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서 ‘학력’ 빼자는 교육부…학벌사회 깨자면서 “부끄럽다”

입력 2021.06.29 (10:5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6월 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 제3조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차별이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學歷), 고용형태, 병력 또는 건강상태, 사회적신분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구별·제한·배제·거부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교육부가 최근 국회에 차별금지법안에 대한 검토의견을 내면서 금지 대상 차별의 범위에서 ‘학력’을 제외하자고 주장했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학력은 다른 요소들과 달리 선천적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개인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상당 부분 달라진다는 점에서 '합리적 차별 요소'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 "학벌주의 깨자더니…" 정부 기조·국민 여론에 배치 비판

이 같은 교육부 의견은 즉각 논란을 낳았습니다. 그동안 학력·학벌주의 관행을 철폐하자던 문재인 정부의 방향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불만이 높은 국민 여론과도 배치된다는 겁니다.

앞서 정부는 대학입시에서 출신 고등학교를 숨기는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했고, 공공기관이나 지방공기업에서도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화했습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역시 지난 2019년 ‘학력‧학벌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에 공동 발의자로 참여한 바 있습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장혜영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물론, 개인의 노력은 학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라면서도 "그러나 노력보다 더 본질적인 요소는 개인이 처한 상황과 환경"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장 의원은 "학력에 있어 이런 환경의 영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이를 개선해야 할 의무를 진 교육부가 학력은 노력 문제라는 식의 매우 부적절한 검토의견을 내보낸 것은 강력히 비판받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논란이 일자 교육부는 뒤늦게 다시 검토해 수정의견을 제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전교조 "학벌 사회 깨는 게 교육부의 사명…부끄럽다"

이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오늘(29일) "교육부는 누구를 위하여 학력 차별을 지속하자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습니다. 전교조는 "합리적 이유 없이 학력을 이유로 고용, 재화나 시설 이용, 교육 훈련, 행정서비스 이용 등에서 불리하게 대우해도 된다는 의견을 교육부에서 제출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부모 찬스', '출발선이 다른 경쟁' 등 교육 불평등 문제가 시대적 화두인 상황에서, 교육부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되물었습니다. 이러한 학력 중심 사회 구조를 깨고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교육부의 역할이 아니냐는 겁니다.

전교조는 "교육부는 ‘경쟁’에서 ‘협력’으로 교육의 전환을 이루기 위해 가장 깊이 고민하고, 학력 차별 해소에 앞장서야 하는 국가기관"이라며 "고교서열화, 대학 서열화, 학력 간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데 앞장서야 할 교육부가 ‘학력’으로 인한 차별은 합리적 차별이라고 차별 금지대상 범위에서 ‘학력’을 빼자는 의견을 제출하다니 부끄럽다"고 꼬집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차별금지법서 ‘학력’ 빼자는 교육부…학벌사회 깨자면서 “부끄럽다”
    • 입력 2021-06-29 10:55:33
    취재K

지난해 6월 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 제3조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차별이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學歷), 고용형태, 병력 또는 건강상태, 사회적신분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구별·제한·배제·거부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교육부가 최근 국회에 차별금지법안에 대한 검토의견을 내면서 금지 대상 차별의 범위에서 ‘학력’을 제외하자고 주장했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학력은 다른 요소들과 달리 선천적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개인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상당 부분 달라진다는 점에서 '합리적 차별 요소'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 "학벌주의 깨자더니…" 정부 기조·국민 여론에 배치 비판

이 같은 교육부 의견은 즉각 논란을 낳았습니다. 그동안 학력·학벌주의 관행을 철폐하자던 문재인 정부의 방향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불만이 높은 국민 여론과도 배치된다는 겁니다.

앞서 정부는 대학입시에서 출신 고등학교를 숨기는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했고, 공공기관이나 지방공기업에서도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화했습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역시 지난 2019년 ‘학력‧학벌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에 공동 발의자로 참여한 바 있습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장혜영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물론, 개인의 노력은 학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라면서도 "그러나 노력보다 더 본질적인 요소는 개인이 처한 상황과 환경"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장 의원은 "학력에 있어 이런 환경의 영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이를 개선해야 할 의무를 진 교육부가 학력은 노력 문제라는 식의 매우 부적절한 검토의견을 내보낸 것은 강력히 비판받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논란이 일자 교육부는 뒤늦게 다시 검토해 수정의견을 제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전교조 "학벌 사회 깨는 게 교육부의 사명…부끄럽다"

이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오늘(29일) "교육부는 누구를 위하여 학력 차별을 지속하자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습니다. 전교조는 "합리적 이유 없이 학력을 이유로 고용, 재화나 시설 이용, 교육 훈련, 행정서비스 이용 등에서 불리하게 대우해도 된다는 의견을 교육부에서 제출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부모 찬스', '출발선이 다른 경쟁' 등 교육 불평등 문제가 시대적 화두인 상황에서, 교육부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되물었습니다. 이러한 학력 중심 사회 구조를 깨고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교육부의 역할이 아니냐는 겁니다.

전교조는 "교육부는 ‘경쟁’에서 ‘협력’으로 교육의 전환을 이루기 위해 가장 깊이 고민하고, 학력 차별 해소에 앞장서야 하는 국가기관"이라며 "고교서열화, 대학 서열화, 학력 간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데 앞장서야 할 교육부가 ‘학력’으로 인한 차별은 합리적 차별이라고 차별 금지대상 범위에서 ‘학력’을 빼자는 의견을 제출하다니 부끄럽다"고 꼬집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