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년 후는 달라져야죠”…국내 첫 성소수자 의료 수업 진행해보니

입력 2021.07.01 (07:00) 수정 2021.09.0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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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윤현배 서울대 의대 휴먼시스템의학과 교수 인터뷰

- 국내 최초 의대 내 성소수자 의료 수업 개설
- 매주 4시간씩 4주간 수업...학생들 적극 참여
- 트렌스젠더 다수는 의료 서비스 차별 경험
- “성정체성도 생물학적 성별처럼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
- 정규 교과과정 편입, 젠더 클리닉 확대 기대


[다시보기] GTX-D '김부선' 확정, 영향은?/부산 도심 상습 침수, 왜?/차별없는 사회를 위한 첫걸음

■ 프로그램 : KBS NEWS D-LIVE
■ 방송시간 : 6월 30일(수) 10:00~12:00 KBS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
■ 진행 : 신지혜·조혜진 기자
■ 연결 : 윤현배 서울대 의대 휴먼시스템의학과 교수

조혜진> 먼저 저희 어떤 계기로 성소수자 의료수업을 개설하시게 됐는지 좀 궁금합니다.

윤현배> 네. 사실 처음에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요. 제 가족이 몇 해 전에 살림의원이라는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그곳에 성소수자 환자들이 많이 찾아와서 진료를 받는다고 했습니다. 제가 그때 문득 깨달은 것이 있었는데요. 제 자신도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내과 전문의인데도 성소수자를 위한 의료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왜 아무것도 모를까’ 생각을 해보니 과거 학생 시절에 의과대학에서 전혀 가르쳐주지 않았고 또 전공의 수련을 받는 동안에도 배울 수가 없었기 때문에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20년이 지난 현재도 의과대학이나 수련 병원에서 성소수자 건강과 의료에 대한 교육과 수련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거든요. 지금도 교육을 하지 않는다면 20년 후에도 달라질 게 전혀 없겠죠. 마침 제가 현재 서울 의대에서 학생들을 이제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대한민국 의료나 의학 기술은 이제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했는데요. 해외에서 의학교육을 받으셨거나 연수를 다녀오신 분들은 우리가 다른 것은 뒤떨어지는 것이 별로 없는데 선진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소수자의 건강과 의료에 관한 교육이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그런 말씀들을 많이 하시거든요.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올해 처음으로 과정을 개설해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조혜진> 굉장히 큰 한 걸음을 떼 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이 수업, 어떤 내용으로 구성되나요?

윤현배> 저희가 지난 학기에 진행했던 수업은 매주 4시간씩 4주 과정을 통해서 성소수자의 기본적인 개념 또 그동안 역사적인 변천 과정 또 성소수자들이 사회적 차별과 혐오를 받으면서 건강권이 어떻게 침해됐는가, 어떤 건강 불평등이 생기는가, 이런 것들을 다루었고요.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그런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성소수자 진료를 위해서 필요한 병력청취나 신체 진찰, 이런 것들을 배웠고요. 성소수자들에게 필요한 건강검진, 호르몬 치료, 수술적 치료, 이런 구체적인 내용도 다룰 수 있어서 학생들도 굉장히 만족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주에는 제가 앞에도 잠깐 언급해드린 은평구의 살림의원을 직접 방문해서 성소수자 친화적인 의료환경이 어떤 것인가 설명도 듣고 의원도 둘러보면서 아마 학생들은 처음 봤을 것 같은데요. 성 중립 화장실도 직접 살펴보는 그런 기회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조혜진> 지금 말씀해 주시는 모든 내용이 사실 당사자나 관계자, 이런 분들이 아니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학생들의 반응도 좀 궁금합니다. 학생들은 수업 듣고 어떻게 얘기를 좀 하던가요?

