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 참사’ 26주기 인터뷰]① “마지막 희생자이고 싶었는데…먼저 당한 사람들, 잊지 말아 달라”

입력 2021.06.29 (06:04) 수정 2021.09.0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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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김문수 삼풍백화점 참사 유가족 인터뷰
-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 백화점에 출근한 동생은 돌아오지 못했다
- “경영진도 정치인도 TV 향해서만 사과했다”
- “마지막 희생자이고 싶었지만 참사 반복돼”
- “피해 먼저 당했을 뿐…인내와 공감 부탁”
- 묵묵부답 삼풍 일가, 처음으로 사죄 뜻 밝혀

삼풍백화점 참사 유족 김문수 씨. 김 씨의 동생 故김학수 씨는 붕괴 당일 백화점 내 안경점에서 근무하다 목숨을 잃었다. [화면출처 : KBS 1TV 〈아카이브 프로젝트 모던코리아 - 시대유감, 삼풍〉 (2020.2.6 방송)]삼풍백화점 참사 유족 김문수 씨. 김 씨의 동생 故김학수 씨는 붕괴 당일 백화점 내 안경점에서 근무하다 목숨을 잃었다. [화면출처 : KBS 1TV 〈아카이브 프로젝트 모던코리아 - 시대유감, 삼풍〉 (2020.2.6 방송)]

■ 프로그램 : KBS NEWS D LIVE
■ 방송시간 : 6월 28일(월) 10:00~12:00 KBS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
■ 진행 : 양성모·신지혜 기자
■ 연결 : 김문수(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유가족)

신지혜> 삼풍백화점 붕괴 26주기입니다. 사망 502명, 부상이 937명입니다. 정말 참사였는데, 당시 삼풍백화점 붕괴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을 연결해서 왜 26년이 지났는데도 아픔이 계속되는 건지, 과연 우리 사회는 그 이후 얼마나 변화했는지에 대해 말씀을 여쭈겠습니다.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로 동생을 잃은 김문수 씨를 연결합니다.

김문수> 여보세요.

신지혜> 선생님, 안녕하세요. 우선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가 말씀 여쭙기가 참 죄송한데 6월 29일이면 붕괴 26년입니다. 이맘때쯤 되면 그때 상황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이 시기를 좀 견뎌내시나요?

김문수> 5월이 되면, 6월이 올까 봐 두렵습니다. 26년이 지나갔다 하지만, 그때 기억이 생생합니다.

신지혜> 사고 당시 대구에 계셨다고 들었어요. 사고 소식을 어떻게 들으셨는지부터 말씀을 좀 여쭙고 싶은데요. 전화 연락을 병원에서 받으신 건가요?

김문수> 아뇨. 그때 제가 대구의 시내 가전 매장에서 물품을 사려는데 TV 자막에 '삼풍 백화점 폭발'이라는 자막이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바로 동생 있는 곳으로 전화했는데 연락이 안 되고 계속 '뚜우 뚜우' 소리만 나서, 사무실로 복귀해서 뭐 2~3분 단위로 계속 전화를 했던 것 같아요. 한 시간 넘어 계속 전화를 해도 계속 연락이 안 돼서 제가 퇴근해서 서울 가는 밤 기차를 타고 올라갔던 거죠.

신지혜> 당시에 동생분께서 삼풍 백화점의 안경 매장에서 근무하고 계셨지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서울에서 굉장히 오래 기다리셨어요. 동생분이 언제 돌아오셨고, 서울에서는 어떻게 지내셨던 건가요?

김문수> 한 달 정도 서울에 있었습니다. 동생은 3주쯤 돼서 나왔거든요. 시신이 훼손됐지마는 다행히 지문만 살아있어서, 지문하고 양복에 있던 소지품, 신분증으로 확인했습니다. 당시 실종 상태로 계시던 분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장례 이후에도 차마 제가 직장에 복귀를 못 하고 휴가를 연장해서 복구 봉사를 하고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면서 한 일주일 동안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신지혜> 그런데 지금 유가족들께서 당시 책임자를 만나보지도 못했고 사과를 못 받았다고 하셨거든요. 현장에서 관계자나 담당자가 상황을 설명을 해 주지는 않았나요?

