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초 사고’에 민식이법 무죄…과잉처벌 우려 줄어들까?

입력 2021.06.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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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7살 어린이를 치어 크게 다치게 한 60대 운전자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서행중이었고 물리적으로 피할 수 없는 사고라면,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이른바 '민식이법'을 적용해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겁니다.

■"서행했어도 0.6초 만에 사고 피하기 어려워"

위 사진은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대전의 한 초등학교 앞 이면도로입니다.

지난해 연말 7살 어린이가 이곳에서 술래잡기를 하다 62살 정 모 씨가 몰던 승합차에 치여 골절 등 전치 10주의 중상을 입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사고 당시 정 씨는 어린이 보호구역 내 제한속도인 시속 30km를 넘어 과속하거나 교통법규를 위반하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사고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도로 양쪽에는 차량이 연달아 주차돼 있었는데요. 정 씨는 주차된 차들 사이로 갑자기 튀어나온 피해자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어린이 보호구역 치상), 이른바 민식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 씨에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대전지법 형사12부는 "차량 블랙박스와 인근 CCTV를 분석한 결과, 피해자가 차로로 뛰어나와 부딪히기까지 0.5초에서 0.6초 정도가 걸렸다"며 "아무리 빨리 멈춰도 사고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사고 현장 인근 방범용 CCTV 영상을 살펴보면, 피해자의 모습 일부가 도로에 처음 드러난 시간으로부터 차에 부딪히기까지는 0.535초가 걸렸는데요.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피해자의 머리 일부가 주차된 차량 사이로 처음 드러난 순간부터 사고 차량이 피해자를 충격하기까지는 0.668초가 걸렸습니다.

통상 운전자가 전방의 위험 상황을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아 실제로 제동이 걸리기 시작할 때까지 0.7초에서 1초 정도가 걸리는데요. 이를 '공주시간'이라고 합니다.

법원은 정 씨가 피해자를 발견한 뒤 아무리 빨리 제동조치를 취했어도 사고에 걸린 시간이 약 0.6초로 공주시간보다 짧아 물리적으로 사고를 피하기 불가능하다고 본 겁니다.

또 좌우를 살피고 전방 주시를 했더라도 차량과 같은 방향으로 인도를 달리던 피해자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도로로 튀어나올 거라 예상하긴 어렵다고 무죄 이유를 들었습니다.


■ 무조건 처벌 아냐...안전운전 의무 다해야

시행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민식이법을 둘러싼 이견은 여전합니다.

과잉 처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대표적인데요.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사고가 무조건적인 처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합니다.

정경일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운전자들이 민식이법으로 사고가 나면 무조건 처벌받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많이 하는데 무조건 처벌받는 게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켜 준 판결"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안전 운전에는 별도로 유의해야 하는 것이고 '운전자에게 잘못이 없다면 처벌받지 않는다' 그런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어린이보호구역 안에서 운전자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점은 변한 게 없다는 겁니다.


■ 빈 차 무게만 1,600kg...어린이 안전, 생명 생각해야

한국에너지공단이 발표한 '2020 자동차 에너지소비효율 분석집'을 보면 국내 자동차 연도별 평균 공차중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5년 1,583kg에서 2019년 1,640kg을 기록했습니다.

사람이나 짐이 실리지 않은 상태의 빈 차의 무게만 평균 1600kg라는 건데요.

이에 대해 'mya***'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네티즌은 "어린이가 차에 치일 경우 약한 충격에도 심각한 상해를 입는다. 민들레가 거기 서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번 사고 당시 현장에도 불법주차된 차량이 줄지어 서 있던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어린이 보호구역에 불법주차된 차량은 특히 다른 운전자의 시야 확보를 어렵게 만들어 사고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자동차보다 키가 작은 어린이들에게는 불법 주차된 차량을 피해 길을 건너는 게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일까요?

