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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원 판결까지 나왔는데”…축구협회-고등연맹 해산 강행 논란
입력 2021.07.01 (11:19) 스포츠K

대한축구협회가 한국 고등학교 축구연맹(이하 고등연맹) 해산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법과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고등연맹 관계자는 "축구협회가 지난해 11월 결정한 고등연맹 해산이, 법원의 가처분 명령으로 효력 정지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해산되지 않고 제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고등연맹 주관 전국 대회를 축구협회가 일방적으로 가져가면서 고등연맹은 이제 고사 위기"라고 밝혔다.

고등연맹 해산 가처분 소송에서 '제동'…대회명 변경은 강행

축구협회는 지난해 11월, 54년 역사를 갖고 있는 고등연맹 해산을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의결했다. 이에 반발한 고등연맹은 즉시 법원에 해산 결정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했고, 올해 1월 7일 승소해 가처분이 인용됐다.

즉 고등연맹 해산은 법원 판단에 따라 더는 효력이 없고, 따라서 고등연맹은 해산 이전의 상태로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법원의 가처분 인용에도 불구하고 해산 작업을 사실상 밀어붙이고 있다. 7월과 8월 고등연맹에서 주관하는 춘·추계 전국 고교축구선수권대회를 축구협회 주관 대회로 명칭 변경했다.

더는 고등연맹이 운영할 수 없는 대회라는 뜻이다. 이에 고등연맹 측은 "법원 가처분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에 이 결정도 번복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축구협회 "가처분 판결은 해산 절차에 국한…대회명 변경과는 무관"

논란에 대해 대한축구협회 이지훈 마케팅팀장은 " 해당 가처분 인용은 연맹의 해산 절차에 국한된 판결이다. 따라서 대회 주최권 변경과는 무관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한체육회가 대회명 변경을 승인해 절차상 문제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등연맹 측은 축구협회가 뚜렷한 '절차상 하자'를 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고등연맹 김윤규 전무이사는 "축구협회가 지난해 12월 대회 명칭 변경 건에 대해 체육회 승인을 받을 당시는 해산 결정이 내려졌지만, 올해 1월 이 결정이 무효가 됐으므로 당연히 연맹 주관 대회로 재변경되는 것이 맞다."라면서 "대한체육회가 당시 축구협회 공문을 승인한 사유가 '고등연맹 해산으로 인한 변경 승인'이었다. 고등연맹이 해산되지 않았기 때문에 체육회의 이 공문 승인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고등연맹 측은 대회 명칭 변경안을 무효화하기 위해 지난 17일 대한체육회를 항의 방문했다. 고등연맹 측 문의에 대한체육회는 “고등연맹 해산 결정이 가처분 인용된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축구협회로부터 어떠한 전달 사항을 받은 게 없다”고 밝혔다.고등연맹 측은 대회 명칭 변경안을 무효화하기 위해 지난 17일 대한체육회를 항의 방문했다. 고등연맹 측 문의에 대한체육회는 “고등연맹 해산 결정이 가처분 인용된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축구협회로부터 어떠한 전달 사항을 받은 게 없다”고 밝혔다.


"법원 판결을 무시한 처사" vs "연맹보다 협회가 운영해야 투명"

결국, 고등연맹은 지난 29일 또 하나의 가처분 소송을 진행했다. 축구협회 주관으로 변경된 축구 대회의 집행 정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소송이다. 재판 기일은 오는 9일이다. 결과에 따라 7월 16일 경남 합천에서 열리는 춘계 전국 고교선수권대회는 축구협회가 아닌 고등연맹 주관으로 바뀔 수 있다.

축구협회의 고등연맹 해산 작업이 지나치게 일방적이라는 지적이 축구계에서 나오고 있다. 연맹 해산의 당위성 논란은 잠시 접어두더라도, 법원에서 해산 무효를 판결했는데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압적 해산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의 판단은 해산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 KBS가 입수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지난 1월 가처분 인용 결정문의 요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상급 단체가 가입 단체에 대한 업무상 지휘 감독의 권한은 인정되지만, 그 권한은 가입 단체의 독립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로 제한되어야 한다."
"상급 단체는 가맹단체가 해산 결의를 했을 때 이를 승인할 수 있는 권한만이 인정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
"연맹 해산은 충분한 소명 기회가 부여되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해 절차적으로 위법하다."
"해산 결의가 유효함을 전제로 해산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연맹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시급히 이 사건 해산 결의의 효력을 정지할 필요성이 소명된다."