윤현배> 사실 이제 처음에 준비할 때도 가장 걱정했던 것은 주변의 시선보다도 학생들이 관심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그런 거를 걱정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이 과정을 개설하겠다고 주제를 공개하자마자 이 수업을 꼭 듣고 싶다고 메일을 보낸 학생도 두 명 이나 있었고요. 이번에는 작게 12명 정원으로 오픈했는데 12명이 금방 다 찼습니다. 그래서 아, 이게 학생들이 관심이 없었던 게 아니라 그동안 학교나 교수가 좀 관심이 부족했구나. 좀 반성을 하게 되었고요. 수업을 다 듣고 나서는 학생들은 말씀드린 것처럼 굉장히 만족했었습니다. 그동안 의과대학에서 잘 다루지 못했던 주제였기 때문에 그런 주제를 배울 수 있었던 점 그리고 이런 수업이 실제로 성소수자 건강과 관련된 활동이나 연구 진료에 참여하고 있는 그런 전문가들로부터 상세한 경험을 들을 수 있었던 점을 장점으로 꼽았고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성소수자 친화적인 의원을 직접 방문해서 의료진도 만날 수 있었던 점을 장점으로 뽑았습니다. 다만 이러한 교육이 아직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워했고요.

조혜진> 그렇겠네요.

윤현배> 그리고 이번 과정에서도 아쉽게 성소수자 당사자분들이나 환자를 직접 만나거나 진료를 참관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그런 점을 좀 아쉬워했고 다음에 또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조혜진> 실제 의료 현장에서 성소수자들이 어떤 부분을 좀 덜 배려받을 수밖에 없는지 혹은 차별당할 수 있는지 그런 것들도 좀 궁금합니다.

윤현배> 국내에서는 아직 연구가 외국처럼 활발히 돼 있지는 않은데요. 그래도 2014년에 국내 트랜스젠더 그분들을 대상으로 해서 의료 이용 경험에 관한 연구를 한 것이 있습니다. 그 연구를 살펴보면 의사를 포함해서 의료인들이 성전환과 관련된 의료 조치에 관한 지식이 부족해서 다른 병원을 알아봐야 했다.

신지혜> 아, 되돌려보내신 거네요.

윤현배> 그런 경우가 한 40% 정도가 된다고 하고요. 그런 적합한 의료 조치를 받기 위해서 의료진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본인이 트랜스젠더에 대해서 알려줘야 했다는 경우도 35%나 됐다고 이렇게 알려져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의료진에게 직접적인 차별적 대우를 받거나 모욕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런 경우도 안타깝게 한 20% 정도 되는 거로 알려져 있었고요. 심지어는 의료진에게 치료를 거부당한 적이 있다라고 응답한 경우도 6%나 된다고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신지혜> 적지 않네요.

윤현배> 네. 그래서 이처럼 아직 우리 의료환경이 성소수자들에게는 접근성 면에서나 이용 면에서 많은 제한과 차별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조혜진> 그런데 교수님 종교가 기독교라고 들었어요. 그러면 이런 수업 과정을 개설하는 데 좀 마음속의 갈등이나 이런 거 없으셨어요?

윤현배> 네. 크게 보면 기독교고 저는 천주교 신자입니다. 성당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다니고 있고요. 저는 사실 수업을 준비하면서 뭐 오히려 더 많이 알게 되고 더 확신을 하게 되었는데요. 사람은 누구나 타고 난 생물학적 성별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관한 성별 정체성 그리고 누구에게 끌리는가에 관한 성적 지향 뭐 이 두 가지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특별히 불편함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이를 의식해서 구분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생물학적 성별과 성별 정체성 그리고 성적 지향이 일치하지 않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많은 연구 결과와 당사자들의 그런 생생한 증언을 들어보면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은 많은 분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뭐 자신이 스스로 선택하기보다는 생물학적 성별처럼 타고난 것에 훨씬 가깝다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신앙인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나의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도 생물학적 성별처럼 결국은 신으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그렇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신지혜> 이런 얘기는 처음 들어보는 것 같아요.

조혜진> 그렇죠. 정말 많은 고민의 시간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러면 교수님, 서울대 의대에서 이런 수업 과정을 개설했다고 하니까 그러면 서울대 병원에서 혹시 성소수자들이 관련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좀 들어요. 앞으로 계획이 있나요?

