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반복되는 산업재해 사고, 원인과 대책은?

입력 2021.07.01 (19:12) 수정 2021.07.0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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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네, 방금 리포트에서 보셨듯 산업재해 사망 사고는 우리 주변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일터에서 갑자기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들을 막을 순 없는지, 또 대책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취재기자와 좀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홍승연 기자 나와있습니다.

홍 기자, 평택항 이선호 씨 사망사고 등 산업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숨지는 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구 경북도 예외는 아니죠?

상황이 어떻습니까?

[기자]

네, 올해 들어 대구 경북지역에서 산업재해로 숨진 사람은 18명이고요, 부상자는 2천 명이 넘습니다.

사망 사례를 살펴보면 안전 난간이나 발판 등 아주 기초적인 장비가 없어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요,

산재 사망 유가족의 이야기, 한번 들어보시죠.

[정석채/산재 사망자 故정순규 씨 아들 : "결국에는 안전보호망이나 안전조치는 단 하루도 안 걸려서 바로 설치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공사기한을 줄이기 위해서 안전 조치에 돈을 줄이면서까지 이윤을 창출하기 때문에 그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 노동자들을 계속 소모품으로 사용하다 보니 죽음을 반복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지난 4월 평택항에서 숨진 고 이선호 씨 사건 등 일부 사례가 알려지고 있지만, 산업재해 사고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에서 중대 산업재해 사고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판넬 해체작업 중 떨어지거나, 발판으로 이동 중에 추락해 숨지는 등 거의 매일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산재 사고는 가끔 벌어지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작업현장 곳곳에서 항상 도사리고 있는 일상의 위험인 겁니다.

[앵커]

네, 정말 안타까운 부분인데요.

산업재해 사고가 왜 멈추지 않고 반복되는 겁니까?

[기자]

공사 현장의 규모가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전국적인 통계로 보면 전체 사고의 85%가 영세한 사업장에서 발생합니다.

국내 공사현장 상당수는 대기업이 원청업체에 공사를 맡기고 또 원청업체는 하도급 업체에 일감을 주는 원청.하청 구조인데요,

이 과정에서 안전 시설에 투자할 여력이 점점 사라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함께 들어보시죠.

[노진철/경북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하청업체는 사실은 아주 적은 사업액수를 받아서 그 속에서 저임금으로 (사업을) 끌고 가게 되고, 임금을 적게 주고 가능한 모든 부분에서 사업비를 절약하는 방식으로 가게 되는 거죠. 그러면 그것이 사고에 대한 위험 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사업이 시행되는 결과를 구조적으로 초래하게 되는 거죠."]

하청 업체는 안전설비에 투자할 여력이 적은데다, 현장의 위험요소에 대한 정보도 부족해 사고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겁니다.

따라서 사고의 원인을 영세한 사업장 탓으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원청과 하청의 구조적인 문제를 풀어야 산재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잦은 산재 사고를 막으려고 산재 사업장의 사업주를 처벌하는 법도 조만간 시행되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바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내년부터 시행되는데요.

현장에서 안전 사고로 노동자가 숨질 경우 원청업체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입니다.

하지만 기업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정작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서는 3년간 시행을 유예한 상태입니다.

전문가 얘기 들어보시죠.

[김중진/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 "이번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되더라도 적용되는 사업장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밖에 없는데….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의미라면 80% 사고가 나고있는 영세사업장 위주의 대책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대책이 없다는 거죠."]

대구,경북의 경우도 사업장의 80%가 인력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으로 분류되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정작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소규모 사업장들은 법의 보호망에서 벗어나 있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법 제도의 허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금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에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반드시 안전관리인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요.

안전관리인을 지정만 하면 되는 구조라 공사 현장에 상주하지도 않는 사람이 안전 관리자로 이름만 올리는 경우가 많아 역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홍 기자,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게 좋을까요?

[기자]

네, 고 이선호씨나 김용균씨 사고에서 보듯 반복되는 산재 사고는 전형적인 인재이자 후진국형 사고입니다.

최근 시민사회단체와 언론, 정치권 등에서 산재사고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사회적인 경각심도 커지고 있는데요.

산재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자금력이 약한 하청업체에 모든 부담을 지우기 보다는, 대기업과 원청업체 부터 안전설비 설치와 안전비용 부담을 의무화하는 등의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또 안전시설 표준기준을 보다 촘촘히 수립해서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사각지대가 없도록 자리잡을 수 있게 해야겠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정책들이 현장에서 확실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우리사회 전반의 관심과 감시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더이상 이렇게 허무하고 안타까운 죽음이 반복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앵커]

네, 홍 기자 잘 들었습니다.