지난해 11월 축구협회의 초중고 연맹 해산을 반대하는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축구회관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지난해 11월 축구협회의 초중고 연맹 해산을 반대하는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축구회관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축구협회는 그렇다면 왜 고등연맹의 해산을 강행하고 있을까. 이는 비단 고등연맹뿐 아니라 각종 가맹 단체들의 최근 불거진 사건·사고 등과 관련이 있다. 이미 초등과 중등연맹은 집행부 비리에 책임을 지고 자체 해산 절차를 밟았고, 고등연맹 역시 전임 회장이 횡령 등 혐의로 재판 중이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는 이른바 '학원 축구' 시스템을 혁신하기 위해 축구협회가 칼을 뽑아야 한다는 논리다.

축구협회 측은 "기본적으로 초중고 연맹이 한국 축구 발전에 일익을 담당해왔지만, 최근 전국대회를 개최하면서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 이전과 다르게 패러다임을 바꿀 시기가 왔다.

중앙 협회가 직접 기획하고 지역 협회가 운영하는 투명한 관리를 하다 보면 대회 수익금 등이 현장 지도자와 선수들에게 더욱더 직접적인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겠나"라며 고등연맹 해산 취지에 관해 설명했다.

■ 두 단체 갈등에 학생 선수·지도자만 냉가슴

지난해 11월 촉발된 축구협회와 고등연맹 해산 관련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가처분 인용은 됐지만, 본안 소송에서 해산의 정당성 자체가 본격적으로 다뤄질 예정. 또 대학 입시가 걸려 있는 춘·추계 전국선수권대회명을 둘러싼 가처분 소송도 조만간 결과가 나와 학교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학교 축구를 이끄는 두 단체의 첨예한 갈등에 학생 선수와 지도자, 학부모들만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 [단독] “법원 판결까지 나왔는데”…축구협회-고등연맹 해산 강행 논란
    • 입력 2021-07-01 11:19:57
    스포츠K

대한축구협회가 한국 고등학교 축구연맹(이하 고등연맹) 해산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법과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고등연맹 관계자는 "축구협회가 지난해 11월 결정한 고등연맹 해산이, 법원의 가처분 명령으로 효력 정지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해산되지 않고 제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고등연맹 주관 전국 대회를 축구협회가 일방적으로 가져가면서 고등연맹은 이제 고사 위기"라고 밝혔다.

고등연맹 해산 가처분 소송에서 '제동'…대회명 변경은 강행

축구협회는 지난해 11월, 54년 역사를 갖고 있는 고등연맹 해산을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의결했다. 이에 반발한 고등연맹은 즉시 법원에 해산 결정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했고, 올해 1월 7일 승소해 가처분이 인용됐다.

즉 고등연맹 해산은 법원 판단에 따라 더는 효력이 없고, 따라서 고등연맹은 해산 이전의 상태로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법원의 가처분 인용에도 불구하고 해산 작업을 사실상 밀어붙이고 있다. 7월과 8월 고등연맹에서 주관하는 춘·추계 전국 고교축구선수권대회를 축구협회 주관 대회로 명칭 변경했다.

더는 고등연맹이 운영할 수 없는 대회라는 뜻이다. 이에 고등연맹 측은 "법원 가처분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에 이 결정도 번복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축구협회 "가처분 판결은 해산 절차에 국한…대회명 변경과는 무관"

