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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K] 천년의 바람, 대를 이어 분다…부채 장인
입력 2021.07.01 (19:24) 수정 2021.07.01 (19:50) 뉴스7(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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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문화 K〉 시간입니다.

옛 선조들이 더위를 슬기롭게 이겨내라고 단옷날 주고 받았던 선물, 뭔지 아시나요?

부채입니다.

요즘은 선풍기, 에어컨에 밀려 부채 사용이 많이 줄었는데요,

대를 이어 백40여 년째 전주 부채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아버지와 아들이 있습니다.

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리포트]

장터에서 씨름 구경하는 사람들.

경기 막바지. 달아오른 열기와 철 이른 더위를 부채로 식힙니다.

옛 전라감영 선자청에서는 임금의 부채를 만들었습니다.

선조들의 멋과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 전주 부채의 전통이 부채 장인의 손끝에서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손때 묻은 기구들이 가득한 방.

아버지와 아들이 마주 앉았습니다.

국가무형문화재 부채 장인 김동식, 아들 김대성 씨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그리고 유일하게 전통 부채 만드는 기술을 인정받은 김동식 선자장.

곧은 대나무와 질긴 한지, 백50번 넘는 손길을 거쳐야 한 자루가 나온다는 합죽선을 5대째 만들고 있습니다.

외할아버지에게 14살 때부터 부채 만드는 법을 배우기 시작해 65년 부채 인생을 살았습니다.

이제 그 고집스러웠던 시간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있습니다.

[김동식/선자장/국가무형문화재 128호 : "자기 자식들 안 가르치려고 해요. 가르쳐 놓으면 힘들고 어려운데 가르치려고 하겠어요. 그래서 지금은 가르치는 사람이 없고 저만 유일하게 아들 하나 가르치고 있는데 굉장히 어렵죠."]

대나무를 깎고 길들이고 전통방식 그대로 손으로만 만드는 고된 일이지만 전통을 지켜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김동식/선자장/국가무형문화재 128호 : "이게(부채 만드는 기술이) 없어지면 안 되겠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대를 이어서는 꼭 해야 되겠다. 그래서 아들을 가르치고 있는데요."]

아버지 걱정과 달리 아들은 부채 만드는 게 즐겁습니다.

[김대성/선자장 이수자 :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니고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잖아요. 내 손으로 거쳐서 나오는 거니까. 그런 것들이 점점 재미있어지는 것 같아요."]

꼼꼼하고 엄격한 아버지에게 배우는 게 쉽지는 않지만 이보다 더 훌륭한 스승도 없습니다.

[김대성/선자장 이수자 : "저는 경력이 짧다 보니까 아무래도 어설퍼 보이죠. 그러니까 많이 혼나고. 그래도 어떻게 보면 일을 배우는 입장에서 선생님을 제대로 만난 것이기도 하고."]

아버지 뒤를 따라 걸은 지 10여 년.

이젠 아버지와 나란히 이름을 건 전시회도 열게 됐습니다.

하지만 부채를 찾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줄어들다 보니 힘에 부칠 때가 많습니다.

옛날에는 여러 사람이 공정별로 나눠서 부채를 만들었는데 이제는 혼자서 다 해야 합니다.

[김대성/선자장 이수자 : "여섯 공방이 모여서 부채 하나를 만들었을 때는 부드러웠지만, 집에서 하다 보니까 너무 힘들잖아요. 어느 시점에는 물건을 달라고 해도 못 줄 때도 있어요. 못 만들어내니까."]

무엇보다 부채가 잊혀지고, 부채 역사가 끊길까 걱정입니다.

초등학생들이 부채 만들기에 열심입니다.

[김동식/선자장/국가무형문화재 128호 : "다음에도 이런 식으로 접어 가는 거예요. 한번 접어봐요. 이렇게. 그렇지 딱 맞춰서 접어보세요."]

김동식, 김대성 부자가 아이들에게 부채 역사와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이서림/초등학생 : "부채가 보기에는 예쁜데 만드는 건 어려워요."]

후손들에게 우리 고유 전통을 알리고 물려주는 일.

대를 이어 부채를 만드는 것만큼 중요합니다.

[이향미/전주 부채문화관 관장 : "부채를 만드는 기술이나 판소리 같은 보이지 않은 무형의 자산들은 자칫 잘못하면 우리 후손들이 잊고 지나가거든요. 그래서 이 선자장의 역할이 정말 중요한 거예요."]

힘들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

[김동식/선자장/국가무형문화재 128호 : "앞으로 (부채) 만드는 분이 없어진다면 이 부채 역사가 없어지지 않습니까. 저는 꼭 이걸 이어놔야 되겠다 이런 자부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강한 대나무처럼 곧은 마음으로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아버지와 아들.

부채를 향한 열정과 애정이 서로 닮은 것처럼.

[김동식/선자장/국가무형문화재 128호 : "좋은 재료가 있다라고 하면 어디를 막론하고 가서 구입해옵니다. 그래서 그걸로 작품을 만들죠."]

[김대성/선자장 이수자 : "예전처럼 부채를 많이 쓸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사람들한테 확 다가갈 수 있는 부채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굳은살이 박힌 손도 아버지와 아들이 똑 닮았습니다.

KBS 뉴스 이화연입니다.

