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세계1위 된 중국 면세점 직접 가보니…우리의 경쟁력은?

입력 2021.06.27 (09:02) 수정 2021.06.2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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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우리는 쇼핑도, 여행도, 단체로 식사도 제대로 못한 지 벌써 1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한산한 인천공항 내 면세점 (출처: KBS 뉴스)한산한 인천공항 내 면세점 (출처: KBS 뉴스)

업계도 타격을 입은 건 마찬가지인데요. 그 가운데서도 너무나 한산해진 이곳, 어디인지 아시겠습니까?

공항 내 한 면세점입니다.

하늘길로 오가는 사람들이 없으니 면세점을 방문하는 고객도 크게 줄었습니다.

중국 하이난의 한 면세점 (출처: 중국 CCTV)중국 하이난의 한 면세점 (출처: 중국 CCTV)

반면 마치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을 찾은 듯한 이 곳은 밀려드는 손님으로 매장이 그야말로 북새통인데요. 중국 남부에 있는 대표적인 휴양섬 하이난의 가장 큰 면세점 풍경입니다.

하이난 CDF 싼야 시내 면세점에 개장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선 모습 (촬영 기자: 윤재구)하이난 CDF 싼야 시내 면세점에 개장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선 모습 (촬영 기자: 윤재구)

매장을 찾는 손님이 늘고 물건도 빨리 동 나다보니 사람들은 사진처럼 개장 시간 전부터 줄을 섰습니다.

면세점 근처에 들어선 호텔만 15개, 관광객들에게는 이미 면세점 쇼핑이 하나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청두에서 놀러왔다는 20대 여성 려우스위는 "하이난에 와서 주로 놀고 쇼핑도 하러 왔다"고 말했습니다.

한 고가품 매장안에 사람들이 줄을 선 모습 (촬영기자: 윤재구)한 고가품 매장안에 사람들이 줄을 선 모습 (촬영기자: 윤재구)

줄을 선 사람들을 따라 대형 면세점에 들어서니 12만 평방제곱미터라는 규모가 실감이 났습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큽니다.

3층 높이, A와 B동으로 나뉘어진 백여 개 매장을 향해 사람들은 빠르게 흩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내 고가품 매장마다 줄이 또 다시 생기기 시작했는데요.

매장내 혼잡을 피하기 위해 소수의 고객만 입장시키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많은 경우 실제 손님들이 계속 밀려들기 때문이었습니다.

■ "中 지난해 매출 1위"…8조 원 넘게 팔았다

영국 유통·면세 전문지 무디리포트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약 9조 원의 매출을 올리며 처음으로 세계 면세점 1위에 올랐습니다.

몇 년동안 면세 업계 1위를 지키던 스위스 듀프리그룹은 4위로 밀리면서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습니다.

반면 롯데면세점 매출은 37.1%, 신라면세점은 39.1%나 줄었습니다. 순위는 업계 2,3위 그대로였습니다.

자료 출처 : 영국 유통·면세 전문지 무디리포트자료 출처 : 영국 유통·면세 전문지 무디리포트

놀라운 건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지난해, 전년에 비해 9.3%나 매출이 뛰었다는 점입니다.

올해는 1~2월에만 벌써 약 1조 4800억 원 어치를 팔았습니다.

■ 중국 정부의 '면세점 밀어주기'…왜?

이게 가능했던 건 무엇보다 중국인들의 '보복 소비' 때문입니다.

해외에 나가지 못하는 중국인들은 대신 하이난에서 지갑을 열었습니다.

하이난의 한 면세점 내부 풍경 (출처: 중국CCTV)하이난의 한 면세점 내부 풍경 (출처: 중국CCTV)

여기에 중국 당국과 지방 정부는 지갑을 더 열라며 하이난을 위한 각종 정책을 쏟아냈습니다.

우선 면세 한도액부터 풀었습니다. 원래 3만 위안, 우리돈 514만 원 정도였던 한도를 지난해 7월 10만 위안으로 확대했습니다.

이제 우리돈 약 1,700만 원까지 면세품 구입이 가능합니다.

면세가 적용되는 물품도 노트북, 휴대전화 등으로 늘렸습니다.

하이난을 일단 다녀오면 집에서 면세품 주문이 가능하도록 규정도 바꿨습니다.

인터넷 면세점을 통해 주문하면 택배로 받는 방식입니다.