김문수> 당시에는 경영진이든 또 책임 있는 지방자치단체, 국가, 어느 곳이든 TV 카메라 앞에서나 허공에 대고 사과를 했지 저희 피해자 유가족들한테 와서 직접적으로 사과한 적은 없었고요. 얼마 전에 KBS에서 아카이브 프로젝트 <모던 코리아> 방송 후에 이한상 씨가

신지혜> 삼풍백화점 사장이었던?

김문수> 네. 외국에 계시다가 지금 한국에 들어와 계시다고 얘기를 들었는데. 사죄를 드리고 싶다라는 의사를 표한 적은 있고.

신지혜> 그래요? 네.

김문수> 저희가 뭐 직접적으로 와서 사과를 받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한상 전 삼풍백화점 사장은 지난해 2월 KBS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자신은 삼풍 참사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며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화면출처 : KBS 1TV  <아카이브 프로젝트 모던코리아 - 시대유감, 삼풍>] 이한상 전 삼풍백화점 사장은 지난해 2월 KBS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자신은 삼풍 참사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며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화면출처 : KBS 1TV <아카이브 프로젝트 모던코리아 - 시대유감, 삼풍>]
신지혜> 방금 말씀하신 이한상 사장은 삼풍백화점 이준 회장의 아들입니다. 그러면 이한상 사장이 귀국을 해서 사과를 하고 싶다고 하면 받아주실 예정이신가요?

김문수> 제가 개인적으로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고요. 세월이 많이 지났고 우리가 뭐 원망하고 저주한다고 해서 원상회복되는 것도 아니고, 또 그분은 그분대로 죽기 전에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것이고 그런데, 우리 유가족들도 뜻이 다 하나가 되어야 된다고 생각을 해서. 그런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해왔기에 그러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사죄를 하고 싶은지 저희가 되물었습니다. 아직 답이 없었습니다.

신지혜> 그러면 지난 26년간은 삼풍백화점 이준 회장의 가족이나 직계로부터 사과하겠다는 연락을 받지는 못하셨나요?

김문수> 네. 이번에 처음 그런 연락을 간접적으로 접했습니다.

신지혜> 26년 만에 연락을 받았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유가족분들이 사고 당시보다 지금 더 많은 목소리를 내고 계세요. 안전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씀을 해 주시는 거예요. 과거보다도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김문수> 지금까지 사회적인 참사가 일어나는 패턴을 보면 똑같습니다. 너무나 원망스럽고 분노합니다. 그때 엄청난 희생을 당하고 나서도 교훈을 얻고 배우지 못하면 너무나 허망한 죽음이 되는 것이지 않습니까? 우리가 이런 사고의 마지막 희생자, 피해자가 되기를 바란다는 마음으로 많은 것을 요구하려고 했었죠. 그때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거추장스러운 그런 처리해야 될 업무로 저희를 대했고….

신지혜> 민원인처럼 대했고.

김문수> 네. 사회적인 시선도 "아, 저 사람들 보상금 많이 받으려고 그런 거 아니야?" 이런 시선들 때문에 당당하게 우리의 요구를 주장하지 못했던 거죠. 사고 현장에다가 우리가 안전 공원을 좀 만들어달라. 추모비를 여기에다가 세우게 해달라고 요구했는데 보상과 연계시키는 바람에 저희가 힘을 잃을 수밖에 없었죠. 그 이후 이어지는 참사들, 특히 세월호 같은 경우 지금 원인 분석, 책임자 처벌까지 기나긴 여정을 통해 주장하고 있는데 이런 데에 우리가 힘을 모으고 연대하고 같은 목소리를 내야 세상이 바뀌고 사회가 바뀌겠다. 앞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공직자나 경영진의 양심에 맡길 수만은 없고 피해를 당한 사람이 더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더 간절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서 더 연대하고 싶고 더 많이 말하고 싶습니다.

신지혜> 저도 유족분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가족을 잃은 아픔을 정말 드러내고 싶지 않으실 텐데도, 결국 나는 이 일을 당했지만 다른 사람은 이런 아픔을 다시는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계신 게 참 감사하기도 하고 정말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일반 사람들의 인식이 그전과는 좀 바뀌었습니까?

김문수> 아직 많이 부족하죠. 삼풍 때만 해도 저희가 좀 더 모질게 이야기하고 세상에 많이 호소하지 못했다는 자책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에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참 미안하다. 우리가 그때 더 좀 더 모질게 사회를 바꿨다면 어쩌면 저런 일은 안 일어날 수도 있었는데. 최근에 광주에도 저런 일이 일어났지만

신지혜> 네. 광주 붕괴사고.