촬영:VJ 이현권/편집:공재성/그래픽:최희태
  • [문화K] 천년의 바람, 대를 이어 분다…부채 장인
    • 입력 2021-07-01 19:24:38
    • 수정2021-07-01 19:50:32
    뉴스7(전주)
[앵커]

〈문화 K〉 시간입니다.

옛 선조들이 더위를 슬기롭게 이겨내라고 단옷날 주고 받았던 선물, 뭔지 아시나요?

부채입니다.

요즘은 선풍기, 에어컨에 밀려 부채 사용이 많이 줄었는데요,

대를 이어 백40여 년째 전주 부채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아버지와 아들이 있습니다.

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리포트]

장터에서 씨름 구경하는 사람들.

경기 막바지. 달아오른 열기와 철 이른 더위를 부채로 식힙니다.

옛 전라감영 선자청에서는 임금의 부채를 만들었습니다.

선조들의 멋과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 전주 부채의 전통이 부채 장인의 손끝에서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손때 묻은 기구들이 가득한 방.

아버지와 아들이 마주 앉았습니다.

국가무형문화재 부채 장인 김동식, 아들 김대성 씨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그리고 유일하게 전통 부채 만드는 기술을 인정받은 김동식 선자장.

곧은 대나무와 질긴 한지, 백50번 넘는 손길을 거쳐야 한 자루가 나온다는 합죽선을 5대째 만들고 있습니다.

외할아버지에게 14살 때부터 부채 만드는 법을 배우기 시작해 65년 부채 인생을 살았습니다.

이제 그 고집스러웠던 시간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있습니다.

[김동식/선자장/국가무형문화재 128호 : "자기 자식들 안 가르치려고 해요. 가르쳐 놓으면 힘들고 어려운데 가르치려고 하겠어요. 그래서 지금은 가르치는 사람이 없고 저만 유일하게 아들 하나 가르치고 있는데 굉장히 어렵죠."]

대나무를 깎고 길들이고 전통방식 그대로 손으로만 만드는 고된 일이지만 전통을 지켜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김동식/선자장/국가무형문화재 128호 : "이게(부채 만드는 기술이) 없어지면 안 되겠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대를 이어서는 꼭 해야 되겠다. 그래서 아들을 가르치고 있는데요."]

아버지 걱정과 달리 아들은 부채 만드는 게 즐겁습니다.

[김대성/선자장 이수자 :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니고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잖아요. 내 손으로 거쳐서 나오는 거니까. 그런 것들이 점점 재미있어지는 것 같아요."]

꼼꼼하고 엄격한 아버지에게 배우는 게 쉽지는 않지만 이보다 더 훌륭한 스승도 없습니다.

[김대성/선자장 이수자 : "저는 경력이 짧다 보니까 아무래도 어설퍼 보이죠. 그러니까 많이 혼나고. 그래도 어떻게 보면 일을 배우는 입장에서 선생님을 제대로 만난 것이기도 하고."]

아버지 뒤를 따라 걸은 지 10여 년.

이젠 아버지와 나란히 이름을 건 전시회도 열게 됐습니다.

하지만 부채를 찾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줄어들다 보니 힘에 부칠 때가 많습니다.

옛날에는 여러 사람이 공정별로 나눠서 부채를 만들었는데 이제는 혼자서 다 해야 합니다.

[김대성/선자장 이수자 : "여섯 공방이 모여서 부채 하나를 만들었을 때는 부드러웠지만, 집에서 하다 보니까 너무 힘들잖아요. 어느 시점에는 물건을 달라고 해도 못 줄 때도 있어요. 못 만들어내니까."]

무엇보다 부채가 잊혀지고, 부채 역사가 끊길까 걱정입니다.

초등학생들이 부채 만들기에 열심입니다.

[김동식/선자장/국가무형문화재 128호 : "다음에도 이런 식으로 접어 가는 거예요. 한번 접어봐요. 이렇게. 그렇지 딱 맞춰서 접어보세요."]

김동식, 김대성 부자가 아이들에게 부채 역사와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이서림/초등학생 : "부채가 보기에는 예쁜데 만드는 건 어려워요."]

후손들에게 우리 고유 전통을 알리고 물려주는 일.

대를 이어 부채를 만드는 것만큼 중요합니다.

[이향미/전주 부채문화관 관장 : "부채를 만드는 기술이나 판소리 같은 보이지 않은 무형의 자산들은 자칫 잘못하면 우리 후손들이 잊고 지나가거든요. 그래서 이 선자장의 역할이 정말 중요한 거예요."]

힘들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

[김동식/선자장/국가무형문화재 128호 : "앞으로 (부채) 만드는 분이 없어진다면 이 부채 역사가 없어지지 않습니까. 저는 꼭 이걸 이어놔야 되겠다 이런 자부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강한 대나무처럼 곧은 마음으로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아버지와 아들.

부채를 향한 열정과 애정이 서로 닮은 것처럼.

[김동식/선자장/국가무형문화재 128호 : "좋은 재료가 있다라고 하면 어디를 막론하고 가서 구입해옵니다. 그래서 그걸로 작품을 만들죠."]

[김대성/선자장 이수자 : "예전처럼 부채를 많이 쓸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사람들한테 확 다가갈 수 있는 부채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굳은살이 박힌 손도 아버지와 아들이 똑 닮았습니다.

KBS 뉴스 이화연입니다.

촬영:VJ 이현권/편집:공재성/그래픽:최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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