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통신사 무인 기지국만 털렸다…왜?

입력 2021.06.30 (07:00) 수정 2021.06.3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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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전지 12개를 도난당한 충북 청주의 한 통신사 기지국.축전지 12개를 도난당한 충북 청주의 한 통신사 기지국.

■ 3대 통신사 기지국, 30여 곳에서 절도 신고… "축전지만 훔쳐가"

3대 통신사인 SK와 KT, LG 유플러스는 전국 곳곳에 기지국을 두고 있습니다. 도심이든, 야산이든 어디서나 휴대전화 통신이 가능하도록 전파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갑자기 정전돼 기지국에 전원 공급이 끊기면 휴대전화 통신이 어려워져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시설마다 비상 전력을 공급하는 설비인 보조 배터리, 이른바 '축전지'를 갖추고 있습니다.

지난 4월부터 6월 초까지, 충북과 충남지역 경찰서 7곳에 기지국 축전지가 없어졌다는 신고가 잇따랐습니다. 축전지를 전수 조사하던 통신사 측이 뒤늦게 도난 사실을 확인해 신고한 겁니다.

경찰이 확인한 피해만 기지국 30여 곳에서 모두 4,000여만 원 상당의 축전지 200여 개가 없어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동통신사 기지국용 축전기를 도대체 누가, 왜 훔쳐갔을까요?

■ "전기설비 점검 직원 소행… 인적 드문 무인 기지국 노려"

경찰이 피해 기지국 일대 CCTV 등을 확인한 결과, 기지국 전기 설비 점검 업체에서 일하는 44살 A 씨의 소행으로 드러났습니다.

평소 업무차, 기지국을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축전지의 용도와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찰은 "A 씨가 직원이 없는 기지국만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며, "대부분 야산에 있어 주변의 눈을 피해 쉽게 범행을 이어갔다"고도 했습니다.

지난 28일 구속된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일부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A 씨가 '기지국 10여 곳에서 축전지 120여 개만 훔쳤다'고 진술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절도 행각을 벌였다"는 진술을 토대로 추가 범행 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약 40kg 무게의 축전지는 정전 때 기지국에 비상 전력을 공급하는 전원 설비로, 시중에서 최대 40여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약 40kg 무게의 축전지는 정전 때 기지국에 비상 전력을 공급하는 전원 설비로, 시중에서 최대 40여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 "축전지 대부분 고물상에 팔아넘겨"… 경찰 수사 확대

경찰은 A 씨가 훔친 축전지 대부분을 고물상에 팔아넘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취재진이 모 통신사에 납품되는 축전지의 가격을 확인해봤는데요. 보통 1개에 40kg에 달하는 축전지는 시중에서 개당 최소 8만 원에서 최대 42만 원에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KBS가 한 이동통신사를 취재한 결과, "최근 석 달 동안 충청권 기지국 30여 곳에서 축전기 110여 개를 도난당했다", "폐기해야 할 축전지도 일부 포함돼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이번 3대 통신사 기지국 축전지 도난 사건에 또 다른 누군가도 범행에 가담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면서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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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대 통신사 무인 기지국만 털렸다…왜?
    • 입력 2021-06-30 07:00:42
    • 수정2021-06-30 09:20:53
    취재K
축전지 12개를 도난당한 충북 청주의 한 통신사 기지국.
■ 3대 통신사 기지국, 30여 곳에서 절도 신고… "축전지만 훔쳐가"

3대 통신사인 SK와 KT, LG 유플러스는 전국 곳곳에 기지국을 두고 있습니다. 도심이든, 야산이든 어디서나 휴대전화 통신이 가능하도록 전파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갑자기 정전돼 기지국에 전원 공급이 끊기면 휴대전화 통신이 어려워져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시설마다 비상 전력을 공급하는 설비인 보조 배터리, 이른바 '축전지'를 갖추고 있습니다.

지난 4월부터 6월 초까지, 충북과 충남지역 경찰서 7곳에 기지국 축전지가 없어졌다는 신고가 잇따랐습니다. 축전지를 전수 조사하던 통신사 측이 뒤늦게 도난 사실을 확인해 신고한 겁니다.

경찰이 확인한 피해만 기지국 30여 곳에서 모두 4,000여만 원 상당의 축전지 200여 개가 없어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동통신사 기지국용 축전기를 도대체 누가, 왜 훔쳐갔을까요?

■ "전기설비 점검 직원 소행… 인적 드문 무인 기지국 노려"

경찰이 피해 기지국 일대 CCTV 등을 확인한 결과, 기지국 전기 설비 점검 업체에서 일하는 44살 A 씨의 소행으로 드러났습니다.

평소 업무차, 기지국을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축전지의 용도와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찰은 "A 씨가 직원이 없는 기지국만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며, "대부분 야산에 있어 주변의 눈을 피해 쉽게 범행을 이어갔다"고도 했습니다.

지난 28일 구속된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일부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A 씨가 '기지국 10여 곳에서 축전지 120여 개만 훔쳤다'고 진술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절도 행각을 벌였다"는 진술을 토대로 추가 범행 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약 40kg 무게의 축전지는 정전 때 기지국에 비상 전력을 공급하는 전원 설비로, 시중에서 최대 40여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 "축전지 대부분 고물상에 팔아넘겨"… 경찰 수사 확대

경찰은 A 씨가 훔친 축전지 대부분을 고물상에 팔아넘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취재진이 모 통신사에 납품되는 축전지의 가격을 확인해봤는데요. 보통 1개에 40kg에 달하는 축전지는 시중에서 개당 최소 8만 원에서 최대 42만 원에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KBS가 한 이동통신사를 취재한 결과, "최근 석 달 동안 충청권 기지국 30여 곳에서 축전기 110여 개를 도난당했다", "폐기해야 할 축전지도 일부 포함돼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이번 3대 통신사 기지국 축전지 도난 사건에 또 다른 누군가도 범행에 가담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면서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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