김문수> 우리가 좀 그때 좀 더 좀 더 안전한 세상을 위해서 좀 더 노력하고 투쟁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는데, 이분들께도 죄송한 마음이고. 그런 부채의식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그만 써먹어라. 그만 우려먹어라."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참 저희는 가슴이 미어지지만, 우리도 일반 선한 시민으로서 살아오면서 참사 피해자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죠. 누군가가 당할 수밖에 없는 피해를 우리가 먼저 당했을 뿐인데, 먼저 당한 사람과 아직 안 당한 사람이 이렇게 서로 반목하는 거는 바람직하지 않고 안전한 사회를 위해서 같이 마음을 모아야 한다. 우리 때만 해도 이십몇 년 전이어서 사회적 분위기가 그렇게 성숙되지 못 했지만, 세월호 이후로는 그래도 조금 변화하는 그런 모습들이 보여서 다행이다. 우리하고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에게 힘을 더 모아주고 싶고 같이 이야기해주고 싶고 그렇습니다.

신지혜> 마지막으로, 다른 사회 참사로 가족분들을 잃은 유가족들에게 혹시 건네고 싶으신 말씀이 있을까요?

김문수> 네. 우리는 피해를 당했지만, 죄인이 되어서 살아요. 외식 한번 하는 것도 웃음 한 번 웃는 것도 주위의 눈치를 봐야 하고. 그런데 이런 피해자 연대를 통해서 우리가 그런 것을 극복하고 사회나 국가에 더 이렇게 당당하게 요구를 하고 피해방지와 조사, 처벌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며 당당하게 살아갈 필요가 있지 않나 싶고요. 가장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경영자와 부조리를 외면한 공직자들이지만 우리 사회가 함께 인내해주고 공감해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신지혜> 네. 선생님, 오늘 참 어려운 말씀 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아까 이한상 사장이 간접적으로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26년 만에 밝혔다고 하셨는데. 어디를 통해서 사과 의사를 밝혔다는 건가요?

김문수> KBS 관계자를 통해서 저에게 연락이 왔고, 그래서 제가 유가족 협의회에 연락해서 공감대를 모으는 과정에 의견이 분분했고. 그러면 구체적인 방안을 다시 제의해주면 좋겠다까지 진행이 된 겁니다.

신지혜> 알겠습니다. 이 시기를 보내시는 모든 유족분께 연대와 응원을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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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풍 참사’ 26주기 인터뷰]① “마지막 희생자이고 싶었는데…먼저 당한 사람들, 잊지 말아 달라”
    • 입력 2021-06-29 06:04:51
    • 수정2021-09-09 10: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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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김문수 삼풍백화점 참사 유가족 인터뷰</strong><br />-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br />- 백화점에 출근한 동생은 돌아오지 못했다<br />- “경영진도 정치인도 TV 향해서만 사과했다”<br />- “마지막 희생자이고 싶었지만 참사 반복돼”<br />- “피해 먼저 당했을 뿐…인내와 공감 부탁”<br />- 묵묵부답 삼풍 일가, 처음으로 사죄 뜻 밝혀
삼풍백화점 참사 유족 김문수 씨. 김 씨의 동생 故김학수 씨는 붕괴 당일 백화점 내 안경점에서 근무하다 목숨을 잃었다. [화면출처 : KBS 1TV 〈아카이브 프로젝트 모던코리아 - 시대유감, 삼풍〉 (2020.2.6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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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결 : 김문수(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유가족)

신지혜> 삼풍백화점 붕괴 26주기입니다. 사망 502명, 부상이 937명입니다. 정말 참사였는데, 당시 삼풍백화점 붕괴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을 연결해서 왜 26년이 지났는데도 아픔이 계속되는 건지, 과연 우리 사회는 그 이후 얼마나 변화했는지에 대해 말씀을 여쭈겠습니다.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로 동생을 잃은 김문수 씨를 연결합니다.

김문수> 여보세요.

신지혜> 선생님, 안녕하세요. 우선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가 말씀 여쭙기가 참 죄송한데 6월 29일이면 붕괴 26년입니다. 이맘때쯤 되면 그때 상황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이 시기를 좀 견뎌내시나요?