아이들의 안전과 생명을 생각한다면 스쿨존 서행과 함께 불법주차는 피하고, 보일 때마다 적극적으로 신고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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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6초 사고’에 민식이법 무죄…과잉처벌 우려 줄어들까?
    • 입력 2021-06-29 14:00:48
    취재K

대전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7살 어린이를 치어 크게 다치게 한 60대 운전자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서행중이었고 물리적으로 피할 수 없는 사고라면,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이른바 '민식이법'을 적용해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겁니다.

■"서행했어도 0.6초 만에 사고 피하기 어려워"

위 사진은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대전의 한 초등학교 앞 이면도로입니다.

지난해 연말 7살 어린이가 이곳에서 술래잡기를 하다 62살 정 모 씨가 몰던 승합차에 치여 골절 등 전치 10주의 중상을 입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사고 당시 정 씨는 어린이 보호구역 내 제한속도인 시속 30km를 넘어 과속하거나 교통법규를 위반하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사고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도로 양쪽에는 차량이 연달아 주차돼 있었는데요. 정 씨는 주차된 차들 사이로 갑자기 튀어나온 피해자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어린이 보호구역 치상), 이른바 민식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 씨에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대전지법 형사12부는 "차량 블랙박스와 인근 CCTV를 분석한 결과, 피해자가 차로로 뛰어나와 부딪히기까지 0.5초에서 0.6초 정도가 걸렸다"며 "아무리 빨리 멈춰도 사고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사고 현장 인근 방범용 CCTV 영상을 살펴보면, 피해자의 모습 일부가 도로에 처음 드러난 시간으로부터 차에 부딪히기까지는 0.535초가 걸렸는데요.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피해자의 머리 일부가 주차된 차량 사이로 처음 드러난 순간부터 사고 차량이 피해자를 충격하기까지는 0.668초가 걸렸습니다.

통상 운전자가 전방의 위험 상황을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아 실제로 제동이 걸리기 시작할 때까지 0.7초에서 1초 정도가 걸리는데요. 이를 '공주시간'이라고 합니다.

법원은 정 씨가 피해자를 발견한 뒤 아무리 빨리 제동조치를 취했어도 사고에 걸린 시간이 약 0.6초로 공주시간보다 짧아 물리적으로 사고를 피하기 불가능하다고 본 겁니다.

또 좌우를 살피고 전방 주시를 했더라도 차량과 같은 방향으로 인도를 달리던 피해자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도로로 튀어나올 거라 예상하긴 어렵다고 무죄 이유를 들었습니다.


■ 무조건 처벌 아냐...안전운전 의무 다해야

시행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민식이법을 둘러싼 이견은 여전합니다.

과잉 처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대표적인데요.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사고가 무조건적인 처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합니다.

정경일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운전자들이 민식이법으로 사고가 나면 무조건 처벌받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많이 하는데 무조건 처벌받는 게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켜 준 판결"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안전 운전에는 별도로 유의해야 하는 것이고 '운전자에게 잘못이 없다면 처벌받지 않는다' 그런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어린이보호구역 안에서 운전자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점은 변한 게 없다는 겁니다.


■ 빈 차 무게만 1,600kg...어린이 안전, 생명 생각해야

한국에너지공단이 발표한 '2020 자동차 에너지소비효율 분석집'을 보면 국내 자동차 연도별 평균 공차중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5년 1,583kg에서 2019년 1,640kg을 기록했습니다.

사람이나 짐이 실리지 않은 상태의 빈 차의 무게만 평균 1600kg라는 건데요.

이에 대해 'mya***'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네티즌은 "어린이가 차에 치일 경우 약한 충격에도 심각한 상해를 입는다. 민들레가 거기 서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번 사고 당시 현장에도 불법주차된 차량이 줄지어 서 있던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어린이 보호구역에 불법주차된 차량은 특히 다른 운전자의 시야 확보를 어렵게 만들어 사고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자동차보다 키가 작은 어린이들에게는 불법 주차된 차량을 피해 길을 건너는 게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일까요?

아이들의 안전과 생명을 생각한다면 스쿨존 서행과 함께 불법주차는 피하고, 보일 때마다 적극적으로 신고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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