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건보료 37만 원이면 재난지원금?…기재부 “아닙니다”

입력 2021.07.01 (10:53) 수정 2021.07.0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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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하위 80% 기준 5차 재난지원금 깔끔 정리'
'5차 재난지원금 신청 기간부터 대상까지 정리해 봄'

인터넷 검색창에 5차 재난지원금이라고 치면 나오는 게시글들의 제목입니다. 읽어보면, 소득 하위 80%의 건강보험료 기준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습니다.

전제는 소득 하위 80%가 중위소득 200%와 일치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중위소득 200%의 월 건보료가 가족 수별로 직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로 자세히 정리돼 있습니다.

이 표와 자신이 내는 건보료를 비교해보면,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인지 아닌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관계자에게 이런 기준이 맞느냐고 묻자 첫 마디가 이랬습니다. "아니라니까요."

■ 4인 가구 중위소득 200% 건보료는?

기재부가 아니라고 한 이유를 보기 전에 먼저 중위소득 200% 월 건보료는 얼마인지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중위소득은 우리나라 국민 소득을 1등부터 꼴등까지 줄 세운 뒤, 딱 중간에 있는 소득을 집어낸 것입니다. 보건복지부의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1년에 한 번씩 정하는데, 각종 복지 사업의 대상을 추려내는 기준이 됩니다.

중위소득 200%는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소득이 975만 2천580원입니다. 월 건보료는 직장 가입자는 월 37만 6천159원, 지역가입자는 41만 6천108원입니다.

3인 가구 중위소득 200%는 796만 7천900원입니다. 건보료는 직장 가입자 31만 130원, 지역 가입자 34만 4천643원입니다. 2인 가구 중위소득 200%는 617만 6천158원, 건보료는 직장 23만 372원, 지역 24만 6천211원입니다.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이 소득 하위 80%라고 알려진 이후부터 이런 내용이 여러 언론 보도와 인터넷, SNS 등에 삽시간에 널리 퍼져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선인 것처럼 알려졌습니다.


■"소득 80%=중위소득 200%는 근거 없어"

기재부 관계자는 이런 기준을 적극적으로 부인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건강보험료 등 데이터베이스를 모아서 (시뮬레이션을) 돌려봐야 안다"고 말했습니다.

소득 하위 80%가 중위소득 200%랑 일치하는 거로 추정된다고 보는 정도는 괜찮지 않냐는 질문에 기재부 관계자는 "위험하다"며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기재부 관계자의 말에 힘을 실어주는 보고서도 있습니다. 2018년에 국민건강보험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낸 '재난적 의료비 지원체계 개선방안 연구'입니다.

이 보고서에는 '중위소득 200%는 소득 하위 83%와 일치한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소득 80%가 중위소득 200%와 비슷한 수준인 건 맞지만 딱 일치한다고 보긴 어렵단 얘깁니다.

■"4인 기준 1억 원 조금 넘는 수준"

지금까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소득 하위 70%는 중위소득 150%와 일치한다는 겁니다. 지난해에 한 번 확인된 사실입니다.

지난해 재난지원금은 '소득 하위 70% 지급'으로 추진됐다가 국회에서 전 국민 지급으로 바뀌었습니다. 당시 정부는 소득 하위 70% 지급을 준비하면서 건보료로 기준선을 제시했는데, 중위소득 150%의 건보료와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보면, 소득 하위 80%는 최소 중위소득 150%는 넘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기재부 차관의 말까지 더해서 보면 범위가 좀 더 좁혀집니다.

안도걸 기재부 2차관은 추경안 브리핑에서 소득 하위 80% 기준선을 묻자 "직장 가입자는 4인 가구 기준으로 소득이 한 1억 원 조금 넘어가는 수준이 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위소득 160% 4인 가구 연 소득은 9천362만 4천 원입니다. 170%는 9천948만 원입니다. 모두 1억 원이 안 됩니다.

1억 원이 넘는 건 중위소득 180%부터입니다. 1억 532만 원입니다. 중위소득 200%는 1억 1천703만 원입니다. 기재부 차관이 1억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했으니 소득 하위 80%는 중위소득 180~200% 사이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게 현재로선 가장 합리적입니다.

건보료로 보면, 직장 가입자 기준으로 월 30만 8천 원에서 37만 6천 원 수준입니다.

정부는 행정안전부 차관을 팀장으로 하는 TF를 만들어 소득 하위 80%의 기준선을 얼마로 할지 논의 후 결정한다는 계획입니다.


■갑자기 튀어나온 '맞벌이 지급론'

재난지원금 지급이 담긴 추경안은 오늘(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내일(2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인데, 국회로 가기도 전에 변수가 생겼습니다. 여당에서 '맞벌이 지급론'이 갑자기 튀어나온 겁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소득 1억 원이 넘더라도 부부가 맞벌이면 중산층이라며, 맞벌이 부부에게도 재난지원금을 주는 보완책을 마련할거라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2인 가구 기준으로 중위소득 200%는 연 소득 7천400만 원 수준입니다. 중위소득 300%는 돼야 2인 가구 연 소득이 1억 1천만 원가량 됩니다. 중위소득 300%면 소득 상위 10% 안팎의 고소득층입니다.