하이난 CDF 싼야 시내 면세점 (촬영기자: 윤재구)하이난 CDF 싼야 시내 면세점 (촬영기자: 윤재구)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 덕에 면세점 매출이 오르니 유명 글로벌 브랜드들이 입점을 희망하고 나섰습니다. 현장 취재한 하이난 CDF 싼야 시내 면세점의 경우, 3백여 개 입점 브랜드가 반 년도 안돼 600여 개로 2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물품이 다양해지면서 사람들이 더 찾고, 매출이 오르니 또 다른 브랜드가 입점하는 일종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이난 싼야의 야시장 모습  (촬영기자: 윤재구)하이난 싼야의 야시장 모습 (촬영기자: 윤재구)

중국도 사실 코로나19 이후 소비가 생각보다 빠르게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5월 소매판매의 경우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4% 증가했지만, 전달에 기록했던 증가율 17.7%보다 낮았고,시장 전망치 13.6%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중국이 하이난 면세점에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입니다.

중국내 면세품을 더 팔아서라도 내수를 키우기 위해서입니다.

하이난 하이커우에 공사중인 또 다른 면세점 (출처: 중국CCTV)하이난 하이커우에 공사중인 또 다른 면세점 (출처: 중국CCTV)

중국은 앞으로 하이난을 아예 면세지역으로 지정하고 소비의 중요 거점으로 세우겠다는 계획을 진행중입니다.

하이난섬 북쪽 하이커우에 아시아에서 제일 크다는 CDF 싼야 시내 면세점의 8배 정도 규모의 면세점을 짓고 있습니다.

■ 우리 업계 어쩌나…우리의 경쟁력은?

문제는 우리 면세 업계입니다. 코로나19의 타격과 중국 면세점의 추격으로 한층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그동안 국내 면세점 매출의 80% 정도는 중국 보따리상, 다이궁이 견인해왔습니다.

이들이 우리나라에 아예 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 면세 업계 매출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 면세점의 성장을 이끌었던 고가품 매장 중 루이비통의 경우 벌써 국내 면세점에서 철수를 결정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크다는 하이난 CDF 싼야 시내 면세점 (출처: 중국CCTV)아시아에서 가장 크다는 하이난 CDF 싼야 시내 면세점 (출처: 중국CCTV)

그렇지만 하이난 면세점의 경우, 아직도 상품이 다양하거나 가격 경쟁력면에서 우리 업계보다 낫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입점한 브랜드는 많이 늘었지만 각 브랜드마다 상품이 다양하지 않았고, 같은 상품의 경우 여전히 한국 면세점이 더 싼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직 경쟁력이 남아 있을 때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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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세계1위 된 중국 면세점 직접 가보니…우리의 경쟁력은?
    • 입력 2021-06-27 09:02:48
    • 수정2021-06-27 11:12:46
    특파원 리포트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우리는 쇼핑도, 여행도, 단체로 식사도 제대로 못한 지 벌써 1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한산한 인천공항 내 면세점 (출처: KBS 뉴스)
업계도 타격을 입은 건 마찬가지인데요. 그 가운데서도 너무나 한산해진 이곳, 어디인지 아시겠습니까?

공항 내 한 면세점입니다.

하늘길로 오가는 사람들이 없으니 면세점을 방문하는 고객도 크게 줄었습니다.

중국 하이난의 한 면세점 (출처: 중국 CCTV)
반면 마치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을 찾은 듯한 이 곳은 밀려드는 손님으로 매장이 그야말로 북새통인데요. 중국 남부에 있는 대표적인 휴양섬 하이난의 가장 큰 면세점 풍경입니다.

하이난 CDF 싼야 시내 면세점에 개장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선 모습 (촬영 기자: 윤재구)
매장을 찾는 손님이 늘고 물건도 빨리 동 나다보니 사람들은 사진처럼 개장 시간 전부터 줄을 섰습니다.

면세점 근처에 들어선 호텔만 15개, 관광객들에게는 이미 면세점 쇼핑이 하나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청두에서 놀러왔다는 20대 여성 려우스위는 "하이난에 와서 주로 놀고 쇼핑도 하러 왔다"고 말했습니다.

한 고가품 매장안에 사람들이 줄을 선 모습 (촬영기자: 윤재구)
줄을 선 사람들을 따라 대형 면세점에 들어서니 12만 평방제곱미터라는 규모가 실감이 났습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큽니다.

