 알려진 그녀의 비참한 삶은 많은 시민의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바코는 12살에 계부 다니엘 폴레트를 만났고, 곧바로 성폭행과 학대에 시달렸다. 코뼈가 부러지고 둔기에 머리를 맞았으며, 강제로 다른 여성과 성행위를 하는 모습이 촬영되기도 했다. 폴레트는 1995년 근친상간 혐의로 구속돼 3년간 옥살이를 했지만, 출소한 이후로도 바코에 대한 성폭행을 계속 했다.

바코는 계부의 아이를 네 번이나 가지게 됐고, 결국 그의 아내가 되었다. 폴레트는 바코를 성매매업자에게 넘기기도 했으며, 자기 말을 따르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권총으로 협박하기도 했다. 계부에서 남편으로 역할을 바꿔가며 24년을 성폭행하고 학대한 폴레트. 바코는 그의 성폭행이 자신의 딸에게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에 사로잡혔고 2016년 3월 폴레트를 권총으로 쏴 살해했다.


재판부는 바코가 오랜 세월 겪어온 두려움을 인정한다고 했고, 앞서 검사 측도 논고에서 바코를 감옥으로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판사의 선고에 방청석에서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오자 바코는 자신이 석방된다는 것을 알고 잠시 실신하기도 했다.

바코는 이날 법원을 나오면서는 여성단체 활동가를 비롯한 시민들로부터 환호와 박수를 받고 "이제는 다른 모든 여성과 부당한 대우에 맞서 새롭게 싸울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아이들과 어린 딸을 위해 돌아가겠다"며 감사를 표했다.

'모두 알고 있었다'는 제목의 회고록에서 바코는 근친상간 혐의로 옥살이하고 돌아온 "폴레트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집으로 돌아와 함께 사는 것을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썼다. 프랑스 사회가 살해자인 바코를 환호와 박수로 품은, 또는 품어야 할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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