윤현배> 네. 저도 사실은 이 수업을 개설하면서 강동 성심병원이나 고대병원 뭐 이런 순천향대 병원에서 젠더 클리닉을 개설해서 하고 있으시다는 얘기를 알게 되었고요. 아직 안타깝게도 서울대 병원에서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서울대 병원에서는 아시는 것처럼 현재도 워낙 많은 다양한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젠더 클리닉 개설 계획은 아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마는 앞으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또 이렇게 의학 교육에서 또 젠더와 성소수자 관련 교육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고려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혜진> 그렇군요. 그러면 교수님이 생각하시기에 평등한 의료를 위해 좀 더 필요한 부분, 어떤 점들이 좀 있나요?

윤현배> 사실 평등한 의료를 위해서 필요한 것들은 굉장히 많을 것입니다. 제 전공이 의학교육이다 보니까 주로 교육에 대해서 좀 말씀드리겠습니다. 대한 의사협회에서 제정한 의사 윤리 지침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윤리 지침에는 많은 내용이 있는데요. 그중에서 중요한 내용 중의 하나가 대한민국의 모든 의사는 의료가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환자의 인종과 민족, 나이와 성별, 직업과 지위 뭐 경제상태, 사상과 종교, 뭐 사회적 평판 등을 이유로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 이렇게 명시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의사들이 이런 윤리 지침에 따라서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의과대학에서부터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아까 앞에 잠깐 뉴스에서도 언급되었습니다마는 최근에 사회적으로는 차별금지법 혹은 평등법 제정에 대한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저도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사회적으로는 이러한 법이나 제도의 도입이나 개선도 분명히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혜진> 마지막 질문 하나 더 드릴게요. 교수님 개인적인 목표나 기대하시는 바가 궁금해요. 이 의료과정 수업을 계속 진행하시면서 어떤 거를 좀 기대하고 계세요?

윤현배> 제가 오늘 인터뷰 중에도 말씀드렸습니다마는 여전히 우리 의료환경이 성소수자분들이 의료기관 방문했을 때 의료인들이 잘 준비가 안 돼 있다든지 그러면 심지어는 명시적인 차별을 받는다든지 하는 경우가 안타깝게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게 개선되기 위해서는 일단 예비 의료인과 의료인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이런 교육을 통해서 이런 개선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하고 있고요. 비록 아직은 뭐 이상민 의원님도 말씀하셨지만 아직은 작은 시작이지만 조만간 서울대학교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의과대학에서 성 소수자 건강과 의료에 관한 교육과정이 더 확대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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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20년 후는 달라져야죠”…국내 첫 성소수자 의료 수업 진행해보니
    • 입력 2021-07-01 07:00:39
    • 수정2021-09-09 10: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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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신지혜·조혜진 기자
■ 연결 : 윤현배 서울대 의대 휴먼시스템의학과 교수

조혜진> 먼저 저희 어떤 계기로 성소수자 의료수업을 개설하시게 됐는지 좀 궁금합니다.

윤현배> 네. 사실 처음에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요. 제 가족이 몇 해 전에 살림의원이라는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그곳에 성소수자 환자들이 많이 찾아와서 진료를 받는다고 했습니다. 제가 그때 문득 깨달은 것이 있었는데요. 제 자신도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내과 전문의인데도 성소수자를 위한 의료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왜 아무것도 모를까’ 생각을 해보니 과거 학생 시절에 의과대학에서 전혀 가르쳐주지 않았고 또 전공의 수련을 받는 동안에도 배울 수가 없었기 때문에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20년이 지난 현재도 의과대학이나 수련 병원에서 성소수자 건강과 의료에 대한 교육과 수련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거든요. 지금도 교육을 하지 않는다면 20년 후에도 달라질 게 전혀 없겠죠. 마침 제가 현재 서울 의대에서 학생들을 이제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대한민국 의료나 의학 기술은 이제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했는데요. 해외에서 의학교육을 받으셨거나 연수를 다녀오신 분들은 우리가 다른 것은 뒤떨어지는 것이 별로 없는데 선진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소수자의 건강과 의료에 관한 교육이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그런 말씀들을 많이 하시거든요.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올해 처음으로 과정을 개설해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조혜진> 굉장히 큰 한 걸음을 떼 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이 수업, 어떤 내용으로 구성되나요?

