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미터 높이 헬기서 하강 지시…“예견된 사고였다”

입력 2021.06.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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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강 훈련 중 다쳐 병원에 입원한 항공대원하강 훈련 중 다쳐 병원에 입원한 항공대원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고가 났습니다. 안전이 최우선인 소방에서 실전도 아닌 훈련 도중 일어난 인명사고였습니다.

소방대원들이 10여m 상공의 헬기에서 무리한 하강 지시를 받고 맨몸으로 물속에 뛰어내렸다가 크게 다쳤습니다. 사고 배경이 알려지면서 소방 내부에서도 반발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대전시 대청호 일대 대전소방 특수구조단 항공대 훈련 모습지난 21일 대전시 대청호 일대 대전소방 특수구조단 항공대 훈련 모습

■ 계획보다 3배가량 높은 10~15m 높이에서 하강...항공대원 2명 부상

사고가 난 건 지난 21일이었습니다. 대전시 신상동 대청호 일대에서 대전소방 특수구조단 항공대가 훈련을 벌였습니다.

헬기에서 맨몸으로 뛰어내려 물에 빠진 사람을 구조하는 훈련이었습니다. 훈련에는 항공대원 2명이 참여했는데 물속으로 뛰어내리자마자 크게 다쳤습니다.

먼저 1차로 10m 높이에서 뛴 대원은 목과 가슴을 다쳤고, 뒤따라 15m에서 뛴 대원은 얼굴에 무려 70여 바늘을 꿰매야 하는 상처를 입고 발목도 부러졌습니다.

당시 계획된 하강 높이는 3~5m였는데 3배나 되는 높이에서 뛰었다가 다쳤습니다.

■ "심리적으로 불안...일단 훈련 시작돼 진행시켜"

하강 지시를 내린 건 민간업체 조종사였습니다.

해당 조종사는 사고 이후 "헬기가 더 내려갈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일단 훈련이 시작돼 진행시켰다"고 진술했습니다.

또 지난 4월 충북 청주 문의면 대청호 일대에서 이 업체가 조종을 맡은 충청북도 화재 진화 헬기가 물탱크에 물을 채워 넣다가 추락해 부조종사가 숨졌는데, 그 당시 충격으로 심리적으로도 불안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훈련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훈련을 중단하는 하는 게 당연할 텐데, 훈련은 그대로 진행됐고 높이를 정확히 알 수 없었던 항공대원들은 지시대로 뛰어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고 당시 항공대원들이 탑승한 민간 임대 헬기사고 당시 항공대원들이 탑승한 민간 임대 헬기

■ 항공대장 대신 민간업체 판단 아래 훈련 진행하다 사고

구조적인 문제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대전은 전국 소방 항공대 가운데 유일하게 헬기 조종과 정비를 민간이 맡고 있습니다.

다른 자치단체보다 창설이 늦었기 때문입니다. 대전은 충남 같은 다른 시도와 비교해서 헬기 수요가 많지 않았던 탓에 인접한 시도에서 헬기 지원을 받고 있었는데 지난 2017년이 돼서야 소방 항공대가 창설됐습니다.

창설이 늦어 자체 헬기를 확보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민간업체에 헬기를 빌려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훈련할 때 지시를 온전히 민간 조종사에게 맡겨야 하는 상황입니다.

사고 당시에도 하강 지시는 항공대장의 통제 밖이었습니다.

항공대장은 정원 부족으로 헬기에 탑승하지 못했고 오로지 민간업체 소속인 조종사와 부조종사, 정비사의 판단 아래 훈련이 진행됐습니다.

1인 시위에 나선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조 준비위원장1인 시위에 나선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조 준비위원장

■ "예견된 사고...대전시민과 소방대원 생명 임대한 것"

다친 항공대원은 뛰어내리고 나서 물에 닿아야 할 시간이 지났는데도 한참을 더 내려가다 보니 중심을 잃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자세가 흐트러진 상태에서 수면에 닿으니 콘크리트 바닥에 부딪히는 충격처럼 느껴졌다고 합니다.

