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 들여 완공한 파출소 6개월째 방치…어쩌다가?

입력 2021.06.30 (08:00) 수정 2021.06.3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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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군과 창녕경찰서의 남지파출소 이전 협약식.창녕군과 창녕경찰서의 남지파출소 이전 협약식.

2019년 4월, 경남 창녕군은 창녕경찰서와 남지파출소 이전을 위한 협약을 맺었습니다.

전통시장 안에 있는 기존의 남지파출소는 오일장마다 주민들이 도로로 걸어 다녀 순찰차가 출동할 때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창녕군과 경찰은 순찰차 출동으로 주민들이 다치거나 출동 업무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이를 막기 위해서 협약을 맺은 겁니다.

협약의 내용은 창녕군이 새 파출소를 지어주면, 기존의 파출소 건물은 물론 땅까지 서로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창녕군은 기존 파출소가 있는 곳에 주차장을 지어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주차난을 해결할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기존 파출소에서 500여 m 떨어진 군 소유의 공터에 새 파출소가 다 지어졌지만, 6개월째 방치돼 있습니다.

법규상 애초부터 두 건물을 맞교환할 수 없었던 겁니다.

국유재산법 시행령은 건물을 새로 지어 국유재산과 교환하는 것을 금지함.국유재산법 시행령은 건물을 새로 지어 국유재산과 교환하는 것을 금지함.

문제는 국유재산법 시행령 제57조였습니다.

제57조 제3항 제6호는 "교환 상대방에게 건물을 신축하게 하고 그 건물을 교환으로 취득하려는 경우"에 교환을 금지하고 있었던 겁니다. 즉, 창녕군이 새로 지은 파출소 건물인 일반재산과 경남경찰청 소유의 국유재산인 기존 파출소 건물을 맞교환하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했습니다.

2011년에 새로 만들어진 조항인데, 협약 당시 이 시행령에 대해 제대로 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창녕군과 창녕경찰서가 이 시행령에 대해 아예 검토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창녕군은 협약을 맺기 훨씬 전부터 남지파출소 이전을 계획해 왔는데요.

창녕군은 2011년쯤, 기획재정부에 파출소 건물을 맞교환하는 방식이 국유재산법 시행령 57조 위반이 아닌지 전화로 물어봤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창녕군에 시행령 위반이 되지 않는다고 전화로 답했다는 건데요.

그러나 기재부의 답변이 문서로 남아있지는 않고, 창녕군은 이후 협약을 맺을 때도 이 시행령 위반 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다시 하지 않았습니다.

파출소를 새로 짓는 데 쏟아부은 세금은 모두 12억여 원인데요. 법 위반 여부에 대한 창녕군의 소홀한 검토가 막대한 예산 낭비를 초래한 겁니다.

방치되다 지난 1월부터 무상임대된 신축 함양 읍내 파출소.방치되다 지난 1월부터 무상임대된 신축 함양 읍내 파출소.

경남 함양군도 비슷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함양군은 2017년, 건물을 맞교환하기 위해 함양경찰서와 협약을 맺고 6억 원을 들여 새 방범센터를 지었는데요.

마찬가지로 건물을 다 지어놓고 국유재산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새 건물을 2년 동안 방치를 하다가 지난 1월에서야 경찰에 5년 동안 공짜로 건물을 빌려줬습니다.

창녕군과 함양군 모두 기존 파출소 건물과 땅을 받아 사용하려다가 국유재산법에 걸려 그러지 못한 건데요.

창녕군은 함양군처럼 건물을 맞교환하는 방식이 아니라 새로 지은 파출소 건물만 경찰에 공짜로 일정 기간 빌려주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교통 사고 예방과 출동 업무 차질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행정 업무 추진도 좋지만, 앞으로는 법 위반 여부에 대해 더욱더 꼼꼼한 검토가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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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억 들여 완공한 파출소 6개월째 방치…어쩌다가?
    • 입력 2021-06-30 08:00:44
    • 수정2021-06-30 09:20:52
    취재K
창녕군과 창녕경찰서의 남지파출소 이전 협약식.
2019년 4월, 경남 창녕군은 창녕경찰서와 남지파출소 이전을 위한 협약을 맺었습니다.

전통시장 안에 있는 기존의 남지파출소는 오일장마다 주민들이 도로로 걸어 다녀 순찰차가 출동할 때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창녕군과 경찰은 순찰차 출동으로 주민들이 다치거나 출동 업무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이를 막기 위해서 협약을 맺은 겁니다.

협약의 내용은 창녕군이 새 파출소를 지어주면, 기존의 파출소 건물은 물론 땅까지 서로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창녕군은 기존 파출소가 있는 곳에 주차장을 지어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주차난을 해결할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기존 파출소에서 500여 m 떨어진 군 소유의 공터에 새 파출소가 다 지어졌지만, 6개월째 방치돼 있습니다.

법규상 애초부터 두 건물을 맞교환할 수 없었던 겁니다.

국유재산법 시행령은 건물을 새로 지어 국유재산과 교환하는 것을 금지함.
문제는 국유재산법 시행령 제57조였습니다.

제57조 제3항 제6호는 "교환 상대방에게 건물을 신축하게 하고 그 건물을 교환으로 취득하려는 경우"에 교환을 금지하고 있었던 겁니다. 즉, 창녕군이 새로 지은 파출소 건물인 일반재산과 경남경찰청 소유의 국유재산인 기존 파출소 건물을 맞교환하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했습니다.

2011년에 새로 만들어진 조항인데, 협약 당시 이 시행령에 대해 제대로 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창녕군과 창녕경찰서가 이 시행령에 대해 아예 검토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창녕군은 협약을 맺기 훨씬 전부터 남지파출소 이전을 계획해 왔는데요.

창녕군은 2011년쯤, 기획재정부에 파출소 건물을 맞교환하는 방식이 국유재산법 시행령 57조 위반이 아닌지 전화로 물어봤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창녕군에 시행령 위반이 되지 않는다고 전화로 답했다는 건데요.

그러나 기재부의 답변이 문서로 남아있지는 않고, 창녕군은 이후 협약을 맺을 때도 이 시행령 위반 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다시 하지 않았습니다.

파출소를 새로 짓는 데 쏟아부은 세금은 모두 12억여 원인데요. 법 위반 여부에 대한 창녕군의 소홀한 검토가 막대한 예산 낭비를 초래한 겁니다.

방치되다 지난 1월부터 무상임대된 신축 함양 읍내 파출소.
경남 함양군도 비슷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함양군은 2017년, 건물을 맞교환하기 위해 함양경찰서와 협약을 맺고 6억 원을 들여 새 방범센터를 지었는데요.

마찬가지로 건물을 다 지어놓고 국유재산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새 건물을 2년 동안 방치를 하다가 지난 1월에서야 경찰에 5년 동안 공짜로 건물을 빌려줬습니다.

창녕군과 함양군 모두 기존 파출소 건물과 땅을 받아 사용하려다가 국유재산법에 걸려 그러지 못한 건데요.

창녕군은 함양군처럼 건물을 맞교환하는 방식이 아니라 새로 지은 파출소 건물만 경찰에 공짜로 일정 기간 빌려주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교통 사고 예방과 출동 업무 차질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행정 업무 추진도 좋지만, 앞으로는 법 위반 여부에 대해 더욱더 꼼꼼한 검토가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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