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탐사K]① 기사는 유령 기자가, 수익은 출입처에서…검색 제휴사의 기막힌 생존법

입력 2021.07.01 (13:10) 수정 2021.07.03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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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지난달 28일부터 이틀간 KBS뉴스9을 통해 네이버·카카오의 몇몇 검색 제휴 언론사와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문제점을 보도했습니다. 방송 기사에서 다 담지 못한 내용들을 모아 오늘부터 사흘간 전해드립니다.

[KBS 뉴스9 기사 보기]
▶ [탐사K] 광고성 기사에 여론 조작까지…언론사 수억대에 거래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20278
▶ [탐사K] 포털 검색 자격 어떻게 유지하나 분석해보니…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21308
▶ [탐사K] 언론학자들 “언론사 검색제휴제도 전면 재검토해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21318

"양아치나 건달, 조폭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네이버·카카오와 검색 제휴를 맺은 일부 인터넷 언론사에 대해 광고주협회 곽혁 상무는 '양아치'라고 표현했습니다. 양아치는 거지를 속되게 이르는 말인데요.

광고주협회는 주요 기업 200여 개로 이뤄진 광고주 권익 보호 단체인데, 일부 검색 제휴 언론사들이 특정 기업, 특정 임원에 대해 악의적인 기사를 쓴 뒤 그 기사 삭제를 조건으로 '광고비를 달라'고 협박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독자들을 위해서 기사를 쓰는 게 아니라 기업 홍보실을 겨냥해 선정적으로 쓰는 거죠. CEO나 주요 임원의 사진, 이름을 써놓고 마치 정부 정책에 반하는 것처럼 또는 잘못된 집단인 것처럼 몰아가는 선정적인 기사를 써요. 그 대가로 기업들한테 부당하게 과다한 광고나 협찬을 요청하는 거죠."

'기성 매체들도 광고비나 협찬을 요구하지 않나?'라는 물음에 곽 상무는 "기성 미디어는 매체 영향력이 있어서 광고 효과가 있기라도 하지만 검색 제휴 매체는 영향력이 거의 없음에도 포털에서 기사가 검색되는 검색 제휴 언론사라는 이유만으로 광고비를 요구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검색 제휴 언론사' 자격이 광고비를 요구할 수 있는 무기가 된 상황입니다.


■ 검색 제휴 언론사란? 9천 개 인터넷 신문 중 650개뿐… "특별한 자격"

검색 제휴 언론사는 네이버나 카카오 <뉴스> 메뉴에서 특정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검색 결과에 기사가 노출되는 언론사를 말합니다.

KBS 같은 방송사나 주요 일간지들은 CP(contents provider)로 분류돼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추천 뉴스'에 올라오고 이용자들이 구독도 할 수 있는데 반해, 검색 제휴 언론사는 오로지 특정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검색 결과에만 노출되고 있습니다.

CP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2015년부터 도입한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심사 결과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을, 검색 제휴 언론사는 60점을 넘긴 언론사들입니다. 주로 소형 인터넷 신문이 검색 제휴 언론사인 경우가 많은데 네이버 기준으로 약 650개가 있습니다. CP는 70곳 정도 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인터넷 언론이 9천 개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검색 제휴 언론사 지위는 '특별한 자격'임이 분명합니다.

검색 제휴 언론사 목록은 네이버 <뉴스> '옵션' -> '언론사' 항목으로 들어가 '가나다순'으로 올라와 있는 언론사 목록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CP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낯선 이름의 언론사들이 검색 제휴 언론사들입니다.

네이버가 별도로 검색 제휴 언론사 목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 현재로선 이 방법이 유일합니다.


■ '특별한 자격'을 장사 수단으로 삼는 일부 검색 제휴사들

출입처가 '계좌'로 불리는 이유

출입처는 원래 '기자가 취재를 담당하는 구역'을 뜻합니다. 그러나 일부 검색 제휴사들에 출입처는 곧 수입, 즉 돈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계좌'라는 은어로 불립니다.

검색 제휴사들은 주로 광고비나 협찬 명목으로 돈을 뜯어냅니다. 검색 제휴사 인수를 위해 시장 조사를 한 경험이 있는 한 취재원에 따르면 분기당 최소 200만 원 정도를 정기적으로 받게 되면 '출입처'를 가진 게 된다고 합니다. 출입처를 많이 갖고 있어야 '훌륭한 기자'가 되고 고액 연봉을 조건으로 이직도 가능해집니다.