논란에 대해 대한축구협회 이지훈 마케팅팀장은 " 해당 가처분 인용은 연맹의 해산 절차에 국한된 판결이다. 따라서 대회 주최권 변경과는 무관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한체육회가 대회명 변경을 승인해 절차상 문제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등연맹 측은 축구협회가 뚜렷한 '절차상 하자'를 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고등연맹 김윤규 전무이사는 "축구협회가 지난해 12월 대회 명칭 변경 건에 대해 체육회 승인을 받을 당시는 해산 결정이 내려졌지만, 올해 1월 이 결정이 무효가 됐으므로 당연히 연맹 주관 대회로 재변경되는 것이 맞다."라면서 "대한체육회가 당시 축구협회 공문을 승인한 사유가 '고등연맹 해산으로 인한 변경 승인'이었다. 고등연맹이 해산되지 않았기 때문에 체육회의 이 공문 승인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고등연맹 측은 대회 명칭 변경안을 무효화하기 위해 지난 17일 대한체육회를 항의 방문했다. 고등연맹 측 문의에 대한체육회는 “고등연맹 해산 결정이 가처분 인용된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축구협회로부터 어떠한 전달 사항을 받은 게 없다”고 밝혔다.고등연맹 측은 대회 명칭 변경안을 무효화하기 위해 지난 17일 대한체육회를 항의 방문했다. 고등연맹 측 문의에 대한체육회는 “고등연맹 해산 결정이 가처분 인용된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축구협회로부터 어떠한 전달 사항을 받은 게 없다”고 밝혔다.


"법원 판결을 무시한 처사" vs "연맹보다 협회가 운영해야 투명"

결국, 고등연맹은 지난 29일 또 하나의 가처분 소송을 진행했다. 축구협회 주관으로 변경된 축구 대회의 집행 정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소송이다. 재판 기일은 오는 9일이다. 결과에 따라 7월 16일 경남 합천에서 열리는 춘계 전국 고교선수권대회는 축구협회가 아닌 고등연맹 주관으로 바뀔 수 있다.

축구협회의 고등연맹 해산 작업이 지나치게 일방적이라는 지적이 축구계에서 나오고 있다. 연맹 해산의 당위성 논란은 잠시 접어두더라도, 법원에서 해산 무효를 판결했는데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압적 해산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의 판단은 해산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 KBS가 입수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지난 1월 가처분 인용 결정문의 요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상급 단체가 가입 단체에 대한 업무상 지휘 감독의 권한은 인정되지만, 그 권한은 가입 단체의 독립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로 제한되어야 한다."
"상급 단체는 가맹단체가 해산 결의를 했을 때 이를 승인할 수 있는 권한만이 인정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
"연맹 해산은 충분한 소명 기회가 부여되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해 절차적으로 위법하다."
"해산 결의가 유효함을 전제로 해산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연맹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시급히 이 사건 해산 결의의 효력을 정지할 필요성이 소명된다."

지난해 11월 축구협회의 초중고 연맹 해산을 반대하는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축구회관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지난해 11월 축구협회의 초중고 연맹 해산을 반대하는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축구회관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축구협회는 그렇다면 왜 고등연맹의 해산을 강행하고 있을까. 이는 비단 고등연맹뿐 아니라 각종 가맹 단체들의 최근 불거진 사건·사고 등과 관련이 있다. 이미 초등과 중등연맹은 집행부 비리에 책임을 지고 자체 해산 절차를 밟았고, 고등연맹 역시 전임 회장이 횡령 등 혐의로 재판 중이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는 이른바 '학원 축구' 시스템을 혁신하기 위해 축구협회가 칼을 뽑아야 한다는 논리다.

축구협회 측은 "기본적으로 초중고 연맹이 한국 축구 발전에 일익을 담당해왔지만, 최근 전국대회를 개최하면서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 이전과 다르게 패러다임을 바꿀 시기가 왔다.

중앙 협회가 직접 기획하고 지역 협회가 운영하는 투명한 관리를 하다 보면 대회 수익금 등이 현장 지도자와 선수들에게 더욱더 직접적인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겠나"라며 고등연맹 해산 취지에 관해 설명했다.

■ 두 단체 갈등에 학생 선수·지도자만 냉가슴

지난해 11월 촉발된 축구협회와 고등연맹 해산 관련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가처분 인용은 됐지만, 본안 소송에서 해산의 정당성 자체가 본격적으로 다뤄질 예정. 또 대학 입시가 걸려 있는 춘·추계 전국선수권대회명을 둘러싼 가처분 소송도 조만간 결과가 나와 학교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학교 축구를 이끄는 두 단체의 첨예한 갈등에 학생 선수와 지도자, 학부모들만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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