소득 하위 80% 기준도 아직 명확하지 않은 데다 여당에서 보완책까지 언급하고 있어서 현재로선 '재난지원금을 누가 받을 것인가'는 국회 논의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사실만 명확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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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인 건보료 37만 원이면 재난지원금?…기재부 “아닙니다”
    • 입력 2021-07-01 10:53:49
    • 수정2021-07-01 10:54:27
    취재K

'소득 하위 80% 기준 5차 재난지원금 깔끔 정리'
'5차 재난지원금 신청 기간부터 대상까지 정리해 봄'

인터넷 검색창에 5차 재난지원금이라고 치면 나오는 게시글들의 제목입니다. 읽어보면, 소득 하위 80%의 건강보험료 기준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습니다.

전제는 소득 하위 80%가 중위소득 200%와 일치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중위소득 200%의 월 건보료가 가족 수별로 직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로 자세히 정리돼 있습니다.

이 표와 자신이 내는 건보료를 비교해보면,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인지 아닌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관계자에게 이런 기준이 맞느냐고 묻자 첫 마디가 이랬습니다. "아니라니까요."

■ 4인 가구 중위소득 200% 건보료는?

기재부가 아니라고 한 이유를 보기 전에 먼저 중위소득 200% 월 건보료는 얼마인지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중위소득은 우리나라 국민 소득을 1등부터 꼴등까지 줄 세운 뒤, 딱 중간에 있는 소득을 집어낸 것입니다. 보건복지부의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1년에 한 번씩 정하는데, 각종 복지 사업의 대상을 추려내는 기준이 됩니다.

중위소득 200%는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소득이 975만 2천580원입니다. 월 건보료는 직장 가입자는 월 37만 6천159원, 지역가입자는 41만 6천108원입니다.

3인 가구 중위소득 200%는 796만 7천900원입니다. 건보료는 직장 가입자 31만 130원, 지역 가입자 34만 4천643원입니다. 2인 가구 중위소득 200%는 617만 6천158원, 건보료는 직장 23만 372원, 지역 24만 6천211원입니다.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이 소득 하위 80%라고 알려진 이후부터 이런 내용이 여러 언론 보도와 인터넷, SNS 등에 삽시간에 널리 퍼져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선인 것처럼 알려졌습니다.


■"소득 80%=중위소득 200%는 근거 없어"

기재부 관계자는 이런 기준을 적극적으로 부인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건강보험료 등 데이터베이스를 모아서 (시뮬레이션을) 돌려봐야 안다"고 말했습니다.

소득 하위 80%가 중위소득 200%랑 일치하는 거로 추정된다고 보는 정도는 괜찮지 않냐는 질문에 기재부 관계자는 "위험하다"며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기재부 관계자의 말에 힘을 실어주는 보고서도 있습니다. 2018년에 국민건강보험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낸 '재난적 의료비 지원체계 개선방안 연구'입니다.

이 보고서에는 '중위소득 200%는 소득 하위 83%와 일치한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소득 80%가 중위소득 200%와 비슷한 수준인 건 맞지만 딱 일치한다고 보긴 어렵단 얘깁니다.

■"4인 기준 1억 원 조금 넘는 수준"

지금까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소득 하위 70%는 중위소득 150%와 일치한다는 겁니다. 지난해에 한 번 확인된 사실입니다.

지난해 재난지원금은 '소득 하위 70% 지급'으로 추진됐다가 국회에서 전 국민 지급으로 바뀌었습니다. 당시 정부는 소득 하위 70% 지급을 준비하면서 건보료로 기준선을 제시했는데, 중위소득 150%의 건보료와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보면, 소득 하위 80%는 최소 중위소득 150%는 넘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기재부 차관의 말까지 더해서 보면 범위가 좀 더 좁혀집니다.

안도걸 기재부 2차관은 추경안 브리핑에서 소득 하위 80% 기준선을 묻자 "직장 가입자는 4인 가구 기준으로 소득이 한 1억 원 조금 넘어가는 수준이 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위소득 160% 4인 가구 연 소득은 9천362만 4천 원입니다. 170%는 9천948만 원입니다. 모두 1억 원이 안 됩니다.

1억 원이 넘는 건 중위소득 180%부터입니다. 1억 532만 원입니다. 중위소득 200%는 1억 1천703만 원입니다. 기재부 차관이 1억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했으니 소득 하위 80%는 중위소득 180~200% 사이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게 현재로선 가장 합리적입니다.

건보료로 보면, 직장 가입자 기준으로 월 30만 8천 원에서 37만 6천 원 수준입니다.

정부는 행정안전부 차관을 팀장으로 하는 TF를 만들어 소득 하위 80%의 기준선을 얼마로 할지 논의 후 결정한다는 계획입니다.


■갑자기 튀어나온 '맞벌이 지급론'

재난지원금 지급이 담긴 추경안은 오늘(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내일(2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인데, 국회로 가기도 전에 변수가 생겼습니다. 여당에서 '맞벌이 지급론'이 갑자기 튀어나온 겁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소득 1억 원이 넘더라도 부부가 맞벌이면 중산층이라며, 맞벌이 부부에게도 재난지원금을 주는 보완책을 마련할거라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2인 가구 기준으로 중위소득 200%는 연 소득 7천400만 원 수준입니다. 중위소득 300%는 돼야 2인 가구 연 소득이 1억 1천만 원가량 됩니다. 중위소득 300%면 소득 상위 10% 안팎의 고소득층입니다.

소득 하위 80% 기준도 아직 명확하지 않은 데다 여당에서 보완책까지 언급하고 있어서 현재로선 '재난지원금을 누가 받을 것인가'는 국회 논의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사실만 명확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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