촬영기자:백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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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현장] 반복되는 산업재해 사고, 원인과 대책은?
    • 입력 2021-07-01 19:12:53
    • 수정2021-07-01 20:16:00
    뉴스7(대구)
[앵커]

네, 방금 리포트에서 보셨듯 산업재해 사망 사고는 우리 주변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일터에서 갑자기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들을 막을 순 없는지, 또 대책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취재기자와 좀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홍승연 기자 나와있습니다.

홍 기자, 평택항 이선호 씨 사망사고 등 산업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숨지는 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구 경북도 예외는 아니죠?

상황이 어떻습니까?

[기자]

네, 올해 들어 대구 경북지역에서 산업재해로 숨진 사람은 18명이고요, 부상자는 2천 명이 넘습니다.

사망 사례를 살펴보면 안전 난간이나 발판 등 아주 기초적인 장비가 없어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요,

산재 사망 유가족의 이야기, 한번 들어보시죠.

[정석채/산재 사망자 故정순규 씨 아들 : "결국에는 안전보호망이나 안전조치는 단 하루도 안 걸려서 바로 설치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공사기한을 줄이기 위해서 안전 조치에 돈을 줄이면서까지 이윤을 창출하기 때문에 그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 노동자들을 계속 소모품으로 사용하다 보니 죽음을 반복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지난 4월 평택항에서 숨진 고 이선호 씨 사건 등 일부 사례가 알려지고 있지만, 산업재해 사고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에서 중대 산업재해 사고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판넬 해체작업 중 떨어지거나, 발판으로 이동 중에 추락해 숨지는 등 거의 매일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산재 사고는 가끔 벌어지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작업현장 곳곳에서 항상 도사리고 있는 일상의 위험인 겁니다.

[앵커]

네, 정말 안타까운 부분인데요.

산업재해 사고가 왜 멈추지 않고 반복되는 겁니까?

[기자]

공사 현장의 규모가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전국적인 통계로 보면 전체 사고의 85%가 영세한 사업장에서 발생합니다.

국내 공사현장 상당수는 대기업이 원청업체에 공사를 맡기고 또 원청업체는 하도급 업체에 일감을 주는 원청.하청 구조인데요,

이 과정에서 안전 시설에 투자할 여력이 점점 사라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함께 들어보시죠.

[노진철/경북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하청업체는 사실은 아주 적은 사업액수를 받아서 그 속에서 저임금으로 (사업을) 끌고 가게 되고, 임금을 적게 주고 가능한 모든 부분에서 사업비를 절약하는 방식으로 가게 되는 거죠. 그러면 그것이 사고에 대한 위험 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사업이 시행되는 결과를 구조적으로 초래하게 되는 거죠."]

하청 업체는 안전설비에 투자할 여력이 적은데다, 현장의 위험요소에 대한 정보도 부족해 사고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겁니다.

따라서 사고의 원인을 영세한 사업장 탓으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원청과 하청의 구조적인 문제를 풀어야 산재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잦은 산재 사고를 막으려고 산재 사업장의 사업주를 처벌하는 법도 조만간 시행되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바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내년부터 시행되는데요.

현장에서 안전 사고로 노동자가 숨질 경우 원청업체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입니다.

하지만 기업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정작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서는 3년간 시행을 유예한 상태입니다.

전문가 얘기 들어보시죠.

[김중진/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 "이번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되더라도 적용되는 사업장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밖에 없는데….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의미라면 80% 사고가 나고있는 영세사업장 위주의 대책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대책이 없다는 거죠."]

대구,경북의 경우도 사업장의 80%가 인력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으로 분류되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정작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소규모 사업장들은 법의 보호망에서 벗어나 있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법 제도의 허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금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에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반드시 안전관리인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요.

안전관리인을 지정만 하면 되는 구조라 공사 현장에 상주하지도 않는 사람이 안전 관리자로 이름만 올리는 경우가 많아 역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홍 기자,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게 좋을까요?

[기자]

네, 고 이선호씨나 김용균씨 사고에서 보듯 반복되는 산재 사고는 전형적인 인재이자 후진국형 사고입니다.

최근 시민사회단체와 언론, 정치권 등에서 산재사고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사회적인 경각심도 커지고 있는데요.

산재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자금력이 약한 하청업체에 모든 부담을 지우기 보다는, 대기업과 원청업체 부터 안전설비 설치와 안전비용 부담을 의무화하는 등의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또 안전시설 표준기준을 보다 촘촘히 수립해서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사각지대가 없도록 자리잡을 수 있게 해야겠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정책들이 현장에서 확실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우리사회 전반의 관심과 감시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더이상 이렇게 허무하고 안타까운 죽음이 반복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앵커]

네, 홍 기자 잘 들었습니다.

촬영기자:백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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