대전소방본부는 국비 118억 원, 시비 189억 원을 편성해서 2026년까지 자체 헬기 운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소방공무원노조는 성명을 내고 1인 시위에 나서 '예견된 사고'였다며 담당자 문책과 대책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또 민간 헬기 임대는 대전시민과 소방대원의 생명을 임대한 것이라며 자체 헬기 도입을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예산 계획상 조기 도입이 쉽지 않아 보이는 가운데 지휘체계 확립 등 재발 방지 대책이라도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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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여 미터 높이 헬기서 하강 지시…“예견된 사고였다”
    • 입력 2021-06-29 07:00:18
    취재K
하강 훈련 중 다쳐 병원에 입원한 항공대원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고가 났습니다. 안전이 최우선인 소방에서 실전도 아닌 훈련 도중 일어난 인명사고였습니다.

소방대원들이 10여m 상공의 헬기에서 무리한 하강 지시를 받고 맨몸으로 물속에 뛰어내렸다가 크게 다쳤습니다. 사고 배경이 알려지면서 소방 내부에서도 반발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대전시 대청호 일대 대전소방 특수구조단 항공대 훈련 모습
■ 계획보다 3배가량 높은 10~15m 높이에서 하강...항공대원 2명 부상

사고가 난 건 지난 21일이었습니다. 대전시 신상동 대청호 일대에서 대전소방 특수구조단 항공대가 훈련을 벌였습니다.

헬기에서 맨몸으로 뛰어내려 물에 빠진 사람을 구조하는 훈련이었습니다. 훈련에는 항공대원 2명이 참여했는데 물속으로 뛰어내리자마자 크게 다쳤습니다.

먼저 1차로 10m 높이에서 뛴 대원은 목과 가슴을 다쳤고, 뒤따라 15m에서 뛴 대원은 얼굴에 무려 70여 바늘을 꿰매야 하는 상처를 입고 발목도 부러졌습니다.

당시 계획된 하강 높이는 3~5m였는데 3배나 되는 높이에서 뛰었다가 다쳤습니다.

■ "심리적으로 불안...일단 훈련 시작돼 진행시켜"

하강 지시를 내린 건 민간업체 조종사였습니다.

해당 조종사는 사고 이후 "헬기가 더 내려갈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일단 훈련이 시작돼 진행시켰다"고 진술했습니다.

또 지난 4월 충북 청주 문의면 대청호 일대에서 이 업체가 조종을 맡은 충청북도 화재 진화 헬기가 물탱크에 물을 채워 넣다가 추락해 부조종사가 숨졌는데, 그 당시 충격으로 심리적으로도 불안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훈련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훈련을 중단하는 하는 게 당연할 텐데, 훈련은 그대로 진행됐고 높이를 정확히 알 수 없었던 항공대원들은 지시대로 뛰어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고 당시 항공대원들이 탑승한 민간 임대 헬기
■ 항공대장 대신 민간업체 판단 아래 훈련 진행하다 사고

구조적인 문제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대전은 전국 소방 항공대 가운데 유일하게 헬기 조종과 정비를 민간이 맡고 있습니다.

다른 자치단체보다 창설이 늦었기 때문입니다. 대전은 충남 같은 다른 시도와 비교해서 헬기 수요가 많지 않았던 탓에 인접한 시도에서 헬기 지원을 받고 있었는데 지난 2017년이 돼서야 소방 항공대가 창설됐습니다.

창설이 늦어 자체 헬기를 확보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민간업체에 헬기를 빌려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훈련할 때 지시를 온전히 민간 조종사에게 맡겨야 하는 상황입니다.

사고 당시에도 하강 지시는 항공대장의 통제 밖이었습니다.

항공대장은 정원 부족으로 헬기에 탑승하지 못했고 오로지 민간업체 소속인 조종사와 부조종사, 정비사의 판단 아래 훈련이 진행됐습니다.

1인 시위에 나선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조 준비위원장
■ "예견된 사고...대전시민과 소방대원 생명 임대한 것"

다친 항공대원은 뛰어내리고 나서 물에 닿아야 할 시간이 지났는데도 한참을 더 내려가다 보니 중심을 잃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자세가 흐트러진 상태에서 수면에 닿으니 콘크리트 바닥에 부딪히는 충격처럼 느껴졌다고 합니다.

대전소방본부는 국비 118억 원, 시비 189억 원을 편성해서 2026년까지 자체 헬기 운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소방공무원노조는 성명을 내고 1인 시위에 나서 '예견된 사고'였다며 담당자 문책과 대책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또 민간 헬기 임대는 대전시민과 소방대원의 생명을 임대한 것이라며 자체 헬기 도입을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예산 계획상 조기 도입이 쉽지 않아 보이는 가운데 지휘체계 확립 등 재발 방지 대책이라도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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