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대용품 된 감기약…팔면서 “많이는 먹지마”라는 약사

입력 2021.06.28 (07:39) 수정 2021.06.28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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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일상 속에서 약물 중독을 일으키는 의약품은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을까요?

KBS는 허술한 관리 속에 오남용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약물 중독 문제를 짚어봤습니다.

먼저 약물 중독자들이 시중 약국에서 마약 대체품으로 악용되는 의약품을 거리낌없이 대량 구매하고 있는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전현우 기자입니다.

[리포트]

인천의 한 동네 약국.

약물중독자 A 씨가 알약이 10개씩 들어 있는 감기약 10상자를 달라고 하자, 덤으로 한 상자를 더 내줍니다.

[약국 직원/음성 변조 : "(10개씩 사는데 좀 싸게 안 주나?) 하나 더 줄게 그럼"]

순식간에 110알의 감기약을 살 수 있습니다.

통상적인 감기 증상에 필요한 복용량보다 수십 배 많은 분량입니다.

[약국 직원/음성 변조 : "(나 왔다갔다 하기도 귀찮아) 응, 많이는 먹지마."]

이 약은 일부 약물 중독자들이 마약 대용품으로 먹는 약입니다.

약에 든 특정 성분 때문에 한 번에 많이 먹으면, 정신이 몽롱해지기 때문입니다.

[A 씨/약물 중독자/음성 변조 : "그게 중독이 돼서 먹으면 기분이 그나마 좀 좋아지고 힘들다가도 좀 좋아지고 하니깐"]

다른 약국에서도 같은 감기약을 요구해봤습니다.

[약국 직원/음성 변조 : "심부름이에요? 심부름 같은데요?"]

아무 제지 없이 감기약 80알을 내줍니다.

약을 산 약국 바로 앞에 있는 골목입니다

수백 개의 약을 복용한 흔적이 골목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또 다른 약국 인근에도 알약만 빼고 버린 껍데기들이 무더기로 발견됩니다.

[A 씨/약물 중독자/음성 변조 : "약국 가니까 편하게 그 약을 달라고 그러니까 그냥 주더라고요. 먹는 사람들이 몇 명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어린아이를 두고 부부가 같이 그 약을 먹더라고요."]

문제는 해당 감기약이 처방전이 필요 없는 일반 의약품이라는 점입니다.

한 사람에게 대량으로 팔아도 약사는 아무 제재를 받지 않습니다.

[A 씨/약물 중독자/음성 변조 : "한 사람이, 그 가정이, 많은 사람들이 그걸로 인해서 중독되고 병들어가고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약사들이나 의사들이 무분별하게 판매를 하거나 처방을 내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감기약조차 일종의 마약 대용품으로 오남용되는 게 현실입니다.

KBS 뉴스 전현우입니다.

촬영기자:박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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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약 대용품 된 감기약…팔면서 “많이는 먹지마”라는 약사
    • 입력 2021-06-28 07:39:43
    • 수정2021-06-28 07:56:13
    뉴스광장(경인)
[앵커]

우리 일상 속에서 약물 중독을 일으키는 의약품은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을까요?

KBS는 허술한 관리 속에 오남용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약물 중독 문제를 짚어봤습니다.

먼저 약물 중독자들이 시중 약국에서 마약 대체품으로 악용되는 의약품을 거리낌없이 대량 구매하고 있는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전현우 기자입니다.

[리포트]

인천의 한 동네 약국.

약물중독자 A 씨가 알약이 10개씩 들어 있는 감기약 10상자를 달라고 하자, 덤으로 한 상자를 더 내줍니다.

[약국 직원/음성 변조 : "(10개씩 사는데 좀 싸게 안 주나?) 하나 더 줄게 그럼"]

순식간에 110알의 감기약을 살 수 있습니다.

통상적인 감기 증상에 필요한 복용량보다 수십 배 많은 분량입니다.

[약국 직원/음성 변조 : "(나 왔다갔다 하기도 귀찮아) 응, 많이는 먹지마."]

이 약은 일부 약물 중독자들이 마약 대용품으로 먹는 약입니다.

약에 든 특정 성분 때문에 한 번에 많이 먹으면, 정신이 몽롱해지기 때문입니다.

[A 씨/약물 중독자/음성 변조 : "그게 중독이 돼서 먹으면 기분이 그나마 좀 좋아지고 힘들다가도 좀 좋아지고 하니깐"]

다른 약국에서도 같은 감기약을 요구해봤습니다.

[약국 직원/음성 변조 : "심부름이에요? 심부름 같은데요?"]

아무 제지 없이 감기약 80알을 내줍니다.

약을 산 약국 바로 앞에 있는 골목입니다

수백 개의 약을 복용한 흔적이 골목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또 다른 약국 인근에도 알약만 빼고 버린 껍데기들이 무더기로 발견됩니다.

[A 씨/약물 중독자/음성 변조 : "약국 가니까 편하게 그 약을 달라고 그러니까 그냥 주더라고요. 먹는 사람들이 몇 명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어린아이를 두고 부부가 같이 그 약을 먹더라고요."]

문제는 해당 감기약이 처방전이 필요 없는 일반 의약품이라는 점입니다.

한 사람에게 대량으로 팔아도 약사는 아무 제재를 받지 않습니다.

[A 씨/약물 중독자/음성 변조 : "한 사람이, 그 가정이, 많은 사람들이 그걸로 인해서 중독되고 병들어가고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약사들이나 의사들이 무분별하게 판매를 하거나 처방을 내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감기약조차 일종의 마약 대용품으로 오남용되는 게 현실입니다.

KBS 뉴스 전현우입니다.

촬영기자:박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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