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만의 ‘지각 장마’…금요일 제주부터 시작

입력 2021.06.28 (12:24) 수정 2021.06.2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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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일주일째 변덕스런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28일)도 아침부터 수도권 곳곳에 소나기가 내렸는데요. 워낙 국지적인 소나기다 보니, 지역에 따라서는 일주일 내내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은 지역도 적지 않습니다.

예년 같으면 전국이 장마철에 접어들었을 때인데, 장맛비 대신 변덕스런 소나기만 이어지고 있는 건데요. 잦은 소나기의 원인은 무엇이고, 장마는 언제쯤 시작할지 이 기사에서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 찬 공기가 장마전선 북상 저지…주 중반까지는 소나기만

최근의 잦은 소나기를 두고 '장마 아니냐', '열대성 스콜 아니냐'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많죠. 그런데 원인 면에서 요즘의 소나기는 장마나 스콜과는 오히려 반대 현상이라는 게 기상청의 설명입니다.

최근의 소나기는 상층의 찬 공기가 한반도를 뒤덮고 있는 탓에 낮 동안 지면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져서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남쪽의 더운 공기가 장마전선을 밀어 올릴 때 시작하는 장맛비나, 덥고 습한 공기가 대기 중에 가득 찬 열대 지방에서 발생하는 스콜과는 원인부터 다른 건데요.

한반도 상공에 찬 공기(파란색 원)가 머물면서 장마전선(붉은색 선)의 북상을 저지하고 있다.한반도 상공에 찬 공기(파란색 원)가 머물면서 장마전선(붉은색 선)의 북상을 저지하고 있다.

이번 주 중반까지는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기상청은 모레(30일)까지 한반도 5km 상공에 영하 10도 안팎의 찬 공기가 머물면서 장마전선의 북상을 막는 한편, 대기가 불안정해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많겠다고 내다봤습니다.

특히 대기 불안정이 가장 심한 오늘은 중부와 호남지방, 영남 서부 내륙 지역을 중심으로 최고 60mm의 강한 소나기가 내리고, 일부 지역에는 우박이 떨어지는 곳도 있을 것으로 보여 시설물과 농작물 관리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 주 후반 장마전선 북상…금요일(7월 2일) 제주 첫 장맛비

철옹성처럼 버티던 찬 공기도 결국 계절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7월로 접어드는 이번 주 후반부터는 찬 공기가 물러가고 남쪽의 덥고 습한 공기가 점차 세력을 확장하겠다고 기상청은 내다봤습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중국 남부에서 일본 남쪽 해상에 걸쳐있던 장마전선도 본격적으로 북상을 시작할 것으로 보입니다. 장마전선은 오는 금요일(7월 2일) 제주도에 첫 장맛비를 뿌릴 것으로 예보됐습니다.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이 27일밤 예측한 7월 2일 기압계 상황. 장마전선에 동반된 비구름(색칠된 부분)이 제주 부근까지 북상한 모습이다.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이 27일밤 예측한 7월 2일 기압계 상황. 장마전선에 동반된 비구름(색칠된 부분)이 제주 부근까지 북상한 모습이다.

이후 장마전선은 점점 더 북상해 일요일(4일)에는 남부지방, 다음 주 중반에는 중부지방에도 올해 첫 장맛비를 뿌릴 가능성이 크다고 기상청은 내다봤습니다. 다만 기상청은 장마전선에 동반된 저기압의 이동과 세력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내륙 지역의 장마 시작 시기는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39년 만의 '지각 장마'…올 장마 특징은?

기상청 예보대로 7월 2일에 장마가 시작하게 되면 올 장마는 39년 만의 '지각 장마'로 기록됩니다. 7월에 장마가 시작한 건 장마 통계를 시작한 1973년 이래 1982년 딱 한 번뿐이었는데요. 당시에는 7월 5일 제주 지역부터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그렇다면 올 장마는 어떤 특징을 보일까요? 장마가 늦게 시작한 만큼 늦게까지 이어질까요? 또 지난해처럼 이례적으로 길게 이어지면서 많은 비를 뿌릴 가능성도 있을까요?

기상청은 지난 24일 발표한 1개월 전망에서 장마 초기인 7월 초순에는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을 확률이 높다고 밝혔는데요. 오늘(28일) 예보 브리핑에서도 7월 초에 북쪽의 찬 공기가 영향을 주는 저기압이 장마전선을 발달시키면 집중호우가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지난 24일 기상청이 발표한 1개월 강수량 전망지난 24일 기상청이 발표한 1개월 강수량 전망

다만 장마 기간과 전체적인 강수량에 대해서는 현재로서 예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는데요. 한반도의 여름철 날씨가 엘니뇨, 라니냐 등 열대 태평양의 해양 환경뿐만 아니라 북극 해빙의 면적 등 다양한 요소가 복잡하게 작용해 결정되다 보니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입니다.

■ 연 강수량의 1/4이 집중되는 장마철…집중호우 대비해야!

장마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대비를 소홀히 할 수는 없습니다. 예년의 장마는 약 한 달가량 이어지지만, 강수량은 350mm 안팎으로 1년 강수량의 1/4에 해당합니다. 그만큼 짧은 기간 많은 비가 내린다는 얘기입니다.