김문수> 5월이 되면, 6월이 올까 봐 두렵습니다. 26년이 지나갔다 하지만, 그때 기억이 생생합니다.

신지혜> 사고 당시 대구에 계셨다고 들었어요. 사고 소식을 어떻게 들으셨는지부터 말씀을 좀 여쭙고 싶은데요. 전화 연락을 병원에서 받으신 건가요?

김문수> 아뇨. 그때 제가 대구의 시내 가전 매장에서 물품을 사려는데 TV 자막에 '삼풍 백화점 폭발'이라는 자막이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바로 동생 있는 곳으로 전화했는데 연락이 안 되고 계속 '뚜우 뚜우' 소리만 나서, 사무실로 복귀해서 뭐 2~3분 단위로 계속 전화를 했던 것 같아요. 한 시간 넘어 계속 전화를 해도 계속 연락이 안 돼서 제가 퇴근해서 서울 가는 밤 기차를 타고 올라갔던 거죠.

신지혜> 당시에 동생분께서 삼풍 백화점의 안경 매장에서 근무하고 계셨지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서울에서 굉장히 오래 기다리셨어요. 동생분이 언제 돌아오셨고, 서울에서는 어떻게 지내셨던 건가요?

김문수> 한 달 정도 서울에 있었습니다. 동생은 3주쯤 돼서 나왔거든요. 시신이 훼손됐지마는 다행히 지문만 살아있어서, 지문하고 양복에 있던 소지품, 신분증으로 확인했습니다. 당시 실종 상태로 계시던 분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장례 이후에도 차마 제가 직장에 복귀를 못 하고 휴가를 연장해서 복구 봉사를 하고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면서 한 일주일 동안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신지혜> 그런데 지금 유가족들께서 당시 책임자를 만나보지도 못했고 사과를 못 받았다고 하셨거든요. 현장에서 관계자나 담당자가 상황을 설명을 해 주지는 않았나요?

김문수> 당시에는 경영진이든 또 책임 있는 지방자치단체, 국가, 어느 곳이든 TV 카메라 앞에서나 허공에 대고 사과를 했지 저희 피해자 유가족들한테 와서 직접적으로 사과한 적은 없었고요. 얼마 전에 KBS에서 아카이브 프로젝트 <모던 코리아> 방송 후에 이한상 씨가

신지혜> 삼풍백화점 사장이었던?

김문수> 네. 외국에 계시다가 지금 한국에 들어와 계시다고 얘기를 들었는데. 사죄를 드리고 싶다라는 의사를 표한 적은 있고.

신지혜> 그래요? 네.

김문수> 저희가 뭐 직접적으로 와서 사과를 받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한상 전 삼풍백화점 사장은 지난해 2월 KBS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자신은 삼풍 참사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며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화면출처 : KBS 1TV  <아카이브 프로젝트 모던코리아 - 시대유감, 삼풍>] 신지혜> 방금 말씀하신 이한상 사장은 삼풍백화점 이준 회장의 아들입니다. 그러면 이한상 사장이 귀국을 해서 사과를 하고 싶다고 하면 받아주실 예정이신가요?

김문수> 제가 개인적으로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고요. 세월이 많이 지났고 우리가 뭐 원망하고 저주한다고 해서 원상회복되는 것도 아니고, 또 그분은 그분대로 죽기 전에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것이고 그런데, 우리 유가족들도 뜻이 다 하나가 되어야 된다고 생각을 해서. 그런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해왔기에 그러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사죄를 하고 싶은지 저희가 되물었습니다. 아직 답이 없었습니다.

신지혜> 그러면 지난 26년간은 삼풍백화점 이준 회장의 가족이나 직계로부터 사과하겠다는 연락을 받지는 못하셨나요?

김문수> 네. 이번에 처음 그런 연락을 간접적으로 접했습니다.

신지혜> 26년 만에 연락을 받았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유가족분들이 사고 당시보다 지금 더 많은 목소리를 내고 계세요. 안전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씀을 해 주시는 거예요. 과거보다도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김문수> 지금까지 사회적인 참사가 일어나는 패턴을 보면 똑같습니다. 너무나 원망스럽고 분노합니다. 그때 엄청난 희생을 당하고 나서도 교훈을 얻고 배우지 못하면 너무나 허망한 죽음이 되는 것이지 않습니까? 우리가 이런 사고의 마지막 희생자, 피해자가 되기를 바란다는 마음으로 많은 것을 요구하려고 했었죠. 그때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거추장스러운 그런 처리해야 될 업무로 저희를 대했고….

