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생명이 또…” 이젠 끝내야할 타워크레인 재해

입력 2021.06.27 (08:03) 수정 2021.06.2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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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건물 층고 올리는 ‘타워크레인’ 사고 빈번
공중 작업이다 보니 중대 재해 위험 ‘높아’
‘일하다 죽지 않게…안전제도 보완 절실


■ 고층건물 짓는 데 필수 '타워크레인'

'건설 현장' 하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시나요?

아파트뿐 아니라 고층 건물을 지을 때 필요한 타워크레인. 건물의 뼈대를 쌓아 올리고 완성하기까지 공사 현장을 지키는 이 높고 가파른 중장비는 언제부터인가 건설 현장에서 빠지지 않는 필수 요소가 됐습니다.

건물 골조 공사를 용이하게 해주는 장비이지만 그만큼 위험부담도 큽니다. 노동자가 직접 공중에서 작업할 일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사람의 손이 전혀 가지 않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타워크레인과 관련해 노동자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 대부분 중대 재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최저 20m 높이부터 고중량 작업이 이뤄지다 보니 조그마한 부주의에도 큰 인명피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죠.


■ 안전제도 마련해왔지만…또 '떨어짐 사고'

우리 사회는 이런 사고를 예방하려 다양한 안전 제도를 만들어 왔습니다.

타워크레인을 건설 현장에 들여와 설치할 때부터 작업을 마치고 해체하기까지. 다양한 매뉴얼을 두고 건설사와 시공사, 타워크레인 사업자와 노동자가 모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안전 교육과 장비를 점차 보강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노력에도 사고는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달에만 벌써 세 명의 노동자가 타워크레인 관련 사고로 소중한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난 25일 경기도 과천에서는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을 설치하다 철제 구조물을 들어 올리는 벨트가 끊어지는 사고가 났고, 떨어진 구조물에 결국 50대 노동자가 깔려 숨졌습니다.

앞서 지난 22일 전북 전주에서는 타워크레인을 해체하는 작업을 하던 50대 노동자가, 14일 부산에서는 타워크레인에 달려 있던 130kg짜리 장비가 25m 아래로 떨어지면서 30대 노동자가 이에 맞아 세상을 떠났습니다.


■ '안전 제도' 갖춰져는 있지만…

사고의 유형은 다르지만 결과는 같았습니다. 일하다 생을 마감하는 비극,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까요?

먼저 전주의 사고를 보면 숨진 노동자는 필요한 안전장비를 갖춘 채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타워크레인을 해체할 때는 특히 타워크레인과 건물에 각각 안전줄을 연결한 뒤 이를 사람의 허리춤에 부착해야 합니다.


타워크레인과 건물을 잇는 'H빔' 위에서 작업하다 혹시라도 떨어질 경우를 대비한 겁니다.

그런데 사고 당시 이 안전줄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현장에서는 끊어진 안전줄이 발견됐는데, 상당히 낡은 데다 굵기가 굵지 않은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타워크레인의 설치와 해체 작업 때 지켜야 할 안전 절차가 명시돼있지만 정작 이 안전줄이 어떤 재질이어야 하는지, 얼마나 두꺼워야 하는지 등은 자세히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힘없이 떨어지는 노동자를 지켜내지 못한 이름만 안전줄이었던 셈이죠.


■ 노조 "'소형 타워크레인' 사고 가능성 높아"…왜?

부산의 사고는 어떨까요?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 노동조합은 타워크레인에서 130kg짜리 중장비가 떨어진 주원인으로 해당 타워크레인의 노후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특히 이 타워크레인은 운전자가 직접 탑승하지 않는 무인, 이른바 '소형 타워크레인'인데요. 노조는 이 소형 타워크레인에서 최근 3년 동안 71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났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월에는 인천에서 해체 작업 중이던 소형 타워크레인이 쓰러져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났는데요, 휘어진 기둥이 당시의 처참함을 보여줍니다.