지난해 장맛비로 섬진강이 범람하면서 침수된 화개장터 일대의 모습 (2020.8.8. KBS 취재진 촬영)지난해 장맛비로 섬진강이 범람하면서 침수된 화개장터 일대의 모습 (2020.8.8. KBS 취재진 촬영)

특히 지난해 역대 최장 기간의 장마처럼 최근의 장마는 유례없는 양상을 띠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제 장마가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배수로에 막힌 부분은 없는지, 붕괴 사고 위험이 큰 곳은 없는지 철저한 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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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9년 만의 ‘지각 장마’…금요일 제주부터 시작
    • 입력 2021-06-28 12:24:14
    • 수정2021-06-28 20:13:49
    취재K

벌써 일주일째 변덕스런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28일)도 아침부터 수도권 곳곳에 소나기가 내렸는데요. 워낙 국지적인 소나기다 보니, 지역에 따라서는 일주일 내내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은 지역도 적지 않습니다.

예년 같으면 전국이 장마철에 접어들었을 때인데, 장맛비 대신 변덕스런 소나기만 이어지고 있는 건데요. 잦은 소나기의 원인은 무엇이고, 장마는 언제쯤 시작할지 이 기사에서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 찬 공기가 장마전선 북상 저지…주 중반까지는 소나기만

최근의 잦은 소나기를 두고 '장마 아니냐', '열대성 스콜 아니냐'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많죠. 그런데 원인 면에서 요즘의 소나기는 장마나 스콜과는 오히려 반대 현상이라는 게 기상청의 설명입니다.

최근의 소나기는 상층의 찬 공기가 한반도를 뒤덮고 있는 탓에 낮 동안 지면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져서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남쪽의 더운 공기가 장마전선을 밀어 올릴 때 시작하는 장맛비나, 덥고 습한 공기가 대기 중에 가득 찬 열대 지방에서 발생하는 스콜과는 원인부터 다른 건데요.

한반도 상공에 찬 공기(파란색 원)가 머물면서 장마전선(붉은색 선)의 북상을 저지하고 있다.
이번 주 중반까지는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기상청은 모레(30일)까지 한반도 5km 상공에 영하 10도 안팎의 찬 공기가 머물면서 장마전선의 북상을 막는 한편, 대기가 불안정해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많겠다고 내다봤습니다.

특히 대기 불안정이 가장 심한 오늘은 중부와 호남지방, 영남 서부 내륙 지역을 중심으로 최고 60mm의 강한 소나기가 내리고, 일부 지역에는 우박이 떨어지는 곳도 있을 것으로 보여 시설물과 농작물 관리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 주 후반 장마전선 북상…금요일(7월 2일) 제주 첫 장맛비

철옹성처럼 버티던 찬 공기도 결국 계절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7월로 접어드는 이번 주 후반부터는 찬 공기가 물러가고 남쪽의 덥고 습한 공기가 점차 세력을 확장하겠다고 기상청은 내다봤습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중국 남부에서 일본 남쪽 해상에 걸쳐있던 장마전선도 본격적으로 북상을 시작할 것으로 보입니다. 장마전선은 오는 금요일(7월 2일) 제주도에 첫 장맛비를 뿌릴 것으로 예보됐습니다.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이 27일밤 예측한 7월 2일 기압계 상황. 장마전선에 동반된 비구름(색칠된 부분)이 제주 부근까지 북상한 모습이다.
이후 장마전선은 점점 더 북상해 일요일(4일)에는 남부지방, 다음 주 중반에는 중부지방에도 올해 첫 장맛비를 뿌릴 가능성이 크다고 기상청은 내다봤습니다. 다만 기상청은 장마전선에 동반된 저기압의 이동과 세력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내륙 지역의 장마 시작 시기는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39년 만의 '지각 장마'…올 장마 특징은?

기상청 예보대로 7월 2일에 장마가 시작하게 되면 올 장마는 39년 만의 '지각 장마'로 기록됩니다. 7월에 장마가 시작한 건 장마 통계를 시작한 1973년 이래 1982년 딱 한 번뿐이었는데요. 당시에는 7월 5일 제주 지역부터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그렇다면 올 장마는 어떤 특징을 보일까요? 장마가 늦게 시작한 만큼 늦게까지 이어질까요? 또 지난해처럼 이례적으로 길게 이어지면서 많은 비를 뿌릴 가능성도 있을까요?

기상청은 지난 24일 발표한 1개월 전망에서 장마 초기인 7월 초순에는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을 확률이 높다고 밝혔는데요. 오늘(28일) 예보 브리핑에서도 7월 초에 북쪽의 찬 공기가 영향을 주는 저기압이 장마전선을 발달시키면 집중호우가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지난 24일 기상청이 발표한 1개월 강수량 전망
다만 장마 기간과 전체적인 강수량에 대해서는 현재로서 예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는데요. 한반도의 여름철 날씨가 엘니뇨, 라니냐 등 열대 태평양의 해양 환경뿐만 아니라 북극 해빙의 면적 등 다양한 요소가 복잡하게 작용해 결정되다 보니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입니다.

■ 연 강수량의 1/4이 집중되는 장마철…집중호우 대비해야!

장마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대비를 소홀히 할 수는 없습니다. 예년의 장마는 약 한 달가량 이어지지만, 강수량은 350mm 안팎으로 1년 강수량의 1/4에 해당합니다. 그만큼 짧은 기간 많은 비가 내린다는 얘기입니다.

지난해 장맛비로 섬진강이 범람하면서 침수된 화개장터 일대의 모습 (2020.8.8. KBS 취재진 촬영)
특히 지난해 역대 최장 기간의 장마처럼 최근의 장마는 유례없는 양상을 띠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제 장마가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배수로에 막힌 부분은 없는지, 붕괴 사고 위험이 큰 곳은 없는지 철저한 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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