업계에서는 이런 출입처를 가진 기자가 열 명 정도 있으면 '자리를 잡은' 매체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기사는 있지만 기자는 없다?... 유령 기자

취재를 위해서가 아니라 돈을 위해 출입처가 필요하다면 취재는 어디에서, 누가 하는 걸까요? 기사는 누가 쓸까요?

KBS 취재진은 검색 제휴사 구입 희망자인 척 접근해 검색 제휴 자문 업체로부터 업계 상황을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기사를 대신 써주는 '솔루션 업체'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면서 "홈페이지를 개설한 뒤 연락하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사 대필 가격은 한 달 기준으로 10만 원대부터 시작하는데 기사의 질에 따라 가격은 올라간다고 합니다.

홍보 대행사 직원들이 기사를 대신 올려주기도 합니다. 마치 해당 매체에 소속된 기자인 듯 검색 제휴 언론사 기사 작성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발급받은 뒤 필요에 따라 언제 어느 때든 기사를 올립니다.

KBS가 취재 중 만났던 한 검색 제휴 언론사 대표는 "유령 기자가 하루에 6~7건 정도의 기사 위장 광고를 올리는데 기사 한 건당 홍보 대행사로부터 10만 원 정도를 받는다"면서 "주로 병원이나 변호사, 동네 가게 홍보 기사가 많다"고 털어놨습니다.

서울 구로구에서 영업 중인 한 검색 제휴 언론사 컨설팅 업체가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검색 제휴 제도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서울 구로구에서 영업 중인 한 검색 제휴 언론사 컨설팅 업체가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검색 제휴 제도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불법을 알선하는 검색 제휴 언론사들

가장 단가가 높은 기사 위장 광고는 불법을 광고하는 콘텐츠입니다. 주말이나 휴일을 포함해 사흘 정도 기사를 올려주면 적어도 건당 300만 원 정도를 챙길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소액결제 현금화' 업자를 소개하는 광고가 있습니다. 소액결제 현금화, 이른바 '깡'은 모바일 상품권 등을 결제한 다음 인증 번호를 업체에 넘기면 수수료를 제하고 바로 현금을 지급하는 건데, 현행법 위반입니다.

정보통신망법은 통신 과금 서비스로 제화 등을 구매하고 이용하도록 한 후 이용자가 구매한 재화 등을 할인해 매입하는 행위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검색 제휴 언론사에게 이런 광고는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영업 수단인 셈입니다.

‘소액결제 현금화’ 기사 중 일부. 업자의 전화번호와 SNS ID를 사실상 광고하고 있다.‘소액결제 현금화’ 기사 중 일부. 업자의 전화번호와 SNS ID를 사실상 광고하고 있다.

'빅데이터 여론 조작'까지 상품으로 팔기도


검색 제휴 언론사의 영업 방식은 트렌드에 맞게 진화(?)하는 듯 보입니다. 한 검색 제휴사는 온라인 여론을 조작해 의뢰인에 유리한 조사 결과를 만들어내고 결과를 기사화하는 것까지 '패키지'로 묶어 팔고 있었습니다.

이런 장사가 가능한 이유는 이 검색 제휴 언론사가 이른바 '빅데이터 연구소'를 함께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론사와 연구소는 같은 사무실에 주소지를 두고 있습니다.

수법은 이렇습니다. 의뢰인이 기업 A에 소속된 직원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검색 제휴 언론사가 A사 CEO와 긍정적인 내용으로 인터뷰하고 이 내용을 기사화해 포털에 전송합니다. 이후, 또 다른 검색 제휴 언론사와 A사의 수백, 수천 명의 직원이 해당 인터뷰 기사 링크를 자신의 SNS로 퍼 나른다면 결과적으로 온라인상에서 A사 CEO에 대한 긍정적인 데이터양이 일시적으로 급증하게 됩니다.

이 시기에 딱 맞춰 '빅데이터 분석'을 한다면 평소보다 A사에 우호적 조사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렇게 결과를 만들어 낸 뒤 이 결과를 토대로 'A사에 대한 관심도가 업계 몇 위'라는 제목의 기사를 쓰는 겁니다.