노조에 따르면 국내에 쓰이는 소형 타워크레인 대부분이 중국 등에서 싸게 수입해 들여온 것인데 부품의 안전성이 떨어져 재해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사정이 이렇자 정부는 최근 사고 발생이 잦은 소형 타워크레인의 사용을 자제하라는 공문을 관계 기관에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권고성 메시지일 뿐, 소형 타워크레인을 취급하는 업계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 해도 강제력을 가지지 않아 노동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 "작업 환경 제대로 점검해야"

타워크레인 작업은 장비를 소유하고 있는 업체(사업자)와 시공사가 공사 건으로 계약하는 하도급 구조입니다. 타워크레인을 들여와 현장에 설치하고 골조 공사를 마친 뒤에는 해체하는데 이 설치와 해체에 사고의 70%가 집중됩니다.

노조는 타워크레인의 일부 기능이 고장 나거나 결함이 발견됐는데도 타워크레인 임대업체가 열악해 수리보다 작업을 강행할 때가 더러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공중에서 수리하면 해체한 뒤 수리할 때보다 비용이 크기 때문입니다.


조종사가 직접 탑승하지 않는 소형 타워크레인의 경우 눈으로 볼 수 없는 사각지대가 상당하지만 카메라가 필요한 곳에 설치돼있지 않아 신호수의 무전에 의지해 작업하기도 합니다.

현장에서는 교육을 거친 전문 신호수가 아닌 사람이 무전 신호를 보내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노조는 이 역시 하도급 단가를 줄이려는 시도라며 그만큼 사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합니다.


■ 안전보다 중요한 게 있을까요?

국내 모든 건설 현장에는 안전과 관련한 문구가 붙어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실제 그보다 많이 쓰이는 말이 '빨리빨리'라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현장 안전교육은 형식적으로 서명하는 경우가 많고 선분양과 수익 문제로 빠른 공사 일정을 소화하는 데 더 집중돼 있습니다. 안전을 제대로 챙기다 보면 정해진 기한을 지키지 못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타워크레인과 같은 중장비 작업이 이뤄질 때 현장 안전 감독이 절실합니다. 공사가 빨리 진행되는 것보다 안전 장비와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면 중대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들겠죠.

그 어떤 것보다 값진 생명.
더 이상은 일하다 죽지 않았으면 합니다.


(촬영기자 한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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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중한 생명이 또…” 이젠 끝내야할 타워크레인 재해
    • 입력 2021-06-27 08:03:03
    • 수정2021-06-27 11:12:46
    취재K
건물 층고 올리는 ‘타워크레인’ 사고 빈번<br />공중 작업이다 보니 중대 재해 위험 ‘높아’<br /><strong>‘일하다 죽지 않게…</strong>안전제도 보완 절실

■ 고층건물 짓는 데 필수 '타워크레인'

'건설 현장' 하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시나요?

아파트뿐 아니라 고층 건물을 지을 때 필요한 타워크레인. 건물의 뼈대를 쌓아 올리고 완성하기까지 공사 현장을 지키는 이 높고 가파른 중장비는 언제부터인가 건설 현장에서 빠지지 않는 필수 요소가 됐습니다.

건물 골조 공사를 용이하게 해주는 장비이지만 그만큼 위험부담도 큽니다. 노동자가 직접 공중에서 작업할 일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사람의 손이 전혀 가지 않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타워크레인과 관련해 노동자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 대부분 중대 재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최저 20m 높이부터 고중량 작업이 이뤄지다 보니 조그마한 부주의에도 큰 인명피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죠.


■ 안전제도 마련해왔지만…또 '떨어짐 사고'

우리 사회는 이런 사고를 예방하려 다양한 안전 제도를 만들어 왔습니다.

타워크레인을 건설 현장에 들여와 설치할 때부터 작업을 마치고 해체하기까지. 다양한 매뉴얼을 두고 건설사와 시공사, 타워크레인 사업자와 노동자가 모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안전 교육과 장비를 점차 보강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노력에도 사고는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달에만 벌써 세 명의 노동자가 타워크레인 관련 사고로 소중한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난 25일 경기도 과천에서는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을 설치하다 철제 구조물을 들어 올리는 벨트가 끊어지는 사고가 났고, 떨어진 구조물에 결국 50대 노동자가 깔려 숨졌습니다.

앞서 지난 22일 전북 전주에서는 타워크레인을 해체하는 작업을 하던 50대 노동자가, 14일 부산에서는 타워크레인에 달려 있던 130kg짜리 장비가 25m 아래로 떨어지면서 30대 노동자가 이에 맞아 세상을 떠났습니다.


