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교묘해진 보이스피싱…연령별 ‘약한 고리’ 노린다

입력 2021.06.3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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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검 최00 검사입니다. 귀하의 개인통장이 대포통장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유선 수사를 위해 개인정보가 필요합니다."

"귀하는 ◇◇은행 정부지원자금 대출 대상입니다. 해당 지원받기 위해서는 기존 대출금 3,000만 원 상환해야 합니다. 안내합니다."

"아빠, 나 00이야. 문화상품권 구입해야 하는데 내 폰이 잘못돼서 아빠 폰으로 인증 요청해줘. 내가 스마트폰 앱 보낼테니까 확인 꼭 눌러줘."

실제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받은 전화 통화, 문자 메시지를 요약한 내용입니다. 결론은 돈이나 개인정보를 보내달라는 거지만, 상황이나 어투가 조금씩 다릅니다.

피해자의 나이에 따라 취약한 사기 수법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20대 이하 피해자들은 검찰 등 수사기관을 사칭해 접근하는 수법에 특히 약했습니다. "본인의 통장이 대포통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불법 자산인지 확인하기 위해 계좌 번호와 비밀번호를 보내라", "귀하의 통장이 자금세탁 범죄에 연루됐으니 당장 현금화해서 수사에 협조해 달라"는 등 수사 내용을 언급하며 급박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특징입니다.

범죄에 연루될 수 있다며 빨리 돈을 보내라거나 계좌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20대 이하 피해자의 절반이 이런 수법에 당했습니다.

경제활동이 왕성하고 자금 수요가 많은 3040의 약한 고리는 '저금리 대출 안내'였습니다. 코로나19로 자금 사정이 나빠진 가계가 많은 요즘 기승을 부리는 유형입니다.

"정부지원 대출 대상"이라거나 "저금리 대출을 해주겠다"는 문자 메시지에 속아 신규 대출을 받기 위한 기존 대출금 상환, 인지세 납부 등의 명목으로 돈을 입금했다가 떼이는 사례가 가장 많았습니다.

50대~60대 이상 피해자들은 '가족'을 사칭할 때 가장 취약했습니다. 상당수가 성인 자녀를 둔 세대기 때문에 "엄마, 나야", "아빠, 나 00인데..."로 시작하는 문자 메시지에 경계를 풀고 부탁을 들어주는 건데요.

노년층을 상대로 보이스피싱 사기에 유의하라는 조언이 많아서일까요? 직접 송금해달라는 고전적인 수법보다는 신분증같은 개인정보만 달라거나 카카오톡 친구 추가, URL(인터넷주소) 터치를 요구해 의심을 누그러뜨리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때 URL을 터치하면 스마트폰에는 악성 앱이 설치되고, 앱은 곧바로 피해자 몰래 돈을 가로채는 데 쓰입니다.


사기범들은 먼저 전화 가로채기 앱으로 피해자의 확인 전화 등을 막습니다. 진짜 인증기관이나 금융회사가 맞는지 알아보려고 전화해도 사기범에게 연결됩니다. 이후엔 원격조종앱을 통해 피해자 명의로 휴대전화나 비대면 계좌를 개설해 은행대출, 카드론, 약관대출 등 마음대로 받아 돈을 빼가는 겁니다.

보이스피싱이 옌볜 사투리로 송금을 요구하던 초기의 어설픈 수법을 넘어서 점점 교묘하게 피해자들의 취약한 곳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보이스피싱 사기가 처음 발생한 건 2006년인데요, 지난 15년 동안 휴대전화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누구라도 한 번쯤 접해봤을 정도로, 너무나 '대중적인' 사기가 돼버렸습니다.

상당수가 사기 시도를 경험해봤고, 속아 넘어가는 척 사기범과 통화한 음성 파일이 인터넷에 떠돌 정도로 수법도 공유되고 있지만, 여전히 한 해 2만여 건 내외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금융 당국은 조금 더 조심하고 의심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할 수밖에 없습니다. 뻔한 얘기지만 수사기관이나 금융회사, 가족 등을 사칭해 갑자기 개인정보나 계좌 정보 등을 요구한다면 사기일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이와 함께 금감원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 (pd.fss.or.kr), 금융결제원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www.payinfo.or.kr)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명의도용방지서비스 (www.msafer.or.kr) 등을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명의도용으로 계좌, 휴대전화가 개설된 사례가 있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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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교묘해진 보이스피싱…연령별 ‘약한 고리’ 노린다
    • 입력 2021-06-30 16:44:30
    취재K


"서울▲▲지검 최00 검사입니다. 귀하의 개인통장이 대포통장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유선 수사를 위해 개인정보가 필요합니다."