이 모든 과정을 진행하는 데 드는 비용은 5천만 원. 난이도에 따라 가격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도 업체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내년 초에는 대선, 직후에는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선거 시즌,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유리하게 미리 설계되고 조작된 빅데이터 조사 결과를 기사화해주겠다는 검색 제휴 언론사가 등장하진 않을까요?

취재 과정에서 만났던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검색 제휴사가 되기만 하면 '먹고 사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무실 유지에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은 홍보 대행사로부터 받아 충당하고, 목돈이 필요할 때는 기업체를 찾으면 됩니다. '빅데이터 여론 조사 기사 작성' 같은 새로운 영업 방식을 발굴해 낸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어떤 기사든 검색 결과 최상위에 한 번 뜨기만 하면 돈을 버는 건 시간 문제. 광고 단가가 그만큼 올라가니, 검색 제휴 언론사가 된 다음에는 더 많은 사람을 더 오래 사이트에 잡아둘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컨설팅 업자는 귀띔했습니다.

포털은 노출되는 기사들의 품질 관리를 위해 그나마 더 나은 언론사를 골라 검색 제휴 언론사의 자격을 줬는지 몰라도 지금은 '언론업자'의 영업 수단 정도로 전락한 게 현실입니다.

"(검색 제휴에) 들어가지 않았을 때는 기사를 썼다고 해서 우리 사이트에 들어오는 사람이 없지만 검색 제휴가 되면 사람들이 '네이버의 선물'이라고 얘기를 해요. 기사 쓰고 탑에 한 번 걸리면 수십 만, 수백 만이 들어오니까. 그게 다 돈이잖아요. "

포털 검색 제휴 언론사가 되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윤리 서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사진은 KBS가 취재 과정에서 입수한 한 검색 제휴 언론사의 윤리 서약서. 이곳은 광고 기사를 과다하게 올려 최근 검색 제휴 자격을 박탈당했다.포털 검색 제휴 언론사가 되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윤리 서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사진은 KBS가 취재 과정에서 입수한 한 검색 제휴 언론사의 윤리 서약서. 이곳은 광고 기사를 과다하게 올려 최근 검색 제휴 자격을 박탈당했다.

다음 기사에서는 검색 제휴 언론사라는 이유로 수억 원의 프리미엄이 더해져 거래되는 검색 제휴 언론사 판매 시장과 2015년부터 모두 11개의 검색 제휴 언론사를 운영했던 '검색 제휴 재벌' 한 모 씨의 영업 비결(?)에 대해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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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탐사K]① 기사는 유령 기자가, 수익은 출입처에서…검색 제휴사의 기막힌 생존법
    • 입력 2021-07-01 13:10:24
    • 수정2021-07-03 19:36:42
    취재후·사건후

KBS는 지난달 28일부터 이틀간 KBS뉴스9을 통해 네이버·카카오의 몇몇 검색 제휴 언론사와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문제점을 보도했습니다. 방송 기사에서 다 담지 못한 내용들을 모아 오늘부터 사흘간 전해드립니다.

[KBS 뉴스9 기사 보기]
▶ [탐사K] 광고성 기사에 여론 조작까지…언론사 수억대에 거래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20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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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21308
▶ [탐사K] 언론학자들 “언론사 검색제휴제도 전면 재검토해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21318

"양아치나 건달, 조폭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네이버·카카오와 검색 제휴를 맺은 일부 인터넷 언론사에 대해 광고주협회 곽혁 상무는 '양아치'라고 표현했습니다. 양아치는 거지를 속되게 이르는 말인데요.

광고주협회는 주요 기업 200여 개로 이뤄진 광고주 권익 보호 단체인데, 일부 검색 제휴 언론사들이 특정 기업, 특정 임원에 대해 악의적인 기사를 쓴 뒤 그 기사 삭제를 조건으로 '광고비를 달라'고 협박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독자들을 위해서 기사를 쓰는 게 아니라 기업 홍보실을 겨냥해 선정적으로 쓰는 거죠. CEO나 주요 임원의 사진, 이름을 써놓고 마치 정부 정책에 반하는 것처럼 또는 잘못된 집단인 것처럼 몰아가는 선정적인 기사를 써요. 그 대가로 기업들한테 부당하게 과다한 광고나 협찬을 요청하는 거죠."