윤현배> 저희가 지난 학기에 진행했던 수업은 매주 4시간씩 4주 과정을 통해서 성소수자의 기본적인 개념 또 그동안 역사적인 변천 과정 또 성소수자들이 사회적 차별과 혐오를 받으면서 건강권이 어떻게 침해됐는가, 어떤 건강 불평등이 생기는가, 이런 것들을 다루었고요.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그런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성소수자 진료를 위해서 필요한 병력청취나 신체 진찰, 이런 것들을 배웠고요. 성소수자들에게 필요한 건강검진, 호르몬 치료, 수술적 치료, 이런 구체적인 내용도 다룰 수 있어서 학생들도 굉장히 만족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주에는 제가 앞에도 잠깐 언급해드린 은평구의 살림의원을 직접 방문해서 성소수자 친화적인 의료환경이 어떤 것인가 설명도 듣고 의원도 둘러보면서 아마 학생들은 처음 봤을 것 같은데요. 성 중립 화장실도 직접 살펴보는 그런 기회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조혜진> 지금 말씀해 주시는 모든 내용이 사실 당사자나 관계자, 이런 분들이 아니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학생들의 반응도 좀 궁금합니다. 학생들은 수업 듣고 어떻게 얘기를 좀 하던가요?

윤현배> 사실 이제 처음에 준비할 때도 가장 걱정했던 것은 주변의 시선보다도 학생들이 관심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그런 거를 걱정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이 과정을 개설하겠다고 주제를 공개하자마자 이 수업을 꼭 듣고 싶다고 메일을 보낸 학생도 두 명 이나 있었고요. 이번에는 작게 12명 정원으로 오픈했는데 12명이 금방 다 찼습니다. 그래서 아, 이게 학생들이 관심이 없었던 게 아니라 그동안 학교나 교수가 좀 관심이 부족했구나. 좀 반성을 하게 되었고요. 수업을 다 듣고 나서는 학생들은 말씀드린 것처럼 굉장히 만족했었습니다. 그동안 의과대학에서 잘 다루지 못했던 주제였기 때문에 그런 주제를 배울 수 있었던 점 그리고 이런 수업이 실제로 성소수자 건강과 관련된 활동이나 연구 진료에 참여하고 있는 그런 전문가들로부터 상세한 경험을 들을 수 있었던 점을 장점으로 꼽았고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성소수자 친화적인 의원을 직접 방문해서 의료진도 만날 수 있었던 점을 장점으로 뽑았습니다. 다만 이러한 교육이 아직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워했고요.

조혜진> 그렇겠네요.

윤현배> 그리고 이번 과정에서도 아쉽게 성소수자 당사자분들이나 환자를 직접 만나거나 진료를 참관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그런 점을 좀 아쉬워했고 다음에 또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조혜진> 실제 의료 현장에서 성소수자들이 어떤 부분을 좀 덜 배려받을 수밖에 없는지 혹은 차별당할 수 있는지 그런 것들도 좀 궁금합니다.

윤현배> 국내에서는 아직 연구가 외국처럼 활발히 돼 있지는 않은데요. 그래도 2014년에 국내 트랜스젠더 그분들을 대상으로 해서 의료 이용 경험에 관한 연구를 한 것이 있습니다. 그 연구를 살펴보면 의사를 포함해서 의료인들이 성전환과 관련된 의료 조치에 관한 지식이 부족해서 다른 병원을 알아봐야 했다.

신지혜> 아, 되돌려보내신 거네요.

윤현배> 그런 경우가 한 40% 정도가 된다고 하고요. 그런 적합한 의료 조치를 받기 위해서 의료진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본인이 트랜스젠더에 대해서 알려줘야 했다는 경우도 35%나 됐다고 이렇게 알려져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의료진에게 직접적인 차별적 대우를 받거나 모욕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런 경우도 안타깝게 한 20% 정도 되는 거로 알려져 있었고요. 심지어는 의료진에게 치료를 거부당한 적이 있다라고 응답한 경우도 6%나 된다고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신지혜> 적지 않네요.