■ '안전 제도' 갖춰져는 있지만…

사고의 유형은 다르지만 결과는 같았습니다. 일하다 생을 마감하는 비극,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까요?

먼저 전주의 사고를 보면 숨진 노동자는 필요한 안전장비를 갖춘 채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타워크레인을 해체할 때는 특히 타워크레인과 건물에 각각 안전줄을 연결한 뒤 이를 사람의 허리춤에 부착해야 합니다.


타워크레인과 건물을 잇는 'H빔' 위에서 작업하다 혹시라도 떨어질 경우를 대비한 겁니다.

그런데 사고 당시 이 안전줄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현장에서는 끊어진 안전줄이 발견됐는데, 상당히 낡은 데다 굵기가 굵지 않은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타워크레인의 설치와 해체 작업 때 지켜야 할 안전 절차가 명시돼있지만 정작 이 안전줄이 어떤 재질이어야 하는지, 얼마나 두꺼워야 하는지 등은 자세히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힘없이 떨어지는 노동자를 지켜내지 못한 이름만 안전줄이었던 셈이죠.


■ 노조 "'소형 타워크레인' 사고 가능성 높아"…왜?

부산의 사고는 어떨까요?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 노동조합은 타워크레인에서 130kg짜리 중장비가 떨어진 주원인으로 해당 타워크레인의 노후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특히 이 타워크레인은 운전자가 직접 탑승하지 않는 무인, 이른바 '소형 타워크레인'인데요. 노조는 이 소형 타워크레인에서 최근 3년 동안 71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났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월에는 인천에서 해체 작업 중이던 소형 타워크레인이 쓰러져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났는데요, 휘어진 기둥이 당시의 처참함을 보여줍니다.

노조에 따르면 국내에 쓰이는 소형 타워크레인 대부분이 중국 등에서 싸게 수입해 들여온 것인데 부품의 안전성이 떨어져 재해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사정이 이렇자 정부는 최근 사고 발생이 잦은 소형 타워크레인의 사용을 자제하라는 공문을 관계 기관에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권고성 메시지일 뿐, 소형 타워크레인을 취급하는 업계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 해도 강제력을 가지지 않아 노동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 "작업 환경 제대로 점검해야"

타워크레인 작업은 장비를 소유하고 있는 업체(사업자)와 시공사가 공사 건으로 계약하는 하도급 구조입니다. 타워크레인을 들여와 현장에 설치하고 골조 공사를 마친 뒤에는 해체하는데 이 설치와 해체에 사고의 70%가 집중됩니다.

노조는 타워크레인의 일부 기능이 고장 나거나 결함이 발견됐는데도 타워크레인 임대업체가 열악해 수리보다 작업을 강행할 때가 더러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공중에서 수리하면 해체한 뒤 수리할 때보다 비용이 크기 때문입니다.


조종사가 직접 탑승하지 않는 소형 타워크레인의 경우 눈으로 볼 수 없는 사각지대가 상당하지만 카메라가 필요한 곳에 설치돼있지 않아 신호수의 무전에 의지해 작업하기도 합니다.

현장에서는 교육을 거친 전문 신호수가 아닌 사람이 무전 신호를 보내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노조는 이 역시 하도급 단가를 줄이려는 시도라며 그만큼 사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합니다.


■ 안전보다 중요한 게 있을까요?

국내 모든 건설 현장에는 안전과 관련한 문구가 붙어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실제 그보다 많이 쓰이는 말이 '빨리빨리'라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현장 안전교육은 형식적으로 서명하는 경우가 많고 선분양과 수익 문제로 빠른 공사 일정을 소화하는 데 더 집중돼 있습니다. 안전을 제대로 챙기다 보면 정해진 기한을 지키지 못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타워크레인과 같은 중장비 작업이 이뤄질 때 현장 안전 감독이 절실합니다. 공사가 빨리 진행되는 것보다 안전 장비와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면 중대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들겠죠.

그 어떤 것보다 값진 생명.
더 이상은 일하다 죽지 않았으면 합니다.


(촬영기자 한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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