'기성 매체들도 광고비나 협찬을 요구하지 않나?'라는 물음에 곽 상무는 "기성 미디어는 매체 영향력이 있어서 광고 효과가 있기라도 하지만 검색 제휴 매체는 영향력이 거의 없음에도 포털에서 기사가 검색되는 검색 제휴 언론사라는 이유만으로 광고비를 요구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검색 제휴 언론사' 자격이 광고비를 요구할 수 있는 무기가 된 상황입니다.


■ 검색 제휴 언론사란? 9천 개 인터넷 신문 중 650개뿐… "특별한 자격"

검색 제휴 언론사는 네이버나 카카오 <뉴스> 메뉴에서 특정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검색 결과에 기사가 노출되는 언론사를 말합니다.

KBS 같은 방송사나 주요 일간지들은 CP(contents provider)로 분류돼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추천 뉴스'에 올라오고 이용자들이 구독도 할 수 있는데 반해, 검색 제휴 언론사는 오로지 특정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검색 결과에만 노출되고 있습니다.

CP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2015년부터 도입한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심사 결과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을, 검색 제휴 언론사는 60점을 넘긴 언론사들입니다. 주로 소형 인터넷 신문이 검색 제휴 언론사인 경우가 많은데 네이버 기준으로 약 650개가 있습니다. CP는 70곳 정도 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인터넷 언론이 9천 개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검색 제휴 언론사 지위는 '특별한 자격'임이 분명합니다.

검색 제휴 언론사 목록은 네이버 <뉴스> '옵션' -> '언론사' 항목으로 들어가 '가나다순'으로 올라와 있는 언론사 목록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CP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낯선 이름의 언론사들이 검색 제휴 언론사들입니다.

네이버가 별도로 검색 제휴 언론사 목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 현재로선 이 방법이 유일합니다.


■ '특별한 자격'을 장사 수단으로 삼는 일부 검색 제휴사들

출입처가 '계좌'로 불리는 이유

출입처는 원래 '기자가 취재를 담당하는 구역'을 뜻합니다. 그러나 일부 검색 제휴사들에 출입처는 곧 수입, 즉 돈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계좌'라는 은어로 불립니다.

검색 제휴사들은 주로 광고비나 협찬 명목으로 돈을 뜯어냅니다. 검색 제휴사 인수를 위해 시장 조사를 한 경험이 있는 한 취재원에 따르면 분기당 최소 200만 원 정도를 정기적으로 받게 되면 '출입처'를 가진 게 된다고 합니다. 출입처를 많이 갖고 있어야 '훌륭한 기자'가 되고 고액 연봉을 조건으로 이직도 가능해집니다.

업계에서는 이런 출입처를 가진 기자가 열 명 정도 있으면 '자리를 잡은' 매체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기사는 있지만 기자는 없다?... 유령 기자

취재를 위해서가 아니라 돈을 위해 출입처가 필요하다면 취재는 어디에서, 누가 하는 걸까요? 기사는 누가 쓸까요?

KBS 취재진은 검색 제휴사 구입 희망자인 척 접근해 검색 제휴 자문 업체로부터 업계 상황을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기사를 대신 써주는 '솔루션 업체'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면서 "홈페이지를 개설한 뒤 연락하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사 대필 가격은 한 달 기준으로 10만 원대부터 시작하는데 기사의 질에 따라 가격은 올라간다고 합니다.

홍보 대행사 직원들이 기사를 대신 올려주기도 합니다. 마치 해당 매체에 소속된 기자인 듯 검색 제휴 언론사 기사 작성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발급받은 뒤 필요에 따라 언제 어느 때든 기사를 올립니다.

KBS가 취재 중 만났던 한 검색 제휴 언론사 대표는 "유령 기자가 하루에 6~7건 정도의 기사 위장 광고를 올리는데 기사 한 건당 홍보 대행사로부터 10만 원 정도를 받는다"면서 "주로 병원이나 변호사, 동네 가게 홍보 기사가 많다"고 털어놨습니다.

서울 구로구에서 영업 중인 한 검색 제휴 언론사 컨설팅 업체가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검색 제휴 제도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불법을 알선하는 검색 제휴 언론사들

가장 단가가 높은 기사 위장 광고는 불법을 광고하는 콘텐츠입니다. 주말이나 휴일을 포함해 사흘 정도 기사를 올려주면 적어도 건당 300만 원 정도를 챙길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소액결제 현금화' 업자를 소개하는 광고가 있습니다. 소액결제 현금화, 이른바 '깡'은 모바일 상품권 등을 결제한 다음 인증 번호를 업체에 넘기면 수수료를 제하고 바로 현금을 지급하는 건데, 현행법 위반입니다.