윤현배> 네. 그래서 이처럼 아직 우리 의료환경이 성소수자들에게는 접근성 면에서나 이용 면에서 많은 제한과 차별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조혜진> 그런데 교수님 종교가 기독교라고 들었어요. 그러면 이런 수업 과정을 개설하는 데 좀 마음속의 갈등이나 이런 거 없으셨어요?

윤현배> 네. 크게 보면 기독교고 저는 천주교 신자입니다. 성당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다니고 있고요. 저는 사실 수업을 준비하면서 뭐 오히려 더 많이 알게 되고 더 확신을 하게 되었는데요. 사람은 누구나 타고 난 생물학적 성별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관한 성별 정체성 그리고 누구에게 끌리는가에 관한 성적 지향 뭐 이 두 가지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특별히 불편함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이를 의식해서 구분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생물학적 성별과 성별 정체성 그리고 성적 지향이 일치하지 않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많은 연구 결과와 당사자들의 그런 생생한 증언을 들어보면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은 많은 분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뭐 자신이 스스로 선택하기보다는 생물학적 성별처럼 타고난 것에 훨씬 가깝다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신앙인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나의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도 생물학적 성별처럼 결국은 신으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그렇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신지혜> 이런 얘기는 처음 들어보는 것 같아요.

조혜진> 그렇죠. 정말 많은 고민의 시간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러면 교수님, 서울대 의대에서 이런 수업 과정을 개설했다고 하니까 그러면 서울대 병원에서 혹시 성소수자들이 관련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좀 들어요. 앞으로 계획이 있나요?

윤현배> 네. 저도 사실은 이 수업을 개설하면서 강동 성심병원이나 고대병원 뭐 이런 순천향대 병원에서 젠더 클리닉을 개설해서 하고 있으시다는 얘기를 알게 되었고요. 아직 안타깝게도 서울대 병원에서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서울대 병원에서는 아시는 것처럼 현재도 워낙 많은 다양한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젠더 클리닉 개설 계획은 아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마는 앞으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또 이렇게 의학 교육에서 또 젠더와 성소수자 관련 교육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고려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혜진> 그렇군요. 그러면 교수님이 생각하시기에 평등한 의료를 위해 좀 더 필요한 부분, 어떤 점들이 좀 있나요?

윤현배> 사실 평등한 의료를 위해서 필요한 것들은 굉장히 많을 것입니다. 제 전공이 의학교육이다 보니까 주로 교육에 대해서 좀 말씀드리겠습니다. 대한 의사협회에서 제정한 의사 윤리 지침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윤리 지침에는 많은 내용이 있는데요. 그중에서 중요한 내용 중의 하나가 대한민국의 모든 의사는 의료가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환자의 인종과 민족, 나이와 성별, 직업과 지위 뭐 경제상태, 사상과 종교, 뭐 사회적 평판 등을 이유로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 이렇게 명시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의사들이 이런 윤리 지침에 따라서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의과대학에서부터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아까 앞에 잠깐 뉴스에서도 언급되었습니다마는 최근에 사회적으로는 차별금지법 혹은 평등법 제정에 대한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저도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사회적으로는 이러한 법이나 제도의 도입이나 개선도 분명히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혜진> 마지막 질문 하나 더 드릴게요. 교수님 개인적인 목표나 기대하시는 바가 궁금해요. 이 의료과정 수업을 계속 진행하시면서 어떤 거를 좀 기대하고 계세요?

윤현배> 제가 오늘 인터뷰 중에도 말씀드렸습니다마는 여전히 우리 의료환경이 성소수자분들이 의료기관 방문했을 때 의료인들이 잘 준비가 안 돼 있다든지 그러면 심지어는 명시적인 차별을 받는다든지 하는 경우가 안타깝게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게 개선되기 위해서는 일단 예비 의료인과 의료인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이런 교육을 통해서 이런 개선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하고 있고요. 비록 아직은 뭐 이상민 의원님도 말씀하셨지만 아직은 작은 시작이지만 조만간 서울대학교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의과대학에서 성 소수자 건강과 의료에 관한 교육과정이 더 확대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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