"귀하는 ◇◇은행 정부지원자금 대출 대상입니다. 해당 지원받기 위해서는 기존 대출금 3,000만 원 상환해야 합니다. 안내합니다."

"아빠, 나 00이야. 문화상품권 구입해야 하는데 내 폰이 잘못돼서 아빠 폰으로 인증 요청해줘. 내가 스마트폰 앱 보낼테니까 확인 꼭 눌러줘."

실제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받은 전화 통화, 문자 메시지를 요약한 내용입니다. 결론은 돈이나 개인정보를 보내달라는 거지만, 상황이나 어투가 조금씩 다릅니다.

피해자의 나이에 따라 취약한 사기 수법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20대 이하 피해자들은 검찰 등 수사기관을 사칭해 접근하는 수법에 특히 약했습니다. "본인의 통장이 대포통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불법 자산인지 확인하기 위해 계좌 번호와 비밀번호를 보내라", "귀하의 통장이 자금세탁 범죄에 연루됐으니 당장 현금화해서 수사에 협조해 달라"는 등 수사 내용을 언급하며 급박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특징입니다.

범죄에 연루될 수 있다며 빨리 돈을 보내라거나 계좌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20대 이하 피해자의 절반이 이런 수법에 당했습니다.

경제활동이 왕성하고 자금 수요가 많은 3040의 약한 고리는 '저금리 대출 안내'였습니다. 코로나19로 자금 사정이 나빠진 가계가 많은 요즘 기승을 부리는 유형입니다.

"정부지원 대출 대상"이라거나 "저금리 대출을 해주겠다"는 문자 메시지에 속아 신규 대출을 받기 위한 기존 대출금 상환, 인지세 납부 등의 명목으로 돈을 입금했다가 떼이는 사례가 가장 많았습니다.

50대~60대 이상 피해자들은 '가족'을 사칭할 때 가장 취약했습니다. 상당수가 성인 자녀를 둔 세대기 때문에 "엄마, 나야", "아빠, 나 00인데..."로 시작하는 문자 메시지에 경계를 풀고 부탁을 들어주는 건데요.

노년층을 상대로 보이스피싱 사기에 유의하라는 조언이 많아서일까요? 직접 송금해달라는 고전적인 수법보다는 신분증같은 개인정보만 달라거나 카카오톡 친구 추가, URL(인터넷주소) 터치를 요구해 의심을 누그러뜨리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때 URL을 터치하면 스마트폰에는 악성 앱이 설치되고, 앱은 곧바로 피해자 몰래 돈을 가로채는 데 쓰입니다.


사기범들은 먼저 전화 가로채기 앱으로 피해자의 확인 전화 등을 막습니다. 진짜 인증기관이나 금융회사가 맞는지 알아보려고 전화해도 사기범에게 연결됩니다. 이후엔 원격조종앱을 통해 피해자 명의로 휴대전화나 비대면 계좌를 개설해 은행대출, 카드론, 약관대출 등 마음대로 받아 돈을 빼가는 겁니다.

보이스피싱이 옌볜 사투리로 송금을 요구하던 초기의 어설픈 수법을 넘어서 점점 교묘하게 피해자들의 취약한 곳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보이스피싱 사기가 처음 발생한 건 2006년인데요, 지난 15년 동안 휴대전화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누구라도 한 번쯤 접해봤을 정도로, 너무나 '대중적인' 사기가 돼버렸습니다.

상당수가 사기 시도를 경험해봤고, 속아 넘어가는 척 사기범과 통화한 음성 파일이 인터넷에 떠돌 정도로 수법도 공유되고 있지만, 여전히 한 해 2만여 건 내외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금융 당국은 조금 더 조심하고 의심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할 수밖에 없습니다. 뻔한 얘기지만 수사기관이나 금융회사, 가족 등을 사칭해 갑자기 개인정보나 계좌 정보 등을 요구한다면 사기일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이와 함께 금감원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 (pd.fss.or.kr), 금융결제원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www.payinfo.or.kr)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명의도용방지서비스 (www.msafer.or.kr) 등을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명의도용으로 계좌, 휴대전화가 개설된 사례가 있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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