정보통신망법은 통신 과금 서비스로 제화 등을 구매하고 이용하도록 한 후 이용자가 구매한 재화 등을 할인해 매입하는 행위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검색 제휴 언론사에게 이런 광고는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영업 수단인 셈입니다.

‘소액결제 현금화’ 기사 중 일부. 업자의 전화번호와 SNS ID를 사실상 광고하고 있다.
'빅데이터 여론 조작'까지 상품으로 팔기도


검색 제휴 언론사의 영업 방식은 트렌드에 맞게 진화(?)하는 듯 보입니다. 한 검색 제휴사는 온라인 여론을 조작해 의뢰인에 유리한 조사 결과를 만들어내고 결과를 기사화하는 것까지 '패키지'로 묶어 팔고 있었습니다.

이런 장사가 가능한 이유는 이 검색 제휴 언론사가 이른바 '빅데이터 연구소'를 함께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론사와 연구소는 같은 사무실에 주소지를 두고 있습니다.

수법은 이렇습니다. 의뢰인이 기업 A에 소속된 직원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검색 제휴 언론사가 A사 CEO와 긍정적인 내용으로 인터뷰하고 이 내용을 기사화해 포털에 전송합니다. 이후, 또 다른 검색 제휴 언론사와 A사의 수백, 수천 명의 직원이 해당 인터뷰 기사 링크를 자신의 SNS로 퍼 나른다면 결과적으로 온라인상에서 A사 CEO에 대한 긍정적인 데이터양이 일시적으로 급증하게 됩니다.

이 시기에 딱 맞춰 '빅데이터 분석'을 한다면 평소보다 A사에 우호적 조사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렇게 결과를 만들어 낸 뒤 이 결과를 토대로 'A사에 대한 관심도가 업계 몇 위'라는 제목의 기사를 쓰는 겁니다.

이 모든 과정을 진행하는 데 드는 비용은 5천만 원. 난이도에 따라 가격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도 업체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내년 초에는 대선, 직후에는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선거 시즌,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유리하게 미리 설계되고 조작된 빅데이터 조사 결과를 기사화해주겠다는 검색 제휴 언론사가 등장하진 않을까요?

취재 과정에서 만났던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검색 제휴사가 되기만 하면 '먹고 사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무실 유지에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은 홍보 대행사로부터 받아 충당하고, 목돈이 필요할 때는 기업체를 찾으면 됩니다. '빅데이터 여론 조사 기사 작성' 같은 새로운 영업 방식을 발굴해 낸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어떤 기사든 검색 결과 최상위에 한 번 뜨기만 하면 돈을 버는 건 시간 문제. 광고 단가가 그만큼 올라가니, 검색 제휴 언론사가 된 다음에는 더 많은 사람을 더 오래 사이트에 잡아둘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컨설팅 업자는 귀띔했습니다.

포털은 노출되는 기사들의 품질 관리를 위해 그나마 더 나은 언론사를 골라 검색 제휴 언론사의 자격을 줬는지 몰라도 지금은 '언론업자'의 영업 수단 정도로 전락한 게 현실입니다.

"(검색 제휴에) 들어가지 않았을 때는 기사를 썼다고 해서 우리 사이트에 들어오는 사람이 없지만 검색 제휴가 되면 사람들이 '네이버의 선물'이라고 얘기를 해요. 기사 쓰고 탑에 한 번 걸리면 수십 만, 수백 만이 들어오니까. 그게 다 돈이잖아요. "

포털 검색 제휴 언론사가 되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윤리 서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사진은 KBS가 취재 과정에서 입수한 한 검색 제휴 언론사의 윤리 서약서. 이곳은 광고 기사를 과다하게 올려 최근 검색 제휴 자격을 박탈당했다.
다음 기사에서는 검색 제휴 언론사라는 이유로 수억 원의 프리미엄이 더해져 거래되는 검색 제휴 언론사 판매 시장과 2015년부터 모두 11개의 검색 제휴 언론사를 운영했던 '검색 제휴 재벌' 한 모 씨의 영업 비결(?)에 대해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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