신지혜> 민원인처럼 대했고.

김문수> 네. 사회적인 시선도 "아, 저 사람들 보상금 많이 받으려고 그런 거 아니야?" 이런 시선들 때문에 당당하게 우리의 요구를 주장하지 못했던 거죠. 사고 현장에다가 우리가 안전 공원을 좀 만들어달라. 추모비를 여기에다가 세우게 해달라고 요구했는데 보상과 연계시키는 바람에 저희가 힘을 잃을 수밖에 없었죠. 그 이후 이어지는 참사들, 특히 세월호 같은 경우 지금 원인 분석, 책임자 처벌까지 기나긴 여정을 통해 주장하고 있는데 이런 데에 우리가 힘을 모으고 연대하고 같은 목소리를 내야 세상이 바뀌고 사회가 바뀌겠다. 앞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공직자나 경영진의 양심에 맡길 수만은 없고 피해를 당한 사람이 더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더 간절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서 더 연대하고 싶고 더 많이 말하고 싶습니다.

신지혜> 저도 유족분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가족을 잃은 아픔을 정말 드러내고 싶지 않으실 텐데도, 결국 나는 이 일을 당했지만 다른 사람은 이런 아픔을 다시는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계신 게 참 감사하기도 하고 정말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일반 사람들의 인식이 그전과는 좀 바뀌었습니까?

김문수> 아직 많이 부족하죠. 삼풍 때만 해도 저희가 좀 더 모질게 이야기하고 세상에 많이 호소하지 못했다는 자책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에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참 미안하다. 우리가 그때 더 좀 더 모질게 사회를 바꿨다면 어쩌면 저런 일은 안 일어날 수도 있었는데. 최근에 광주에도 저런 일이 일어났지만

신지혜> 네. 광주 붕괴사고.

김문수> 우리가 좀 그때 좀 더 좀 더 안전한 세상을 위해서 좀 더 노력하고 투쟁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는데, 이분들께도 죄송한 마음이고. 그런 부채의식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그만 써먹어라. 그만 우려먹어라."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참 저희는 가슴이 미어지지만, 우리도 일반 선한 시민으로서 살아오면서 참사 피해자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죠. 누군가가 당할 수밖에 없는 피해를 우리가 먼저 당했을 뿐인데, 먼저 당한 사람과 아직 안 당한 사람이 이렇게 서로 반목하는 거는 바람직하지 않고 안전한 사회를 위해서 같이 마음을 모아야 한다. 우리 때만 해도 이십몇 년 전이어서 사회적 분위기가 그렇게 성숙되지 못 했지만, 세월호 이후로는 그래도 조금 변화하는 그런 모습들이 보여서 다행이다. 우리하고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에게 힘을 더 모아주고 싶고 같이 이야기해주고 싶고 그렇습니다.

신지혜> 마지막으로, 다른 사회 참사로 가족분들을 잃은 유가족들에게 혹시 건네고 싶으신 말씀이 있을까요?

김문수> 네. 우리는 피해를 당했지만, 죄인이 되어서 살아요. 외식 한번 하는 것도 웃음 한 번 웃는 것도 주위의 눈치를 봐야 하고. 그런데 이런 피해자 연대를 통해서 우리가 그런 것을 극복하고 사회나 국가에 더 이렇게 당당하게 요구를 하고 피해방지와 조사, 처벌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며 당당하게 살아갈 필요가 있지 않나 싶고요. 가장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경영자와 부조리를 외면한 공직자들이지만 우리 사회가 함께 인내해주고 공감해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신지혜> 네. 선생님, 오늘 참 어려운 말씀 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아까 이한상 사장이 간접적으로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26년 만에 밝혔다고 하셨는데. 어디를 통해서 사과 의사를 밝혔다는 건가요?

김문수> KBS 관계자를 통해서 저에게 연락이 왔고, 그래서 제가 유가족 협의회에 연락해서 공감대를 모으는 과정에 의견이 분분했고. 그러면 구체적인 방안을 다시 제의해주면 좋겠다까지 진행이 된 겁니다.

신지혜> 알겠습니다. 이 시기를 보내시는 모든 유족분께 연대와 응원을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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