3층 높이, A와 B동으로 나뉘어진 백여 개 매장을 향해 사람들은 빠르게 흩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내 고가품 매장마다 줄이 또 다시 생기기 시작했는데요.

매장내 혼잡을 피하기 위해 소수의 고객만 입장시키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많은 경우 실제 손님들이 계속 밀려들기 때문이었습니다.

■ "中 지난해 매출 1위"…8조 원 넘게 팔았다

영국 유통·면세 전문지 무디리포트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약 9조 원의 매출을 올리며 처음으로 세계 면세점 1위에 올랐습니다.

몇 년동안 면세 업계 1위를 지키던 스위스 듀프리그룹은 4위로 밀리면서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습니다.

반면 롯데면세점 매출은 37.1%, 신라면세점은 39.1%나 줄었습니다. 순위는 업계 2,3위 그대로였습니다.

자료 출처 : 영국 유통·면세 전문지 무디리포트
놀라운 건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지난해, 전년에 비해 9.3%나 매출이 뛰었다는 점입니다.

올해는 1~2월에만 벌써 약 1조 4800억 원 어치를 팔았습니다.

■ 중국 정부의 '면세점 밀어주기'…왜?

이게 가능했던 건 무엇보다 중국인들의 '보복 소비' 때문입니다.

해외에 나가지 못하는 중국인들은 대신 하이난에서 지갑을 열었습니다.

하이난의 한 면세점 내부 풍경 (출처: 중국CCTV)
여기에 중국 당국과 지방 정부는 지갑을 더 열라며 하이난을 위한 각종 정책을 쏟아냈습니다.

우선 면세 한도액부터 풀었습니다. 원래 3만 위안, 우리돈 514만 원 정도였던 한도를 지난해 7월 10만 위안으로 확대했습니다.

이제 우리돈 약 1,700만 원까지 면세품 구입이 가능합니다.

면세가 적용되는 물품도 노트북, 휴대전화 등으로 늘렸습니다.

하이난을 일단 다녀오면 집에서 면세품 주문이 가능하도록 규정도 바꿨습니다.

인터넷 면세점을 통해 주문하면 택배로 받는 방식입니다.

하이난 CDF 싼야 시내 면세점 (촬영기자: 윤재구)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 덕에 면세점 매출이 오르니 유명 글로벌 브랜드들이 입점을 희망하고 나섰습니다. 현장 취재한 하이난 CDF 싼야 시내 면세점의 경우, 3백여 개 입점 브랜드가 반 년도 안돼 600여 개로 2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물품이 다양해지면서 사람들이 더 찾고, 매출이 오르니 또 다른 브랜드가 입점하는 일종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이난 싼야의 야시장 모습  (촬영기자: 윤재구)
중국도 사실 코로나19 이후 소비가 생각보다 빠르게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5월 소매판매의 경우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4% 증가했지만, 전달에 기록했던 증가율 17.7%보다 낮았고,시장 전망치 13.6%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중국이 하이난 면세점에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입니다.

중국내 면세품을 더 팔아서라도 내수를 키우기 위해서입니다.

하이난 하이커우에 공사중인 또 다른 면세점 (출처: 중국CCTV)
중국은 앞으로 하이난을 아예 면세지역으로 지정하고 소비의 중요 거점으로 세우겠다는 계획을 진행중입니다.

하이난섬 북쪽 하이커우에 아시아에서 제일 크다는 CDF 싼야 시내 면세점의 8배 정도 규모의 면세점을 짓고 있습니다.

■ 우리 업계 어쩌나…우리의 경쟁력은?

문제는 우리 면세 업계입니다. 코로나19의 타격과 중국 면세점의 추격으로 한층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그동안 국내 면세점 매출의 80% 정도는 중국 보따리상, 다이궁이 견인해왔습니다.

이들이 우리나라에 아예 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 면세 업계 매출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 면세점의 성장을 이끌었던 고가품 매장 중 루이비통의 경우 벌써 국내 면세점에서 철수를 결정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크다는 하이난 CDF 싼야 시내 면세점 (출처: 중국CCTV)
그렇지만 하이난 면세점의 경우, 아직도 상품이 다양하거나 가격 경쟁력면에서 우리 업계보다 낫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입점한 브랜드는 많이 늘었지만 각 브랜드마다 상품이 다양하지 않았고, 같은 상품의 경우 여전히 한국 면세점이 더 싼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직 경쟁력이 남아 있을 때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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